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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34화 (34/43)

〈 34화 〉 9장. 사천당가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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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사천당가 (2)

"후후, 고생하셨소."

바닥에 주저앉은 남궁설을 보며 당기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남궁설은 그런 당기를 올려다보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에는 간담이 서늘했소."

"이익!"

남궁세가의 중검은 기세로 상대를 압박하여 공격하는 검술이다.

만약 남궁설의 기세가 끝까지 유지되었다면 당하는 것은 오히려 그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승리를 쟁취한 것은 바로 당기였다.

"거기까지."

남궁혁이 빠르게 움직여 남궁설과 당기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후후. 보셨소? 본 공자가 소협의 여동생을 꺾는 것을 말이오."

"잘 봤소. 설마 독을 사용했을 줄은 몰랐지만."

"아아. 미안하게 되었소."

당가의 사람에게 독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검을 사용하는 무인에게 검을 들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렇기에 독을 사용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정의맹에 소속된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독을 사용할 줄이야.

"단순히 몸을 마비시키는 독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오. 해독약이오."

해독약을 건넨 당기는 여전히 남궁혁의 굳은 얼굴이 풀어지지 않는 것을 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되었소. 암기 손질을 하며 습관적으로 독을 발랐는데, 그걸 미처 제거하지 못한 것이라오. 일부러 독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괜한 드잡이질을 할 수 없었기에 남궁혁은 남궁설에게 해독약을 먹였다.

"죄송해요."

"죄송할 것이 무어냐. 질 수도 있는 것이지."

남궁세가의 사람이라고 항상 승리만 쟁취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패배를 겪어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럼 이번엔 나와 한 번 해보겠소?"

그렇다 하더라도 남궁혁은 동생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할 성격이 되지 못했다.

"어찌 본 공자가 여섯 군주를 일곱 군주로 바꿀 수 있는 분과 싸우겠소."

현재 무림에서는 육군(六君)을 칠군(七君)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생겨나고 있었다. 당연히 그 대상은 남궁혁이었고.

당기가 그것을 꼬집으며 시선을 돌리자 남궁혁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백 아우와 싸워보고 싶다 하셨소? 곧 자리를 마련해 보겠소."

"흐음."

당기는 그리 끌리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부탁하오."

"후후."

부탁이라는 남궁혁의 말에 나오자 당기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좋소. 그럼 언제로 할 것이오?"

"내일 이 시간에."

"그럼 내일 뵙겠소."

위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제왕검이 자신에게 머리를 숙였다는 사실에 당기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떠나갔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무엇이 너 때문이냐?"

다시 한번 이어지는 남궁설의 사과에 남궁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무척이나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가볼 곳이 있어서."

"아,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여있던 십이신룡들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어서 들어가서 쉬도록 해라. 지쳤을 터이니."

남궁설까지 객실로 돌려보낸 남궁혁은 곧바로 백강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도움이 필요하네."

"형님께서 제게 도움을 요청하실 일입니까?"

객실에만 있던 백강휘였기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기란 자, 알고 있는가?"

"알고 있습니다."

무한에서는 그를 이용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백호대의 추격을 잘 피해냈고.

"동생이 그자와 싸워서 졌네."

"흐음."

"독 때문에 몸이 마비되었지."

"당문의 사람이니 독을 쓰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히려 독을 쓰지 않은 상대에게 지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알고 있네. 하지만 화가 난다네."

"형님께서는 같은 정의맹 소속에게 독을 사용한 것이 화가 나는 겁니까? 아니면 남궁 소저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독을 쓴 것이 화가 나는 겁니까?"

"···전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군."

백강휘는 분한 표정의 남궁혁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나?"

"형님께서도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해줄 것인가?"

남궁혁의 질문에 백강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오셨다는 것은 그자가 형님이 청한 비무를 거절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자는 저와 싸우고 싶어 하고."

"그렇네."

정확히 상황을 짚어내는 백강휘를 보며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네만, 해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분명 당기와 싸우는 것은 그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당기와 싸워서 남궁혁과의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면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언제입니까?"

"내일일세."

"알겠습니다."

백강휘의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남궁혁은 기쁜 표정으로 돌아갔고, 백강휘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후후. 드디어 뵙게 되었구려."

그리고 다음 날, 백강휘는 남궁설이 당했던 그 장소에서 당기와 마주 서고 있었다.

"으음. 하필이면."

어제와 다른 점이라면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만석과 그의 딸인 당우령, 그리고 태허 진인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어차피 비무였지 않습니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거듭되는 당만석의 사과에 남궁혁이 오히려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독까지 썼다고 들었네."

"백 아우가 그러더군요. 당가의 사람이 독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요."

"으음."

사실 당가는 정의맹에서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독과 암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생각이 트여있는 젊은이로군."

백강휘를 바라보는 당만석의 눈에 기특함이라는 감정이 깃들었다.

'안 좋군.'

그것을 보며 남궁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만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하면 되겠소?"

태허 진인이 나서며 묻자 백강휘와 당기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독제가 없거나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독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당기는 이어지는 당만석의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강휘를 보았다.

"요즘 무림에서 위세를 떨치는 백 소협과 싸우게 되어 영광이오."

당기는 자신의 말에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백강휘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건방진 녀석. 하늘 높은지 모르는 그 콧대를 짓뭉개주지.'

속으로 욕을 내뱉은 당기가 비수를 꺼내 들었다.

어젯밤, 정성스럽게 독을 발라둔 비수들이었다.

'해독제는 있지만, 조금 위험하긴 할 것이다.'

남궁설에게 사용한 독과는 차원이 다른, 자칫하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의 독이 발려 있었다.

"시작하시오!"

태허 진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당기는 백강휘를 향해 비수를 던졌다.

-쉬익!

하나의 비수가 백강휘의 가슴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호오!"

그 비수를 너무나 가볍게 잡아낸 백강휘를 보며 당기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물론 가볍게 받아낼 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자신이 잡았던 그 부분만 정확하게 잡을 줄이야.

'꽤 조심성이 강한 성격이로군.'

물론 백강휘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단순한 탐색이긴 했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쉭! 쉭! 쉭!

당기는 지체하지 않고 비수들을 던졌고, 백강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것들을 피해냈다.

'독무를 사용할 수도 없고.'

생각보다 비수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당기는 순간적으로 독무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독무를 사용하면 구경하는 십이신룡이나 태허 진인, 남궁혁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만석이 그 꼴을 보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던지는 비수가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서 노릴 수밖에 없었다.

당기는 곧바로 발을 굴러 빠르게 백강휘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쉭! 쉭!

그리고 계속해서 백강휘를 향해 비수를 던졌다.

"으음!"

그럼에도 백강휘는 제자리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 비수를 피하고 있었다.

마치 당기가 어디에서 어디를 노리고 비수를 던지는지 알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대단하군."

당만석은 그 비수들을 너무나 쉽게 피하는 백강휘를 보며 감탄했다.

"엇?"

그러던 당만석의 눈에 당기가 품속에서 하나의 통을 꺼내는 것을 발견했다.

'저 녀석이 결국 저것을.'

사천당가의 최고 절기는 바로 만천화우(滿天花雨)다. 그리고 가주가 되어야 익힐 수 있는 절기였다.

그렇기에 당가에서는 만천화우 정도는 아니지만, 엇비슷한 암기를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바로 당기가 들고 있는 통이었다.

-푸슈슈슛!

당기가 통을 조작하자 그 안에 있던 무수히 많은 침이 하늘로 솟구쳤다.

"뒤로 물러나시오!"

당만석이 급히 외치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하늘로 솟구쳤던 수많은 암기가 마치 폭우처럼 백강휘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좀 위험하겠는데.'

비수처럼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천화우에 비하면 그 수가 부족하긴 하지만, 폭우라고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암기의 수가 부족하니 그 범위가 넓을 수가 없지.'

만약 백강휘의 경지가 더 높았다면 강기로 막을 쳐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의 백강휘에게 그것은 힘든 일이었기에, 그는 곧바로 당기를 향해 움직였다.

"읏!"

거의 제자리에 있던 백강휘가 빠르게 움직이자 당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발이 느린 것이 아니었나?'

거력패도와 싸웠을 때, 백강휘는 제자리에서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발이 느리다고 생각하였는데, 백강휘의 움직임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속도였다.

"이익!"

접근하는 백강휘에게 비수를 던졌지만, 백강휘는 고개만 살짝 움직이며 그것을 피해버렸다.

"제길!"

결국 당기는 품속에서 하나의 병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곧바로 백강휘를 향해 던졌고, 이어서 비수 하나를 다시 던졌다.

'독?'

곧바로 던진 비수는 이 독이 든 병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리라.

빠르게 결론을 내린 백강휘는 단숨에 병을 받아들고는 곧바로 발을 차올려 비수를 쳐냈다.

"헛!"

이어 당기의 코앞까지 접근한 백강휘가 당기의 복부를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당기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호오. 저것 참."

그 짧은 시간에 백강휘는 저 병이 깨지면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것을 받아냈다.

태허 진인은 백강휘의 빠른 판단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망할 놈이.'

하지만 당만석은 백강휘가 들고 있는 병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당기가 사용한 독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위험한 독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거늘.'

당기가 백강휘의 일격을 버티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보는 사람이 많은데, 저 위험한 독을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소협, 그 독을 이리로 주겠나?"

"여기 있습니다."

혼절한 당기를 노려보던 당만석은 곧바로 백강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품속에 집어넣었다.

"아마 자네가 받아내지 않았으면 위험했을 걸세."

"다행이군요."

"저 녀석의 무례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그에 따른 것은 당가에서 처리하겠네."

백강휘는 당만석에게 짧게 예를 취하고는 남궁혁에게로 움직였다.

"고맙네. 설아가 봤으면 좋아했을 걸세."

현재 남궁설은 자신의 객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대결을 보지 못하였지만, 남궁혁은 굳이 그녀의 이름을 꺼냈다.

하지만 백강휘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처참하게 져버렸군요."

"저 녀석 정도면 본가에서도 알아주는 고수인데 말이지."

당만석은 다가오는 딸을 보지도 않고 백강휘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미 후기지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만."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그 동작은 당만석도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독병을 받아내고는 비수를 걷어차고, 다시 당기에게 접근한 그 움직임.

전혀 끊김이 없고 너무나 부드러워 마치 하나의 동작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딸아. 혹시 저 젊은이와 혼인할 생각은 없느냐?"

"······."

혹시나 해 물어보았지만, 당우령은 대답 없이 당만석을 노려보고는 몸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당만석의 시선은 그런 딸이 아니라 백강휘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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