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투왕-13화 (13/43)

〈 13화 〉 3장. 백씨세가로 돌아오다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3장. 백씨세가로 돌아오다 (3)

백강휘가 가주인 백연호와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일향을 둘러싸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백연호와 무척이나 닮은 소년이 백강휘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굳혔다.

"이게 누구십니까. 형님 아니십니까?"

"아직도 나를 형님이라 부르는구나."

백자후.

백연호와 장문영 사이에서 태어난 백연호의 적자이자 백강휘의 배다른 동생이다. 그리고 백씨세가의 소가주이기도 했다.

"아무리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다 하더라도 반쪽은 저와 같은 피가 흐르지 않습니까?"

조소를 지으며 비웃는 이복동생을 향해 백강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입을 조심해라. 찢어버릴 수가 있으니."

하지만 돌아온 말은 미소와 달리 부드럽지 못했다.

"공자! 말이 심하시오!"

백강휘의 말에 반응한 것은 백자후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던 질풍대주 조광이었다.

"어째서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지? 대주 따위가."

"윽!"

백강휘는 급히 입을 다무는 조광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백호대주가 가주가 아니라 소가주의 호위를 하고 있다라."

"······."

조광은 당장이라도 백강휘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세가 내였기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밖에 있을 때는······.'

그를 피해 도주하기 바빴던 백강휘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니 기분이 나빠졌다.

"아, 밖에서는 제법 신세를 졌어. 잘 기억하고 있다가 돌려주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조광 역시 지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세가 내에서 단 하나 있는 무력집단의 대주인 그에게 백강휘가 과연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조광은 백강휘의 저 말이 단순한 협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보다 이제 우 조장, 아니 우 대원은 제가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만."

"아쉽지만 우일향은 이제 백호대 소속이 아니라서."

"그걸 공자님 마음대로 정했단 말입니까?"

우일향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백강휘가 우일향과 함께 있는 것은 더욱더 싫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백호대로 데려와서 그의 화풀이 대상으로 쓸 생각이었다.

"가주에게 허락을 받았으니, 정 못 믿겠으면 확인해 보도록."

"크윽."

가주까지 들먹일 정도면 거짓이 아니라는 뜻이리라. 쉽게 들킬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보다 이곳에 왜 돌아오신 겁니까?"

조광이 백강휘에게 말로 밀리기 시작하자 다시 백자후가 나섰다.

"이곳이 내 집이니 돌아온 것이지."

"집? 여기가 누구 집이라고?"

"아직 네 집은 아니지."

과민반응하던 백자후는 백강휘의 이어지는 말에 이를 으득 갈았다.

그의 말대로 아직 백씨세가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직 차기 주인이었고, 현재의 주인은 부친인 백연호였으니까.

"집에 돌아오시니 말이 느셨습니다."

"그래서?"

백자후 역시 백강휘에게 말에서 밀리자 다시 한번 조광이 나섰다. 하지만 도발에도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는 백강휘를 보며 조광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눌러야만 했다.

"굳이 무인끼리 입으로 싸울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형님."

"흐음."

어떻게든 화를 억누르려는 조광의 귀로 드디어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백자후가 그가 원하는 것을 말해준 것이다.

'비무라면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으니까.'

비무라면 조광이 백강휘의 팔 하나쯤은 부러뜨려도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한다. 비무 중에 불우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다.

'딱 좋을 때 말해줬어.'

조광은 뿌듯한 얼굴로 백자후를 바라보았다. 조광이 직접 백강휘에게 비무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으니까.

"공자께서 직접 하실 수 없으니 우 조장, 아니 우 무인하고 제가 비무하면 되겠습니까?"

조광이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우일향을 보았다.

백강휘와 백자후가 비무할 수도 있었지만, 휘하의 무인들을 대신 싸우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광이 직접 백강휘를 지목할 수는 없으니 우일향을 지목한 것이다.

'일공자에게 붙은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일공자에게 말로 당한 만큼 우일향에게 몸으로 풀 생각이었다.

'팔 하나쯤 베어도 되겠지.'

백강휘가 상대라면 부러뜨리는 선에서 끝내겠지만, 우일향이라면 팔 하나 베어도 될 것이다.

"아니. 내가 직접 하지."

"형님께서 말입니까?"

직접 나선다는 백강휘의 말에 백자후가 코웃음을 쳤다.

백호대주인 조광이 나선다는데 우일향이 나서는 것도 아니고 백강휘가 나서다니.

"우 무인을 보호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제가 공자님이라고 손속에 사정을 둘 거로 생각하셨다면 착각입니다."

"그래도 좋고. 괜히 나중에 변명하지 마라."

"좋습니다. 지금 당장 연무장으로 가시지요."

조광은 백자후가 만들어 준 이 좋은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백강휘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빠르게 연무장으로 향했다.

"괜찮으십니까?"

"뭐가? 내가 저런 녀석에게 질까 봐?"

"그게 아닙니다. 힘을 드러내셔도 되냐는 것입니다."

우일향의 질문에 백강휘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힘을 숨기려 한다고 생각했나?"

"아니십니까?"

"그럴 거면 돌아오지도 않았겠지."

백강휘는 힘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힘을 드러내야 저들이 그를 건들지 못하게 된다.

"초반부터 꽉 잡아 두는 것이 편하지."

"그렇군요."

우일향은 백강휘가 힘을 숨긴 채, 천천히 백씨세가를 잠식해 나갈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백강휘는 그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굳이 전력을 낼 필요는 없지만, 쉽게 건들 수 없다는 것은 알려줘야겠지."

그렇게 되면 백호대에서 쓸만한 녀석을 데리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무인이란 결국 강한 사람에게 끌리는 법이니까.'

이미 우일향에게 쓸만한 녀석이나 백호대에 불만이 있는 녀석들에 대해서 들었다.

백강휘는 그들을 만나보고 자신의 휘하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흐음. 정말 이곳에서 싸울 생각이냐?"

"물론입니다. 혹시 겁나십니까?"

조광이 그를 데리고 온 곳은 백호대 무인들의 연무장이었다. 즉 백호대 무인들 전체가 그들의 비무를 본다는 말이었다.

백자후의 개인 연무장이 있음에도 조광이 이곳으로 온 것은 백강휘에게 치욕을 안겨주겠다는 뜻이었다.

"네가 부하들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면 상관없겠지."

"떠나계시는 동안 농이 많이 느셨습니다."

조광은 코웃음을 치고는 곧바로 백호대 무인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백호대 무인들이 모두 수련을 멈추고 백강휘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관객이 많을수록 더 흥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좋지."

가볍게 대꾸하며 중앙에 선 백강휘를 보는 조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대체 뭘 믿고 이렇게 자신만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 내력은 느껴지지 않는데.'

자신감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당연히 이길 거라는 태연한 모습이다.

조광은 치밀어오르는 불안을 애써 지우며 백강휘의 맞은편에 섰다.

"무기는 필요 없으십니까?"

"박투술을 익혀서."

"그럼 목검을 들어드릴까요?"

박투술이라는 백강휘의 말에 조광은 조소를 지었다.

무기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박투술은 단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소림의 무공이 아니라면.'

권법의 절정이라는 소림의 무공이 아닌 이상 굳이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맨손보다는 검이 더 길 수밖에 없었고, 백강휘가 붙지 못한다면 그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검으로 해도 상관없는데."

"후회하실 겁니다만?"

"해도 내가 하지."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백강휘 때문에 조광은 입술을 씰룩이고는 지체하지 않고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세 수 양보해 드리지요."

백강휘는 조광의 양보를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럼 시작!"

두 사람의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것인지 백자후가 외쳤고, 백강휘는 지체하지 않고 조광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엄청난 속도로 접근한 백강휘를 보며 당황한 조광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쾅!

하지만 배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고, 곧 그의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멍청한 놈. 실전이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백강휘는 일권에 혼절해버린 조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양보라니. 그가 낭인 생활을 할 때 가장 혐오하는 부류가 바로 조광 같은 녀석들이었다.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상대의 능력도 파악하지 못하고 양보하는 녀석들.

"대, 대주가······."

"이게 대체······."

그리고 단 일권에 혼절해버린 조광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백호대원들은 물론이고 백자후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혼절한 조광을 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군.'

백강휘의 뒤에 서 있었던 우일향 역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백강휘가 강기를 쓰는 것을 보면서 그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초절정 고수가 약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저 정도로 강할 줄이야.'

백강휘의 움직임을 본 사람이 이 중에서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눈 깜짝 할 사이에 백강휘가 움직였고, 조광이 혼절한 것만 보였을 것이다.

'이건 절정의 고수들이 어린아이처럼 보일 정도로군.'

비록 조광이 일류 수준의 끝에 다다른, 이제 막 절정에 발을 들이고 있는 무인이라 할지라도 너무나 쉽게 제압되었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백자후가 고개를 휙 돌리며 백강휘를 향해 외쳤다.

백강휘의 발이 조광의 오른팔 위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득!

"끄으아악!"

혼절했던 조광이 갑작스러운 고통에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 네가 누구의 팔을 부러뜨린 것인지 아느냐?"

"한낱 대주의 팔을 부러뜨렸지. 다음에는 팔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백강휘의 서늘한 분위기에 백자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다음에는 목을 부러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주의 자식에게 진검을 들이댔으면 그 대가를 치뤄야지."

억지였다.

먼저 진검을 들라고 한 것은 바로 백강휘였지 않은가.

"대체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백자후는 항상 무시하던 백강휘가 우상이라 할 수 있는 조광을 일격으로 쓰러뜨린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럼 네가 직접 확인해 볼 테냐?"

"뭣?"

백강휘의 도발에 백자후는 입을 다물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조광을 대신해서 나설 무인을 찾았다.

하지만 가주를 제외하면 백씨세가에서 가장 강하다는 조광을 일격에 쓰러뜨린 백강휘를 상대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겁쟁이들! 백씨세가의 무인이란 녀석들이 겁에 질린 꼴이라니!"

날카로운 눈으로 백호대 무인들을 노려보며 외치는 백자후를 보며 백강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네가 덤벼라. 네놈이 겁에 질려 있으면서 부하들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창피한 줄 알아야지."

"뭐라고?"

백강휘의 신랄한 말에 백자후가 이를 으득 갈며 그의 앞에 섰다.

"운 좋게 백호대주를 이겼다고 너무 기고만장한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보는 눈이 없는 것이고."

"아니면 정말로 사술이라도 익힌 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생각이 짧은 네가 백씨세가의 가주가 될 것을 생각하니 세가의 미래가 암울하군."

"망할 새끼."

백강휘를 노려보며 백자후가 검을 뽑아 들었다.

'크윽. 이럴 생각이 아니었거늘.'

백강휘의 도발에 저도 모르게 앞에 나서긴 했지만, 막상 그와 마주하고 있으니 압박감에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도 알고 있었다.

백강휘가 백호대주를 이긴 것이 우연이 아니란 것도, 사술이 아니란 것도.

하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시작!"

어디선가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고, 곧 그의 눈앞에 백강휘의 주먹이 점점 커지는 것이 보였다.

-퍽!

그리고 얼굴에서 느껴지는 충격과 함께 백자후는 백호대주 조광처럼 일초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힘 조절하기도 어렵군."

백강휘의 그런 목소리가 멀다고 느끼며 백자후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