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10화. 오크의 사생활(2)
10화. 오크의 사생활(2)
“이제, 어떻게 할거야?”
“약초도 구했겠다. 철수해야죠! 바구니에 약초가 꽤 많아서 채집을 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나갈 건데?”
“쟤들 보니까 잡히면 갈가리 찢어버릴 기세던데. 누님도 위험하고”
“저한테 계획이 하나 생겼는데, 좀 그런 계획이에요. 들어보실래요?”
루시안이 씨익 웃으며, 약초를 들어 보였다.
“핵심은 이 약초에요!”
“설마?”
“그런 더러운 짓을?”
라펠라와 타몬트는 바로 알아챘다. 발터만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루시안은 하렌츠의 공방에서 가져온 휴대용 연금 도구를 꺼냈다. 만들 수 있는 양도 적고 질도 그리 좋지 않아 정말 급할 때나 쓰는 용도였다. 마나 정제수를 끓이고, 오크약초와 크나르 열매를 까서 집어넣었다. 그리고 푹 끓였다. 이상야릇한 냄새가 동굴 안에 퍼진다.
그때, 정찰을 나갔던 발터가 돌아왔다.
“우리가 있는 곳 주변으로 오크가 엄청나게 몰려들었어. 여기까지 도달하는 건 시간 문제야.”
거사를 방해당한 오크 족장이 길길이 날뛰었는지, 모든 오크가 몰려든 것 같았다. 듣는 둥 마는 둥 포션 제조에 몰입하는 루시안. 진하게 약효를 추출한 액을 희석해 여러 병으로 나누었다.
“시험작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름은 나중에 여러분이 지어주세요”
루시안이 완성된 포션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게 그거야? 이상야릇한 냄새가 나던데?”
“숲에 있던 밤꽃의 향기가······.”
“진짜로 그걸 쓰려고?”
“일단은 시험해봐야 해요. 얼마나 위력이 나오는지 얼마나 지속이 되는지. 현 상황에서 수적으로 압도적인 열세라 전투를 보조할 수단이 필요한데. 현재 가장 빠르게 넉넉히 공급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요.”
“이거 나중에 루시안이 광기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건 아니겠지?”
발터가 우려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아니지! 저 녀석은 밤의 제왕이 될 녀석이다. 저 녀석의 포션은 많은 남자를 구원하게 될 거다.”
타몬트가 역사의 길이 남을 업적이라고치켜세웠다. 라펠라가 뒤에서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주먹을 꽉 쥔다.
“일단, 시험작 1호에요 던져보시고 튀세요. 발터는 효과를 좀 확인해줘. 눈을 괴롭힌 대가는 지급할 테니까!”
“사냥꾼에 회의가 든다.”
일행은 머뭇머뭇 포션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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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이익췩 분명! 이쪽이다! 취익!”
“취익! 내 코가 불쾌한 냄새를 맡았다. 췩!”
열심히 주변을 뒤지던 다섯의 오크 사이로 분홍색의포션병이 떨어진다.
“취익?”
다섯 오크를 집어삼킨 분홍색 연기가 걷히자 그들 눈엔 핑크빛 하트가 새겨졌다. 그들은 새로운 사랑에 눈을 떴다.
“어우 XXX.XX XX”
발터가 열중해 있는 오크들의 머리에 화살을 날려 박았다. 발터는 복귀할 때까지 욕을 중얼거렸다. 어찌나 화가났는지, 루시안을 보자마자 멱살을 잡고 뒤흔든다.
“야이! XXX 기억 지우는 포션, 꼭 만들어 줘라! 두 번 만들어라. 꼭!!”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결과물을 확인했던 타몬트도 두손을 들었다. 라펠라는 그들을 필사적으로 외면했다. 포션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미안해, 발터. 꼭 내가 만들어볼게. 그러니까, 포션은 성공적이라는 거지? 그렇게 희석을 했는데도, 반응이 즉각적이라 거네? 대충, 섞어서 이 정도의 위력이면 잘만 연구하면 엄청난 약이 나올 수 있다는 건데.”
흡족해하는 루시안을 본 일행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시안은 가지고 있던 기능성 포션을 모두 꺼냈다.
“최루탄이 2병에, 비산폭발형, 독. 점착, 섬광이 각 3개씩이니까. 점착 포션은 누나하고 형이 가져가고요. 최루탄과 비산폭발형은 내가 가져가고 섬광은 발터가 써. 독은 일단 보류!”
“이제야, 제대로 싸우는 건가?”
타몬트가 대검을 들어 날을 살핀다.
“그 포션으로 체력 저하가 심할 테니까요 희석한 시험작 포션이 꽤 많아요.”
“체력 저하보다 정신적으로 공격하는 부분이 더 큰 거 같다. 오크들이 서로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근데, 루시안 그 의뢰인한테 그걸 그대로 줬다간 사고 날 거 같은데?”
“오크한테 효과를 보였으니, 사람한테는 과하겠지. 약효도 줄이고 작은 덩어리 형태로 굳힐 생각이야!”
”아하!“
”저기, 루시안 완성되면 나도 하나만!”
타몬트의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를 하시죠!”
“오크는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지점으로 사방을 포위하며 약 다섯에서 열 정도 씩 무리를 지어서 좁혀오고 있어. 그런 작은 규모가 총 50 부대야!”
“못해도 200마리는 넘는다고 이야기네!”
일행의 표정에 긴장감이 맴돈다.
“뭉쳐서 다니죠! 기회만 되면 바로 빠져나갈 수 있게요. 한 지점만 뚫고 나가는 거로 하죠!”
“여기에서 이쪽이 수도 방향인데. 그쪽이 가장 병력이 많아. 우리 마을가는 방향도 병력이 많고. 가장 약한 데가 네칸 항구 방향이야.”
“항구로 갔다가 수도로 가서 다시 마을로 돌아와야 하겠네!”
“힘든 길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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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정도 모여 움직이던 오크의 앞에 분홍색 포션이 떨어졌다.
“취익?”
그리고는, 사랑의 시간이 되었다. 타몬트의 대검이 크게 회전하면서 다섯의 오크 허리를 단숨에 갈라버렸다.
“형! 힘 아껴요. 갈 길이 멀어요.”
“눈이 더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다들,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부대만 노려서 급습하고 처리하고 하다 보니. 점점 오크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이젠 10마리씩 기본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이것들 머리가 꽤 좋은데?”
“저 앞에 오크 발견. 약 30마리 정도 됩니다.”
“후! 이번엔 제가 나설게요! 다들 잠시 쉬고 있어요.”
비교적, 뒤편에서 총알을 쏘아댔던 상황이라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 발터는 정찰로 바빴으니까.
“루시안 무리하지 말고!”
“걱정 마라!”
발터를 안심시키고는 바로 오크 무리의 측면 고지대로 향했다.
총구가 불을 뿜어내자 금속 탄환들이 오크의 몸을 찢어 나간다.
“그 놈이다! 취익췩 죽여라! 췩!”
두 개의 탄창을 절반가량 비워냈다. 12발은 한발의 낭비없이 오크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탄환을 아껴야 하니까! 몸을 좀 풀어볼까나!”
마나 블레이드를 일으키고는, 곧장 오크들 사이로 돌격했다. 오크의 거대한 배틀엑스가 루시안의 얼굴로 날아온다. 옆에 오크의 시체를 들어 공중으로 던지면서 측면으로 피한다. 도끼는 오크의 시체를 거침없이 가르고, 루시안이 빠져나간 공간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루시안이 피한 자리로 이번엔 글레이브가 찔러 들어온다. 총을 들어 글레이브를 타고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가슴에 바로 검날을 꽂아 넣고는 발로 머리를 가격해 뽑아내고 앞으로 구른다.
등 뒤로 두 개의 배틀엑스가 날아 들어온다. 몸을 최대한 눕혀 양쪽의 오크 둘의 다리를 검날로 스치고 지나간다. 다리를 다친 오크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몸을 바로 잡고는, 두 오크의 머리에 총알을 쏘아 넣었다.
“더럽게 많네! 이제 절반인가?”
루시안의 정면으로 글레이브가 날아든다. 거리가 있자 바로 글레이브를 집어 던져버린 것이다. 글레이브가 연달아 날아 들어와 지면에 박혀 든다. 구르고 뒤로 빠지고 피하면서 칼날을 박아넣고 총알을 쏘아댔다.
어느새, 한 마리만 남고 정리가 끝났다.
“12발 탄창 두 개에서 남은 총알은 각 3발. 후! 힘드네!”
“취이익! 넌, 힘 좀 쓰는 전사! 취익!”
거대한 배틀 엑스를 든 오크 한 마리가 루시안을 칭찬했다.
“날 좋아해도, 널 받아들일 순 없어!”
루시안이 땅에 박힌 글레이브를 뽑아내 던졌다. 땅에 떨어진 도끼는 무거워서 냅두고 그나마 가벼운 글레이브만 주웠다.
“취이익! 이런 하찮은공격으론, 날 이기지 못한다! 췩!”
배틀엑스를 살짝만 휘둘러 정확히 글레이브를 쳐낸다.
“저 도끼를 총으로 막는 건 무리야. 무긴과 후긴 정도면 모를까. 크로우의 성능으론 힘들어. 최대한 치고 빠진다.”
루시안이 총을 한발 쏘면서 시선을 돌리고 오크의 뒤를 잡아 등을 그었다.
“쥐새끼 같은 녀석 전사답게싸워라! 취이익칙“
“전사 같은 소리하네. 죽으면 다 끝이야!”
루시안은 치고빠지고 배틀엑스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 들었다. 오크는 점차 자잘한 상처들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오크가 화가 많이 났는지 발을 쿵쿵 굴리고는 도끼를 들고 있던 손 그대로 옆으로 쭉 펴 몸을 꼬아 회전하기 시작했다.
“도끼 든 놈들은 죄다 휠윈드네!”
루시안은 비산형폭발 포션을 꺼내서 오크의 직진 경로상에 던져두고 몸을 뒤로 굴려 바위 뒤에 숨었다.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지고,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 연기가 가시고 몸 여기저기 화상과 금속이 박힌 오크가 거친 숨을 내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루시안은 총구를 들어 머리를 날려버렸다.
“포션 하나 또 날려버렸네! 손해가 크다 커!”
일행들은 그새 쉬었다고, 아까보단 훨씬 나아 보였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걱정 많이 했다고!”
발터가 보자마자 잔소리다.
“대장 놈이 하나 껴있더라고!”
“뭐? 야! 위험하면 신호보내기로 했잖아? 지쳐서 그런 것도 놓치다니!”
발터가 시무룩해하자 루시안이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말해줬다.
“서두르시죠! 오크들이 점점 규모를 늘려가고 있어요. 지체했다간 여기가 무덤이 될 거에요!”
“이쪽으로 조금 더 가면 강이 하나 있을 거야. 강을 따라서 계속 내려가면 네칸 항구야.”
발터가 지도를 보며 목표 지점을 설명했다. 일행은 계속 나아갔다. 30마리씩 몰려다니는 오크들을 힘을 합쳐 썰어대었다.
어느새, 네칸 항구로 가는 길이 코 앞이다. 발터가 앞을 살펴보더니 일행을 멈춰세웠다.
“앞에 저희가 거사를 망쳤던 그부족장 오크가 있어요. 대략 100마리는 되어 보이는 오크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고요”
“어지간히 화났나 보다!”
“그 즐거운 시간을 망쳤으니, 화날만하겠죠!”
“다들, 포션 얼마나 남았어요?”
“치유 포션하고 마나 회복제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어. 점착 포션은 한 개 남았고!”
“나도, 마찬가지야! 기능성 포션들은 다 써버렸어!”
“남은 건, 점착 하나랑 독 포션 3개 그리고 그 시험작 포션이네!”
라펠라가 각오한 듯이 말했다.
“쓰는 게 진짜로 꺼림칙하지만.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그건 그래. 여기서 발이 붙잡히면 뒤에서 오크 시체를 따라서 오는 병력의 공격을 받게 될 거야!”
“점착은 라펠라 누나가 근접했을 때 부족장 오크를 노리고 쓰세요. 발터는 내 신호에 따라 독 포션을 날려줘!”
루시안이 남은 독 포션을 발터에게 넘겼다.
루시안은 일행들을 몸을 숨길만 한 바위가 있는 지점에 대기하라고 하고는 적들의 측면 지대로 향했다.
“야! 발정난 돼지야! 나 찾냐?”
루시안이 시선을 끌기 위해 도발을 감행했다.
“취익! 저놈이다! 취익! 내 신성한 의식을 방해한 인간! 취익 다들 저 놈을 죽여라! 췩!”
부족장 오크가 제자리에서 쿵쿵 뛴다. 루시안의 환대에 반응이 격하다.100여 마리라고 했지만, 여기저기서 자꾸 튀어나와 얼추 200마리는 되어 보였다. 조잡한 나무 창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루시안이 피한 자리에 창들이 꽂혀 울타리가 둘러진다.
적들을 최대한 몰아서 뭉치게 한 다음, 시험작 포션을 던져 넣었다. 어제의 전사들은 열렬히 사랑을 했다.
“이런! 정신 나간 오크들! 취이익! 오크의 명예를 저버린 자들을 죽여라! 취이익!”
뒤에서 루시안이 찢겨나가는 것을 보려고 했던, 부족장 오크는 약에 취한 오크를 보자 격분했다.
“오크 신이 노할 것이다! 취이이익!”
거대한 도끼를 뽑아 들고 약에 취한 오크들의 목을 쳐버린다.약에 당하지 않은 오크들도 각자의 무기로 그들을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발터!”
발터가 독 포션을 매달은 화살을 부족장에게 쏘아냈다. 마침 부족장 오크를 호위한답시고 꽤 많은 오크가 몰려있었다.
“취익?”
가볍게 도끼의 옆면으로 화살을 쳐내서 막는 부족장 오크. 하지만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화살에 묶인 포션이 깨지며 독연이전장으로 퍼져나갔다.
“비겁한 인간 놈들! 취이익 오크 신의 분노를 받을 것이다 취익!”
오크 부족장은 독 연기에도 끄떡없이 오크들을 지휘해나갔다. 약에 취한 이들과 독에 당한 이들이 전장에서 제외될 무렵, 루시안은 다시 오크들을 몰아 시험작을 던졌다. 그리고, 달려드는 오크들을 발로 걷어차고 칼날을 꽂아 넣었다. 발터의 화살이 오크 무리를 몇 번 더 가격했고 독연이 전장에 자욱했다.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