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59화. 종교의 섬 스발란 (60/95)



〈 60화 〉59화. 종교의 섬 스발란

“일단은 쥬나 항구로 가서, 우리의 배를 찾으려고 해요.”
“맞다, 루시안, 배 이름 정해야 하지 않겠냐?”
“타몬트 형의 말이 맞아! 이름 정하자!”
“구리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나도 딱히 떠오르는  없어. 타몬트 형이 의견을 냈으니, 형이 생각해봐요. 루나랑 발터도 도와드리고. 난 모르겠으니까.”
“와, 이렇게 발을 뺀다고.?”
“자, 아무튼, 배를 타고 우리가 갈 곳은 스발란 섬입니다. 이곳은, 휘데른이란 예지 능력을 가진 거북이 있다고 해요. 벨가님이 만나보라고 하셨거든요.”
“그 스발란이 종교쟁이들이 있는 곳이잖아. 개들 짜증 난다고!”
“오빠가 그렇게 싫어하니까, 좋아하던 사람들도 싫어하는 거 아닐까요?”
“끙!”

루나의 한마디에 타몬트가 침몰당했다.

“가서 보면 알아. 누님이 없으니까, 루나가 나타났어! 히잉. 야! 루시안 항구에 가면  좀 많이 실어주라 알았지? 라이야 상단에서도 어느 정돈 그냥 지원해준다고 했잖아?”
“형은, 배 이름이나 생각해두세요. 마음에 들면 생각해볼게요”
“다들 들었지? 각자 5개씩 생각해!”

타몬트의 표정이 엄청나게 진지해졌다.

“우리 구리, 형아가 안개 나비 사탕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구리는  좋은 생각이 없을까?”

구리의 눈이 사탕에 꽂혔다. 타몬트의 꾀임에 구리가 넘어가 버렸다.

“에휴,”

정말, 한숨만 나온다. 헥터와 마리엔 그리고 베티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네코이를 만나 공방을  부탁했다.

“이봐, 주인. 여행하다가 에고 있으면 데려와달라고, 알았지?”
“데려와도 여성체론 안 만들 거야! 두 번 다시는 절대로!”
“킥킥킥,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기나 하라고 주인.”

쥬나 항구에 도착해, 라이야 상단 지부를 들렀다. 이곳에도 이미 탄산음료 상자들이 그득그득 쌓여있었다.

“어! 루시안님!”

몇 번을 자주 보니 이젠 완전히 안면이 익숙해진 상태다. 그들이 관리하던 배는 녹화나, 바닷조개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그들의 도움으로 배에 식량과 식수를 싣고, 탄산음료도 실었다. 그 외 여러 소모품도 실었다. 타몬트가 몰래 술도 실었지만, 모른 척해줬다.

“그래서, 타몬트 형 배의 이름은요?”
“에피안 호! 에피안 공방이니까! 이게 최선이라고. 애들한테 맡기는  아니었어!”
“도대체 무슨 이름들이 나왔길래….”

타몬트가 슬그머니 쪽지를 내민다.

“구리호, 승리호, 벨가호, 마리엔호, 제나르호…. 여기까진 괜찮은데?”

다음 줄을 읽어본다.

“빛나리, 불끈불끈? 술고래? 릴리스? 잠깐, 이거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형이 문제였잖아!”

루시안이 배에 다가가 돛대에 에피엔 호라고 마법으로 새겼다. 상단에서 뱀의 머리를 딴 신수상도 달아주었다. 배의 깃발은 포션 모양이었다. 이 또한 라이야 상단의 선물이었다.

배는 힘차게 바다를 가르고 나아갔다. 그들이 향하는 스발란 섬은 종교의 섬이라 불리는 성지였다.

“빛의 신 네빌라 대신전과 바다의 신 오신느, 바람의  인디네, 대지의 신 가오느, 불의 신 불카누의 신전들이 있다고 했었지?”
“네, 오빠, 여기는 섬 전체가 신전들과 교도만 있는 특수한 곳이죠.”
“문젠 루시안이 가면, 분명 큰일이 벌어진다는 건데….”

발터가 불안하다는 듯이 말끝을 흐린다.

“또 나야? 또?”
“루시안 오빠, 이쯤이면 인정할 때도  것 같아요.”
“형, 그건 그래”
“구리야, 너마저!”
“크크크크크큭 카카카칵칵”

타몬트는 갑판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루시안은 발로 걷어차 바다에 던져버리고픈 충동이 일었다.

섬은 고요하고, 풍요로워 보였다. 드넓은 평야와 옹기종기 모인 집들. 여유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

선착장에 배를 대니, 하얀 성직자 옷을 걸친 신도가 다가온다.

“손님들이 오셨군요. 빛의 신 네빌라를 모시는 신도입니다. 스발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스발란에 오시는 분들을 위한 순례길 지도입니다. 항구를 따라서 섬을 한 바퀴 돌며 모든 신전을 도는 고행의 길이지요. 이곳에서는 마차도, 이동 마법진도 없습니다. 오직 신이 주신 두 다리만이 허용된 곳입니다. 섬에서 신의 뜻을 발견하시길”

신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론 가로 사라져버렸다.

“튼튼한 두 다리라, 열심히 걸어야겠네요.”
“이곳에 그니까, 유적이 있을 테고, 예지의 거북 휘데른이 있을 거라 이거지?”
“그렇죠. 나침반을 보면, 빙글빙글 돌고 난리가 났네요.”
“나침반이 망가진 건 아니겠지?”
“타몬트 형이 가진 것도, 내 것도 그러기엔 이상하지아무래도.”

두 나침반 모두,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반응은 벨가에게서나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예지의 거북 휘데른이라…. 또 바닷속에 잠자는 거 아닐까요?”
“맞아, 루나 말이 맞을 거야. 설마, 거북이가 섬에 올라와 있진 않을 거 아니냐!”
“구리야. 넌 뭐 느껴지는  없어?”
“형, 일단 바다로 나가야 해!”

구리가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에피엔 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구리가 이끄는 대로, 스발란 섬의 암초 지대로 향했다.

“구리야, 형을 여기다가 묻을 건 아니지?”

타몬트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구리를 쳐다보았다.

“타몬트 형만 있다면 몰라도, 루시안이 같이 있잖아요”
“야! 그건 나랑 둘만 있음그런다는 거잖아?”

구리가 한쪽 팔을 거대화시켜, 바다에 손을 담근다. 그 손을 중심으로 잔잔한 기파가 퍼진다.

잠시 후, 암초 지대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스발란 섬도 떠오르고 있었다. 주변의 바다가 요동치고, 일행의 배도 물결에 휩쓸렸다.

“누구지? 나를 깨운 자가”

바닷속에서 거대한 거북이 머리가 솟아났다. 그리고는  배를 붙잡고 버티고 있는 일행을 바라본다.

“너는? 금을 먹는 자인가? 때가 벌써 그리되었던가?”
“혹시, 휘데른 님입니까?”

잔잔해진 바다 덕에 대화하기가 매우 편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아, 벨가인가?”

휘데른이 일행의 팔찌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잘 지내나?”
“예, 자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군. 내가 마지막으로 꾼 꿈처럼 금을 먹는 자가 인간무리와 함께 다시 나타났군.”
“벨가님이 휘데른님을 만나보라고 하셨습니다. 저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으신 겁니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 과거의 일들이겠지. 그녀가 원하는 거라면.”

그가 생각에 잠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아기아스의 사념. 파편, 인간과의 결합. 승리, 패배”

그리고는, 다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힘 수집. 봉인해제. 차원문의 해방, 차원 정복, 군림, 응징”

다시, 침묵을 지켰다가 말을 내뱉는다.

“너희들이 찾는 것은 내 등껍질 위 바람의 대신전, 나는 다시 잠들어야 한다.”

다시 거센 물결이 요동치며, 서서히 떠올랐던 스발란이 가라앉는다. 암초 지대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잠시 후,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돌아온 풍경.

“뭐지?”

타몬트가 어이가 없다는  중얼거렸다.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니 끝이야?”

그에 대한 의문은 구리가 풀어주었다.

“과거의 아기아스는 자신의 사념을 파편화시켜서 인간 세상에 보냈다. 탐욕스러운 인간을 노리고. 자신의 패배가 승리가 되도록.”

구리의 안광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미래의 아기아스는 육체를 차지하고, 사념을 움직여 힘을 수집하고 있다. 그가 온전히 깨어나는 날, 여러 개의 차원문이 열리고 그는 차원의 지배자로 군림한다.”

안광이 가시며, 풀썩 쓰러진다. 루시안이 잽싸게 달려가 구리를 안아 들었다. 다행히도 잠들었다.

“얘는 갑자기 걱정되게 왜 이러는 건지”
“휘데른의 예언을 구리가 읊은 거지? 지금?”
“예,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재빠르게 적어놨어요.”

루나가 수첩을 꺼내 들어 보인다.

“그럼, 고대의 전쟁 당시, 아기아스는 휘데른을 만나, 자신의 운명을 알고, 모종의 일을 획책했다는 거네?”
“그것까진 알겠는데, 나머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루시안이 구리를 등에 업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저희가 찾는 건 바람의 대신전에 있다고 했으니, 그쪽으로 가보죠.”

그들이 다시 스발란 섬으로 되돌아가는 중 해안가 너머로 보이는 섬은 매우 분주했다. 갑자기 섬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으니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더 큰 난리는 루시안 일행을 기다리는 검은 로브 차림의 아기아스 교단들이었다.

그들은 정박지 주변을 피로 물들여놓은 상태였다. 교회의 성 기사들이나 전투 사제들이 무기를 들고 그들을 에워싼 상태였다.

“아기아스님이 자네들의 목을 원한다고 하시네. 신의 뜻을 집행하는 자로서, 자네들의 목을 가져가야겠네!”

하얀색 풀플레이트 아머와 거대한 방패를 들고, 메이스를  사내였다. 얼굴도 투구에 가려져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대로 방패를 들어, 돌진을 해왔다. 타몬트가 대검을 가볍게 휘둘러 쳐내 보지만 방패엔 흠집도 가지 않는다. 그대로 굳건히 밀어오고 있었다. 타몬트가 얼굴을 붉히며, 완갑의 힘을 개방시키고, 오러를 실어 다시금 맞부딪힌다.

이제는  방패를 든 자가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그가 힘을 끌어올린다. 하얀색 갑옷과는 다르게, 그가 끌어올린 기는 짙은 심연의 검은색이었다. 방패에는 해골 모양이 새겨졌고, 투구의 눈동자는 붉게 빛났다. 메이스에는 뼈 가시들이 돋아났다.

둘이 맞부딪히기 시작하자, 주변의 성기사와 전투 사제들이 아기아스 교의 잔당을 향해 덤벼들었다. 제법 실력을 갖춘 이들이었으나. 합격에 능한 데다가, 무엇보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내가 타몬트 형을 도울게, 나머진 남아 있는 적들을 처리해줘!”
“알았어요. 오빠”
“알았어!”

어느새, 깨어난 구리도 눈을 비비고는 물방울을 뱉어내, 날려대었다. 아기아스의 잔당들과 검들이 둘로 나누어져 각자의 적을 찾아 나섰다. 검들은 루시안

아기아스의 잔당들과 검들이 둘로 나누어져 각자의 적을 찾아 나섰다. 검들은 루시안 일행을 노리고 들었다.

루나가 거대한 흙벽을 세워 돌진하는 이들을 막아 세웠고, 발터가 그 위로 올라가 화살을 날려 화살을 이마에 박아넣었다. 구리도 물방울을 던져, 뼈를 박살 내버렸다.

루시안은 총을 들고, 타몬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이놈 더럽게 단단하다!”

타몬트가 대검에 오러를 불어넣으며, 그대로 내리찍는듯하며 내려오다가 급격하게 대검의 방향을 꺾어 크게 횡 베기를 했다.

방패를 들어 가볍게 막으려다가 옆구리로 베어드는 대검에 급격히 방패를 안쪽으로 당겨 막는다. 그러자 대검이 다시 방향을 바꾸어 타몬트 쪽으로 당겨지더니, 다시 쭉 뻗어 나가며 방패에 찌르기가 들어갔다.

충격에 뒤로 쭉 밀리는 그의 등에 루시안이 사격을 가해 넣었다. 기괴한 각도로 오른팔이 꺾여 뒤로 가더니, 메이스를 휘둘러 탄환을 막아 버린다.

이내 검은 기운들이 뭉쳐 팔 두 개가 새로 생기고, 얼굴이 앞뒤로 만들어졌다.

“이건 뭐야 도대체!”

문제는 앞뒤로 방패와 메이스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각자 싸우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루시안은 사격을 가하며, 근접해 들어갔다. 총을 다시 집어넣고 포션 벨트에서 점착 폭발탄을 꺼내 던지고는, 프리고나이트 탄을 꺼내, 장전했다. 그리고는 다시 양손에 권총을 들고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점착 폭발 포션이 방패에 넓게 퍼지며 달라붙었다. 뒤를 보던 검은 얼굴이 표정을 찡그린다. 이내, 거대한 폭음이 터지며 방패에서 폭발이 터진다. 그 사이로 루시안이 프리고 탄을 박아넣었다. 폭발의 열기를 살라 먹고, 냉기를 내뱉는 탄이 그대로 짓쳐들어온다.

방패가 우그러지고, 충격으로 팔이 부러졌는지 삐걱거린다. 그 사이를 비집고 터진 프리고 탄에 맞은 자리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타몬트도 대검으로 검무를 치듯이 매섭게 몰아쳐 버리고 있었다. 아래로 빠르게 내리치다가 연이어서 위로올려치고 그대로 점프해서 찔러 들어간다. 방패로 막으면, 대검을 그 자리에서 크게 회전시켜 횡베기를 연달아 가한다. 대검으로 막고 방패로 막고 공격할 틈이 보이질 않는다.

다리가 땅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뒤에서도 공격이 날아들기 때문이다. 뒤에서 루시안을 상대하던 방패에 폭음이 터지자, 그 충격으로 타몬트 쪽으로 몸이 밀려난다. 타몬트 입장에선 간격이 짧아진 셈으로 기회를 노려 연속 횡베기를 가했다.

방패를 들어 황급히 막아 세워보지만, 몸이 얼어붙어 느려지기 시작한다. 방패에 커다란 균열이 가버린다. 이대로는 양쪽의 공격에 짓눌려 끝장날 판이다. 그가 표정을 찡그리며, 있는 힘껏 힘을 끌어모은다.

“아기아스님은 위대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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