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51화. (52/83)



〈 52화 〉51화.

 사람들이 다시 수군거렸다.

“그나저나 상촌의 깡패 흑랑 패거리를 저리도 쉽게 쓰러지다니,대체 어디서 저런 고수가 나왔는지 모르겠구먼.”

“하회탈을 쓴 것을 보게, 분명 은거 중이던고수가 속세로 나온 것이 분명하네. 저 어린 스님이 세상을 도우려고 데려온 것이겠지.”

“말로만 듣던 은둔 고수가 눈앞에! 오오! 오늘 내가 상촌에 와서 큰 인물을  보는구먼!”

“저 정도면 사천왕과 싸워도 밀리지 않을지도 모르네.”

“오오오! 세상을 변하게 할 관상이로다!”

“하회탈을 썼는데 상이 보이는가?!”

“세상을 변하게 할 풍채로다!”

사람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떠들었다.

상상회로를 열심히 돌려대며 마음대로 살을 붙이는 점도 흥미로웠다.

특히, 은둔 고수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도 있고,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의문을 가지지도 않을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어쩔 거냐? 계속 덤빌 거냐?]

“으으…, 네 이놈.”

“두영님의 강함은 동토 최강이오! 혹자들께선 속히 죄를 뉘우치고 물러나시오!”

“뻔뻔한 땡중 같으니라고! 지금 누가 누구더러 죄인이라 칭하는 것이냐!   찢어버리기 전에 닥치지 못할까!”

잘난 척 설교하는 아라타의 말에 사내가 불같이 화냈다.

이에 아라타도 지지 않고 강하게 받아쳤다.

“흥! 그렇게 큰소리쳐도 겁먹지 않소이다! 소승을 잡고 싶으시오? 어디 한 번 잡아 보시오!”

“뭐라?”

“어디 잡아 보란 말이오! 어찌 소승이 눈앞에 있는데도 잡지 못하는 것이오? 그대는 허풍쟁이였소?! 빨리잡아 보시오! 자신 있으면 잡아보란 말이오! 푸흡!”

아라타가 사냥꾼들을 계속 자극했다.

그 모습이 흡사 호랑이를 등에 업은 여우 같았다.

말 그대로 호가호위였다.

“푸흡! 못하시오? 못하시면 객기 부리지 말고 비키시오. 우리 두영 형님이 그대들을 묵사발 내버리기 전에!”

간사한 목소리와 야비한 코웃음으로 알 수 있듯이 이놈은 수미산에서 스님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동토의 생양아치가 되었을것이다.

[아라타.]

“예! 두영님!”

[헛소리 그쯤하고 이제 그만 가자. 시간 없으니 빨리 광명 목탑까지 안내해라.]

“예. 소승이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두영님! 이쪽입…!”

간신처럼 자세를 낮춘 아라타가 양손을비비며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그가  걸음을 떼기도 전에 큰 외침이 들려왔다.

“게 서지 못하겠느냐!”

검은 도복이 잘 어울리는 한 남자가 대관절 하늘을 날아와 아라타의 앞에 섰다.

반듯한 턱수염의 중년 남자였는데, 눈초리가 마치 늑대처럼 사납고 예리했다.

느껴지는 힘도 범상치 않은 것이 아까 싸우던 흑조와 황우와 비견되는 고수 같았다.

“그, 그대는 설마?!”

“끼어들지 마라! 땡중!”

남자는 손에 기를 불어넣더니 자신의 앞에 있는 아라타에게 손을 휘둘렀다.

남자가 그의 손에 있던 쇠구슬 같은 것들이 날아가 아라타의 머리를 강타했다.

“으악!!”

이마를 정통으로 맞은 아라타는 바닥을데굴데굴 구르더니  돼지우리에 떨어졌다.

[저놈은 똥통에 빠지는 취미라도 있나.]

아라타가 똥통을 구르는 사이 사람들이 소리쳤다.

“저것은 흑랑의 탄지공(彈指功)!”

“오오! 서, 서방 당주 흑랑이 나타났다!”

“서방 당주 흑랑이 질풍광파권의 고수와 맞붙는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앞에 있는 남자가 서방의 당주 흑랑, 조금 전에 내가 질풍광파권으로 날려버린 흑랑 패거리의 주인장 같았다.

[그쪽이 저놈들의 대장입니까?]

“그렇다! 망할 놈아! 감히!  부하들을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무사히 돌아갈 성 싶었더냐!”

그는 마치 어린아이를 훈계하듯이 큰소리쳤다.

산중 호랑이가 자신의 영역을 알리듯 무겁고도 웅장한 일갈이 아닐 수 없었다.

기가 잔뜩 실린  외침에 구경꾼들은 간덩이가 콩알만 해져서는 주춤주춤 물러났다.

아직 어린 사람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보를 동여맬 정도.

과연, 사천왕이라는 자리에 오른 만큼 예사 실력이 아닌 듯하다.

“흐, 흑랑 당주가 어찌 벌써 이곳에….”

“서방 당주만 온 것이 아니다.보이.”

아라타가 똥물을 털어내며 일어나자 이번에 뒤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우직하고 단호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 그 정체는 북방 당주 황우였다.

황우는 부하들을 대동한 채였는데, 그도 부하들의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았다.

화가 잔뜩 나 있는 것이, 얄미운 투우사를 앞에 둔 황소 같았다.

“하회탈에 삿갓이라. 신비주의가 컨셉인 보이네. 뭐, 복장은 아무래도 좋아. 넌 나와 달링의 싸움을 방해했어. 우리의 사랑싸움을 방해한 대가는 치러야겠어.”

“달링이라고부르지 마라. 황우. 그 혓바닥을 도려내기 전에.”

황우의 옆 푸줏간 지붕으로  남자가 내려왔다.

깃털 옷을 입은 남자는 흑조였다.

그는 달링이라는 호칭이 불쾌했는지 짜증을 내더니 부하들을불렀다.

그러자 아래에 있던 흑조의 추종자들이 가까운 건물의 지붕에 올라갔다.

컨셉이 새라서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흑조의 추종자들의 숫자는 황우의 부하들 못지않게 많았다.

양측 부하들의 머릿수를 합치면 그 수가 최소 100은 될 법했다.

꽤나 많은 수.

조금 번거로워졌다.

“감히 상촌 이인자  흑랑의 자존심에 먹칠하다니! 내 오늘 네놈들의 목숨으로 직접 죄를 물도록 하겠다!”

“나의 일생일대의 대결에 초를 치다니! 나 흑조의 이름을 걸고, 오늘 네놈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 무공을 폐하여 오늘 실수를평생토록 후회하게 해주마!”

“우리 사랑을 방해한 죄는무거워. 뉴페이스. 그러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내 불방망이로 널 혼내줄 거니까. 그나저나 스님 얼굴이 좀 귀여운데? 저런 남자 따라다니지 말고 너 내 것이 될 생각 없어?”

크게 분노하는 흑랑, 흑조와 달리 황우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라타를 보며 뺨을 붉혔다.

“히이익! 두, 두영님! 도와주십시오!”

근육질 남자가 자신을 보며 얼굴을 발그레붉히자 아라타는 질겁하며 내 뒤에 숨었다.

[야. 너무 가까이 붙지 마라. 옷에 묻을라.]

“예….”

바짝 붙으려던 아라타가 한 발 물러났다.

“한바탕 할 기세로구먼.”

“역사적인 날이다! 역사적인 날이야!”

“다들 물러나세! 휘말리면 몸이 성치 못할 게야!”

달콤 살벌한 셋의 기세에 놀란 구경꾼들은 겁에 질려 자리를 피했다.

어느덧 거리에는 흑랑, 황우, 흑조와 그들의 패거리들만 남게 되었다.

“히끅! 두, 두영님. 이 일을 어찌합니까?”

사방팔방이 모두 막히자 겁먹은 아라타가 딸꾹질을 하며 날 찾았다.

내가 가진 힘을 알면서도 이렇게 겁을 먹는 것으로 보아 흑랑, 황우, 흑조의 힘이 상당히 강한 듯했다.

[아라타. 저놈들 강하냐?]

“아까 싸움 보셨잖습니까? 저 세 사람은 상촌의 사천왕과 사천왕의 자리에 도전을한 사람들입니다. 힘도, 내공도 무공도 보통이 아닙니다. 저들 한 사람,  사람은 동명의 거왕과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자들입니다!”

[그 정도야?]

“예! 그중에서도 흑랑은 상촌의 이인자로 통하는 고수입니다. 그가 익힌 무공과 내력은 승려들 사이에서도 회자할 만큼 매섭기로 유명합니다.”

[많이 강력한가보네.]

“예, 소승이 이런 말을 올리긴 좀 그렇지만…. 두영님이 제아무리 교룡을 무찌르셨다 해도 저 세 사람이 협공이라도 하게 되면 쉽지 않으실 겁니다.”

아라타가 말하는 것도 그렇고, 강력하다는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기를 끌어올리는 세 사람을 보았다.

기백이 한껏 오른 그들은 극한까지 끌어올린 기운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강한 압박감에 아라타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소, 소승 때문에 죄송합니다. 소승이 평소 행실을 조금만 더 똑바로 했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다 소승이 어리석고 부족한 탓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영님.”

겁에 질린 아라타가 진심으로 사죄했다.

인간이 아닌 언데드인 내게 말이다.

성불하라며 뒤통수를 치던 놈이 이렇게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생양아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반성하니까. 다행이네. 잠자코 거기에 있어.]

“두영님?”

나는 아라타를 두고 앞으로 나섰다.

“보아하니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좋다! 내 직접 네놈의 오만방자함을 꺾고 굴복시켜주마!”

“흥! 내가 먼저 놈을  것이다!”

“놈! 스님을 넘겨라!”

내가 앞으로나가자 흑랑, 흑조, 황우와 그 부하들이 검기를 만들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덤볐다.

[고수는 무슨. 다구리나 하는 걸 보니 이놈들도 결국 생양아치네.]

 방향에서 먼저 쇄도하는 흑랑, 황우, 흑조를 보며 나는 향해 손을 들고 마력을 일으켰다.

[암흑 오라.]

짧은 한마디와 동시에 바닥에 검은 오라가 퍼졌다.

오라는 촉수를 일으켜 주위를 감싼 모든 적에게 뻗어 나갔다.

검기를 일으키며 덤빈 흑랑, 황우, 흑조 세 사람은 갑자기 튀어나온 촉수에 놀라 검을 휘둘렀으나, 촉수 그들의 공격을 무시한 채 모두의 몸을 휘감았다.

그들의 똘마니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두 촉수에 신체 일부가 휘감기고 말았다.

“으아악!”

“끄으윽!”

“커어억!”

암흑 오라의 촉수에 휘감긴 사람들이 비명과 신음을 뱉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들고 있던 무기도 놓고서 빈혈이라도 온 것처럼 비틀거리다 그대로 고꾸라져 기절해 버렸다.

극도의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 미약 증상이었다.

암흑 오라는 죽음의 공포를 자극해 대상의 심신을 약화시키는 데스나이트의 기술이다.

이 힘은 아너스 왕국의 전투에서도 수많은 병사를 무력화시키는 등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높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때는 데스나이트였는데도 일반 병사 수백 명을 동시에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데스나이트보다 무려 2단계나  높은 이블 나이트다.

훨씬 더 강하게 진화한 상태였기 때문에 암흑 오라의 성능은 데스나이트였을 때보다 몇 배는  높아져 있었다.

당연히 암흑 오라에 붙잡힌 이들 모두 거동조차  수 없었다.

“큭…!  흑조가 겁에 질려 무릎을 꿇다니! 이런 치욕이 있을 수가!”

“제길….  불알이 이렇게 쪼그라들긴 처음이구나! 놈! 대체 무슨 술법을 펼친 것이냐!”

흑조와 사천왕 황우가 날 노려보며 따졌다.

그들은 그래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그런지  암흑 오라에 붙잡히고도 완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그저 무릎만 꿇은 채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대, 대체 네놈은 누구냐?! 누구기에 이런 살기를 뿜을 수 있는 것이냐!”

두 사람에 이어서 상촌의 이인자 흑랑도 이를 갈며 날 노려보았다.

암흑 오라를 살기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누가 이인자 아니랄까 봐. 무릎도  꿇었네.]

그는 무릎을 꿇지 않고 반쯤 구부린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대단한 정신력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쩔  없지. 하나씩 더 받아라.]

나는 그들에게 촉수를 하나씩 더 선사해 주었다.

“끄억…!”

새로운 촉수에 온몸이 휘감긴 세 사람은 심신 미약으로 기절해 버렸다.

먼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자 아라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젓거리에 있던 장사치들과 백성들도 믿을 수 없는 현상에 경악하고 말았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한 노인이었다.

흑랑과 다수의 무인이 한순간에 쓰러지는 것을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날 가리키며 말했다.

“지, 지존! 지존(至尊)께서 강림하셨다!”

“지존이시다! 지존이 오셨다!”

“오오! 지존이시여!!”

노인의 외침에 사람들이 동시에 소리 높여 외쳤다.

사람들은 마치 하나가  것처럼 소리를 높이더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팔자에도 없던 지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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