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투왕-19화 (19/43)

〈 19화 〉 5장. 형문채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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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형문채(荊門寨) (1)

무한을 떠난 백강휘와 우일향은 곧바로 서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형문산이라. 굳이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데 산적을 처리해야 하는 건가."

"비록 배를 타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지만, 육지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무한은 장강을 이용하는 거래방식이 발달했지만, 그 강이 중원 전 지역에 닿는 것이 아니니 육지를 이용하는 때도 많았다.

"장강으로 가는 것은 빠르지만 결국 장강수로채로 연결되니까요."

"산적이냐 수적이냐 인가?"

"아마 장강수로채에게는 통행료를 계속 지불할 것입니다. 그러니 녹림에게 지불하는 것이 아까운 것이겠죠."

"여전히 이해가 안 되네."

백강휘에게 산적이나 수적은 결국 퇴치할 뿐인 존재였다.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였기에 상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적에게는 돈을 주지만, 산적에게는 돈을 주는 것이 아깝다니.

"간단히 말하면 장강을 자주 이용하니 수적들의 요구는 거부하지 않는 것이고, 산은 가끔 이용하니 처리하고 싶은 것이겠죠."

"오히려 자주 이용하는 곳을 처리하고 싶어야 하는 것 아냐?"

"괜히 그놈들과 적이 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장강과 달리 산을 이용하지 않고 돌아서 가면 녹림을 만나지 않으니 굳이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계속 돌아가면 되는 것을."

"그 시간도 아까우니 공자님을 이용하는 것이겠죠."

"녹림의 후환도 무서우니 그것도 날 이용하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아무리 녹림이라고 하더라도 정의맹에 속한 문파를 쉽게 공격할 수는 없었다.

괜히 백씨세가를 건드렸다가는 정의맹 전체는 아니더라도 무당과 제갈세가가 움직일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럴 것이면 직접 처리할 것이지."

"하하하."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당이나 제갈세가 같은 대문파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녹림을 처리해서 명성을 높일 생각보다 같은 정의맹에 속한 세가가 당했을 때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다니.

"더는 높아질 명성도 없으니 빚이라도 지우겠다는 뜻인지."

"그럴지도 모르지요."

백강휘와 우일향은 쉬지 않고 형문산으로 이동했고, 며칠 후 형문산 근처에 있는 의창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흠. 생각보다 여기 있는 녹림이 꽤 강한 모양이지?"

"예전에는 형문산에 형문파란 문파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모양입니다."

의창에 도착한 백강휘는 곧바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객잔에 자리를 잡았다.

"작은 무관 정도는 있지만, 문파라 칭할 수 있는 곳들이 없네."

"예. 가깝기 때문인지 산적들이 자주 오는 모양입니다."

형문산에 있는 놈들은 형문채(荊門寨)라는 이름의 산채였다. 그리고 지금은 멸문해버린 형문파를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문채는 의창에 문파가 생기는 것을 견제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머리가 좋네. 어쨌든 문파가 생기는 것을 견제하면서 의창에서 공물을 받는 것을 보면."

"예."

"그런데 관은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뇌물을 받은 것이고."

관과 문파가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은 들었지만, 설마 녹림도 관과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재미있네."

백강휘는 우일향이 의창에서 얻어온 정보를 듣고는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그곳 산채가 꽤 강한 편인가 보군."

"녹림십팔채 중에서 서열 오 위라고 합니다."

"녹림의 본산이 호북으로 알고 있는데 오 위가 호북에 있다라."

녹림의 본산은 대별산으로, 호북과 하남, 안휘의 경계에 있다.

"오히려 높은 순위라서 본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지요. 그런데 그런 곳에 정말 둘이서만 가는 겁니까?"

"무서워?"

백강휘의 질문에 우일향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아직 일류의 수준이니까요. 형문채에는 초절정 고수는 없지만, 채주와 부채주가 절정 고수라고 합니다."

"둘 만?"

"그리고 일류고수가 꽤 있다고 합니다."

산채 주제에 생각보다 꽤 절정 고수가 둘이라니.

백씨세가에는 가주 혼자 절정 고수이고, 그다음으로 강하다는 조광이 절정을 바라보는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강한 편이었다.

"그 정도로 강하니 의창을 차지할 수 있었겠지. 그럼 형문파를 멸문시킨 것도 녹림인 건가?"

"그건 아닙니다. 형문파는 더 오래전에 멸문했다고 합니다."

형문파의 멸문은 녹림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고, 더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럼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우일향은 백강휘를 따라나섰지만,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겨우 산적 주제에 그보다 강한 고수가 많다고 생각하니 발이 마치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너에게 싸우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

"······."

사실 그게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우일향은 그저 약한 자신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백강휘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산채에는 몇 명이 있는데?"

"백 명 가까이 있다고 합니다."

산채치고는 꽤 규모가 컸다. 분명 녹림십팔채에 속한 곳이기에 그런 것이리라.

열여덟 개에 속하지 못하고 그 산하에 있는 산채들의 산적들이 많아봐야 스물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놓치는 놈들이 나올 수도 있겠네."

백강휘 혼자서는 도망가는 사람들까지 전부 죽이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우일향이 도망가는 산적들을 전부 죽일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오지 않는 것이지?"

이미 형문산에 올라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산적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통행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영업을 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가 과거 형문파였던 곳이자 지금은 형문채가 산채로 쓰고 있는 곳입니다."

우일향이 가리킨 곳에는 결코 멀쩡하다고 말할 수 없는 전각들이 보였다.

"와하하핫!"

그리고 그 안에서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즐기자고!"

커다란 외침과 함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의창에서 공물을 받았다더니, 한동안 영업을 쉬는 모양입니다."

"흠. 그래도 될 정도로 산적이란 것은 돈을 잘 버는 건가?"

"본산에 얼마 정도 바쳐야겠지만, 이놈들은 의창이라는 주기적인 돈벌이 수단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날을 잘 잡았나 보네."

다들 술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닐 테니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형산파라고 쓰여있는 대문을 두 명의 산적이 지키고 있었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쓰는군.'

백강휘는 복면을 쓰며 그리운 감정이 들었다.

굳이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다. 어차피 그가 처리하는 것을 호북상회나 하오문에서 알고 있으니 소문은 퍼질 것이다.

'혈교놈들과 싸울 때 많이 썼는데.'

처음에는 혈교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썼었는데, 결국에는 복면을 쓰고 있어도 놈들은 백강휘의 정체를 귀신같이 알아냈다.

어쨌든 지금 백강휘가 복면을 쓴 것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습관 같은 것이었다.

"고, 공자님?"

복면을 쓴 백강휘가 갑자기 정문을 향해 걸어가자 우일향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누구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백강휘를 보며 산적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휙!

백강휘는 그런 산적들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며 일권을 내질렀다.

-쾅!

백강휘에게 얻어맞은 산적의 배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뭣?"

배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지는 동료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또다른 산적의 머리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퍽!

간단하게 산적의 머리까지 터뜨린 백강휘는 목없는 시체를 집어 들고는 굳게 닫혀있는 대문을 향해 던졌다.

-쾅!

시체로 인해 굳게 닫혀있던 문이 부서지며 길이 생겼고, 백강휘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구나.'

우일향은 그런 백강휘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백강휘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처음으로 보았다.

전혀 망설임 없이 단 일격으로 상대를 죽이는 모습은 무척이나 깔끔해 보였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망설임이 전혀 없어.'

대부분 처음에는 살인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강휘는 마치 별것 아니란 것처럼 너무나 쉽게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

아무리 세가로부터 도망 다닐때 백호대원을 죽였다지만, 놀랄만한 모습인 것은 사실이었다.

"어떤 멍청한 놈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혼자서 쳐들어오다니!"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우일향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그 역시도 복면을 하고 곧바로 대문을 향해 움직였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술과 음식을 손에 든 채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산적들이 보였다.

"얼굴을 가리고 온 놈이 좋은 목적으로 이곳에 왔을 리가 없지. 현상금이라도 노리고 온 것이냐?"

형문채의 채주는 술잔을 휙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복면을 쓴 백강휘 때문에 무척이나 기분이 나빠진 상태였다.

"한창 즐기고 있을 때 오다니."

얼큰하게 취하고 있을 때, 요란하게 등장하며 분위기를 깬 백강휘를 노려보며 채주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느새 그의 부하로 보이는 산적이 그의 손에 거대한 도끼를 하나 올려주었다.

"너만 덤빌 거야? 부채주는 안 덤비고?"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무공도 모르는 네놈 하나 상대하는데 나까지 나서야 할 것 같으냐?"

채주 옆에서 술을 같이 마시던, 채주와 비슷한 덩치의 사내가 외쳤다. 그러자 산적들이 모두 낄낄거리며 백강휘를 비웃기 시작했다.

"여기 온 네놈의 용기가 가상하니 상으로 머리를 두 쪽으로 쪼개주마."

채주는 곧바로 백강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빠르게 백강휘를 죽이고 다시 술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후웅!

채주가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자 백강휘가 슬쩍 뒤로 물러나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제법 한 수가 있는 놈이었구나."

채주는 그렇게 외치며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고, 백강휘는 그 공격을 피해내며 주위를 살폈다.

자신의 채주가 질 것으로 생각하는 산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 여인들이 잡혀 온 사람들인가?'

목 없이 나뒹굴고 있는 시신들과 그 시체를 보며 울고 있는 여인들.

아마 저 시체는 저 여인들의 연인이나 가족이었던 남자들일 것이다.

분명 저 여인들의 앞에서 저들을 죽였겠지.

'생각보다······.'

백강휘는 협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생에서도 그러했다. 불의를 보면 지나치기 일쑤였다.

돈이 되지 않는 일에는 절대 나서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군.'

하지만 여인들의 앞에서 사람을 죽이며 낄낄거렸을 이놈들을 보니 혈교의 놈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나빠졌다.

-콱!

"헙!"

백강휘는 피하는 것을 멈추고는 손을 들어 채주가 휘두르는 도끼를 잡아냈다.

도끼의 날에는 푸른색 무형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지만, 백강휘는 너무나 가볍게 그 도끼를 잡아냈다.

"가, 가······."

백강휘의 손을 감돌고 있는 칠흑의 강기를 보며 채주가 말을 더듬었다.

-퍽!

백강휘가 왼손으로 일장을 내질렀고, 채주의 머리가 단번에 터져버렸다.

"······."

주위가 조용해졌다.

채주의 피와 살점으로 젖은 얼굴의 백강휘는 무척이나 기괴한 모습이었다.

"주, 죽여!"

부채주가 부하들을 향해 외쳤고, 백강휘는 그를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부채주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보다 백강휘가 더 빨랐다.

"너도 죽는 것이 좋겠군."

"우, 우리를 죽이면 관에서 돈을 많이 못 받을 것이다!"

그러니 살려달라고 부채주는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목표가 살아있을 때 관에서 상금이 더 많이 나왔으니까.

"필요 없어."

그런 부채주를 향해 백강휘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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