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5화. (36/83)



〈 36화 〉35화.

[1호….]


나는 몸을 덮고 있는 1호의 앞발을 걷어내고,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1호의 두개골은 주둥이의 윗부분과 한쪽 면 전체가 산화되어있었다.


눈에 들어온 불은 꺼진 지 오래였고, 안식에 든 것인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일리나가 새긴 이마의 낙서는 ‘바보.’라는 글만이 남아 있었다.


[고맙다.]


파편만 남은 1호의 머리를 보며그렇게 말했다.


녀석이 보호해 주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거듭된 성기사들의 공격에 1호와 비슷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녀석이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검은 바람과 함께 썩은 낙엽처럼 바스러지는 1호를 뒤로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잔해들을 지나 방어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영웅들과 성기사들을 보았다.

거대한 빛의 방패 뒤에 숨은 성기사들은 멀쩡했지만, 연합군의 영웅들은 군데군데 자잘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비록 작은 상처라 전투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들에게도 갑작스러운 대폭발은 막기 힘든 거대한 힘이었던 것 같았다.


방어마법을 거두는 성기사들과 영웅들을 보며 나는 최후를 직감하고서 검을 들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검이 반쯤 부러져 누가 자른 것처럼 되어 있었지만, 마력을 불어넣으니 그래도 검기가 생겨났다.

피어오르는 검은색의 검기에 성기사들과 영웅들 역시 무기를 들고 힘을 불어넣었다.


검기를 일으키자 8명의 성기사들과 아드리나, 론노 그리고 네빌을 쫓으려다 공격을 받아 화가 난 크릭과 스펙터 백작까지 주시했다.

 12명의 영웅이 사라져가는 1호의 무덤 앞에 선 날 쳐다보았다.

저승사자를 마주한 것처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2번째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집으로 돌아갈 희망조차 남지 않았다는 슬픔이 밀려왔다.


못 이긴다.

뿌리칠 수도없다.

뼈만 남은 가슴이 아려왔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일까?


아니다, 따지고 보면 집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다는 감언이설을 의심도 않고 무작정 믿은  탓인가?

[그래, 해골바가지의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믿을 게 없어서 해골바가지의 말을 믿은 내가 등신이지.]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말만 믿고 따른 내가 바보다.

나는 이제는 거의 다 사라진 1호의 뼈를 보며 내가 버려졌다는  깨우쳤다.


지구에서 연쇄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런 영문 모를 세계에서 또 최후를 맞이하게 되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형사라는 놈이 한심하게 나쁜 놈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질 않나, 인간들의 학살을 가담하질 않나.참…, 이쪽 세상에 와서 뻘짓 많이 했네. 빌어먹을 네빌 놈….]


나는 속으로 네빌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검기를 불어넣었던 검을 바닥에 찔러 넣었다.

 속 깊숙이 박힌 내 검을 본 성기사들과 영웅들이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놈들아 경계할 것 없어, 그냥 포기한 거니까.

바닥에 주저앉아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도망칠 수 없다.


지금 내가 가진 힘과저놈들의 무력을 생각하면 도망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헛된 발버둥에 불과할 것이다.

애초에 그것을 아니까, 네빌도 충직한일검이 아닌 자신을 귀찮게 한 나를 1호와 함께 이곳에 보낸 것이리라.

[빌어먹을 새끼,  같은 해골 새끼, 개뼉다귀만도 못한 새끼!]

나는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모두 네빌의 책임으로 돌렸다.


모두 그의 잘못으로 몰아가야 그나마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번이나 욕하고, 원망해도 속이 풀리지 않았다.

꼭 그의 탓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네빌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처음 부활했을 때,나는 늑돌이조차 막아낼 힘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네빌을 만나지 않고, 홀로 도망쳤더라면 그 끝은 뻔했다.

하멜 숲을 비롯해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아 다시 최후를 맞이했거나, 같은 인간들에게 공격받아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을 것이다.

부정한 존재, 더러운 망자 같은 온갖 안 좋은 소리를 다 들어가면서.


내가 사람의 마음을 가졌건 말건, 그들에게 흉물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일 테니까.

해골이  날 그나마 이해해 줄  있는 존재는 그래도 이 세상엔 네빌이 유일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욕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도 없었다고 두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선 다 소용없지만….]

나는 제사상 밥그릇에 꼽힌 숟갈처럼 우뚝 서 있는 검과 까만 먹구름이 드리우는 하늘을 보았다.


[거, 염불 외기 딱 좋은 날씨네. 죽일 테면 빨리 죽여라. 이참에 성불이나 하자.]


자포자기해 죽음을 각오한 그때였다.

[성불? 한심한 놈! 네 각오는 고작 그따위였느냐?!]

검은 하늘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라?]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속담도 모르느냐! 고작 저따위 놈들에게 굴복해 포기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우리나라 속담을 읊으며 등장한 존재는 내가 조금 전까지 원망하고 있던 해골바가지 네빌이었다.

“네빌! 네 이놈!!”

네빌의 등장에 성기사들 무리가 어린이 합창단처럼 소리 높여 외쳤다.

“성녀님을 어디다 둔 것이냐!”

“당장 성녀님을 내놓지 못할까!!”


[흥! 미친 광신도 놈들! 이젠 대놓고 남의 아내 내놓으라고 지랄이로군! 누가 발정 난 교국의 개새끼들 아니랄까 봐,더러운 말만 짖어대는구나!]

네빌은 성기사들을 향해 콧방귀를 뀌며 내려오더니 내 옆에 섰다.

[두영. 일어나라.]

[뭐야? 본드래곤이랑 일검은? 그리고 다른 언데드 부대는? 왜 요것들밖에 없어?]

50정도 되는 데스나이트, 리치들을 보며 묻자 네빌은 착잡한 심정으로 말했다.

[일검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은 모조리 당했다.]

[뭐? 어쩌다가? 이길 수 있다면서 큰소리치지 않았어?]

[음…, 실은 로서 왕이 사검이라는강력한 영웅을 만들어 이길 수 없었다. 망할, 하필이면 저주받은 땅의 괴물을 영웅으로 만들어선 쯧…!]

혀를 차며 말하는 네빌.


물론, 혀는 없다. 그저 기분일 뿐이다.

[그럼, 로서 왕이랑 일검은?]


[설명하기 귀찮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네가 직접 보든지 알아서 하고, 그보다 지금은 이것을 받아라.]


계속된 질문에 네빌은 허공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가 꺼낸 것은 커다란 구슬이었다.

점쟁이들이나 쓸법한 크기의 구슬로 구슬 속에는 별자리 대신 보라색의 빛과 연기가 갇혀 소용돌이치듯 회전하고 있었다.


[이게 뭔데?]


[내 원천이 담긴 보주(寶珠)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최대한 먼 장소로 공간이동을 시켜 줄 테니. 공간이동이 끝나면 두영 너는 그 즉시 이것을 파괴하도록 해라.]

[뭐? 왜?]

다시 이어진 내 질문에 네빌과 리치들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보랏빛을 띤 마법진이 네빌과 리치들의 손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검은빛을 띤 거대한 마법 장벽이 나타나 갑작스레 날아온 코르넬리오의 랜스로부터우리를 감쌌다.


콰쾅!!


충격음과 함께 스파크가 튀기며 코르넬리오의 랜스가 튕겨져나갔고, 그것을 기점으로 다른 성기사들과 영웅들이 각자의 무기를 이용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강한 예기와 신성력을 띤 검기들이 날아와 번개와 함께 쏟아졌다.


단창과 창, 바위도네빌의 마법 장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에 데스나이트들과 리치들이 전면에 나서 영웅들의 공격을 검과 몸으로 막으며 시간을 벌었다.

점점 줄어가는 언데드들의 모습에 네빌은 다급하게 외쳤다.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 이대로 시간이  지체되면 둘 죽는다.]


[둘 다 죽는다고? 잠깐, 그 말은 남겠다는 거냐? 어째서,그냥 같이 도망치면….]


[방금까지  원망하고 있었던 녀석이 이제와서 걱정하는 것이냐? 크큭! 끝까지 웃기는 녀석이구나! 됐으니, 내 걱정은 집어치워라! 게다가 성기사들의 목표는 나다! 탈출하더라도그들의 추격을 받으면  수 없다.]


[하지만…. 네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집에….]

[모든 것은 보주를 파괴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받아라!]

네빌은 내게 강제로 보주를 떠넘겼다.


보주가  손에 들어오자 워프 마법이 시작된 것인지 강한 빛이 몸을 휘감았다.

서서히 사라지는 내 모습에 네빌이 말했다.


[아내를 부탁한다.]

그 말을 끝으로 눈앞에 있던 네빌과 영웅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망가진 아너스 왕국의 모습도 완전히 사라져,  덮인 거대한 산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높은 산맥으로 공간이동이 된 것 같았는데,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 아닌지 산의 아래를 바라보니 아너스 왕국의 모습이 보였다.

조그맣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전력으로 달린다면 20분 안에 도착할  있을 법한 거리였다.


나는 불꽃이 치솟고 빛이 떨어지는 아너스 왕국과 네빌이 건네준 보주를 번갈아 보았다.

어째서이것을 내게 주고, 파괴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파괴해야 할 물건이라면 본인의 힘으로 파괴하면 될 텐데, 대체 이걸  내게 준 것일까?

그리고 버린 날 다시 구하고, 자신이 역으로 희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은 보주를 파괴하면 알게 될 것이다.]

네빌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다시 보주를 보았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보주를 파괴하면 네빌이 노리는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것이 분명했다.


네빌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구하러 온 것을 보면 믿어도 되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빛깔이 남은 보주를 깨트렸다.

보주가 깨지자 그 안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 보랏빛 연기는 회오리바람처럼  주위를 회전하더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몸이 떠오르고 누군가 몸을 조종하는 것처럼 손발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속박되는 것 같은 이 감각,  느낌에 기시감을 느꼈다.

바로 처음으로 데스나이트가 되던 때의 느낌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네빌이 한 말이 빠르게 이해되었다.

[서, 설마!]


망가진 보주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를 보며 네빌의 의도를 뒤늦게 깨달았다.


곧이어 그가 가진 모든 기억과 모든 지식이 파도처럼 내 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방대한 기억, 네빌의 삶 자체가 내 안으로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네빌!]

아너스 왕국을 보며 나는 네빌을 불렀다.

이번엔 원망이 아닌 미안함을 담아서….


#

[큭! 때가 되었군.]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낀 네빌은 두영이 자신의 말대로 보주를 파괴한 것을 느꼈다.

그가 두영에게 건네준 보주는 마인드 리치의 삶을 허락받은 그릇, 라이프베슬이다.


마인드 리치로 변한 네빌의 마력의 근원이자 그가 허락받은 영생의 원천.

그것이 부서지면 네빌은 죽고, 그것이 부서지지 않는 한 네빌은 감각 없는 망자로써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불멸과 방대한 지식을 목표로 하는 마인드 리치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인 셈이다.

그런 귀한 물건을 네빌이 두영에게 주고 부수라고 한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첫째는 두영이 자신의 라이프베슬을 부수면 망자와 괴이의 힘을 흡수하는 능력으로  강해질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내 엘리아나를 지켜주길 바라는 간절함의 작용이었다.

셋째는 힘이 부족한 자신의 뒤를 이어 복수를 해주길 바라는 기대심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끝으로 넷째는 그가 자신의 땅으로 돌아가 자신과 달리 행복을 되찾기를 바라는 선의였다.


이것은 망자가 된 이후 네빌이 엘리아나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선보인 선행이자 희생이었다.

[두영,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라. 그리고 반드시 잃은 것을 되찾아라. 돌이킬  없는 나와 달리 네게는 아직 돌아갈 기회가 있다.]

네빌은 검은 회오리바람이 솟구치고 있는 아록 산맥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네빌!”

아록 산맥을 보던 네빌의 앞으로 거대한 망치를 든 성기사가 달려들었다.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부수며 접근한 성기사의 정체는 심판의 성기사 바라그.

투구 속에 얼굴을 숨긴 바라그는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남성이었으며 일리오스와 알고르 교국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범을 보이며 성실히 신의 검으로써 맡은 소임을 다해온 바라그는 네빌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망치를 들었다.


번개에 휩싸인 바라그의 망치가 네빌의 어깨로 떨어졌다.


어깨를 통째로 부수는 그 강한 신성력에 바라그는승소를 띄었다.

승리의 기쁨과 영광에 가득 찬 바라그의 모습에 네빌은 고통조차 잊은 채 웃었다.


[크크크!]

“이놈이 웃어?!죽음을 앞에 두고 실성을  것이로구나!”

[하하하하!]


바라그의 말에 네빌은 더 크게 웃었다.

미친놈처럼 웃음을 터트리는 네빌.


그는 남은 한 손을 뻗어 바라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무슨?!”

[마지막 길동무로 누굴 데려가나 싶었는데…. 녀석의 앞길에 가장 위험한 놈이 걸려들었구나.]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이런 말이지. 지옥의 문.]

바라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네빌이 그의 팔을 놓으며 외쳤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검붉은 색을 띤 피와 옥염이 붙은 문이 나타났다.


“네놈, 설마!”

[역시 혼자는 외롭다, 함께 가자꾸나. 심판의 성기사 바라그여.]


네빌의 마법을 확인한 바라그가 네빌의 팔을 부수며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검은문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사슬들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수십 개의 사슬들이 네빌과 바라그의 몸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많이 뜨거운가? 나는 언데드라 모르겠군. 그래. 크크큭!]

절대 꺼지지 않는 순수한 지옥의 불길에 달궈진 사슬.

그 사슬에 갑옷과 몸이 데인 바라그는 비명을 질렀지만,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네빌은 고통스러워하는 바라그의 모습을 비웃었다.


“바라그님!”

네빌과 함께 문으로 끌려가는 바라그의 모습에 알고르 교국의 성기사들이 달려갔다.


그들은 바라그를 감싼 사슬을 끊기 위해 신성력을 가득 담아 사슬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성력을 가득 담은 그들의 공격에도 사슬은 멀쩡했다.


사슬은 네빌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죽음  자체인 존재가 만든 물건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끊으려면 엘리아나 정도의 힘이 필요했다.


“큭! 네빌! 이놈! 왜, 왜 하필 나를!?”


[그냥 네가 먼저 와서. 크큭!]


바라그의 원망에 네빌은 솔직하게 답하며 그와 함께 지옥의 문으로 끌려갔다.

네빌에게 심판을 내렸다는 명성을 얻기 위해 욕심내 달려온 바라그는 자신이 욕심이 초래한 결과에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아는 것이다.

저곳에 끌려가면 죽음도 없이 평생 고통을 받게 되리란 것을.


“안 돼! 살려줘! 살려줘!!”

문 안으로 끌려간 바라그가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네빌과 함께 바라그의 모습이사라지자 공간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종이를 구기는 것처럼 작아지는 지옥의 문.


지옥의 문이 완전히 접혀 사라지자, 사라진지옥의  중심에서 긴 보라색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솟구쳐 오르던 보라색 빛의 기둥이 긴 파동을 남긴 채 아너스 왕국 전역으로 퍼졌다.

파동은 네빌이 조종하던 데스나이트들과 리치들을 다시 뼈다귀로 되돌렸고, 언데드들이 쓰러지자 네빌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워진 아너스 왕국에  아닌 고요가 찾아왔다.

알고르 교국의 성기사들은 심판의 성기사 바라그의 허무한 최후에 충격에 빠졌고, 아너스 왕국 생존자들 사이에서는 아너스 왕국의 국왕 로서가 도망쳤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연합군은 왕이 도망쳤다는 소식에전의를 상실한 아너스 왕국의 백성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네빌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무너진 아너스 왕국엔 새로운 암흑기가 도래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