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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30화 (30/43)

〈 30화 〉 8장. 십이신룡(十二新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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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십이신룡(十二新龍) (2)

'대단하군.'

어린 소녀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정순한 내력에 태허 진인은 감탄했다.

백강휘를 볼 때도 감탄했지만, 지금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어째서 자네가 빈도를 데려 온 것인지 알겠군."

"저도 처음 보는데,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우가 고생을 했겠군요."

백서희는 멍하니 두 사람을 보다가 백강휘의 뒤로 몸을 숨겼다.

"몸속에 내재된 내력의 양도 많고 정순하며 근골도 뛰어나니 탐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태허 진인은 백강휘를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무당에서는 여제자를 받지 않는다네."

"속가제자가 있지요."

"으음."

속가제자 중에 여제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당파 최고의 고수인 태허 진인의 속가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속가제자가 되면 배우는 무공에 한계가 있네."

"하지만 그것이 진인이시라면 다른 이야기지요. 그리고 이 아이를 보고서도 자신있게 그리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태허진인은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백서희를 바라보았다.

'십이신룡 정도의 근골은 아니야.'

뛰어나지만, 천재라고 불릴 정도의 근골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당의 기본 무공을 빠르게 흡수해 나갈 정도의 근골은 되었다.

'가장 욕심나는 것은 저 정순한 내력이지.'

곧바로 무당의 내공심법과 조화될 정도로 정순한 내공이었다.

"진인께서는 욕심이 나시는 모양이군요."

"사실일세."

백강휘 덕분에 영약을 흡수해 정순한 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단련도 되어 있는 상태였다.

당장 검을 들고 무공을 배워도 되는 수준이었다.

"조금만 시간을 주겠나? 당장 떠나는 것이 아니니 말일세."

"진인께서 편하신 대로 하시지요."

태허 진인은 어느새 백강휘의 등 뒤에서 나와 남궁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백서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서로의 여동생이 같이 친해져서 다행인 것 같군."

"그런 것 같군요."

백강휘는 그렇게 말하며 남궁설을 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남궁설의 뛰어난 미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백강휘는 남궁설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이기에 지나가다 만날 수 있었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백강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설아야. 그 아이를 데리고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오겠느냐?"

"그래도 되나요?"

남궁설이 눈을 반짝이며 백강휘를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가자.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실 모양이구나."

"네!"

남궁설과 백서희가 손을 꼭 잡고 나가자,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자네는 우리가 왜 왔는지 아는가?"

"신룡(新龍)을 뽑기 위해 후기지수들을 데려가시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이전의 이야기일세."

백강휘의 대답을 들은 남궁혁이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들이 새로운 신룡들일세. 열두 명의 신룡. 십이신룡이지."

"음."

잘 찾아보면 저들보다 뛰어난 후기지수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무 대회를 열어서 신룡을 뽑았는데 그가 흑사궁의 간자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신분이 확실하면서도 뛰어난 아이들을 뽑을 수밖에 없었지."

"아쉽군요. 비무 대회를 하면 저도 참여하려고 했는데."

"허허. 자네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거늘. 농이 지나치는군."

태허 진인이 웃으면서 그를 말렸다. 분명 그가 등장했으면 저 후기지수들은 너무나 큰 차이에 절망만 맛봤으리라.

"어차피 진인께서 오셨으니 다 필요 없는 이야기지요."

"자네는 그것을 통해서 인연을 쌓으려 했군."

"저 아이에게 좋은 스승을 구해주고 싶었으니까요."

백강휘의 대답에 태허 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비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많은 인연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십이신룡이라. 마치 흑사궁의 십일사호(十一邪虎) 같군요."

"그들을 의식한 것은 맞네. 그래서 사람을 한 명 더 뽑았지."

십일사호는 흑사궁의 후기지수들이었다. 그 재능이 상당하여 사파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 명백한 자들이었다.

"굳이 오룡삼봉처럼 사람을 제한할 필요가 없었지."

결국 오룡삼봉은 과거의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전에는 분명 오룡삼봉이었어.'

전생에서는 십이신룡이 아니라, 비무대회를 열어 오룡삼봉을 뽑았었다.

하지만 백강휘를 본 남궁혁의 주장으로 인해 십이신룡이라는 것을 새로 만들게 된 것이다.

"저 아이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중원을 돌고 있다네."

"그래서 두분께서 인솔하시는군요."

"그렇네. 호위도 두지 않고."

그것은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언제까지나 편한 생활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말일세, 아우도 함께 하겠는가?"

"자네!"

남궁혁의 말에 태허 진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백강휘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백씨세가가 지금 막 커지고 있는데 자네가 빠지겠다는 건가?"

백강휘의 유명세로 인하여 백씨세가가 커진다는 것은 태허 진인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같은 호북에 위치하였기에 듣기 싫어도 들려올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대우가······."

남궁혁의 말에 태허 진인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분명 백씨세가는 백강휘의 덕을 많이 보고 있는데, 백강휘의 거처는 너무나 초라했다.

게다가 그들이 왔음에도 가주가 부르지 않았다.

"이 우형은 솔직히 여기가 마음에 들지 않네."

남궁혁의 솔직한 말에 태허 진인은 입을 다물었다.

의형제인 남궁혁도 민감한 주제였기에 그가 끼어들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네가 이곳을 나와서 날개를 펼쳤으면 좋겠네."

"그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굳이 이들에게 무력으로 세가를 차지하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백씨세가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남궁혁은 백강휘의 대답에 반색했고, 태허 진인 역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가에서 중용받지 못하는 자식들이 세가를 떠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서 빛을 보지 못할 바에는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태허 진인도 백강휘를 위해서는 그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일찍 움직이고 싶었지만, 저 아이와 모친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백강휘가 떠나면 남우혜와 백서희는 다시 장문영의 핍박을 받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백연호에게 버려진 두 사람이지 않은가.

"진인께서 저 아이를 제자로 받아주신다면 저 아이의 모친만 남겠지요."

그렇다면 남우혜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린다.

"아직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네만."

태허 진인이 툭 내뱉었지만, 백강휘와 남궁혁은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돌아가실 곳은 있으신 건가?"

"고향이 따로 있다고는 들었지만, 가족은 없다 들었습니다."

남우혜는 고아가 아니었지만, 그녀가 이곳으로 와서 백서희를 낳고 몇년 후에 부모와 사별했다고 들었다.

"자네만 괜찮으면 본가로 모실 수도 있네."

"그걸 정하는 것이 제가 아니니 걱정이지요."

여기서도 눈칫밥을 먹고 있는 남우혜인데, 과연 남궁세가에서 괜찮을 지가 걱정이었다.

"마침 내 모친께서도 계속 적적하시다고 하시니 좋은 말동무가 될 것 같은데."

남우혜와 백서희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것은 아니지만, 남궁혁은 백강휘를 대하는 백씨세가를 보며 그들의 상황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백강휘가 마음껏 날개를 펼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정 불안하면 무당에서 사람을 보내 그녀를 보호해줄 걸세."

"음?"

남궁혁의 확신가득한 말에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태허 진인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제자의 모친께서 힘들다고 하시는데 두 손 놓고 보고만 계실 겁니까?"

"아직 제자로 받은 것이 아니라니까."

태허 진인이 다시 말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 떠나고 싶으시면 본가로 모시면 되지 않겠는가."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대화를 나누면서 백강휘는 남우혜와 백서희가 남궁세가로 떠났을 때가 일을 진행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세가를 떠날 생각이라고 속인 것은 미안했지만, 그 덕분에 남우혜와 백서희의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말년에 제자라.'

이미 자신의 의견 따위는 묻지도 않고 대화를 진행하는 두 사람을 보며 태허 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백서희를 가르치는 것이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 *

"저 자가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할까?"

"제왕검과 태극검왕께서 칭찬하셨으니 그렇겠지."

남궁혁 일행이 백씨세가에 오고 삼 일이 지났을 때, 십이신룡들은 도저히 지루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 지나가는 백강휘는 그들에게 좋은 주제거리가 되었다.

"한 번 붙어보면 알겠지."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 참지 못하고 백강휘에게로 향했다.

"잠시 기다리시오."

백강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거대한 덩치의 청년이, 순박한 웃음을 짓고는 그를 보고 있었다.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황보영목이라 하오."

"백강휘요."

"그건 알고 있고, 한 판 붙어봅시다."

백강휘는 다짜고짜 붙어보자는 황보영목을 가만히 보았다.

"솔직히 말하겠소! 제왕검이 그렇게 칭찬하는 그대의 실력을 보고 싶소."

"한 번 보여주시구려."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소!"

근처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십이신룡 중 몇 명이 외쳤다.

"설마 무서운 것은 아니겠지?"

"제왕검이 인정한 사람인데?"

심지어 여기저기서 백강휘를 비웃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저들은 무시하고, 어쩔 것이오?"

제왕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꼬운 몇 명과 다르게, 황보영목은 정말 순수한 의도로 백강휘에게 다가왔다.

제왕검이 인정할 정도면 분명 강자일 것이니, 한 번 붙어보고 싶은 것뿐이다.

"솔직히 그대에게 한 수 배워보고 싶소이다."

"그러시오."

그렇기에 백강휘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더 오셔도 좋소."

백강휘가 십이신룡을 보며 말하자 굳어진 얼굴로 몇 사람이 일어섰다.

"이거 일이 재밌어 지는군."

하지만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남궁혁으로 인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런데 내 의동생이 그렇게 못미더운 건가? 아니지, 이건 내 눈을 의심하는 건가?"

남궁혁이 날카로운 눈으로 보자 십이신룡이 움찔했다.

"하하. 농이니 그리 굳을 필요 없다네. 어쨌든 이것이 좋은 기회니 다른 자들도 부르게."

남궁혁의 말에 결국 각자의 객실에서 쉬고 있던 신룡들마저 전부 불려나왔다.

"자, 나머지 분들은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소."

물론 십이신룡만이 아니라 백씨세가의 식객들마저 나왔기에, 남궁혁은 그들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제왕검이나 태극검왕과 친분을 쌓을 수 있을까 싶어 기웃거리던 그들은 백강휘의 무공을 견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궁혁에게 쫓겨났다.

"미안하오."

정파의 신룡들이 무참히 깨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 모였으면 움직이지. 자네의 연무장으로 가겠나?"

"연무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가시죠."

남궁혁은 지체하지 않고 십이신룡을 이끌고 백강휘의 거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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