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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38화 (38/43)

〈 38화 〉 10장. 흑호오제(黑虎五弟)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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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흑호오제(黑虎五弟) (4)

"자네가 상대한 것은 몇 번째였나?"

"세 번째라고 했습니다."

"으음!"

웃으면서 다가왔던 남궁혁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자신보다 더 높은 상대와 싸웠으면서 더 빨리 끝내고 돌아온 백강휘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낀 것이다.

"그보다 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죠."

"그러세. 그런데 자네들도 함정을 이용하지 못했나?"

"감이 좋더군요."

백강휘쪽이 준비한 함정을 이용하지 못한 것처럼, 남궁혁 역시 준비했던 함정을 이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우는 진인께서 계신 곳으로 가보게. 아무래도 십이신룡이 걱정돼서 말이야."

남궁혁의 말에 백강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종일원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 힘들겠지만, 쉬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 어서 이동합시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기도 전에, 남궁혁은 지쳐있는 화산파 제자들을 독려하고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십이신룡이 걱정된다고 했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동생인 남궁설이었다.

화산파 장로들이 같이 있긴 했지만, 역시 걱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기인가?'

그렇게 십이신룡이 향했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던 남궁혁의 귓가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냐! 오늘 여기서 정파의 미래라 불리는 네놈들을 모두 죽여주마!"

남궁혁은 귀를 때리는 이 거친 외침의 주인이 흑호오제 중 한 명이란 것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먼저 가겠소."

걱정되는 마음에 남궁혁은 뒤에 오고 있는 화산파 제자들에게 말하고는 곧바로 그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화산파 제자들과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남궁혁의 눈에 십이신룡 몇 명과 엉켜서 싸우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보였다.

'다른 곳은?'

화산파 제자들은 흑호문도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흑호문도들 사이를 누리면서 암기를 던져대는 당우령이었다.

'일단 십이신룡들은 무사하군.'

화산파 제자들 중에서 죽은 자들도 있었다. 그것은 백강휘나 그와 함께 있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보다 십이신룡의 죽음이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반 화산파 제자들과 다르게 십이신룡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후계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생명의 무게를 나누는 것이 화산파 제자들에게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나마 독에는 중독된 건가?'

흑호오제 중 한 명인 오호(五虎)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고, 그런 오호를 상대하는 이들은 십이신룡 중 여섯 명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정파의 미래라는 소리를 들어도 결국 절정의 무인들이고, 그들 여섯이서 초절정 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오호가 당우령의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리라.

"우선 한 놈!"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고 하더라도 중독된 독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독을 어느 정도 억누르고 있을 수는 있었다.

그렇게 독을 억누르며 조금씩 적응해가던 오호는 어느새 십이신룡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우선 한 놈!"

오호가 노린 이는 바로 개방의 소방주인 자운이었다.

그는 곧바로 자운의 머리를 터뜨릴 요량으로 일권을 내질렀다.

'읏!'

자운은 곧바로 들고 있던 봉을 들어 올려 방어를 준비했지만, 점점 거대해지는 오호의 권을 보며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았다.

-쾅!

거대한 굉음이 자운의 귀를 강타했지만, 느껴져야 할 충격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남궁 소협?"

슬쩍 눈을 뜬 자운이 본 것은 바로 남궁혁의 등이었다.

'이렇게 거대했나?'

자신의 앞을 지켜준 남궁혁의 등이 무척이나 거대하게 보인 자운은 고개를 저었다.

"이 자는 내가 상대할 터이니 다른 이들을 돕게."

오호를 둘러싸고 있던 십이신룡들은 남궁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물러났다.

"으음. 제왕검이라."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 쉽게 막아낸 남궁혁을 보며 오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몸 상태가 정상이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남궁혁이었는데, 독에 중독되기까지 했다.

-후웅!

달려드는 남궁혁을 향해 일권을 뻗었지만,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형편없었다.

-쾅!

남궁혁의 검과 오호의 권이 부딪쳤고, 뒤로 밀려났던 오호는 남궁혁에게 유리한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다시 달려들었다.

-후웅! 후웅!

그는 계속해서 남궁혁을 향해 손을 내질렀지만, 그의 공격은 남궁혁에게 닿을 듯, 닿지 않았다.

"쿨럭!"

그렇게 계속 남궁혁을 공격하던 오호가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의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독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 독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피독주는 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호는 그 피독주가 없었기에 당우령의 독에 중독되어 이렇게 허망하게 죽게 된 것이다.

"망할 독 같으니라고."

내력으로 독을 억누르며 싸울 수 있었던 십이신룡과는 달리, 남궁혁과는 전력으로 싸워야만 했다.

남궁혁을 공격하며 독을 억누르던 내력까지 사용했고, 그 결과 억제가 없어진 독이 그의 몸을 빠르게 중독시킨 것이다.

'그러니 한 곳으로 가자고 하지 않았소.'

천천히 다가오는 남궁혁을 보며 오호는 의형들을 떠올렸다.

흑호오제의 진정한 힘은 합공을 할 때 나왔다. 개개인도 강하지만, 합공을 하면 단순히 다섯이 모인 것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아마 그랬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도 않았으리라.

-푹!

남궁혁은 이제는 녹 빛으로 변한 오호의 목에 검을 찔렀고, 바닥에 쓰러진 그는 여전히 허망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다친 곳은 없느냐?"

"네, 괜찮아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맡은 곳은 정리하였으니 이곳으로 온 것이다."

남궁혁과 함께 온 화산파 제자들까지 합류한 덕분인지 서 있는 흑호문의 무인은 한 명도 없었다.

"남궁 소협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오?"

남궁혁은 다가오며 묻는 화산파 장로의 의중을 단번에 파악했다.

이곳에서 죽은 제자들의 시신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백강휘가 싸웠던 곳도, 남궁혁이 싸웠던 곳도 화산파 제자들의 시신이 그대로 있었다.

"나와 아우가 싸웠던 곳도 장로께서 정리를 좀 해주시오. 아무래도 진인께서 계신 곳으로 가봐야 할 것 같소."

이제는 완전히 지쳐버린 화산파 제자들을 이끌고 가봤자 짐만 될 뿐이다.

"저도 가겠어요."

움직이려는 남궁혁에게 따라붙은 것은 남궁설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다른 십이신룡들 역시 그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비록 흑사궁에 속한 문파였지만, 사파의 무인들과 싸워 이긴 덕분인지 그들의 눈에는 자신감이 감돌고 있었다.

"놓치면 두고 갈 터이니, 전력으로 쫓아와야 할 것이다."

"예."

남궁혁이 훌쩍 몸을 날리자 십이신룡 역시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경공을 펼쳤다.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화산파 장로는 곧바로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그의 손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 * *

태허 진인과 자하검군 사중일이 맡은 곳에 도착하자마자 백강휘가 본 것은 엄청난 기세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태허 진인과 혈로도왕이었다.

-쾅! 쾅!

검과 도와 부딪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부딪칠 때마다 지축이 흔들릴 정도였고, 그런 두 사람의 전투에 모든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심지어 사중일과 일호(一虎)마저도 전투를 멈추고 태극검왕과 혈로도왕의 대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백강휘는 이것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앗, 백 소협?"

백강휘가 훌쩍 몸을 날리자 그를 뒤쫓아온 종일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에게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뭐냐, 네놈은?"

어느새 뒤로 다가온 백강휘를 보며 일호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고, 그 외침에 사중일마저 놀란 표정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쾅!

백강휘는 일호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곧바로 일호의 등에 일장을 내질렀다.

"크윽! 정파란 놈이 하는 짓은 완전히 우리 쪽이구나!"

하지만 초절정 고수들인 흑호오제의 맏형인 만큼, 일호는 곧바로 몸을 돌리며 백강휘의 공격에 반응했다.

"아쉽게 되었군. 죽일 수 있었는데."

"흥! 역시 정파 놈들이란."

사파의 사람들이 정파의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그들처럼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흑도라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고, 그렇게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이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이럴 것이라면 앞에서 깨끗한 척이나 하지 말았어야지.'

사파는 정파가 위선적이라 생각하고, 정파는 사파가 이기기 위해서라면 더러운 수단도 꺼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좀처럼 섞일 수 없는 것이다.

"백 소협!"

백강휘의 기습과 일호의 외침 덕분에 정신을 차린 사중일이 서둘러 백강휘의 옆에 붙었다.

"본인이 맡겠소."

사중일은 아무리 전쟁이라 하더라도 백강휘와 협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백강휘에게 그리 말하고는 곧바로 일호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저것이 자하검결.'

사중일의 검에는 자줏빛 강기가 어려 있었다.

'거칠다.'

그리고 사중일의 거친 검법은 일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가끔 일호가 찌르는 쾌검은 마치 화산의 거친 산세와 같은 사중일의 검에 철저히 막히고 있었다.

"크윽!"

일호는 사중일의 검법에 이를 악물었다.

태허 진인과 혈로도왕이 싸울 동안 모두 거기에 정신이 팔리고, 그의 의제들이 도착하면 협공하여 사중일을 죽이는 것이 처음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제들은 도착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백강휘 때문에 태허 진인과 혈로도왕의 싸움에 눈이 멀었던 사중일도 정신을 차렸다.

"생각보다 잘 막고 있지만, 그것도 곧 끝이구려!"

사중일의 거친 검을 막아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쉽게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화산파의 검은 육합검(六合劍)을 기본으로 하는데, 상대방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을 모두 차단하는 검이었다.

즉, 일호는 피하는 선택지 대신에 자하검군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빈틈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쉬익! 챙!

하지만 그의 검은 계속 자하검군의 검에 막히고 있었다.

'거리를 벌려야 한다.'

잠시 거리를 벌려서, 자하검군의 기세를 줄여야만 했다.

-후웅!

하지만 사중일의 검은 일호가 물러날 방향을 차단하며 공격해 들어왔다.

-챙!

또다시 그것을 쳐낸 일호는 곧바로 사중일의 배를 향해 발을 뻗었다.

-퍽!

사중일 역시 곧바로 장법을 펼쳐 그것을 막아내고는, 곧바로 일호의 목을 향해 검을 찔렀다.

"흥!"

일호는 허리를 숙여 사중일의 검을 피해냈지만, 사중일은 빗나간 공격에 아쉬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검을 거칠게 내려쳤다.

-쉬익!

일호는 몸을 살짝 틀면서 곧바로 사중일을 향해 검을 찔렀고, 그의 검은 한줄기 섬광이 되어 사중일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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