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62화. 용인족의 땅 아칸다로! (63/95)



〈 63화 〉62화. 용인족의 땅 아칸다로!

“털만  수인족들과는 저희도 함께하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뭐! 야! 너 오늘 나랑 한판 붙자 어!”

루시안이 가볍게, 발모탄을 발사해버렸다. 소리도 작고 탄환 자체도 크지가 않았다. 그녀는 무시했다.

“이까짓것!”

탄에 달린 날카롭고 단단한 바늘이 그녀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발모제를 주입했다. 그녀는 곧, 거대한 흰털 뭉치가 되어버렸다.

“야! 이게 뭐야! 잠깐, 예전에 우리 애들 건드린 것도 너냐! 너였구나! 야!”

정말 눈치도 없고, 저걸 지금 알았다는 거에 한숨이 나온다.

“타니엘님, 나드비온님께 죄송하다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말괄량이 따님 덕분에 피곤해 죽겠다고 덧붙여 주시길.”

타니엘은 그저 싱긋 웃어 보였다. 위그드라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수인족들이 달라붙어 털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들은, 새벽녘에 떠났다. 네로니아는 끝까지 루시안을 저주하며 사라졌다. 목격자에 의하면 흰털 뭉치를 위로 들어 올린 체였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커다란 혹을 달고 일어난 타몬트가 중얼거렸다.

“분명, 누님은 없는데,  누님이 있는 기분이 들까?”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루시안, 다음 갈 곳이 어디야?”
“기왕, 스발란에 왔으니, 빛의 대신전에서 성수를 좀 사든지 해서 구한 다음에 아칸다 대륙으로 가보려고 해.”
“아칸다는 어떤 곳이에요?”
“형! 거기가면 맛있는 거 많아요?”

타몬트가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건, 이 박식한 타몬트님이 알려주지. 하하! 아칸다 대륙은 드래고니안의 땅이다. 지금은 사라진 드래곤들과 인간의 혼혈인 드래고니안들이 터전을 꾸리고 문명을 이룬 땅이지.”
“드래곤도 환수였죠?”
“그렇지. 수인족도 환수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종족이고.”
“다들, 짝이 있는데 나만 없어!”

스발란 지도를 보니, 마침 빛의 대신전이 가까이에 있었다. 신전의 수입 중 하나는 성수의 판매였다. 포션에 많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들이 물장사에 뛰어든 것이. 처음엔 그들도 그냥 나눠주었다고 한다.

성수가 깃든 포션은, 특히 언데드 지역에서 그 효력을 톡톡히 본다. 미량이 포함되어도 성수는 성수였다. 몬스터의 시독, 저주 등을 가볍게 풀어버린다.

“빛의 대신전에오신 걸 환영합니다. 빛의 길에서 구원을 받으시길”
“성수를 사러 왔습니다.”

그 남자의눈이 반짝였다.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신자라고 다를  있겠는가?

성수를 그득히 샀다. 이곳에서의 일도 이렇게 쉽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형, 뒤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따라오는데?”
“어, 성수 도둑이라고, 성수를 팔고, 그걸 빼앗는 사람들이 있거든, 신전에서 하기도 하고, 불량배들도 하고 그래”
“그럼, 내가 갔다 올게요!”
구리가 해맑게 웃었다.

“기다리고 있을게, 다치지 말고!”
“응!”

뒤에서 먼지가 일어나고, 둔탁한 타격음이 들린다. 곧, 멀쩡한 구리가 다가온다.

“가자, 먼지가 많이 묻었네? 가서 씻고 자자!”

루시안이 구리를 목말 태우고,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일행은 에피엔 호에 올랐다. 식량과 소모품은 넉넉히 채워둔 상태였다.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서쪽으로 가야 하는구나.”

루시안이 지도를 보며, 키를 잡았다.

“맞다, 야, 루시안 어제, 내가 주점에 갔거든? 신자들 말고 여행객들을 위한 주점 말이야.”
“어쩐지, 어제 안 계시더라고요.”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들어가니까, 스발란에 꼬마 아이의 모습을 한 악마가 돌아다닌다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야, 성수 도둑에 대해 들어봤겠지?신전에서 성수를 사면, 신전에서 털거나, 전문 사냥꾼들이 터는 거. 어제 사냥꾼  무리가 된통 당해서 온몸이 골절되었다고 해. 밥도 옆에서 떠먹여 준다더라.”
“아, 그거 구리예요. 어제 성수 사러 오는 길에 덤벼들길래 구리가 손봐줬거든요.”
“.....”
“루시안 형!”
“히끅!”
“에휴….”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배는아칸다 대륙으로 향했다.

“점점, 풍랑이 거세지는데?”
“조심해, 왼쪽에 암초 지대야!”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고, 섬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암초 지대가 무수히 나타났다. 마치, 접근하지 말라는 듯이 밀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야, 앞에 전부 암초야!”
“루나, 아이스 필드!”

루시안도 빙결 포션을 꺼내 앞에다가 던졌다. 서서히 바다의 수면이 얼어붙고, 암초 위로 얼음의 길이 생겨났다.

배를 몰아 그 얼음의 길을 타고 올라간다. 배의 추진력을 최대로 높이고, 루나와 함께 후미에 폭발포션, 마법을 터트렸다. 그 후폭풍을 이용해 배가 앞으로 밀려 나갔다. 배가 얼음의 길을 타고, 암초 지대를 미끄러져, 바다로 거칠게 내던져진다.

암초 지대를 건너니, 언제 날씨가  좋았는지 모를 정도로 맑아져 있다. 잔잔한 파도만 칠뿐 너무나도 얌전했다.

“으윽, 어떻게든 살았네?”
“형아, 어지러워!”
“근데, 여기 같은 바다 맞냐?”

발터가 머리를 감싸 쥐고, 물어보지만 루시안도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할 뿐이다.

배를 몰아, 가까운 해안가로 향했다. 가까이에서 본 대륙이라 해야 할지, 섬이라 해야 할지 모를 이곳은 높다란 산맥과 깎아지른듯한 절벽에 뾰족한 바위들이 가득했다.

그들이 내린 곳도, 주변이 온통 숲이었다. 배를 잘 묶어두고는 배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아칸다 대륙이야?”
“그건 나도 몰라, 이곳을 찾는 사람도 없어서, 지도만 구한 게 다였잖아.”
“아, 그렇지!”

주변을 뒤져, 간단히 풀로 지붕을 두르고, 불을 피워올렸다. 다행히도 주변엔 과일이 풍부했다.

일행이  식사를 하려던 참에, 수풀이 들썩였다.

“이곳에 누가 온다고 그래?”
“아니, 내가 봤다니까? 분명, 배가 왔다고!”
“야, 그 암초 지대를 어떻게 뚫고 들어…….”

그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섬에 사는 사람들로 보였다. 일행들도 그들을 보자, 대륙을 잘못 온 건가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야, 아칸다 대륙 맞아?”
“드래고니안 맞아요?”

일행들도 속닥거리고, 상대편들도 수군거렸다.

“큼큼, 네놈들은 누구냐? 이곳엔 왜 왔지?”
“저희는 이곳에 존재한다는 유적을 찾으러 왔습니다. 아스타리안 대륙에 문제가 생겨서 말입니다.”

다시, 자기들끼리 속닥거린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니, 아는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이곳은 너희들이 돌아다닐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좋은 말로 할 때!”

다짜고짜나가라고 통보해버린다.

“저흰 이곳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 물건을 찾기 전엔  나갑니다.”
“허? 인간 주제 감히, 우리 말에 토를 달아?”

앞에 있던 붉은 머리의 세모난 얼굴의 사내가, 화를 내면서 힘을 개방시켰다. 양팔에비늘이 돋아나면서 파충류의 그것과 같아졌다. 그대로 팔을 휘둘러 달려든다. 타몬트가 가볍게 발로 밀어내고, 대검으로 올려쳐 버린다.

“크어억!”

가슴이 길게 베이면서 뒤로 날아가 버린다.

“넨! 이놈들이 감히! 넨을 공격해?”
“공격한 건 그쪽이거든요?”

옆에 있던 파란 머리의 네모난 얼굴의 사내도 팔을 변신시켜서 덤벼들지만, 루시안이 총으로 후려쳐 기절시켜버렸다.

“그냥,리자드맨이야? 드래고니안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요.”
“루시안 오빠, 나침반은 작동해요?”
“아니, 별 반응이 없네. 나침반의 탐지 범위엔 없어.”
“이곳에서 찾아야  게 뭐라고 했지?”
“어디 보자, 고대의 진공관이네, 깊고 깊은 어둠의 아가리에 묻혀있다고 되어있어.”
“그걸,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네!”

일행의 눈이 앞에 기절해 있는 수상한 생물체에 향한다.

“드래고니안인지, 리자드족인지 모르겠지만, 이걸 한번 조져보자!”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네요.”

타몬트가 주변에 있던 덩굴을 엮어, 밧줄을 만들었다. 그리곤 그걸로 파란 머리를 단단히 묶었다.

“음,  묶였네. 기절도 잘 시켰고!”
양쪽 발목을 덩굴로 단단히 묶어둔 채로 그대로 다리를 붙잡고 바다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다. 바다에 빠지는 소리와 함께, 살려달란 소리가 들려온다. 타몬트가 줄을 잡아당겼다. 물에 흠뻑 젖은 파란 머리가 끌려 나온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대답해줄 거야  거야? 다짜고짜 나가라는 둥 공격한  봐줄 테니까.”
“도대체, 네놈들 정체가 뭐야!”
“대답할 거야 말 거야!”
“그걸 내가 말할 것 같아?”
“형아 이번엔 내가 해볼게!”

구리가 손을 거대화시킨 후 다가온다. 파란 머리가 위기감을 느꼈는지 부르르 떤다. 구리가 덩굴을 잡더니 공중으로 붕붕 휘두른다.

“으갸갸갸갸”

엄청난 회전에 정신이 나갈 것 같은지, 괴상한 말을 뱉어낸다. 그리고 암초 지대까지 날아가 머리를 박고 바다로 빠져든다.

“죽은  아니겠지?”
“힘을 좀 줄여야겠네요! 헤헤”

다시 건져 올린 파란 머리, 타몬트가 뺨을 몇 번 올려치자 정신을 차린다.

“원하는 게 뭐냐! 이 악마들!”
“여긴 어디? 너는 누구?”
“용인족의 땅, 아칸다다! 난 겐이다!”
“깊고 깊은 어둠의 아가리, 오래된 곳, 금지 이런 거로 떠오르는 거 있냐?”
“있다. 용인족의 금지 중 한 곳인 심연의 아가리다”
“위치는? 지도 같은 거 있나?”

지도는 없다고 해서, 루시안이 수첩을 내밀었다. 그가 종이와 볼펜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일행들이 째려보자, 말없이 대충 쓱 쓱 그려나간다.

“어디 보자, 우리가 가진 지도가 이거니까, 확실히 다르네, 얼마나 대충 그려놓은 거야 이거. 대략, 섬의 남쪽 끝이네?”
“흥, 거길 가면 너희들은 죽을 거야! 가서 뼛조각 하나 남기지 말고 죽어버려!”
“다시 던져요?”
일행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갸갸갸갸”

일행은 그대로 그를 내버려 두고. 야영 준비를 서둘렀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에서 쉬고, 내일 아침 출발하는 것으로 할게요.”

루나가 주변에 알람 마법을 깔았다.

그리고, 저녁을 해결하고, 루시안이 보초를 섰다. 일행들이 단잠에 빠지려는 때, 갑자기 주변에서 작살이 날아들었다. 가볍게 총탄으로 튕겨내었다.

“감히, 우리 드래고니안의 아이를 공격해?”

작살을 든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실관계는 똑바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공격받은 건 저희입니다.”

타몬트가 시끄러웠는지 깨어난다.

“아씨, 뭐야? 어, 아까 그 리자드맨이야?”
“뭣이! 우린 드래고니안이란 말이다. 그깟 도마뱀하고 드래곤을 비교하느냐!”
“뭐, 같은 도마뱀이지 뭐, 작냐 크냐 그 차이 아니야?”
“저저저!”
앞장서 있던 이들 중 녹색 수염의 노인이 뒷목을 붙잡고 비틀거리자, 다른 용인들이 그를 부축하느라 약간의 소란이 생긴다.

“아무튼, 우린 조용히 저희 볼일만 마치고 나갈 테니, 신경 쓰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너희들은 우리의 땅을 침입한 침입자다. 거기에 우리 일족의 아이를 공격했지! 그리고, 저기 저놈은 고문을 당했다고 하던데?”
“아, 걔? 혼자 수영하던데?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는데?”

루시안이 타몬트를 진정시켰다.

“우리는 싸울 생각이 없으니, 그만 물러가시길 바랍니다. 이 이상 분쟁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흠, 자신이 있나 보군? 우리가 아무리 약해졌어도, 명색이 드래고니안이다.”

맨 앞에 나와 있던 나무 지팡이를 짚은  수염의 노인이 일행을 훑어본다.

“으음? 이 익숙한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족장이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다가서려 하자, 옆에 있던 이들이 막아 세운다.

“족장님, 위험한 자들입니다.”

 말에 타몬트가 욱해서 투덜투덜 거린다.

“자기들끼리 먼저 공격해놓고, 범인으로 몰질 않나, 드래고니안들은 이렇게 예의가 없나? 리자드맨도 이거 본단 예의가 있겠다. 칫”
“타몬트 오빠 좀!”
“루나, 타몬트  말이 맞아, 쟤들 듣자 하니 너무 말을  하잖아?”
“거기 계신 분이 드래고니안 일족을 대표하는 분입니까?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루시안이 나서서  간의 대화를 하자고 제시했다. 굳이, 싸워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저들이 수인족보단 대화가 통할 것 같았다.

“흠, 그러지, 대신, 저 아이도 같이 참석시켰으면 좋겠군!”

그가 구리를 가리켰다.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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