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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13화. 수도 소피아로! (2) (14/95)



〈 14화 〉13화. 수도 소피아로! (2)


루시안은 마나석을 꺼내고, 마나석 가루로 공방 바닥에 연성진을 그려 넣었다. 연성진의 주요 길목마다 마나석을 배치하고, 아공간을 열어 묵빛의 금속 주괴를 하나 꺼냈다.

“철광석보다 약간 비싸지만, 튼튼하기로는 이만한 게 없지!”

♣ 테라나이트
- 매우 검은 광물. 철광석처럼 흔하다.
- 매우 단단하고, 무겁다.

테라나이트라 불리는 이 금속은주로 중대형 무기나 공성 무기 등에 쓰인다. 타몬트의 대검에도 이 광석이 들어가 있다.

“테라나이트와 강철주괴 그리고 마나석, 파틸란과 스랄나이트 그리고······.”

각종 재료와 연금강화제, 연금 시약 등 부재료를 연성진에 두었다. 총탄을 많이 만들어야 하므로 파틸란과 스랄나이트 구리주괴 등의 양이 많았다. 마나 회복제를 옆에 두고는 연성진의 마나 공급 부분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연성진에 마나가 모여들며 신비로운 푸른빛이 감돌았다. 푸른 기운은 재료를휘감아 나아가 재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나를 머금은 재료들이 점차 형태를 잃고, 푸른 마나에 둘러싸인 액체가 된다. 루시안은 머릿속에 설계도를 떠올리며 형체를 잡아나갔다.

“테라나이트를 몸체로 잡고, 형태는 크로우보다 크고 무겁게. 구경을 키운다.”

탄환도 기존의크로우에 쓰던 것과는  크고 많은 장약을 넣어 만들었다.

“크로우 제로라고 해야겠네.  성장 정도에선 여기가 최선이니까. 아직 무긴과 후긴 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멀었어. 더 강해져야지!”

크로우는 연성진에 넣어 금속 괴로 돌린 후 다시 단검 4자루로 만들었다. 제로를 들어본다. 묵직한 느낌이 든다. 계속 들고 싸우기엔 손목과 팔에 무리가 갈 것 같았다.

“경량화 마법 걸고, 관통 마법에 증폭 걸고. 타겟팅 마법도 걸어야겠네!”

총구 아래에 단검을 끼워 장착하고는 남은 칼은 허리에 찼다. 약초를  후 들른 가게에서 구매했던 단검 집이었다. 그리고는,  가지 기능성 포션을 더 만들고, 이를 이용한 특수탄도 만들었다.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 공방을 정리하고는 나서려는데, 일행들이 들어온다.

“여관에서 기다리시지 않고,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

루시안이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오크가 땅굴을 파서 성벽을 통과해버렸단다!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니까요! 타몬트 형, 지들이  드워프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종소리가 계속 시끄럽게 울린다. 밖이 꽤 소란스럽다.

“일단, 경비대들이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어. 주둔군은 성벽과 성안 오크를 처리하느라나뉜 상태고.”
“어떻게 뚫은 거랍니까? 직접 판 거예요?”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라 의문이 든다.

“목격자의 말로는 레드네이컨이 성문 안쪽으로 튀어나왔더라!”
“네이컨이라면  웜류?”
“어! 그거 맞아. 땅굴파는 게 특기인 그 웜 몬스터!”
“그걸, 오크가?”
“오크에게도 재주가 있나 봐!”

타몬트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한다. 듣는 루시안도 어이가 없었다.

“지금 이런걸,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빨리 들어온 오크를 처리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어!”

일행은 라펠라의 말에 동감하며, 서둘러 소란을 찾아 나섰다.

#

“취이익! 먹을  많다 행복하다 취이익!”
“인간 여자다! 취익“

여자를 보고 침 흘리는 오크부터, 배고픈지 먹을게 보이는 대로 입에 넣고 있는 오크까지.

“으아앙! 엄마!”
“어린 인간, 고기 맛있다! 취이익!”
“모두! 마음껏 약탈하고 먹어라! 취이익! 우리가 난동을 피우면, 그놈이 나타날 거다! 취이익!”
“대장! 역시 똑똑한 오크다! 취이익!”

#

“인간 남자 꼬맹이! 맛있다! 취이익!”
“우아앙!”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 침 흘리며 도끼를 치켜든 오크가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무너져 내린다.

“야! 꼬마야 괜찮아?”

꼬맹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라펠라가 아이를 들어 안았다.

“누나하고 발터는 사람들을 피신시켜주세요! 저와 타몬트 형은 오크를 처리해나갈게요.”
“알았어!”

#

현재, 오크 부대는 총 1800마리가량 된다. 절반씩 나뉘어  밖과 안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칼 대장님! 밖은 성벽이 있어 안심할 수 있으나, 성벽 안이 문제입니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냐?”
“워낙에 산발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정리에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일단 땅굴은 폐쇄했습니다. 오크가  밖과 연락할 수단은 없습니다.”
“오크가 네이컨을 이용하다니, 젠장할!”

그때, 성벽이 크게 울리며 돌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무슨 일이냐!”
“초원 버팔로입니다. 오크가 초원 버팔로를 몰아, 성벽에 충돌시키고 있습니다.”
가을마다, 저 초원버팔로로 잔치를 벌이는게 오크였다.

“뭐! 오크가 자기 밥을 전투에 쓴다고? 하! 이거 오크가, 단단히 미친건가?”
“전쟁이 끝나고 먹으려는 걸 겁니다. 안 먹을 놈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전군은 화살을 날려라. 적들이성벽을 넘지 못하게 막아서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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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성안, 발터와 라펠라는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주민들의 대피 장소로 향했다. 중간 중간, 가는 길에 보이는 오크를 격살하며, 주민들을 구출해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던, 이들에게 아이를 맡겼다.

“경비대가 안내하는 장소가 저기입니다. 이 아이도 데려가 주세요!”
“누나, 우리도 수색작업을 시작해요!”
“그래, 가자!”

900에 달하는 오크는 네칸 항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고, 그로 인해 많은 주민이 포로로 잡히거나 죽어 나갔다.

“어른 인간은 맛이 없다! 취이익!”

팔을 입에 물고 우물거리던, 오크의 목이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늦었네. 어휴! 진짜 더럽게 많다.”
“가을이라 그래요. 어서 서두르죠! 타몬트 형.”

배에 타고 해맑게 뛰고 있는 오크도, 생선가게에 앉아 생선을 통째로 씹어먹는 오크도. 몸이 점점 오크의 피로 물들어가고, 소란도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다. 이내 오크들의나팔소리가 길게 울려 퍼진다. 성내의 오크들이 한곳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한다.

지친 몸을 잠시 쉬던 루시안과 타몬트는 거친 숨을 내쉬고 물을 마셨다.

“저거 집결 신호인가 봐요. 오크들이 저곳으로 몰려들고 있어요!”
“한 마리씩 찾아다니기 귀찮았는데, 다행이지 뭐!”

자리에서 일어난 타몬트가 대검을 고쳐 맸다.

“가자! 남은 하나까지 베어 넘겨야지.”

집결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터와 라펠라가 재합류했다.

“대다수는 대피했지만, 많은 사람이 죽었어. 오크한테 끌려간 사람도 꽤 되는  같아!”

“최대한 가서, 구출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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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 오크 집결지.

“취이익!  정도 난리를 피웠으니 찾아올 때가 되었다! 취이익!”
“대장!똑똑한 오크! 취이익.”

대장오크의 다른 계획들도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었다.

“대장! 말대로 날쌘 오크들 불러다 성문 열라 했다. 취이익.”
“대장! 인간들 다 묶어서 잘 보이게 해놨다. 치이익 구워먹나? 대장? 취이익.”
“대장은 날로 먹는 거 좋아한다. 취익!”

바람에 그 기분 나쁜 냄사가 흘러든다.

“그만! 취이익!! 슬슬 그 기분 나쁜 냄새가 짙어진다. 취이익. 준비해라. 취익.”


#

“아주 대놓고, 인질을 보여주네!”
“딱 보니까, 우리보고 들어오라는 거네요.”

발터가 건물에 올라가 몬스터를 살펴보고 알려주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오크가 하나, 무기는 거대한 곤봉  자루에요.”
“발터! 활로 맞힐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는?”
“흐음, 조금만  가서 자리 잡으면 인질 있는 곳까진 닿을 것 같은데?”
“그럼, 음, 타몬트 형, 한번 날뛰어보실래요?”

루시안이 짓궂게 웃어 보이자, 타몬트가 움찔한다.

“네가 그런 말 하면, 무섭고 불길해!”
“누나랑 저는 인질을 구출하러 갈 테니까. 시선을 좀 끌어주세요. 포션을 쓰시면 편하실 거예요.”

타몬트가 포션을 꺼내서 들어 보였다.

“이거?”
“던지고 나서는 몸을 숨기세요. 안에 든 쇳조각이 사방으로 날아드니까요!”

인질과는 떨어진 곳, 오크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간들에게 노획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취이익! 배부르다 계속 먹는다! 취이익!”

“인간 뺏는다, 오크 행복하다! 취익!”

주황색 병이 그들 사이에 떨어진다.

“취이익?”

거대한 폭음이 터지고, 쇳조각들이 비산하며 오크에게 박혀 든다.

“적이다! 취이익!”
“하하! 타몬트님의 등장이시다. 으라라!”

대검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오크들을 베어 넘겼다.오크들의 시선이 대번에 집중된다.

“야! 루시안, 나 죽기 전에 빨리 끝내라!”

타몬트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린다.

“잘하고 계시네! 누나 저희도 가요! 발터, 뒤를 부탁해!”
“맡겨만 주라고!”

은밀하게 움직여 인질들이 묶인 줄을 풀어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이 저 건물 지하에 잡혀있어요. 꼭 구해주세요!”

열심히 인질들을 풀어낸 일행의 앞을 대장오크가 막아선다.

“취이익! 역시 네놈이군. 기분 나쁜  냄새 인간! 취이익!”

거대한 곤봉을  육중한 몸집의 오크가 곤봉으로 땅을 ‘쾅쾅’ 두들긴다.

“누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감옥으로 가주세요!”

인질에게 달려드는 오크들은 발터의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루시안, 조심해!”

라펠라는당부의 말을 남기고는 인질들을 풀어서 대피시키고, 감옥으로 향했다.

“네 놈을 죽인다. 취익! 난 부족장이다. 취익!”

오크가 곤봉을 연속으로 내리친다. 루시안은 급히 몸을 뒤로 물렸다. 피한 자리에 곤봉이박혀 들면서, 땅이 파이고 돌덩이가 비산한다.

“쥐새끼! 인간, 취이익!”

총구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총알을 토해낸다. 총알이 곤봉에 부딪히면서 불꽃이 튄다.

“취이익! 내 곤봉 강하다, 인간 약하다! 취이익! 난, 부족장이다 취이익!”

좌우로 곤봉이 교차로 날아든다. 루시안이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오크의 머리 위에 총탄을 쏟아낸다. 그리고는 오크의  뒤로 내려오면서 그대로 그어 내렸다.

“취이익!! 아프다! 취익, 인간 나쁘다! 부족장 방해한다 취이익!”

총탄을 맞아 살갗이 찢어졌는데도 관통을 당한 곳이 없다.

“구경을 늘려 파괴력을 올린 총탄인데 피부 하나는 정말 질긴가 보네!”

루시안이 느끼기론 부족장보다 약하지만, 피부 하나는 더 질긴 것 같았다. 새로 준비해둔 하이드로엑시드 탄을 장전했다.

“질기면 녹이면 그만이다!”

재료가 얼마 없어, 2발만 만들어둔, 하이드로엑시드 탄이었다. 신중히 겨냥하고는 녀석의 몸통에 탄을 하나 쏘아냈다. 탄이 녀석의 몸에 닿자, 살에서 연기가 나며, 타들어 간다. 오크가 고통에 몸부림을 친다.

“취이익!”

가슴의 갈비뼈가 드러나고, 피부조직이 까맣게 타들어 감에도, 몸을 움직이며 공격 해온다.

“취이익! 난 강하다 취이익!”
“호러가 따로 없네!”

루시안은 날아드는 곤봉을 피하면서 오크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발뒤꿈치를 베어냈다. 그리고 뒤를 잡고는 오크의 등을 칼로 베어낸 후, 등에 총구를 밀착시켜 일반탄을 갈겨버렸다. 그 충격으로 오크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 바닥을 여러 차례 구른다.

“취이익 인간 나쁘다! 나 부족장 한다 취이익!”
“하! 정말 질기네!”

어느새 곤봉도 놓쳐버리고 빈손이 된 오크는 맨손으로 땅을 헤집으며 일어나려고 애쓴다.

“그만 가라!”

비산폭발형 특수탄을 장전하고는, 녀석의 가슴을 향해 여러 발을 쏘아낸다. 굉음과 함께 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확실히 위력이 더 강해졌어. 피부가 이 녀석만큼 질기면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주변 정리를 마친 발터가 활을 등에 메고 루시안에게 걸어 온다.

“어휴! 오크한테 원한이라도 있냐! 너무 과한 거 아니냐?”

쓰러진 오크를 힐긋 쳐다본 루시안이 말을 받는다.

“그러네. 과하긴했네.”

마침, 건물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온다.

“일단,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구해냈어!”

라펠라가 밝게 웃는다. 다행히도 많이 늦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누군가를 잊은 거 같은데?”

한편, 수많은 오크 사이에서 대검을 쉼 없이 휘두르던 잊힌 자가 있었다.

“야!! 이것들아 나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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