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22화. 그 남자의 사정 (23/95)



〈 23화 〉22화. 그 남자의 사정


오크의 습격으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루시안님, 계십니까?”

영업하기에 너무 이른 아침, 루시안의 공방에 누군가 찾아왔다.

“누구지?”

루시안이 문을 열고 나가보니, 게르가가 와있었다.

“어! 게르가님!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문제가 생겼나요?”
“아닙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른 시간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둘이서 이야기를 나눌  있겠습니까?”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게르가와 함께 일전의 그 집으로 향했다.

“어제, 도착해 먼지를 제거하느라 애를 좀 먹었습니다. 하하!”

게르가가 향긋한 차를 내온다.

“일전에, 제가 의뢰를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모시는 분이, 그때 주신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기셨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루시안님을 초대하셨습니다. 또한, 직접 만나서 맡기실 의뢰가 있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약도  사가고 말입니다.”
“흐음, 일전에도 의뢰를 수행한다고 공방을 오래 비워서···.”

게르가의 외뢰로 고생을 한 탓에 그의 의뢰가 꺼려진다.

“바쁘신 분에게 제가 무리한 부탁을 여러 번 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모시는 주인께서 워낙에 만나 뵙고 싶어 하시는지라, 이리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을 드립니다.”
“매번, 사람을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하하하!”

게르가가 머쓱하게 웃었다.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말간테 왕국입니다. 결정하시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행을 데려갈 수도 있습니까?”

말간테 왕국이라면, 나가가 있다던 그곳이었다. 카인은, 그곳에서 나가의 피를 구한다면 포션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게르가가 수상하기는 하지만, 말간테 왕국이라는 장소가 마음에 들었다.

”일행은 상관없습니다. 주인님께서 많이 오실수록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에 대해 이미, 조사를 끝내신 모양이군요?”
“저, 그게…. 절차가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언짢아도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불퉁한 표정을 지어보인 루시안이 대화를 끝냈다.

“일단 일행들과 상의를 해봐야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도 고민을 해봐야   같고요. 결정되면 말씀을 드리죠. 차, 감사히 잘 마셨습니다.”

루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르가가 가볍게 인사를 하며 배웅한다.

“꽥!”
“수상하다고?”
“꽥!꽥!”
“엄청 수상하다고? 그건, 나도 그래. 일단, 모두에게 물어 봐야겠어!”

루시안은 반지를 통해 2층 공방으로 모여달라 전했다. 공방의 1차 판매가 끝난 시각, 한적한, 공방 안으로 일행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형이랑 누나는 외부로 장기 임무 같은 거 안 나가요?”
“그때, 너한테 받은 돈이 넉넉해서, 그냥 마을 주변으로 작은 일만 하는 중이야!“
“누님도 그래요? 나도 그런데? 루시안이랑 그 사고를 치고 다니니까! 일반적인 거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저기요! 타몬트 형, 누가 들으면 오해 사기딱 좋은 거 아시죠?”
“타몬트 형은 언제나 정신 차릴까?”
“타몬트가 정신 차릴 때면, 우리 모두 관에 들어가 있을걸?”

라펠라의 말에 모두 큰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의뢰 때문이에요.”
“나가만 아니면 돼!”

루시안이 씨익 웃으며, 의뢰 내용을 말했다.

“말간테 왕국이면, 겸사겸사 나가도 잡겠다는 거잖아? 네 속을 내가 모를  같아?”

타몬트가화를 버럭 낸다.

“진정해봐 타몬트,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게르가란 남자야. 주인이라 누굴 말하는 걸까?”
“수상하긴 하지만, 위험은 없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야! 나가는 위험하다고! 으으윽, 미친 물뱀 새끼들!”

유독, 나가에 질겁하는 타몬트에게 발터가 이유를 물었다.

“내 친구가 나가랑 한다고, 여성 나가를 한 마리 잡아 왔단 말이야! 그리고는,잘렸어!으악! 그 친구는 이제 밤에 빛날 수가 없어!”
“........”

일행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구리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타몬트를 쳐다보았다.

“큼큼, 저는 수상하긴 하지만, 게르가님의 초대를 받을 생각입니다. 저와 같이 하실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루시안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말을 꺼냈다.

“난 갈래, 타몬트랑 있는 거보단 낫겠지!”

라펠라가 타몬트를 매섭게 노려 본다.

“나도 갈래!”
“야! 루시안, 이번에 말간테에 가면 제나르는 언제 가냐?”
“형, 제가 그때 이듬해 봄이라고 했잖아요?”
“아니, 집에서 계속, 서신이 날라와! 언제 오냐고. 난, 분명 봄이라 했단 말이야!”
“형! 솔직히 말해봐요. 사고 친거죠?”
“아니라고!”
“말간테에 갔다가 상황 봐서 일찍 갈 수 있으면가든지 하죠. 뭐!. 그래서 형은 간다고요? 안 간다고요?”
“가! 가면 될 거 아냐! 나가한테, 콱! 잘려버려라!”

타몬트의 뒤통수에 혹이 생겼다.

“아니! 애초에  나가랑 그러냐고요!”

들어도 들어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 기가 찬 발터였다.

#
루시안이 마리엔과 헥터를 불러 모아놓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저는 또 공방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일단, 재고분이 다 떨어지면 공방은 닫고 휴가를 즐기세요! 휴가라도 주급은나갑니다!”
“이게  공방인지, 내 공방인지!”

마리엔이 중얼거렸다. 일전에 일 이후로 루시안에게 불만이 많아졌다.

“여기서, 자도 돼요?”
“어! 빈방 있으니까 자도 돼. 대신, 청소만 잘해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헥터는 그러거나 말거나였지만 말이다.

게르가의 초대를 받아 떠나던날, 베티가 도시락을 싸주었다. 양이 어마어마했다.

“가면서 먹으렴. 몸 조심히 다녀오고! 마리엔의 선물 잊지 말고. 마리엔? 인사 안하니?”
“흥! 고집쟁이, 눈치 없는 루시안! 가든지 말든지!”
“꽥! 꽥!”
“구리는  다녀오고, 주인, 혼 좀 내줘라!”
“꽥!”

루시안은 마리엔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문득,마리엔의 조합식을 알고 싶어졌다. 그거면, 이 난감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것 같았다.

게르가가 준비한 마차는, 매우 크고 화려한 마차였다.

“마침, 이 보브넨 영지가 말간테 왕국과의 접경 지역입니다. 성문을 통과하면, 바로 말간테 왕국입니다. 물론 수도까지 가는 데는 시일이 소모됩니다.”
“말간테엔 이동 마법진이 없나요? 국경 지역에서 바로 수도로 이동 마법진을 쓰면  텐데요.”
“그게, 말간테는 기사를 중시합니다. 마법사의 육성이 더딘 나라입니다. 추후, 왕위를 누가 잇느냐에 따라서, 마법사의 세력 개편이 되느냐 마느냐가 걸려있습니다. 그래서, 왕태자에 대한 마법사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말간테와 소피아르 사이에 세워진, 웅장한 보브넨 영지 관문 요새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경비가 꽤 삼엄했다. 병사가 일행을 막고, 신원을 확인 한다.

“이곳을 지나려는 목적은?”
“말간테왕국에 초대받은 손님들입니다.”

게르가가 어떤 패를 꺼내 보여 준다. 그 패를 본 병사들이 바로 자세를 고쳐잡고는 경례를 한다.

“어서 길을 열어라!”

병사들이 일사 분란하게 길을 열어준다. 요새를 넘어, 말간테 왕국의 영토를 밟았다.

“이제, 슬슬 이야기를 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대를 빙자한 납치를 당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루시안과 일행들의 눈이 모두 게르가에게 향한다.

“하하하! 이거, 다들 제가 너무 숨겨서 화가 나셨군요?”

게르가가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해온다.

“다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필립 에콰이어, 말간테 왕국의 제 2왕자 보탄님을 모시는 기사입니다.”
“예? 필립 에콰이어? 아저씨가  말간테의 신성이라고요?”

게르가 아니 필립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일전에,   쓰신다는 게 허언이 아니셨군요?”
“그때, 저를 두고 가셔서. 어찌나, 서운했던지요.”
“타몬트 형! 말간테의 신성이 뭐야?”

발터의 질문을 라펠라가 받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말간테 왕국에서 가장 강한 다섯 명의 기사라고  수 있어! 실력이 뛰어난 이들 다섯을 뽑아 그들을 말간테의 신성이라 부르거든!”
“저는 말간테의 신성이라 부르기엔 아직 미흡합니다. 겨우, 5좌를 유지할 뿐이니까요. 다른 분들은, 마스터에 이르러 저와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저는 나이도 나이인지라 경험으로 유지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발터는 타몬트에게 무심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형이랑 필립 님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
“너! 내가 질 거 알면서도 물어보는 거지? 발터야! 넌, 꼭 그렇게 해야! 속이 후련하냐!”

발끈해서 소리치는 타몬트는 발터의 응징에 나섰다. 라펠라가 필립에 대해 더 설명해준다.

“말간테의 신성 5좌 필립 경, ‘경지는 베테랑이나, 오러의 양은 마스터다’라는 말이 있지.”
“하하! 이거 쑥스럽게도 자꾸,  칭찬을 늘어놓으시는군요? 말간테의 일들이 이렇게, 타국의 용병들에게 잘 알려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와!”

이제, 갓 익스퍼트의 초입에 들어선 발터로선 꿈의 경지였다. 현재, 라펠라는 소드 베테랑 초입, 타몬트는 베테랑 후기에 들어서 있었다.

“그럼, 제가 만나야 할 주인이라는 분이 보탄 왕자님이십니까? 일전의 의뢰도?”
“일행분들도 다 믿을 수 있으니, 이야기를 드립니다만. 어디 가서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왕자님께서도 루시안님과  일행들이라면 이야기를 드려서 오해를 푸는 게 낫다고 하셨습니다.”

모두 수상한 필립에 대해 쌓인 오해가 있었으니까 찔끔할 수밖에 없었다.

“실은, 보탄 왕자님이 최근에 결혼하셨습니다. 하지만, 보탄 왕자님은 어렸을 적 검술 훈련을 하다가, 상대방의 목검에 영 좋지 않은 부위를 다치셨지요.”

타몬트가 반사적으로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린다.

“그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넘어갔습니다만, 문제는그 뒤로 불능이 되셨다는 겁니다.  젊은 나이에 말입니다. 그걸, 감추고 있었는데! 갑자기, 결혼이 잡힌 겁니다. 왕실의 결혼은사랑보다는 실리에 초점이 맞춰있습니다.”

필립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을 잠시 멈추고, 수통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귀족은  매사에 계산적이고, 이득을 따지죠. 왕실은 더 심하면 심했지, 못하진 않을 거 같네요.”

라펠라가 씁쓸히 말한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말투였다.

“보탄 왕자님의 결혼은 왕국에 불만을 가진 공작 세력과의 화합을 위해 추진되었습니다. 적대하지 말고, 같은 가족으로 잘해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거기에서 첫날밤에 문제가 있음이 알려지면, 체면이 완전히 구겨지게 됩니다. 공작의 딸이 공작 측에 말할 것은  보듯 뻔히 보이는 사실이죠. 추후, 벌어질 왕위 계승권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테고요. 후손을 볼 수 없는 왕이면, 충분한 사유가 됩니다.”

“참, 복잡하게들 사는군요. 왕실의 사람들은.”
“다, 각자의 욕망과 목적을 위해 사는 거지.그건, 다 똑같아!”
“그래서, 제가 약을 구하게  겁니다. 왕자님의 신분을 속이고, 처한 상황에 난봉꾼의 이미지를 덧씌워 만든 편지까지 준비해서 말입니다.”
“완전히, 다 속이셨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알려지면 매우 곤란해지니까요. 지금이라도, 여러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릅니다.”

타몬트가 손뼉을 치며,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이게, 릴리스의 탄생 비화구나! 왕자님은 팔팔해지셨죠? 제가 경험자로서 말하는데, 그거 죽여주지 않습니까?”

타몬트가 신이 나서 말을 했다.

“하하! 왕자님이 만족해하셨으니, 해결이  게 아니겠습니까?”

필립이 빙긋 웃어 보였다. 타몬트가 루시안을 향해 엄지를 척 내밀었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발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게, 어떻게 약효가 좋아요?”

타몬트가 약팔이의 심정으로 찬사를 늘어놓는다.

“흠흠, 발터! 네가, 아직 이 약의 위대함을 모르는구나? 마른 가지에 생기가 돌고, 부러진 가지가 붙으며, 시들었던 가지가 고개를 드는 기적이 일어나지!”
“엥? 뭔, 말이에요. 그게? 나만, 이해가 안 가나?”

발터를 제외한 모두가 이해했다. 심지어.

“꽥! 꽥”

발터만, 이해를  했을 뿐이다.

“큼큼, 보탄 왕자님이 맡기실 의뢰라는 게 무엇일까요?”
“글쎄요. 그건 말씀을 안 해주시니,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 루시안님, 말씀드린 물건은 준비하셨을까요?”

루시안은 품에서 푸른색 상자를 꺼내 확인시켜줬다.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는  닦인 길을 따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간테 왕국의 수도로 그렇게 나아갔다.

“흐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타몬트 형, 자세히 설명해 주면 안 돼요? 혀어엉! 정말로, 궁금하다니까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슬픈 발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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