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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4화 (4/43)

〈 4화 〉 1장. 회귀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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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회귀 (3)

호북성 양양의 인근 산.

그 이름 없는 산에 스물에 가까운 사내들이 얼굴을 구긴 채 두 구의 시신을 보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

그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차갑게 식은 어투로 말을 내뱉었지만,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 역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공도 모르는 사람이 백호대 대원을 죽였다는 것을 믿어야 할까?"

백호대 대주는 시체들을 살펴보았다.

한 구는 깔끔하게 목이 잘려 죽었다. 단번에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몸종 녀석이 무공을 익힌 것도 놀랍지만, 이놈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 정도라니."

"혹여 이 녀석도 그 몸종 녀석이 죽인 것은 아닐까요?"

백호대주 옆에 한 무인이 다가와 물었지만, 그 역시 질문을 던지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깔끔하게 목이 베인 시신과 다르게 이 무인의 시신은 격렬하게 싸웠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흔적이 다르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으냐. 그렇게까지 부정하고 싶은 것이냐?"

백호대주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도 모르는 백강휘에게 백호대원이 죽었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세가에 지원이라도 부를까요?"

백호대주는 옆에서 지껄이는 무인의 배를 걷어찼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백호대원의 눈이 커졌다. 지금 걷어차인 자가 바로 백호대의 사조 조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백호대의 무능함을 가주님께 알리자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싸늘한 눈빛의 백호대주를 보며 사조장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흔적은 어디로 이어졌나?"

"여기서 남동쪽입니다."

"남동? 무당까지 다 왔으면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고?"

백호대주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강휘가 무당에 가는 이유는 백씨세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무당에서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백씨세가의 더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으니 추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세가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일까요?"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제 발로 호굴에 들어가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백호대주는 백강휘의 움직임이 혼란스러웠다.

무당으로 가는 것이 당연했으니 그 길목을 막으면 간단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우선 쫓아라."

"예!"

백강휘의 흔적을 쫓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는 이전처럼 먼저 자리를 잡고 백강휘가 오는 것을 기다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자, 머리를 썼소. 귀찮게 말이오.'

흔적을 찾으며 움직이는 대원들을 보는 백호대주의 얼굴은 마치 악귀가 떠오를 정도로 일그러진 상태였다.

* * *

"정말 괜찮은 겁니까? 이렇게 대놓고 이동하더라도 말입니다."

왕평은 인피면구 같은 것도 쓰지 않고 오직 방립 하나로 얼굴을 가린 채 이동하는 백강휘를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백호대가 쫓아올 것이 무서운 것이냐?"

"무섭지 않다면 거짓이겠지요. 저도 죽을 수 있지 않습니까?"

"내가 죽게 된다면 너도 죽겠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백강휘를 보며 왕평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에게 질린 것이다.

"마치 해탈한 것 같은 모습이군요."

"그렇게 보이나?"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모습?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너무 당연하게 죽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묘한 열기가 있어.'

그런 백강휘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묘한 들뜸, 또는 흥분이라는 감정이었다.

왕평의 생각처럼 백강휘는 그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전에는 이루지 못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곧바로 추격자가 쫓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방향을 갑자기 바꿔서 그런 것입니까?"

왕평의 질문에 백강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그들이 방향을 바꿨기 때문에 백호대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무당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목적지를 예측하지 못하니 무조건 그들의 흔적을 쫓아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오문이나 개방에 정보를 요청할 수도 없지."

"그건······ 확실히 그렇겠군요."

아무리 서자라도 죄를 저지르지 않은 세가의 사람을 죽이기 위한 정보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방은 거절할 것이고, 하오문에게는 약점이 잡히는 것이지."

"어차피 그들은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

아무리 하오문과 개방이 정보를 담당하는 조직이라지만, 중원 전역의 정보를 모으는 집단이었다.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도 아니고, 호북의 작은 세가까지 계속 주시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세가를 조사하긴 하겠지."

"그렇다면······."

"그때는 세가의 보물을 훔쳐서 도망갔다고 하면 되겠지."

"지금 당장 그렇게 말하고 정보를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왕평의 질문에 백강휘는 고개를 저으며 그 말을 부정했다.

백씨세가의 백강휘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백강휘에게 보물을 빼앗겼다고 하면 백씨세가는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고, 가주가 원하는 오대세가로 가는 길이 멀어질 뿐이었다.

'공자가 이 정도로 상황을 보는 눈이 좋았나?'

세가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숨죽이고 지낸 백강휘는 너무나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쫓기는 상황에서 냉철하게 판단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럼 제가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산을 타고, 계속 도주하고 있었음에도 숨이 하나도 거칠어지지 않았지 않나."

"겨우 그것만으로 알아차리신 겁니까?"

"겨우라니.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지."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니, 물론 그것으로 눈치채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경험의 무림인들이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아무 경험이 없는 백강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자, 이제 궁금한 것은 끝났겠지? 다시 움직이도록 하지."

백강휘의 말에 왕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들은 낮에 잠을 조금 자고 밤에 이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백호대가 뒤에 있다고 하더라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조금만 더 가면 함녕인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그러니 밤에 이렇게 이동하지 않나? 그리고 함녕을 지나는 것도 아니고 옆으로 이동하니까."

함녕은 백씨세가가 있는 곳이다. 즉, 지금 그들은 백씨세가의 힘이 가장 강한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후우. 백호대는 어떻게 움직이나?"

"말을 타고 오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희가 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더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겠군."

그들의 현재 목적지는 무한이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강서성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무한에는 사람이 많으니 곧바로 들키지는 않을 것이다.겨우 스물이란 인원으로 그 많은 사람을 확인하고 다닐 수는 없겠지."

거기에 백씨세가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같은 대문파가 아니기에 그들 마음대로 사람들의 통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군요."

하지만 그런 백강휘의 말과는 달리 이미 백호대의 인원들은 무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호대로 보이는 인원 몇 명이 무한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의 이동 경로를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럴 수도 있죠. 아니면 예측했을 수도 있고요. 그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 이대로 들어가는 것은 힘들겠어."

지금은 방립을 쓰고 있을 뿐, 인피면구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밤에는 무한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에 낮에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면 단순히 방립을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정체를 들킬 수밖에 없으리라.

"그나마 여기서 가까운 곳이 단풍이었나?"

"예."

백강휘와 왕평은 무한의 입구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쳤다.

마치 처음부터 무한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흐음."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무인이 있었다.

바로 백호대주에게 배를 걷어차였던 백호대 사조의 조장인 우일향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조장님."

옆에서 무한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살펴보던 그의 조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우일향을 보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지나가는 방립을 쓴 두 사내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체형이 너무 비슷해.'

방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지만, 체형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 두 사람이 이곳으로 오겠습니까?"

"글쎄. 우리는 대주님께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

백호대 사조가 무한에 있는 것은 백호대주 조광의 판단 때문이었다.

-혹시 무한에서 배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으니 사조는 그곳에서 대기하도록.

이것이 바로 대주인 조광의 명령이었다. 그는 백강휘가 남동쪽으로 이동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무한을 떠올린 것이다.

무한에서 배를 타면 여러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도주에 용이하다는 판단이었다.

"조장님?"

"해가 지기 시작하면 조원들을 모으도록."

"예? 아, 알겠습니다."

우일향의 단호한 말에 조원은 그 이유조차 묻지 못하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들켰어."

"예?"

"들켰다고. 아까 앞에 서 있던 놈에게."

여전히 무한 쪽은 보지도 않은 채,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가면서 백강휘가 말했다.

"확실히 계속 저희를 보던 것 같긴 했지만······."

우일향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것은 백강휘만이 아니었다.

"바로 움직이지 않는군요. 역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만약 우리가 진짜가 아니라면 그사이에 무한에 입성할 수도 있으니까."

그럼 무한으로 더는 들어갈 수 없는 시간에 움직일 것이다. 바로 해가 질 때 그들은 이곳을 향해 움직이겠지.

"여기서 잠시 몸을 숨기고 이동하죠."

왕평 역시 백강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다시 무한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백강휘의 말대로 단풍으로 향할지 정해야만 했다.

"이쪽으로 가면 관제묘(關帝廟)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몸을 숨기지요."

"관제묘에 몸을 숨기는 것은 쉽게 예상하지 않겠나?"

"일단 가시지요."

확신에 가득 찬 왕평의 목소리였기에 백강휘는 더는 반대하지 않고 그를 뒤따랐다.

이 정도로 확신한다면 그곳에 무엇인가 장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인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군."

"그렇긴 하죠."

그들이 딸랑 전각 하나 있는 관제묘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지기 시작할 때였다.

화려한 모습이 아니었기에 백호대가 무조건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여기 어디쯤일 텐데."

왕평은 관제의 위패가 놓여있는 단상을 여기저기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강휘는 그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 여기로군."

점점 백강휘가 초조해지기 시작할 때, 왕평이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했다.

-그그그긍!

그리고 이내 위패가 놓여있던 단상이 옆으로 밀려나며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생겨났다.

-찾아봐라!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인기척.

백강휘와 왕평은 서로를 보다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단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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