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5화 〉84화. 악의 발호 (3) (85/95)



〈 85화 〉84화. 악의 발호 (3)


“잔인하시군요.”

<어쩔  없는 일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그 말로 희생을 강요하시는 겁니까?”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가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할 뿐입니다.>

“…선택을 맡길 겁니다. 모든  구리의 의지대로.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 겁니다. 설령, 그로 인해 제 목숨이 없어진다 한들. 강요하진 않을 겁니다.”

<대륙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하고, 애써오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제 의지로 아기아스를 맞설 것이고, 누군가의 강요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가 곧으신 분이군요. 알겠습니다.>

위그드라실이 지친 듯이 말을 내뱉는다.

<이 대륙의 위기,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 모두 루시안 당신에게 있습니다.>
<일전에 말했습니다. 이번이 끝이 아닙니다. 그때도 부디 흔들리지 않기를.>

위그드라실은 힘을축적할 모양인지 완전히 침묵에 빠져들었다. 대수림 전체를 감싸던 기운도위그드라실의 주위로 한정되었다. 청량하게 느껴지던 마나의 기운도 사라졌다.

“여왕님, 엘프를 잘 다독이셔야  것 같습니다. 수인족은 뭐, 알아서 하겠지요.”

타니엘이 살짝 웃는다.

“이번 일이 끝나면, 엘프는 이 대수림을 떠나, 거처를 옮길까 합니다.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시작되어야할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그러시군요. 혹,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타니엘이 밝게 웃어 보인다.

“루시안,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여기, 이 할배는 어찌할 거냐?”

모두의 눈이 기절해 있는 쿠드비온에 꽂혔다. 라펠라는 멍한 상태 그대로였다.

루시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수를 꺼내 들었다. 성수를 살짝 찍어서 뿌렸다. 기절해 있던 그가 벌떡 일어나, 괴롭다는 듯이 온몸을 비틀어댄다. 남은 성수를 쿠드비온의 턱을 붙잡고 부어 넣었다.

“컥커거컥 

이내 부르르 떨더니, 축 늘어진다.

“죽은 거야?”
“기절한 것 같네요.”
“참나, 나스팔라벨  아저씨도 참, 그렇다고 그냥 버리고 가냐?”

쿠드비온을 어찌할까 하다가 모두의 눈이 루시안에게 향한다. 한숨을  내쉰루시안이 타니엘에게 부탁을했다.

“저, 이분을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네로니아? 이분을 모시고 가세요.”
“망할, 인간놈들! 쳇!”

그녀는 툴툴거리며, 쿠드비온을 ‘척’하고 어깨에 들쳐메고는 사라졌다.

“휘유, 힘이 장사네 아주!”
“그럼,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조심히 가시길.”

소피아르 왕성, 외성밖엔 창대 두 개가 있었다. 클라리스 아미레즈, 전 소피아르의 여왕이었던 이와 그 여왕을 홀렸던 미색의 미소년의 목이 창대의 끝에 걸려있었다. 모두가  창대를 보며, 욕을 해댔다.

자신의 부인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올라간 바탈 아미레즈는 군사를 열심히 움직여 왕성에 열린 차원문의 대응에 열심이었다. 자신의 부인이 저지른 그 과오를 씻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그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쳤다. 왕성 위로, 다른 국가에 열렸던 차원문들이 옮겨진 것이다. 소피아르 왕국에 열린 차원문은 총 10개. 제국에는 최초의 차원문 하나가 그 크기를 불려가며, 악을 뱉어내고 있었다.

쏟아지는 마물들에 의해 수도는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었다. 병력과 모험가 용병을 급하게 동원을 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바탈은 겨우 목숨만 건져 퇴각했고, 수도는 반파되었다.

그가 퇴각하러 왕실에 있는 레오나를 찾아 나섰을 때, 그녀는 그의 눈앞에서 둘로 찢겼다. 그가 분노해 마물을 갈라버렸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의 외동딸이었던 레오나를 그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렸다.

바탈은 반파된 수도와 목숨처럼 아꼈던 딸의 죽음에, 생의 의지를 잃고 폐인이 되어버렸다. 소피아르는 선장을 잃은 배가되어 표류하기 시작했다.

소피아르에서 나타난 마물은 수도를 파괴하고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가장 근접한 제피르칸 제국에 가장 많은 마물이 옮겨갔고 나머지는 대수림과 말간테 왕국으로 향했다. 일부는 네칸과 마녀의 숲으로 퍼져갔다.

그렇게 마물은 소피아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무간나 초원에도 그리고 루시안이 사는 발테리안 마을에도, 구리가 슬픔에 잠겨 있는 마녀의 숲에도.

말간테와 제피르칸에서는 마물을 처리하는 것보단 소피아르왕국 안에 가두기로 했다. 자신들의 차원문이 사라졌고, 소피아르에선 다량의 마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조치였다.

“거기, 돌 가져오는  왜 이리 늦어!”
“빨리빨리 안 움직여?”

몰락 귀족들과 전리품으로 챙긴 노예들이 많았던 제피르칸은 노예를 통한 대대적인 장벽공사를 했다. 대수림 장벽이 있기에, 그걸 살짝  연장하면 되었다.

“폐하, 대수림에 이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반쯤 불타고, 대수림을 드리우던 기운이 사라진 것 말이냐? 넌 일을 하는 것이냐 마는 것이냐! 그게 언젯적 일인데 그걸 지금 보고한단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이자를 당장 끌고 가서 작위를 박탈하고 노예로 써먹어라! 무능한 놈은 필요 없어!”
“폐, 폐하! 폐하!”

이 상황에서 황제는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그는 거대한 제국을 이끌어갈 깜냥이 모자란 사람이었다. 겉으론 위엄을 내세우고, 유능한 황제로 포장했었다. 그 가면이 나가버린 게 차원문과 괴비석 오벨리스크 사태였다.

거대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이젠 거대한 악이 나타났다는 사실까지 전해지자, 그의 심적 부담감은 극도에 달했다. 이성이 마비되어갔다. 점차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렇게 내려놓으니 편했다.

점차, 그렇게 광기에 취해갔다. 그가 취할수록 제국은 비틀거렸고, 민심은 쓰러졌으며, 귀족들은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병할 수가 없었다. 의심 많았던 그가 모든 수족을 잘라버린 후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전대 황제로부터 시작된 일환이었다.세력결집만 했다 하면 족쳐버렸다. 지금 공사현장에 투입된 노예들의 태반이 그런 자들이었다.

“제국이 무너지려 하는구나!”

탄식이 터지는 제국, 오늘도 황제는 취해갔다.

루시안 일행은 서둘러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네코이가 급히 소식을 알려왔다. 발테리안 마을에 마물들이 들이닥쳤다고. 나스팔라벨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가자마자 작동을 시켜버린 모양이다.

일행이 마을에 도착했을 땐, 마물과 시체들이 마을 곳곳에 즐비했다.

목이 잘린 아이의 내장을 파먹는 괴물의 머릴 발터가 날려버렸다.

“젠장할!”

서둘러 공방으로 움직였다. 공방과 여관 주위로 마물의 시체가 가득했다. 헥터와 발터의 아버지 제롬이 연신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봐, 형”

헥터가 힘없이 말했다.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다른 일행들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공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리엔이 울고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싸늘히 식은 베티가 안겨 있었다.

발테리안 마을에 마물들이 나타나, 습격을 가했을 때, 마을의 용병, 모험가들, 상단의 호위들경비병들이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웠다.

네코이와 헥터는 마리엔과 베티를 공방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튼튼한 공방 건물을 방패로 삼아, 적을 처치해 나갔다. 헥터는 어설픈 활 솜씨로, 네코이는 서재의 책을 보고 만든 어설픈 폭발 포션으로 공격을 했다.

“마리엔, 여기 있으렴. 엄만,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걸 돕고 돌아올 테니까.”
“어딜 나가요. 여기 있어요. 루시안이 올거라고요.”
“마리엔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는 나가볼게.”

마리엔이 필사적으로 말려도 베티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를 따라가려던 마리엔을 헥터가 제지했다.

“베티 아줌마, 말씀을 어길 셈이에요? 곧, 루시안 형이 올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요. 누나!”
“엄마가 밖에 나가셨다고!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흥분해서 날뛰는 마리엔의 코에 네코이가 진정성분의 약초즙을 가져다 댔다. 그녀의 몸이 이완되면서 축 늘어진다. 공방 소파에 그녀를 조심히 눕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야.”

네코이와 헥터에겐 루시안 일행이 오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다. 마을 안의 모험가와 용병들이 싸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어설픈 활 솜씨라 손에 생채기가 가득하다.

“젠장할! 활 연습 좀 할걸!”

헥터는 그간 활을 소홀히 했던 자신을 연신 자책했다.

그때, 헥터의 뒤로 마물이 덮쳐오다 화살에 맞아 고꾸라진다.

“헥터! 괜찮으냐!”

제롬이었다. 그는 공방 안으로 발터의 어머니 마리를 들여놓고, 사람들의 구출에 나섰다.

“몸, 조심해라! 갔다 오마!”
“다치지 마세요.”

그리고, 얼마 후, 그가 배가 길게 찢긴 베티를 품에 안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포션! 포션을 가져와아아!”

그사이 깨어난 마리엔이 초조하게 베티를 기다렸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오열을 했다. 손이 달달 떨리고 목소리가 가늘게 갈라진다.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엄마! 엄마아아! 포션! 포션을 줘 제발!”

네코이가 서둘러 가져온 포션을 부어보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

죽음을 직감한  베티가 천천히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잘 살아. 우리 딸…. 결혼…. 하는 거…. 꼭…. 보고 싶었…. 데….”
“으어어헝, 엄마, 엄마아아!”

그렇게, 일행이 도착하기 직전 한 생명이 꺼졌다. 가까운 이의 생명이.

“루시안! 왜 이렇게 늦게 와아아! 네가 일찍만 왔으면,그랬으면! 으어어어헝”

그녀가 루시안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며 울다가, 그의 품에 기절해쓰러진다..

“......”

하나둘 스러져가는 이 아픔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루시안 일행이 합류하면서, 마을의 마물들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시체를모으고 소각하고. 단체로 장례를 치렀다.

“발터, 마리엔과 누나를 부탁해. 루나로부터 마물이 왔다고 연락이 왔어.”
“아니, 이곳은 내가 지킨다. 발터와 둘이 갔다 와라. 둘이  몸놀림이 빠르잖아. 누님도 마리엔도 살펴야 하는데, 그건 네코이에 헥터도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빨리 가!”

발터와 루시안이 몸을 일으켜, 마녀의 숲으로 내달렸다.

지난 전투로 망가져 버린 숲에 마물들이 날뛰고 있었다. 숲을 관리하는 이가 없으니, 숲도 보잘것없이 변해버렸다. 루시안과 발터가 마물들을 짓이기며, 루나와 구리를 찾아 나섰다.

저택 방향, 마나의 파동이 느껴진다. 그때, 거대한 물방울이 루시안의 옆으로 땅을 가르며 지나간다.

“구리의 공격이야!”
“빨리, 가보자!”

그들이 저택으로 달려가던  시각, 구리는 울면서 마물들을 처리해 나갔다.

“여긴, 오지마! 여긴 안돼! 오지 말라고!”
“구리야, 누나가 처리할 테니까 들어가 있어. 힘들어 하지 말고.”

루나가 연신 마법을 날리며, 구리를 진정시켰다.

“지키지 못한 건 한 번이면 돼. 두 번이나 실패하고 싶진 않아!”
“구리야….”

루나가 거대한 흙의 벽을 일으켜 벨가의 무덤 주위에 벽을 세워 주변의 마물과 차단했다. 그리고, 마법 포격을 퍼부어, 다가오는 마물을 갈기갈기 짓이겨버렸다.

흥분해서 힘 조절 없이 마구잡이로 퍼부어 대던 구리를 누군가 막아 세운다.

“구리야, 잘했어. 이젠, 형한테 맡겨줄래?”
“루시안 형! 으허허헝,  또 실패하고 싶진 않은데 으허허헝”
“잘했어! 구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형이 조금 도와주려는 거야.”

구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루시안이 루나에게 눈짓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곤, 구리를 데리고 뒤로 물러난다.

“후, 여기에 발을 디딘 걸 후회하게 해주지!”

마물의 머리에 그대로 총을 후려친다. 오러가 실린 묵직한 총의 위력에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간다. 그대로 탄을 발사해서 가슴을 찌그러뜨렸다. 달려오는 그대로 발로 걷어차 올리고 두 자루의 총으로 찍어 내린다. 머리가 터지며, 살점이 튄다.

발터는 단검을 던져, 적들을 속박하는 것을 넘어, 한곳에 모았다. 점점 단검의 사용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루시안에게 받은 비산폭발포션을 던져 넣고는 시위를 당겼다. 화살 한 방에 두세 마리의 마물이 머리가 사라져버렸다.

곧, 숲의 마물이 모두 정리가 되었다.

루시안이 퉁퉁 부은 눈으로 루시안에게 달려와 안긴다. 루시안이 가만히 안아 등을 두드려준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구리가 서서히 진정이 되어간다.

“형,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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