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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34화. 탐욕의 말로(2) (35/95)



〈 35화 〉34화. 탐욕의 말로(2)

전쟁은 난장판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칼스 군은 나가족의 대패 소식에 급히 마덴 항으로 선두를 돌렸지만, 나가족이 그 뒤를 물어뜯으면서 상황은 한  앞을 알  없는 아비규환이 되어갔다.

“미친! 나가 여왕이  공격한다는 말이냐!”
“저희가 나가를 버리고 퇴각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젠장할! 후퇴를 멈추고 나가족을 공격해라!”

뒤에서, 병력을 갉아먹던 루시안 일행은 전장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마덴 항으로 돌아오려던 병력이 다시, 수도 방향으로 틀었다.

잠시, 싸움을 멈추고 주변의 높은 지대인 언덕에 올라가 전장을 살폈다.

“처음 겪는 전쟁인데, 너무 엉망으로 보이네요.”
“루나가 본  맞아. 전략도 전술도 없어. 그냥, 치고받고 칼을 휘두를 뿐이야!”

마치, 전장의 한가운데 거대한 구멍이 있어서 나가족과 칼스 군을 끝없이 집어 삼켜대는  같았다. 그들의 모습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이었다.

“나가를 잡아 오려면 지금 밖엔 시간이  날 것 같은데? 저렇게 물고 뜯다 보면 남아 있는 놈이 없을  같아.”
“내가 형이랑 갔다 올게!”
“수고 좀 해주세요!”

‘이번에 잡아 나가는, 오래오래 피를 빼먹으며 써먹어야겠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타몬트와 발터가 나가 셋을 잡아 왔다. 뒤통수를 쳐 기절시켜 묶어온 상태다.

“해주 포션을 안 맞아서 멀쩡해. 간간이 해주 포션 맞은 놈들도 보이긴 하더라”
“고생하셨어요!”

언덕 위의 나무에, 나가를 단단히 결박시켜놓고는 수풀로 가렸다.

루시안은 추후 계획을 말했다.

“나가의 뒤에는 보탄 왕자님의 군대가 압박 할 겁니다. 중앙은 나가와 칼스 군이 격돌하고 있으니, 저희는 칼스 공작의 후방, 이 마덴 항에서 도망치는 병력을 처리하고, 칼스 군을 압박해 들어가겠습니다.”

루시안이 발터를 보며 말을 이었다.

“발터는 이곳에서구리와 함께, 전쟁 상황을 살피면서 저격을 해줬으면 좋겠어!”
“흠! 알았어!”
“잘 해주리라 믿는다!”

다른 일행들은 각자의 무구와 포션을 점검하며, 최후의 격전을 준비했다.

“이제, 탐욕스런 돼지를 잡으러 가보실까요?”

일행은 탈주병들을 처리하고, 후방의 추가 보급대와 지원 부대를 깨트려 나아갔다.

나가족과 칼스 군의 지휘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언제나자신의 입지를 자랑하듯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은 발터에겐 표적지론 제격이었다.

오러로 강화된 신체와 눈은  멀리 더 정확히 표적을 노리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전장에 스러져갔다.

밀려드는 나가족을 상대하던 이들이 무참히 쓰러져가자, 점점 군은 나아가기를 주저했지만,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수시로 들려오는 폭음과 비명이 그들을 앞으로 밀어내었다.

나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해주 포션으로 무장한 보탄 군은 나가 족의 재생력을 무시하고 썰어버렸다. 재생이 되질 않으니, 잘려나가는 아픔만 가득했다. 진통제를 씹으며 나아가야 할 자들이 물러섬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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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한 칼스! 네놈이 감히 나를 배신해?”
“야!  뱀 대가리 년아! 전략도 모르고 뛰쳐나가 처맞아 놓고선 나를 탓한다고.? 내가 몬스터 따위를 믿은 게 잘못이지!”
“네놈이 예지자만 잘 쳐 죽여놨어도! 이런 지경까지 되진 않았다!”

전장의 중앙, 서로 간의 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는 곳에서  군의 수장이 서로를 노려보며 말다툼을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정치공작과 음해만 하느라 칼을 놓은 지 오래인 칼스나 권좌에 올라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퇴보한 여왕이나 모두 몸을 부딪치는 싸움을 잊은 지 오래였다.

밑에 부하들만 죽어라 싸워대고 있었다.

“구리야! 진짜 한심하다 그치?”
“응!”

둘은 전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개의 세력이 맞물려 돌아간 전장은 보탄 군과 루시안 일행이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좁혀졌다.

좁혀진 전장, 이미 나가족과 칼스 군은 전멸상태였다. 칼스는 꿈만 같았다.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병력이 다 사라진 상태이었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국왕이 되어야 할 내가! 어찌 저런 뱀 년과 손을 잡아서 이딴 수모를 당해야 하느냐 말이다!”

정신을 차린 여왕도 칼스의 말에 반박했다.

“그건, 내가 하고싶은 말이다. 이 아둔한 인간 같으니!”

보탄의 군이 넓게 퍼지며,  세력을 합쳐 50명이 될까 말까 한 병력을 완전히 에워쌌다. 루시안은 가볍게 왕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발터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빠졌다.

“뒤는 보탄 왕자의 몫이지!”

그렇게, 그날 나가족은 나가 여왕을 잃었고, 칼스 공작의 탐욕도 끝이 났다. 나가 여왕의목은 창대에 걸렸고, 칼스 공작은 포박되어 질질 끌려갔다.

왕자가 맡은 전선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애초에 공작의 세력은 공작이 왕도로 밀고 올라올 때 합류해서 점령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어 전선을 펴고 항전 중이었는데, 칼스 공작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귀족들은 전원 항복을 외치며 투항해버렸고, 그렇게 1 왕자는 씁쓸하게 돌아와야 했다.

“말간테 왕국의 국왕 가르 말간테의 이름으로 명한다. 역적! 칼스 마카트의 작위를 몰수하고, 자산과 영지 또한 몰수한다. 가족은 모두 노예로 팔려나갈 것이다. 칼스 마카트는 목을 잘라 성문에  것이며, 이에 동참한 귀족들 또한 동일한 벌에 처한다.”
“난, 이 나라의 국왕이다. 진짜, 국왕은 나란 말이다!”

이제는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칼스 마카트였다. 근위병들이 발악하는 칼스를 끌고 나간다.

필립은 백작의 작위에 올랐다. 보탄의 정치적 입지 또한 급상승해 이제는 공공연히 1 왕자와 후계 경쟁에서 대등한 출발선에서게 되었다. 1 왕자가 삐끗하거나 보탄이  공을 챙기면왕태자는 보탄의 것이 될 공산이 커졌다.

루시안 일행에게도 포상금이 내려졌다. 여러 제안이 오갔으나, 모두 거절했다.

“난 발테리안 마을의 공방이 좋으니까!”

겨울의 초입에 말간테에 왔는데, 어느새 겨울이 한층 깊어져 있었다. 곧, 봄이 올 테고 루시안은 20살을 맞이할 것이며, 새로운 사건이 기다릴 터였다.

“길고 길었던 의뢰가 잘 끝났네!”

루시안은 일행과 파티를 열어, 즐겁게 먹고 마시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달콤한 휴식이 지나, 말간테 왕국을 떠나기 하루 전이 되었다.

보탄은 아쉽다며 일행 모두를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필립 백작이 루시안을 만나서 이렇게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저도 필립 백작도, 왕국도, 왕국민의 삶도 말입니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얽혀있던 일들의 매듭이 풀리고, 모든 게 잘 해결되었습니다. 전 이 자리를 빌려 루시안에게 감사를표합니다.”

보탄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해왔다.

“왕자 전하, 어찌 저만의 공이겠습니까?”
“루시안! 자네는, 그 공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네!”
“제 분에 넘칩니다. 전 그저 다음에 휴양차 방문했을 때 반갑게 맞아주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필립 백작, 루시안이 이렇습니다. 하하!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자! 모두 잔을 드세요. 모두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술잔의 술이 기쁜 듯이 아름다운 춤을 그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 자리가 끝나고, 필립이 루시안을 따라나섰다.

“필립 백작님, 저 같은 평민을 이렇게 배웅하시면 손가락질받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친우를 보내는 길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하.”
“처음 게르가라는 이름으로 백작님을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수상하시던 분 덕분에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요.”
“제가 본의 아니게 고생을 많이 시켜드렸군요 하하!”
“다음에 만날때엔 의뢰를 주시더라도 쉬운 거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쉬운  어려운 거로 준비해드리지요.”

필립이 농을 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행의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아! 그거 아십니까? 마덴 항의 성벽이 해체됩니다.”
“성벽이 말입니까?”
“나가의 침입을 막던 그 성벽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여왕이 죽어, 나가족의 세력도 약화 되었고, 또 해치울 수단도 있지 않습니까? 이제, 여름의 악몽은 끝이 난 셈입니다.”
“악몽이 끝났으니, 이젠 행복한 꿈을 꾸면 되겠군요.”
“이제 자라날 아이들은 푸르른 바다를 보며, 회색빛 성벽을 잊어 가겠지요.”

우두머리를 잃고 많은 병력이 사라진 현재, 국왕은 군선을 보내 남은 나가 잔당을 토벌할 계획을 세웠다 한다. 해주 포션이 있으니 꺼릴 게 없다는 것이다.

탐욕을 부리던 자가 또 다른 탐욕을 만나 사이좋게 공멸해버린 셈이다.

“마덴 항구의 비극은 치유가 되어가고 있습니까?”
“여름마다 벌벌 떨지 않아도 되니, 모두 안심하는 분위깁니다. 칼스만 아니었어도 희생되지 않았을 사람들은 왕국에서 보상해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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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루시안의 방안에 한 인영이 숨어들었다. 루시안이 총구를 겨누며 말한다.

“이 새벽에, 방안까지 찾아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루시안 자네를 보러왔네! 끌끌”

검은 로브 차림의 노인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린다.

“일전에 자네 일행을 죽여달란 의뢰를 받은 단체의 단장일세. 가면서커스단이 한다네!”
“의뢰가 실패해 저를 마저 죽이러 왔습니까?”
“의뢰주가 죽어버려서 의뢰는 취소되었다네. 선금을 두둑이 챙겨 놓은 덕에 손해는 덜 보았다지만, 실력 있는 자를 잃어서 마음이 아프다네! 끌끌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까칠한 친구로군! 단도직입적으로 자네의 입단을 제의하러 왔네!”

노인이 금속 패를 하나 던진다. 루시안은 그것을 받아들더니 그대로 우그러뜨린 후 노인에게 다시 던졌다. 노인이 금속 패를 받더니 표정이 험악해진다.

“하! 고약한 놈 같으니라고! 두고 보게나. 곧 다시 만날 테니. 끌끌!”

노인이 서서히 흐릿해진다.

“하! 진짜 별일이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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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백작, 칼스 마카트의 그간 행적을 보았는데, 사라진 인물이 하나 보이는군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고 가명으로만 불리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면서커스단이란 암살자 단체에 선을  것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이 루시안을 노렸다면 후환을 남기지 않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필립 백작의 힘을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왕자님의 명을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아울러, 그 수상한 사내도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필립이 결연한표정을 지어보인다. 루시안을 위협하는건 그도 없애고 심은 심정이다.

“그리고, 전리품을 왕실의 국고로 넣는 과정에서 물품에 도난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군요?”
“예! 나가족 주술사가 들고 있던 수정구입니다. 느껴지던 힘이 심상치 않은 데다가 세공이 꽤 아름다워 국고에 보관키로 했었습니다. 그게, 운반 도중에 분실되었다 합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사건이군요.”
“목격자는 모두, 목숨을 잃은 상태라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일단, 기록으로  남겨두는 수밖엔 없겠습니다.”

필립이 물러난 서재, 보탄이 창문을 열고 중얼거린다.

“루시안, 다음에는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겠네! 고마웠네!”

보탄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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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은 도대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러는 것이냐!”

검은 옷이 피로 물들어 검붉어지고, 찢겨나간 피투성이의 노인이 분노에  묻는다.

“건드려선안 될 사람을 건드린 것! 그게 너희가 지워지는 이유다.”

사내가 든 검에 오러가 시퍼렇게 맺혀 든다. 오러의 압박에 꼼짝도 못 한다. 노인도 마스터에 달하는 경지에 있었으나, 오러의 양과 질에서 맥없이 밀려난다.

“어찌, 베테랑에 불과한 놈이 이러한 오러를 지닌단 말이냐!”

서걱! 잘려나간 노인의 목, 두 눈이 억울하다는 듯 부릅뜬 채였다.

“백작님! 생존자는 없습니다. 모두 침묵시켰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정보입니다.”

사내가 양피지로 된 두루마기를 가져온다. 필립 백작이 원하던 정보가 보인다.

“가명은 진이고, 수상해서 조사를 다 해놓으셨군? 친절하신 집단인데? 본명, 베카린 홀런, 제국 출신 인물이고 갑자기 나타난 인물, 나가족에 관심이 많았음.   정보는  수가 없다? 왕자님께 보고드릴 게 늘었군.”

필립은 자신의 기사단과 함께 곧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그날, 가면서커스단은 폐업 당했다.

그리고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 폐업 당한 가면 서커스단을 방문했다.

“완전히 뿌리를 제거해버렸군! 그분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아직 준비가 미흡한데 훌륭한 말을 잃어버렸어! 쯧쯧. 난감하곤 난감해! 그래도 하나는 회수했으니 다행인 것인가?”

사내가 수정구슬을 품에서 꺼내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분께서 좋아해 주시면, 좋을 텐데!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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