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82. 악의 발호 (83/95)



〈 83화 〉82. 악의 발호

“나의 파편이여, 계획을 제대로 해내었군!”
“그렇습니다. 여기, 마법진의 힘을 모은 정수입니다.”

붉은 돌을 카라함의 몸을 차지한 아기아스가 받아들었다.

“확실히 충만한 에너지로군!”
“쉬실 곳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우선, 차원문을 열어야겠다!”

그가 차원문을 향해, 손을 뻗는 그 순간, 부서졌던 차원문이 거세게 흔들리며, 공중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순식간에 그들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상황.

“하하하, 맥주 마시는  말곤 능력도 없는 똥자루들이 한  했군! 큭큭”
“아기아스님, 차원문이 없어져도 괜찮은 것입니까?”
“없어진 게 아니다. 어디론 가로 옮겨진 것이지. 아마, 그곳엔 차원문이 개방되어 난리가 날테지. 어디에다가 열었는지는 안봐도 뻔하군. 큭크큭”

아기아스가 재밌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아, 바실. 그간, 네 기억을 공유하면서, 너의 희생과 충성심에 보상을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저는 아기아스님으로부터  생명을 받는 자입니다. 은혜를 갚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우선, 내 파편을 회수 할 것이나, 너는 이제 내 진정한 종으로서,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기아스님”

바실에게서 자신의 파편을 회수한 아기아스는, 비어있는 부분이채워진 기분을 느꼈다. 몸에 충만한 힘이 느껴진다.

“가자! 바실. 아, 5사도와 사르칸을 수거해라, 사냥개론 적합해 보이니. 남은 두 배신자의 처리를 맡길 것이다.”
“예, 바실님!”

그렇게 봉인지는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듯 휑하게 변해버렸다. 저택도 완전히 무너지고 먼지가 일었다. 쓸쓸함만 감돌았다.

바실이 퇴각함에 따라, 카드 병사들도 전부 사라졌다. 그제서야 자유의 몸이 된 그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저택으로 내달렸다. 그들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저택 그리고 엎어진 채 미동도 없는 벨가.

깜짝 놀란, 구리가 울면서 달려나간다. 일행도 그 뒤를 따라갔다.

“벨가님!”

구리가 벨가를 돌려 눕히니, 뻥 뚫린 가슴이 드러난다. 참혹한  모습에 모두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다. 연신 피를 게워내느라, 입가가 피로 엉망이었다. 벨가가 팔을 들어 구리의 얼굴을 매만진다.

“쿨럭! 구리로구나! 인사를…. 못…. 하고 가면…. 어찌하나 했느니라…. 슬퍼하지 말고…. 잘 이겨 내…. 거……. 라….”

벨가가 힘겹게  글자 한 글자 내뱉는다

“어…. 안돼요. 가지마요. 제발! 제발!”

이별을 감지한 구리가 울부짖는다. 벨가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손이 툭 떨어져 내린다. 이내 벨가의 몸이 서서히 빛으로 변하면서, 서서히 흩어진다. 평온히 잠든 얼굴도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으흐흑흐흑, 으아아앙!”

구리가 흩어지는 빛을 움켜쥐려 애쓴다. 그러다 그대로 울음을 토해낸다. 모두, 눈물을 흘린다,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다. 다가가려던 은호도 구리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리고 멈춰 섰다.

외부의 검은 막에 가로막혀 들어오지 못했던 타니엘과 테란페, 나드비온, 네로니아, 엘란, 장로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루시안 일행의 모습과 폐허가 된 저택을 보고는 모든 사태를 짐작했다.

모두 애도를 표했다. 마녀의 숲이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슬픔을 함께 나누듯이.

#
그 시각 제국의 수도, 데칸의 상공에 차원문이 나타났다. 차원 간섭으로 인해 발동되어버린 차원문이 그 아가릴 벌렸다. 그 안에서 타 차원의 존재들이쏟아져 나왔다.

이 세계에는 없는 기괴한 생김새를 한 외차원의 존재들이 빠져나오고, 오크나 트롤 같은 몬스터들도 튀어나왔다. 수도에 비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수도방비를 집중한다고 말만 했지, 실제론 그냥 넘겼던 것이었다.

“허, 그 말이 사실이었다니!”
“폐하,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근위 단장하고 왕국군을 전부 내보내서 처리하라고 하면 되질 않느냐?! 아직도 안 내보낸 것이냐!”
“아, 알겠습니다.”

재상이 떨떠름하게 대답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 근위단장과 군부의 인물이 자리를 빠져나간다.

“이걸 어찌 수습하나,  잘못으로 돌릴 순 없고. 아! 그, 몇몇 도시와 마을에 나타난 괴상한 비석은 어찌 되었느냐?!”
“차원문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비석이 나탔다 사라진 지역엔 동물 한 마리   포기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어찌 벌어진 것이란 말인가!”
“민심이 극히 흉흉하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폐하.”
“잠깐, 아기아스 교단에 대해 가장 먼저알린 이가 유라즈 가문의 장녀였던걸 기억하는데 맞는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모든 책임의 원흉을 그 쪽으로 돌려라. 제국의 공적으로 선포해버려!”
“예?”

다들 잘 못 들었나 하고 되물어본다. 너무나도 황당한 말이라 다들 잠깐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라펠라 유라즈, 그녀를 제국의 악적으로 규정한다. 모든 사실을 앎에도 제국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지금의  사태를 야기했다. 그러니,  죄를 묻겠다! 문제가 있는가?”
“그, 그그게.”

들으면 들을수록 궤변이었다. 듣지도 않던 사람이 저런 소리를 하다니.

“그럼, 자네가 책임을 질 텐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어딨는지 실체도 모를 아기아스인지 뭔지를 적으로 하자고? 그걸 누가 믿겠나? 실체가 확실한 자로 몰아야 누구나 납득을   아닌가!”
“아,알겠습니다. 폐하!”
“이래서, 무능한 것들과는 이야기가 어렵다니까, 에잇!”

성질을 부리면서, 알현실을 나가버린다.

“하…….”

다들 같은 심정이다. 한참을 어이가 없어서 다들 그렇게,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수습은 쉽게 되지 않았다. 차원문이 총 5개로 늘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왕국에도 1개씩 차원문이 발생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소피아르였다.

미소년과의 미색에 놀아나던 왕비는, 왕이 직접 거병을 해 여왕과 소년을 참수해버리고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원문을 막기 위해 자원자들을 받았다. 용병이고 모험가고 상관없이, 전부 도움을 요청했다.

말간테도, 제나르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좀더 나았던게, 라펠라의 서신을 읽고 충분히 대비를 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신속한 대피와, 빠른 병력의 투입으로 피해는 최소화되었다.

차원문을 추가로  것은 아기아스였다. 카라함을 집어삼키고, 완전히 소화하는 과정에서 공간의 권능을 완전히 깨우친 것이었다.

아기아스는 동력원으로 사용되었던, 사르칸과 5사도 니겔 메시아를 자신의 종으로 복속시켰다.

니겔은 어비스나이트로, 심연의 힘을 깨우쳤고, 사르칸은 어비스위자드로서 흑마법의 정수를 터득해버렸다. 1사도 바실 보머는 카드병정에 더욱 강대한 힘을 실어 소환할 있게 되었다.

한편, 마녀의 숲 폐허가 된 저택.

그 곳엔 작은 오두막이 하나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옆엔 벨가의 묘가 만들어져 있었다. 구리는 아직, 그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벨가의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오두막까지 지어줬다.

벨가의 장례식엔 드워프들도 자리했다.  오진  하고, 쿠드비온과 나스팔라벨이 자리했다. 많은 이가 벨가를 애도했다.

구리가 계속 저 상태이니, 은호도 힘이 없다. 구리 옆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아기아스가 풀려난 이상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루나가 구리와 은호를 돌보기로 하고 일행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숲 외곽에 타니엘, 쿠드비온, 나스팔라벨, 테렌페, 나드비온 그리고루시안 일행이 대책을 세우고자 모여 있었다. 그들이 텅빈 지하 봉인지를 보고 느낀 허탈감은 정말 컸다.

“봉인이 약화되지 않기 위해, 차원문을 옮겼던 것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나드비온이 허탈해했다.

“저들이 이리 과감하게 마녀의 숲으로 쳐들어와 봉인을 부술지는 엘프들도 위그드라실 님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에페넨시아 님의 봉인구가 그렇게 쉽게 부서지는 것이 아닐 텐데,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그 의문은 제가 풀어드려도 되겠습니까?”“

일행의 뒤로 불청객이 찾아 들어왔다. 2사도였던 로웰 맥스와 4사도 제리코 푸센이었다.

“뭐지? 아직 죽일 사람이 남았나?”

루시안이 총을 들어 올리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끌끌, 거 매서운 꼬맹이로다!”

제리코의 뺨을 탄이 스치고 지나간다.

“.......”
“한 번 더 지껄여봐. 다음, 총알은 네 머리에 박아 줄 테니까.”
“그만! 우리는  말이 있어서 온 거다. 싸우러 온 게 아니야!”

로웰이 둘을 제지하고 나섰다.

“우리는 버림받았다. 마법진의 제물로 쓰일뻔했지. 우리가 도망을 친 이상, 아기아스와 1사도와는 적으로 돌아선 거다.”
“그걸 누가 믿지? 그리고, 너희들이 그 놈들과 적이라 해도, 너희를 죽여야  이윤 충분해!”
“그냥, 아기아스와 1사도가 한 방 먹는 꼴을 보고 싶어서다. 내 이야기를 믿을지 아닐지는 너희들의 선택이니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는 중요했으니, 우선은 들어보고 결정할 일이다. 루시안이 총구를 내렸다. 그제야, 긴장감이 조금 풀렸다.

“이 자리에 도망친 후, 우리도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와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을 종합해 알려주겠다.”
“빨리 말하기나 해, 당장이라도 네놈들 목을 잘라버리고 싶으니까!”

타몬트가 대검을 땅에다가 거칠게 내리 찍는다.

“하, 우선은, 우리가 신의 파편을 찾아 나선 이유다. 너희들도 짐작하다시피,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였지. 여기에, 아기아스의 하얀 피가 쓰였다. 1사도는 아기아스의 파편이었고, 우리까지 모두 제물로 쓸 계획이었던 거다. 제물이 모자라, 엘프, 수인, 용인족, 무인 그리고 벨가의 심장까지 재료 썼지.”

타니엘과 테렌페, 나드비온이 주먹을 꽉 쥔다. 그렇게 찾아다녔던 이들 모두 죽었다는 게 확실해졌다.
“아기아스는 모든걸 알고 준비했던 건가? 환수의 구슬에, 자신의 피에, 파편화된 사념에.”
“듣자하니, 고대의 거북 휘데른이란 자를 만난 적이 있는 거로 확인되었다. 아기아스는 봉인이 되기 전부터 봉인을 대비했고, 봉인 후까지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우린 그의 체스판 위의 체스 말에 불과했던 것이지.”
“그런다고, 너희들의 잘못이 없어지지 않아!”

발터가 로웰을 노려보았다. 모든 일행의 심정도 같았다. 엘프와 수인족은 여전히 제물로 쓰여진 이들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드워프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리 막고자 했던 일들이 다 어그러져 버렸기 때문이다.

로웰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고, 제리코는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현재, 아기아스는 카라함을 완전히 집어삼킨 상태다. 공간의 권능을 완전히 깨우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뭐라? 아기아스가 그 힘을?”
“차원문의 이상은 그자의 소행이었군요. 대수림과 만달리안도 안전하진 않을 겁니다. 분명, 노려올 겁니다.”

그때, 타니엘의 팔찌와 루시안의 귀걸이가 ‘우웅’하며, 옅은 에메랄드빛을 뿌렸다.

“엘프 숲에 차원문이 열렸습니다. 위그드라실님의 전언입니다. 빨리 가봐야겠습니다. 가시죠!”

일행의 눈이 로웰과 제리코에 향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움직일 거다. 1사도건 아기아스건 콧대를 눌러주면 좋겠군! 아! 링기어 교단을 찾아가봐라, 거기가 본거지니까.”
“끌끌끌, 가지, 로웰!”

그들은 곧 모습을 감췄다.

“저리 놓아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이 급하지 않습니까?”

타니엘이 손을 내밀었다.

“잡으시지요. 위그드라실님의 권능을 빌려, 바로 숲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루시안은 루나에게 구리를 잘 부탁한다고, 엘프 숲에 다녀온다 전했다. 모두 타니엘의 손을 잡고, 바로 대수림으로 이동했다.

이미 전투가 한창이었다. 대부분의  곳곳이 피로 물들고, 괴상한 형태의 몬스터들이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위그드라실이 있는  주변으로 결계가 쳐져 보호되고 있었다. 적들은 그 결계를 넘지 못하고, 타들어 갔다.

나드비온과 네로니아가 힘을 풀고, 거대한 맹수가 되어 날뛰었다. 나스팔라벨은 거대한 망치를 꺼내 들어 적들을 짓이겨 나갔다. 쿠드비온은 골렘들을 내보냈다. 작업용 망치로 수리까지 해가면서 보냈는데, 폭발하는 자폭 골렘들이었다.

검은 촉수에 감염된 숲의 동물들이 붉은 눈을 빛내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동물 뿐 아니라 몬스터, 엘프, 수인까지 촉수에 감염되어 몸을 빼앗긴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

타니엘이 활을 높이 치켜든다.

“엘프와 수인은대수림을 지켜라! 위그드라실님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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