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55화. 유혹의 노랫소리 (56/95)



〈 56화 〉55화. 유혹의 노랫소리


“누님도 없고, 피닉스도 없으니 허전하네.”
“그러게요. 타몬트 형을 혼내줄 누나가 없다니, 형이 얼마나 사고를 칠지.”
“발터? 오늘 형과 끈적한 대화를 해보지 않으련?”

루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루시안 오빠, 자이어 가문으로 바로 가는 거죠?”
“응, 그렇지. 거길 들렀다가. 세이렌의 섬으로 갈려고. 제나르에선 배들의 무덤인가로 불리는 모양이지만.”
“일전처럼 귀마개를 하면 되겠죠?”
“그렇긴 한데, 이왕, 자이어 가문으로 가면 다른 걸 하나 만들어볼까 해.”
“오빠의 웃음이  사악해졌어요.”
“형이 또 이상한 걸 떠올렸다!”

#
자이어 가문, 문지기들이 타몬트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샤이나는 나갔어요?”
“아마, 안에 계실 겁니다.”
“쩝….”
“형은 안에 들어가서, 인사드리고 식사도 하시고 그러세요. 저희는 나비사육장으로 가볼게요.”
“야! 배신이냐!”

루시안이 뒤돌아서서 손을 흔들며, 유유히 사라진다.

“샤이나아아니이이임! 방랑자 타몬트 와아아았습니다아아!”

발터가 도망치면서 소리친다.
“하, 철없는 애 같네요. 진짜.”

물론, 그 소리에 샤이나가 나와서, 타몬트를 끌고 가긴 했다.

“타몬트 형, 표정이 얼었어! 발터 형은 뒷일 걱정 안 돼요?”
“난 오늘만 산다. 큭큭”

나비사육장 있는, 로이드 자작가로 향하니, 처음, 보는 사람이 일행을 맞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는 루시안이라고 합니다. 타몬트 자이어의 일행인데, 세레나 자이어를 만나려고 왔습니다. 일전에도 한 번 왔었습니다.”
“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타몬트 도련님과  일행이 왔다 가셨다 들었습니다. 다시 오셨군요? 저는 토모 로디언이라고 합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사육장은 여전했다. 루디와 세레나 역시, 여전했다.

“어! 안녕하세요. 타몬트 오빠는요?”
“본가에  있습니다. 제가 찾아온 건 세레나 님에게 물어볼 게 있어섭니다.”
“아! 그러시군요. 무슨 일이시죠?”
“엘가 나무의 영양제로 쓰이는 것들이 있습니까?”
“그럼요, 제가 만든 특제 영양제가 있답니다.”
“어떤 효능을 가졌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뿌리가 잘 자라게 해주고, 식물의 양분흡수를 돕는 거죠. 대부분의 식물 영양제라면 비슷한 그런 효능들이에요.”

루시안은 고용량의 효과가 강한, 그런 영양제가 필요했기에, 세레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필요한 재료들을 적어나갔다.

“이것도 넣어보시는 게 좋아요.”

세레나가 만들어둔 영양제를 기본으로 개선을 해보기로 했다.

“아,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보았는데, 배들의 무덤에 가면, 정원사의 배가 있대요. 식물에 정통했던 네빌론 대륙의 정원사가 황제의 초대를 받아오던 길이였다고 해요. 그 무덤에서 좌초되어서 그가 가지고 오던 비밀 영양제와 일지는 그대로 사라졌대요. 그 일지가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에요.”

세레나로부터 꽤 괜찮은 정보를 얻었다. 남은,  섬으로 갈 배를 구하는 것이다.

“아, 그리고 보니, 라펠라 누나가 정보조사 의뢰한 거 상단에 맡겼다고 했지?”
“어, 도착해있을 거라고 했어.”
“그, 말간테에 보낸 답신도 도착해있지 않을까요?”
“그렇겠네. 항구로 가자!”

라이야 상단 제나르 몬테 항 상단 지부, 일행에게 도착한 서류 두 개를 내어준다.

“루시안님 앞으로 되어있는 건 이  개입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배의 무덤으로 갈 배와 선장, 선원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배의 무덤 말입니까? 거긴 아무나 가지 않을 텐데요.”
“그러면, 항해 서적하고 배를 하나 구매하는 거로 견적 좀 내주시겠습니까?”
“배는 중형으로 하고, 마도 범선으로 알아봐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출력은 강한 거로 해주세요. 그리고, 이 재료를 구매해주신 다음에, 이곳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숙식은 다시 한번 자이어가 문에서 도움을 주었다. 공방으로 쓰던 건물도 그대로 쓸 수 있었고 말이다.

식당에서 타몬트를 제외한 일행이 모였다.

“루시안 오빠, 배를 직접 몰아볼 거예요?”
“이참에 하나를 구하는 게 나아 보여서. 우리가 가려는 데는 다 사람들이 꺼리잖아. 게다가 앞으로, 다른 대륙에 섬까지 가야 하는데 일일이 사람을 구하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것도 그렇네.”
“세이렌의 섬을 다녀와서, 공방에 한  들렀다가 스발란으로 가볼까 해.”
“아, 그 말간테에서 온 편지는?”
“아, 깜빡했네.”

루시안이 품에서 보탄 왕자가 직접 보내준 편지를 읽어보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아기아스가 선수 친 거야?”
“어, 주술사의 구슬이 사라졌다고 하네. 게다가, 당시 베카린 홀런이란 자가 공작의 측근으로 활동했다고 하고.”
“그땐, 머리를 굴릴 줄 알았나 보네요. 저번엔 무식하더니”
“위에서 내려온 지시였을 거야. 머리를 굴릴 인물로 보이진 않았어.”
“아무튼, 이곳은 허탕이야. 다음은, 루나의 가문에 관한 일!”
“후, 무슨 말이 적혀 있을지, 걱정되네요.”

루나의 가문에 대한 서류는  두툼했다.

“흐음, 시몬 세라스. 당시, 원한이있던 자작가의 사주로 암살당함. 하인 대다수도 매수당함. 요약은 이래. 서류 대부분이 당시의 분쟁에 대한 내용이야.”
“단순한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는 거야?”
“일단, 보고서 상에는 그래.”
“아버지가 그럴 일이 없는데…….”
“더 조사를 해보자, 알았지?”

루나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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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구매 건은그리 오래되지 않아, 해결되었다. 마침, 제작해두고 팔리지 않은 선박이 있어, 수리와 보수를 통해 싼 가격으로 몬테 항구에 가져다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덕분에, 그 덕분에 일행들은 강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타몬트는 샤이나에게 잡혀서 가문의 행사에 돌아다니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타몬트 형, 표정 봤어?”
“아니, 무슨 일 있어?”
“타몬트 형 얼굴이 창백했어요. 옷이 엄청 갑갑해 보였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중, 타몬트를 어디론 가로 보내버린 샤이나가찾아왔다.

“루시안님? 계십니까?.”
“네, 샤이나님 무슨 일이시죠?”
“왕실에서 일행들을 초대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말입니다.”
“하, 국왕님 소식은 또 어떻게 아셨대?”
“가야겠지?”
“배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어. 도망가기도 힘들어.”

만찬 당일, 샤이나는 예의를 차려야 한다며, 꽉 조이는 옷들을 잔뜩 들고 왔다.

“형,  숨 막혀요!”
“이런 옷 싫다. 정말”
“흐흐, 너희들도 고통을 받아봐라!”

불퉁한 표정으로 어찌어찌 옷을 입고, 왕실 만찬장으로 향했다.

“루시안 형, 그때 공주!”

구리가 누군가를 가리키길래 보니, 공주가 자리해있었다. 혈색도 많이 돌아왔고, 말이다. 그때, 미겔과 데온이 루시안 일행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다시뵙는군요. 루시안님!”

미겔이 반갑게 맞이했다.

“왕자님을 뵙습니다.”
“다시 만나서 반갑군요. 일전에 식사를 한번 대접한다고 했으니, 내일 시간이 됩니까?”
“일정상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습니다.”
“잘되었군요. 시종을 통해 연락을 드리지요.”

데온은 귀족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라 바빠 보였다. 약속만 잡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미겔도 마찬가지였고.

“루시안, 저기 국왕님이시네.”

타몬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국왕이 입장한다고 알려온다.

“왕국에 귀중한 손님이 오셨다길래, 급하게 마련한 자리임에도 이리 기꺼이 참석을 해주어 고맙군! 모두 잔을 들어 제나르 왕국을 축복하게나!”

국왕이 잔을 높이 들어 올리자, 귀족들도 모두 잔을 들어 올린다.

축배의 인사가 끝나고, 국왕이 루시안 일행을 따로 불렀다. 옆에는 키로 와 데온까지 자리했다.

“일전엔 경황이 없어, 그냥 보내야 했네. 공주도 그렇고 습격도 그렇고 제나르가 자네들에게 은혜를 입었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하, 겸양 떨  없다네, 이왕 이렇게 초대한 김에 바라는 거라도 있는가?”
“딱히,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옆에 있던 키르가 뭐라뭐라 속닥거린다. 국왕이 흡족한 듯 웃어보인다.

“그렇다면, 훗날을 위해, 그대들의 소원 한가질 내가 들어주는 건 어떤가? 거절은 받지않겠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국왕 전하”

키르가 싱긋 웃어보인다. 듣자하니, 이젠 정신을 많이 차렸다나 뭐래나.

다음날, 점심 루시안은 발터, 루나, 구리와 함께 데온의 초대를 받아 약속장소로 향했다. 수도 인근 데온의 개인 별장이었다. 타몬트는 샤이나에게 잡혀갔다. 가서,  하는지 저녁에 잠깐 얼굴을 볼 때마다 녹초가 되어 쓰러지듯 잠들었다.
“어서들 오게! 내가 식사를 한번 대접한다고 해서, 솜씨 좋은 요리사를 불렀다네.”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뛰어난 요리들이 줄줄이 나왔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와 차가 나왔다.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왕자님.”
“하하, 만족하였다니, 다행이군!”

데온이, 차를한 모금 마시더니, 손짓을 한다. 시종이 서류뭉치를 들고온다.

“일전에 내게, 부탁했던 거 기억하나?”
“네, 기억합니다.”
“그, 자료일세!”

일행의 눈이 그 자료에 향한다. 루시안이 정중히 받아들고, 하나하나 살핀다. 당시, 사건의 의문점과 뒷배경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 이상은 아무도 알아낼 수 없을걸세.”

데온이 자신했다. 루시안이 보기에도 정말 세세한 자료였다.

숙소로 돌아온 후, 루나와 발터 그리고 구리를 앉혀놓고 서류를 내밀었다.

“원한이 아니라, 무언가를 노리고 뒤에서 사주한 정황이 있어. 당시, 일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자작이 그  시체로 발견되었고, 그의 품에서 검은 목패에 흰색의 사슴이 그려진 게 발견되었다고 하네.”
“뒤에서 돈을 제공한 자들이 있고, 세라스 백작가에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져오는 게 목적이었다?”
“루나, 뭔가 기억나는 게 있어?”
“아! 아버지 생일 선물로 붉은 루비 반지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 일이 있고 난 뒤, 사라졌는데, 하인들이 가져간 거로 알았거든요. 아버지가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던 거라 여기저기 자랑도 많이 하셨던 게 기억나요.”
“루비 반지 그리고 흰 사슴이 그려진 목패라….”
그 당시에 가담했던 인물들은 백작 사후 전부 의문의 죽임을 당하였다고 한다. 흔적을 지워버리듯이 그렇게.

“루나야. 아무래도 단순히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러게요. 언젠가는 알 날이 오겠죠?”
“맞아! 루시안이 있잖아!”
“누나 힘내요!”

루나가 애써 웃어 보인다. 이렇게,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항구에 배가 도착했다.

배는 날렵했고, 마도 엔진으로 조종하는 신식선박이었다. 마나석의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10인 정도 인원이 타기에 적당한 선박으로 내부개조를 통해, 선실과 주방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타몬트 형,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다음에 제나르 올 땐 나는 빠질래. 제발!”

핼쑥한 얼굴에 핏기없는 혈색 흡사 뱀파이어라고 해도 믿을 그것 같았다. 샤이나가 빙긋이 웃으며, 배웅한다.

“도련님, 자주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흐억!”

타몬트의 경기를 뒤로하고, 배가 출발했다. 타몬트는 배가 항구에서 멀어지자,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밀린 맞선을 보고, 경영수업을 받고, 예절 수업을 받는 등등. 이리저리 끌려다녔다고 한다.

“난 안 한다고 했거든? 자유롭게 살겠다고 했단 말이야. 듣지도 않아!”

우울한 표정의 타몬트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는 바다를 쭉쭉 가르고 나아갔다. 남들은 꺼리는 배의 무덤을 향해서 말이다.

서서히 해무가 짙어져 온다. 루시안이 손짓으로 귀마개 착용을 알린다. 머지않아 암초 위에 작은 무대가 마련되고, 세이렌이 목청을 뽐낸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뿔이  세이렌이 워터에로우를 만들어 쏘아댄다.

루나가 가볍게 쉴드를 쳐서 막아 버리니, 파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루시안이 포션을 하나 꺼낸다. 옅은 에메랄드빛의 포션,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암초 바위에 떨어진다.

“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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