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41화. (42/83)



〈 42화 〉41화.

스님이 다시 깨어난 후.


나는 통성명부터 했다.

끈질기게 물어서 알아낸 녀석의 이름은 아라타.


수미산의 출신의 스님 아라타라고 했다.

[그래. 아라타. 이제부터  얘기를 잘 들어 봐. 내가 겉모습은 이래도 알고 보면 나쁜 놈은 아니야. 오히려 착한 놈이지. 내 일생에 무고한 사람을 해한 기억은 하나도없다. 오히려 생전의 내 직업은 나쁜 놈들을 잡아들이는 민중의 지팡이였단 말이지. 내 겉모습만 보고 못 미더워하는 거 나도 이해해. 하지만  봐. 지금도 내가 너를 해치지 않고, 이렇게 말로 부탁하고 있잖아? 내가 진짜 나쁜 놈이라면 네게 이런 부탁을 왜 하겠어. 그냥 죽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다시 협박하면 될 텐데, 그치? 이해되지? 나 알고 보면 착한 놈이다. 그러니까. 광명 목탑으로 가는 길 좀 알려주지 않으련?]


나는 어른으로서 차분하고, 이성적인 설명을 덧붙여  안내를 부탁했다.

하지만 아라타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선량한 망자라면 나를 이렇게 묶어두지도 않았을 테지! 지금  묶어둔 그대의 행위 그 자체가 자신의 사악함을 대변한다는 것을 어찌 깨닫지 못하는가!”

아라타는 독기를 품은 눈으로  쏘아보았다.

예전부터 비행청소년들 다루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 녀석 쉽지 않았다.

1차로 짜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 역시 예상한 바였기에 이번엔 냉정한 분석을 가미해 설득에 나섰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려무나. 여기서 나랑 옥신각신해 봤자, 서로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어. 시간을 낭비할 뿐이지. 그러니 우리 그냥 쉽게, 쉽게 가자. 너는 현상금 사냥꾼에게 넘겨지지 않아서 좋고, 나는 목적지를 찾을 수 있어서 좋잖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겉모습만 보고 서로 판단하지 말고 우리  더 지성인답게 믿고 같이 가자, 응?]

“망자 놈의 말은 믿을 수 없다! 애초에 네놈은 광명 목탑을 찾는 이유도 밝히지 않았지 않느냐! 이 사악한 괴물 놈! 대체 광명 목탑으로 가, 어떤 사악한 짓을 저지르려는 것이냐!  어떤 악행을 저지르려는 것이냐! 부처께서 널 가만 두지 않으실 것이다! 얼른 지옥으로 떨어져라!”

[…반말은 하지 말고.]

반말 찍찍 뱉는 모습에 2차로 화가 치밀었지만, 정의감이 강한 스님이려니 하고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차분히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내 꼴이 이래서 그렇지. 내겐 아직 가족도 있고, 아내와 어린 딸도 있다. 아내와 딸 앞에 이런 꼴로 돌아가기 힘드니, 다시 인간이 되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이 불쌍한 아저씨가 다시 딸아이를 안아줄 수 있도록 네가 좀 도와줘라. 제발, 응?]


“가족을 만나고 싶은 심정 모르는  아니나 죽은 자는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 더는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고 얌전히 흙으로 돌아가 극락왕생하도록 해라! 네가 얌전히 흙으로 돌아간다면 부처님 역시 네 운명을 딱히 여겨 훗날 내세에서 다시 가족들을 만나게  주실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병! 석가탄신일에 비빔밥 한 번 얻어먹은  없는데, 나중에 만나게 해 줄지 안 해줄지 어떻게 알아!]

분노가 치솟았다.


말로 차분히 타이르고동정심에 호소까지 했지만, 통하지 않으니 짜증이 극에 달했다.

아니, 깡패 새끼들도  정도로 호소하면 자기가 궁리를 하면서 타협점을 찾는데, 이 어린놈의 자식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후! 이걸 진짜 죽여, 살려.]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아라타의 혹을 터트려주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며 나는 가슴에 참을 인(忍)을 세 번 새겼다.


[참자.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다. 참자. 참아.]

살인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다시 아라타를 보았다.


이제는 자존심 싸움이었다.


[꼬맹아, 혹시  바라는 거 없니? 돈이라던가 뭐 그런  말이야.]


“그런 물욕으로 날 어찌할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그리고 꼬맹이라니 이 무례한 망자를 보았나! 나는 꼬맹이라 불릴 나이가 아니다! 이름으로 불러라!”


[그래? 몇 살인데?]


“올해 열일곱이다.”


[그래? 음.성장판이 덜 열렸나. 왜 그렇게 작어?]

“스님에게 있어키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심득과….”

[됐고. 17살밖에 되지 않았으면 아직 못해 본 것도 많을 거 아니냐? 취직, 게임, 연애, 결혼, 자식까지.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얼마나 많은데, 젊은 놈이 여기서 이렇게 인생을 포기해서야 되겠어? 살 수 있을 때 살아야지! 부모님 걱정도안 되니!?]


“내게 부모님은 기예천님 한 분뿐이시다.”

[그래. 그럼. 그분 품으로 돌아가야지. 여기서 죽으면 되겠어?]


“기예천님은 내가 모시는 신이시다. 내가 여기서 비참이 죽는다 해도 망자의 유혹에 넘어가는 부끄러운 꼴을 보일 수는 없다!”


[아오! 이 미친 광신도 새끼. 정말 이렇게 나올 거냐?]

“아미타불.”

내 말에 아라타는 눈을 감고 법전을 외웠다.

자기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지독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쓸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는  없지.]

“네놈이 성불하기 전까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망자여.”

[그건 두고 봐야 알지. 얘들아!]


자신 있어 하는 아라타의 모습에 나는 애들을 불렀다.

스켈레톤들이었다.

나무토막을 비롯해 뭔가를 들쳐 맨 스켈레톤들이 들이닥치자 아라타가 비장한 눈을 하고서 말했다.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이 잔인무도한 놈!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 보아라. 네가 아무리 힘으로 나를 겁박하더라도 나는 굴하지 않을 것이다!”

아라타는 고문을 앞둔 독립투사라도 되는 마냥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뭘 그렇게 비장하게 말하니.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17살밖에 안 된 애한테 그런 더러운 짓 할 거 같아?]

아라타의 말을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하고 나는 스켈레톤들에게 가져온 것을 바닥에 내려놓도록 지시했다.

스켈레톤들은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들을 내려놓았고, 충분히 모은 후 마법을 사용해 불을 붙였다.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자 아라타가 다시 말했다.

“대체 뭘 하려는 속셈이냐? 설마 날 태워 죽이려는 것이냐?”

[미친놈, 사람을 뭐로 보고.]


“사람이라니, 넌 망자가 아니더냐!”


[됐고, 아무튼 너는 잘못 걸렸어. 형사 생활 15년 짬밥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당황하는 아라타의 앞에서 나는….


고기를 구웠다.

스켈레톤들에게 사냥을 지시한 산짐승들이었다.


멧돼지부터 작은 토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잡아온 짐승의 잔털을 발라내고 훈제를 하듯 불 위에 올려 두었다.

“뭐하는 것이냐?”


[예전에 불법 노점상들이 시위하는 현장에 나갔을 때, 어느 정치인 양반이 불법 노점상들 대변하는 시위를 하겠답시고 단식투쟁을 하는 일이 있었어. 무려 열흘 동안이나 물만 먹으면서 말이야.]

“단식투쟁?”


[그런데 그 양반이 말이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살이 안 빠지는 거야. 이상하지? 그래서 우리는 궁금해졌어. 과연 진짜로 단식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식을 하는 척만 하는 것인지. 그래서 경찰들 동원해서  양반 텐트 주변을 3교대로 철저히 지켜보도록 했어.그렇게 지켜보니까, 어떻게 됐는지 알아?]

“어, 어찌 됐단 말이냐!”


[이틀 뒤 저녁, 단식투쟁 머리띠도 벗고, 이웃 상가 식당에서 몰래 고기 먹다 걸렸어. 매스컴에 슬쩍 찔렀더니 단식투쟁이 아니라 반찬투정이었다면서 네티즌에게 욕만 되바라지게 먹었지. 그 후 자기도 쪽팔린 걸 알았는지 철수했다니까.]


“…그, 그게 지금 상황이랑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

[그때 얻은 내 지론 중의 하나가 이거야. 아무리 콧대 높은 양반이라도 배고픈 데는 장사 없다는 거.]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기의 앞에서 부채질을 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기의 냄새가 아라타에게 향하도록.


“이 악마 같은 놈!”

[이 유혹을 버티면 내가 널 인정하고 풀어줄게. 하지만 장담하는데 너 못 참는다.]


이것은 내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비폭력 시련이었다.


만약, 아라타가 이것을 버틴다면 나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를 향한 녀석의 시선과 녀석의 입에 고인 침을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이겼다는 걸.


[자자. 노릇노릇하고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고기란다. 앙. 해보렴. 자. 앙.]


“큭!!”

아라타는 스님의 자존심을 걸고서 입을 앙다문 채 버텼다.

역시 쉽지 않았지만, 같은 방식으로 고기 굽기를 반복하자 아라타의 표정이 변했다.

“으아어오아어오아.”

녀석은 이상한 방언을 하며 고기를 뚫어져라 보았다.

허기로 지친 아라타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배에서는 꼬르륵, 꾸르륵 같은 소리가 알람을 맞춰 놓은 것처럼 울렸다.


장난삼아 고기를 움직이니 녀석의 눈동자가 고기의 움직임을 따라서 이동했다.

이미 반쯤 넋을 놓은 아라타.


역시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도 굶주림 앞에선 못 버티는 법이지.


라면도 일단 끓이면 한 젓가락만 달라고 사람들이 모이는 법.

특히, 이미 굶주린 상태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3대 욕구 식욕, 수면욕, 성욕은 스스로 절제한다고 절제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윽고 공복이 극에 달한 아라타의 입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광명 목탑으로 가려는 진짜 목적이 무엇이오.”


[말했잖아. 다시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어째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오?”

[아내와 어린 딸을 만나러 가야 한다니까.]

“지금 그 모습으로 가면 안 되오?”


[아버지가 이런 모습으로 가족 앞에 서는  좀 무리이지 않을까? 마누라도 애도 충격받아서 기절하고 말 테니까. 안 그래?]


“그, 그렇게 후회하실 것이면서, 어찌 망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오?”


[…그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정신 차리니까. 누가  이렇게 만든 거지.]


“지금 그 말 사실이오?”

 말에 아라타의 마음이 움직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계속 고기에 시선을 두고 있던 아라타가 눈도 돌리지 않은 채 되물었다.

“대체 누가 그랬단 말이오?”

[어…. 네빌이라는 흑마법사가.]

“네, 네빌!? 서, 설마 그자가?”

놀라는 반응으로 보아 네빌의 존재를 아는 모양이었다.


머나먼 동토에까지 네빌의 명성이 퍼져 있을 줄이야, 조금 놀라웠다.

[그렇지. 지금은 죽고 없지만….]

“죽었다니. 그렇다면, 설마…. 귀하가 네빌을 죽인 것이오?”

[응? 뭐,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셈이지? 본의는 아니었지만.]

“그럴 수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었기에 조금 양심이 아팠다.

“두영이라고 하셨소?”

[그래.]

“그대가 진정으로 억울하게 망자가 되었다면….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 심정 이해할 수 있소. 그대가 원한다면 내 광명 목탑까지 안내해 드리리다. 다만.”


[다만?]


“설혹 그대가 소승을 속인 것이라면, 소승의 모든 것을 걸고 그 대가를 치르게  것이오. 그래도 되겠소?”

[물론. 그럼, 이제 가는 길 알려  거지?]

내 말에 아라타는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아라타를 믿고 녀석의 손에 채워진 뼈다귀 수갑을 풀어주었다.

수갑이 풀리자 아라타는 내 눈치를 한번 보더니  손에 들린 고기를 양손으로 잡고서 마구 먹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고기를 와구와구 먹는 아라타.

[여기 스님은 육식해도 되나 보구나.]


그 모습이 도저히 스님이라고   없었다.

“육식은 하면 안 되오. 하지만 본승은 파계승이라. 괜찮소.그리고 고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소.”

[그래. 정말로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네. 하긴,이틀 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이 정도면 사실 지금까지 참은 게 더 대단했다.


“웁! 웁! 물! 물!”

숨 쉴 틈도 없이 고기를넘기던 아라타가 목이 막혔는지 앓는 소리를 냈다.

[숨도  돌리고 허겁지겁 먹는다 싶더라니. 내 그럴 줄 알았다.]


기껏 얻은 현지가이드가 목 막혀서 죽으면 안 되기에 나는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적당량의 물이 고인 바가지가 보였다.

동굴의 습기가 모여 고인  같았다.

나는 얼른 그것을 집어 아라타에게 내밀었다.

아라타는 숨이넘어가는 와중에 내가 내민 물을 받아 벌컥벌컥 삼켰다.

“크으! 고, 고맙소. 이제야 살 것 같….”


겨우 고기를 삼킨 아라타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깜짝 놀라 외쳤다.

“해, 해골!?”


그랬다, 녀석의 손에 들린 물그릇은 바로 해골.

해골물이었다.


그것도 꽤 많이 썩은 해골물이었다.


“우웁!!”


해골물을 마신 아라타는 고기를 먹던 것도 잊은 채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 구역질했다.

“우웨엑!”

[미안, 몰랐다. 설마 썩은 물이었을 줄은….]

“그걸 말이라고….”

구역질을 하며 따지던 아라타가 돌연 멈췄다.

그는 아직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해골과 고기를 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나지막이 말했다.

“잠깐. 분명, 썩은 물이었거늘. 처음 마실 때는 어찌 그리 달콤했단 말인가?”

[뭐?]


“혹시 썩은 물을 단물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세상 만물 모든 것은 소승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담. 저 망자도 소승이 어떤 마음을 먹고 보고 대하느냐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


아무래도 원효대사처럼 해골물을 마시고 뭔가 깊은 깨달음이라도 얻은 모양이다.

“아름다운 달이다.  아름다운 달들이  세상을 비추노니….  세상도 아름답게 빛이 나는 듯하구나. 하면, 그것은 본래 이 세상이 아름다워서인가? 아니면 이 세상을 보는 소승의 눈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아서인가? 해답은 해골물을 마시며 얻었으니…. 중요한  달빛이 아닌 소승이 지닌 마음의 빛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달밤을 보며 몽상에 잠겨 있던 아라타에게서 금색 빛이 흘러나왔다.


성장.

네빌의 백과사전에 든 기억에 의하면 그것은 스님이 깨달음을 얻을 때 보이는 현상이었다.


정신이 성장하면서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아라타의 몸에서 신성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그 빛은 무척이나 강렬하고 신성해 눈이 부시고 피부가 따끔따끔할 정도였다.

아직 피부는 없지만.

“소승은 이 해골물을 마심으로써 깨달음을 얻었소. 모든 것은 그대 덕이오. 고맙소. 망자 두영.”

[그래, 성장했다니. 다행이네. 축하한다.]

“비록 그대와 약속했었다고는 하나, 역시 그대는 망자요.”

[응?]

“역시 망자를 보고 그냥 넘어갈  없소.”


[…그게 무슨 소리야? 약속을 어기겠다. 그거야?]

“미안하오. 하지만 이제 소승이 더 강해진 이상 그대와의 약속에 대한 것은 이제부터 소승의 소관에 달렸소.”

[이 새끼가?]

“그대의 가족에게는 내가 전해주도록 하겠소. 그대가 망자가 되었음에도 바르고 올바른 성심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가족에 대한 걱정과 미련으로 이승을 떠돌았으나, 그 행동에 악의가 없었으니 망자여도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다고 내 전해 주겠소.”


아라타의 말에 나는 주먹을 쥐었다.

내가 물렀다.

말로 타이르려고 하다니.


“미안하오. 하지만 이것은 순리를 따르는 일. 그러니 미련을 버리시고이제 그만 성불하도록 하시오. 아미타불.”


가슴 속에 열심히 새겨두었던 참을 인이 산산조각이 났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말을 마친 아라타는 아까처럼 여래신장을 사용하는  같은 자세를 취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엄청나게 거대한 부처님 손바닥 같은 금빛이 나오더니 날 덮쳤다.

신성력을 담은 공격이었다.


일반적인 데스나이트라면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사라질 강력한 공격이었다.

즉, 지금 아라타의 공격은 진심이다.

 녀석 진심으로 날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개새끼. 그래.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

깨달음을 얻고 변심한 아라타의 모습에 나는 주먹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깨달음을 얻었듯이, 나도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역시 말로 해선  돼. 말 안 듣는 새끼는 맞아야 돼.]


그 깨달음은 바로 말보다 주먹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날아오는 여래신장을 향해 마력을 불어넣은 주먹을 휘둘렀다.


여래신장과 전력을 다한 내 주먹이 부딪치자 스파크가 튀었다.

번개 연속으로 내려친 것처럼 산중이 밝아졌다.

하지만 충돌로 발생한 스파크는 오래가지 않았다.

머지않아 힘에서 밀린 아라타의 황금빛 장법이 신기루처럼 흩어진 것이다.


자신의 공격이 사라지자 힘이 바닥난 아라타는 무릎을 꿇더니 망연자실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았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깨달음을 얻은 나의 불심을 대체 어떻게….”

[시끄럽고. 일단 좀 맞자.]

“자, 잠깐! 우리 마, 말로….”

[머리를 마리오 버섯으로 만들어주마.]


“마, 마리오가무엇이오!”

나는 아라타의 멱살을 잡고 동굴로 향했다.

동토의 여명이 뜰 때까지 아라타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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