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비일상으로 돌아갔다 (10/101)



〈 10화 〉비일상으로 돌아갔다

"아, 정말 잠적을 해야하나."
 



나는 컴퓨터의자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있었다.
밤이되니까 감상적이 되는것같다.

어제 지혜가 나한테 관심 있는거같다는 세찬의 말을 듣고나니,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복잡한 감정이다.
성별의 장벽을 넘으면, 종족의 장벽도 넘어야한다.
와, 인간과 흡혈귀가 사랑을 나누면 수간으로


쳐야하나?

세찬에게 대신 거절해달라고 해버리고 손을 털어버릴까.
아니면 지혜에겐 용기를 내서라도 내 사정을 밝혀야되나.

그것도 아니면... 진짜로 그냥 잠적해버릴까.
내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고민이 된다.
특히 돈 문제 앞에선 한없이 작아질  밖에 없다.
아빠도 사냥꾼을 은퇴하고 나면 뭐 해먹고 살아야되나.

아. 재택근무를 해야하나. 창업이라도 할까? 치킨집은 밤에만 열어도 되잖아. 아니, 마늘치킨 만들 생각을 하니까 아닌것같다.
카페는 괜찮지. 매일 밀크쉐이크 마실  있겠다.
카페알바나 알아볼까.


카페 생각을 하니 밀크셰이크가 마시고싶다.
한번 맛을 보고나니 계속 생각나.

집에서 만들어보려고 레시피를 찾았는데, 의외로 집에서 만들기는 번거롭더라.
나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여성 트레이닝복을 대충 차려입고 인식저해 1단계를 걸고 카페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카페에서 딸기 밀크세이크를 하나 사고 집으로 걸어가는 중에, 갑자기 두통이 일어났다.
너무 빨리 마셨나. 하지만 두통은 좀처럼 가시질 않아서 잠시 근처 편의점 테이블에 앉았다.


"휘유, 이거 생각보다 거물이잖아. 오라클의 정보는 정말 대단한걸."
"누구세요."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사람이다. 이상한데. 인식저해가 꺼진건가? 목걸이를 확인해봤지만, 지금은 봉인이 걸려있지 않은 상태다.
평범한 사람한테는 안보여야할텐데.


"이런 밤중에 뭘 하고있는거냐 흡혈귀?"
"... 밀크쉐이크 마시는데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아마 사냥꾼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귀를 살짝 보니, 사냥꾼들이 쓴다는 가는십자가 귀걸이가 보인다.
나는 살짝 경계하며 의자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도록 자세를 조금 바꿨다.

"무슨 농담을. 흡혈귀가 밀크쉐이크를 마신다고? 하하하하!"
"맛있거든요."

사냥꾼은 짧은머리카락을 흐트리듯 긁으며 웃었다.

"아, 그런가. 피를 하도 마셔서 질린거냐?"
"피는 끊었어요."


어쩌지. 도망쳐야하는데. 세찬이한테 얘기하고 나올걸.
내가 흡혈귀인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세찬과 아빠 말고 사냥꾼을 보질 못해서 실감하지 못했다.


"너, 정말 재밌는 녀석이구나. 그정도 VP를 가지고서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니."
"VP...?"


그게 뭔데 십덕아. 또 지들만 아는 설정 얘기하고.
젠장할, 세찬의 과도한 설명이 그리워질 날이 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럼 저, 집에 가도 되나요."
"아, 이런. 내가 아가씨를 너무 오래 붙잡아두고 있었군. 당연히 돌아가도 되지……."
 


사냥꾼이 순간 날아들었다.

"죽어서 말이야."

급작스럽게 다가온 나이프에 기겁해서 의자가 부서져라 일어나 피했다.
연약한 플라스틱의자는 박살났고, 테이블은 엎어져서 밀크쉐이크가 바닥을 굴렀다.


"악! 갑자기 무슨!"

몇모금 마시지도 못했는데!
매너없는 사람이다.
다짜고짜 칼질부터 하다니. 세찬이가 내 바뀐 모습을 처음 봤을때랑 똑같구만.
그치만 그때랑 다르게 나는 두손 두발이 멀쩡한 상태.
그렇다는 것은...


"아아악! 살인범이야! 살려줘요!"


도망칠수 있다는거다.
나는 전력으로 달리면서 목걸이 인식저해봉인을 급하게 3단계로 맞추며 소리질렀다.
3단계로 설정한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소용없어."


사냥꾼은 나를 쫒아 달리며 손을 뿌렸다.
그러자 칼날이  몸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왜이래요! 대체!"

나는 칼날을 가까스로 피했다.
와! 어떻게 피한거지. 반응속도가 좋아진건가.
이 팔찌, 벗어야 돼.

나는 골목으로 도망쳐서 팔찌를 벗으려 했는데, 팔찌때문에 약해진 힘으로는 벗을 수가 없었다.
아빠, 이거 좀만 헐렁하게 맞춰 주시지……!

사냥꾼이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져서 다시 급하게 다른 골목으로 내달렸다.
몸이 바뀌고, 병원에 입원하고, 정체를 숨기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젠 간밤에 술래잡기를?
한시도 쉴틈이 없는 인생이잖아.


아 맞다 아이기스. 이거 어떻게 쓰는거지?
귀걸이 붙잡고 염원이라도 해야하나?
내가 간 카페가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카페가 아니어서 그런지, 벌써 시야에 내 집이 보인다.

"세찬아! 한세찬!"

나는 계단을 오르며 소리쳤다.
왜 아무도 나와보지 않는거지?
그러고보니 여기까지 도망치는중에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느낌.

"설마..."

나는 급하게 집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세찬이 자고있을 침실 문을 열었다.


"없어."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세찬도.


"어디로 도망가나 했더니 여기야?"


검은 청바지, 민소매셔츠를 입은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사냥꾼이 은색 나이프를 양손에 쥔채 현관에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자,잠깐, 세찬이를 어떻게한거야."
"아무것도 안했어."


사냥꾼이 한걸음 다가온다.

"나,나. 아직,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
다시 사냥꾼이 한걸음 다가온다.

"지, 진짜! 나 아직 누구 피도 안 마셨..."
"시끄러워!"

사냥꾼이 몸을 숙이며 쇄도해 오른손을 올려쳤다.
손에 쥔 은색 나이프가 빛을 반사해 궤적을 그려내는 모습은 일견 아름다웠다.
그 나이프가 향한게 나라는 사실을 떼어놓고 보면, 참으로 그랬다.
나는 급하게 왼쪽으로 몸을 꺾어 피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휘둘러진 왼손의 나이프는 내 아랫배를 찔렀다.

"아아아아악!!"


제기랄! 존나게 아프다!


나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거실이 또 내 피로 덮인다.
저거 닦아내느라 세찬이 꽤나 힘썼는데.
이 사냥꾼한테는 닦으라고 시킬 수 있을까.

"잠깐만, 살려주세요. 저, 저는……."

아직 뭘 할지도 정하지 못했단 말이에요.
내가 당신한테 뭘 잘못했다고…….
하지만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살려달라고? 그렇게 말하던 내 딸도 흡혈귀에게 죽었어."


제기랄! 사냥꾼 새끼들은 죄다 이런놈들 뿐인가.
하긴, 그렇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 미친 짓을 누가 제정신으로 하겠어.
다들 어딘가 고장나있는 사람들인거지.
사실 나도 이미 뭔가 고장나있는 걸지도 모르고.

지금의 나한테 일상은 너무 과분했나.

역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사실, 릴리로써 연기하는거 힘들지만 즐거웠어.
그렇게 친구들과 다시 이어진것도 피곤했지만 재밌었어.

사냥꾼의 칼날이 내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래도, 죽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가까스로 오른손을 들어 칼날을 붙잡았다.
손이 칼날에 찢어졌지만, 나이프는 뼈에 막혀 내 목의 피부를 찢지는 못했다.

아. 무슨 방법이…….


그때, 목걸이가 눈에 띄었다.
떠오르는 아빠의 설명.

'제일 높은 위치의 다이아를 만지면 최고단계의 봉인술이 적용될거야.'
'그 술식을 완전히 봉인하면, 왠만한 정신보호로는 너의 모습을 본것만으로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거다.'

……방법이, 있었다.

사냥꾼은 내 손뼈에 막힌 나이프를 바로 놓아버리고,  머리카락을 붙잡아 다른손에 든 나이프를 다시 목으로 뻗었다.

나는 이미 찢어진 오른손을 다시 움직여 목을 가렸다. 칼날이 손을 잘라버릴 기세로 손을 난자한다.
오른손을 불구덩이에 넣고 지지는 고통은 무시하고, 사냥꾼에게 보이지 않도록 왼손을 몸으로 가리고 로켓을 쥐었다.
제기랄. 피때문에 미끌거려서  열리지 않잖아.

미끌. 



미끌.


찰칵.


로켓이 열렸을 때는 목을 가렸던 오른손이 완전히 잘려 떨어질때 쯤 이었다.

"제발!"

나는 가장 높이 반짝이는 다이아를 꾹 쥐었다.

그러자, 내 머리카락을 쥐고있던 손에서 힘이

풀리는게 느껴진다.

땡그랑.

내 오른손을 잘라냈던 나이프도 떨어진다.


무슨일인가 싶어, 나는 고통도 잊고 사냥꾼을 올려본다.
사냥꾼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유,유하야."

유하는 또 누구야.

"아,아빠가... 너,  죽었는데."

"하,하아...하.하."


어이가 없네. 나를 자기 딸로 보고 있잖아?
아마도 흡혈귀에게 죽은 딸이겠지.
기분 더럽네.
자식의 죽음을 이용하는 느낌. 아주 불쾌했다.
하지만 나도 살고싶은걸.

"살, 살려...크윽."


배에서 피가 울컥 울컥 흘러내리고, 잘려진 오른팔에서도 심장이  때마다 동맥에서 피가 물총처럼 뽑아져나온다.

"자, 잠깐만 기다려. 유하야. 아빠가 어떻게든 할게."


사냥꾼은 내 아랫배를 한손으로 누르며 지혈하고 오른손의 절단면을 다른 손으로 꽉 틀어쥔다.
하, 진짜.


좆같아.
거지같은 세상.

불쾌하고, 짜증나고, 화가난다.
피를 너무 흘렸나. 의식이 흐려진다.
기절하는거, 이제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싶은데.
머리가 새하얘지는 감각을 느끼며, 난 완전히 정신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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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딜간거야?'

세찬은 머리를 부여잡고 아이기스의 흔적을 찾았다.
'아이기스'.
위치확인, 긴급호출, 물리방호, 마력결계가 적용된 특수요인보호용 1급 도구.

그것은 등록된 사냥꾼과 연동되어 사용자의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인지해 위기상황에서 경호요원을 불러내는 용도로 제작된 사냥도구였다.
사용자의 격한 감정이 두통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위치와 상황, 감정을 완전히 세찬의 뇌로 받아들일  있을터다.

'왜 아무것도 보이질 않지.'

세찬은 석주가 마지막으로 들린 카페에 도착했다.
종업원에게 인상착의를 설명하고 어디로 갔는지 보았냐고 물었다.

"아 그 귀여운 여자애? 여기서 저쪽으로 가던데..."
"감사합니다."


'밀크쉐이크를 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나본데...'

세찬은 가던길을 멈췄다.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밀크쉐이크의 냄새.
그게 여기서 강하게 느껴지는데.
세찬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밀크쉐이크의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았다.

'편의점테이블? 여기서 잠깐 쉬었나?'

아니. 밀크쉐이크의 냄새는 잠깐 쉬었다고치기엔 너무 강했다.
마치 밀크쉐이크를 전부 쏟아야만  향기가 테이블 아래에서 나고있었다.

세찬은 품에서 대못을꺼내 테이블을 두드렸다.


'유사차원생성결계로군.'

왠만한 실력으론 펼칠 수 없는 고위결계다.
개인이 칠  있을만한건 아니기도 하고.
이런걸 자신의 구역에서 보게 되다니.
세찬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 나도 꽤나 우습게 보이나보군.'


이것은 자신의 은퇴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인가.


그렇다쳐도, 이정도 결계를 자신의 눈을 피해 준비했을 정도면 꽤나 대단한 사냥꾼인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아직 석주가 살아있는거지?

이정도 준비를 했으면 석주의 몸이되는 흡혈귀가 어떤 존재인지 정보를 대충은 알고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그쪽도 그에 상응하는 전력을 이 결계에 투입했을거고, 흡혈귀의 힘을 조금도 끌어낼 수 없는 석주는 그자리에서 시체가 되었을 거다.
그러면 세찬은 아이기스에서 역류하는 석주의 감정을 느낄 수 없을텐데.

이미 생성된 유사차원생성결계를 부수는것은 어렵다.
결계와 현실을 잇는 점을 찾아내야 하니까.
그렇지만 다른 결계를 새로 만들어서 붙이는 방법을 쓰면 차원결계에 침입하는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세찬은 잠시 중얼거리고는, 못으로 허공에 성호를 그었다.
작은 차원결계가 만들어지고, 세찬은 결계에 발을 디뎠다.


역시, 결계 내부는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서진 의자, 엎어진 테이블 밑에 전부 쏟아진 밀크쉐이크.
냄새의 진원지는 역시 여기였다.

세찬은 아이기스에 의식을 동화했다.
위치는...

'왜 집이야?'


결계에서 속편하게 집으로 들어가 쉬고있지는 않을텐데.
세찬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각력으로 바닥을 찼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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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야 제발. 유하야..."


세찬은 낯선남자가 석주에게 '유하'라고 하는것을 들었다.
유하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사냥꾼은 석주를 죽이려했고, 거의 성공했다.
그런데 그 사냥꾼이 왜 지금  죽어가는 흡혈귀를 붙잡고 오열하는 걸까.


"이봐, 당신. 여기서 뭘하고있었지?"
"아, 사냥꾼인가? 제발, 내 딸을 살려줘."
"딸?"

무슨 미친소리지.
이녀석은...
세찬이 사냥꾼에게 한걸음 내딛었을때,

휘청.


일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정신간섭.
릴리스의 능력이었다.


"미치겠네, 정신간섭이라고?"

아아. 죽을것 같으니까 별 짓거릴 다 했구나.
이녀석은 자기가 뭘 했는지도 모르겠지.


이 사냥꾼은 이미 기억에 매몰되었을거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에 죽을때까지 갇힌채 오열하겠지.

아마 '대 릴리스'용으로 세워둔 정신보호대책이 없었다면 나도 저 사냥꾼 꼴이 났을거다.
하지만, 확실히 석주의 상처는 심각하다.
가만히 두면 아무리 흡혈귀라도 확실히 죽을거다.
릴리스라면 이정도로 죽을리가 없지만, 이녀석은 어쩌면 김석주니까…….


"제발……."
"제기랄, 미안하다."

세찬은 사냥꾼의 목에 못을 꽂았다.
사냥꾼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세찬을 바라보다가, 초점을 잃는다.
이미 저렇게 된 이상, 삶보단 죽음의 안식이 더 깔끔할 것이다.
그리고, 흡혈귀라면 역시, 흡혈을 하면 회복할  있으리라.

"시발, 사냥꾼이 되서는 흡혈귀의 흡혈을 돕는날이 다 오네."

세찬은 사냥꾼의 목에서 못을 벌려 석주의 입에 흘려넣었다.
그러나 이미 의식을 잃어서인지 석주의 입은 피를 전혀 삼키지 못했다.

"미치겠네! 제기랄!"

세찬은 왜 주사기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자신을 원망하며 자신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 말고 다른 방법이 없나 고민했다.


'없다.'

 




세찬은 완전히 포기했다.
그래. 의료행위잖아.

"제기라알!  첫키스인데!"

세찬은 사냥꾼의 피를 입으로 머금어 흡혈귀와 입을 포갰다.
기도를 확보하지않고 바람을 집어넣으면, 그것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겠지.

'젠장, 젠장, 젠장.'


첫키스가 부모의 원수의 면상이라니, 끔찍한 기억이다.


세찬의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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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여긴 어디지.
공격받고 쓰러진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머리도 어질거리고, 몸에 힘도 안들어간다.
침대에 누워있는것 같은데, 음...
집은 아닌데, 익숙한 천장이다.

"병원이구나."

몸을 일으킬수가 없다.
이번엔 아무데도 묶여있지 않은데. 하하.

"일어났냐?"


초췌해진 세찬이  옆에 앉아있었다.
간호해준건가?고맙기도 하지.


"나 어떻게 살아있냐. 무조건 죽을 줄 알았는데."
"알면 다쳐."

눈빛 무서워!
저런 반응을 보니 엄청 궁금하지만, 묻지 말기로하자.
지금은 몸에 못이라도 박히면 진짜 죽을 거 같으니까.

"그 사냥꾼은 어떻게 됐어?"
"...죽었어."
"뭐?"

어째서?
그냥 환상을 보고있을 뿐, 별로 죽을만한 일은 없었는데.
어라, 그 사냥꾼이 나를 살린게 아닌건가?

"이것도, 알면 다쳐."
"아, 그래. 나도 다치는건 싫으니까."
"……."


세찬은 입을 다물었다.


"아빠는? 혹시 걱정하고 계시려나."
"모르셔. 아직  말했거든."
"아 그래. 다행이네."
"나중엔 말할거야. 중요한 일이니까."
"윽."


뭐, 아들이 죽을뻔 했는데. 아빠도 알 권리가 있긴하지.
 혼날까? 한밤중에 혼자 돌아다녀서 괜히 일을 만든것 같다.
그러고보니 사냥꾼이 이상한 말을 좀 했는데. 뭐라고했더라.

"오라클얘기를 했어. 사냥꾼이."
"뭐? 오라클? 자세히 말해봐."
세찬은  말에 움찔하며 외쳤다.

"'생각보다 거물이잖아, 역시 오라클의 정보는 대단하다'라고……. 대체 오라클이 뭔데?  VP인가, 그런얘기도 했어."
"오라클이……? 안되겠어. 바로 스승님께 연락해야돼."
"어? 야, 잠깐만……!"

세찬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병실에서 나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멍하니 세찬이 박차고나간 문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중요한건가.
오라클이?

그나저나, 퇴원하자마자 도로 입원하는 꼴이 참으로 우습다.
하하 시발. 그냥 병원에 살림 차릴까.
연구자 아저씨한테 여기 취직해도 되냐고 물어볼까?
크큭...정말 웃겨.


"으으윽..."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오른손이 없었다.
맞다. 잘렸지.
흡혈귀는 나중에 손도 자라려나?
그러면 솔직히 흡혈귀의 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편할때만 흡혈귀 찾는게 되게 속물적이지만.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손이 없으면 좀, 일상에서 불편하잖아.

목이 마르다.
세찬아. 빨리 돌아와!
지금 나는 물도 혼자 못 뜨러간단 말이야.
여긴 누구 호출하는거 없어?

"누, 누가 마실것좀..."


목소리도 갈라져서 잘 안나와.
아아, 밀크쉐이크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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