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0화. (71/83)



〈 71화 〉70화.

대단한 이유는 아니다.


그저 노예제도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아직 어린 애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도, 누군가의 자유를 박탈하고 노예로부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상단을 공격할 이유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생각했다.

내가 소환한 스켈레톤들이 10개나 되는 마차를 둥글게 에워쌌다.


스켈레톤을 확인한 호위들이 당황했다.


“스, 스켈레톤이다!”

“스켈레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스켈레톤이라니!”

“숫자를 확인해라!”

말에 탄 남자가 소리치자 활을 든 남자가 마차 위로 올라가더니 스켈레톤의 머릿수를 확인했다.

“대충 50마리 정도입니다! 종류는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나이트!?”

“웨일 마운틴에!?”

다들 깜짝 놀랐다.

일반 스켈레톤이라면 몰라도 스켈레톤 나이트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면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길! 당황하지 마라! 모두 전투태세를 갖춰라! 적은 많지 않다! 노을 아래로 유인해 싸우면 피해 없이 쓰러뜨릴  있다!”

지휘관의 명령에 겁을 먹은 호위들이전의를 다지며앞으로 나섰다.


“전사들은 전선의 앞을 지켜라! 사제들은 방패를  전사들에게 보호 마법을! 마법사와 궁수는 전사를 지원해 언데드를 요격하라! 마차와 상단주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여차하면 노예들은 방패로 삼아라!”


“이리와라! 이놈아!”

“칼 맞아 죽기 싫으면 이리 와!”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노예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럴 수가!”

“안 돼! 살려줘!”

그들은 끄트머리에 있는 노예들의 밧줄을 끊더니 스켈레톤 나이트의 앞으로 떠밀었다.

언데드들이 노예를 공격하는 사이에 빈틈을 노리려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발상이지만, 저들에겐 이게 생존전략이었다.

실제 일반 언데드라면 그들이 아닌 노예들을부터 공격했을 테니까.

일반 언데드라면.

“얌전히 있어!”

호위병들이 저항하는 노예들을 발로 차며 스켈레톤 나이트의 앞으로 밀었다.

굶주리고 지친 노예들은 힘없이 픽픽 쓰러진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닥에 넘어진 그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스켈레톤 나이트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스켈레톤 나이트와 눈이 마주친 노예들은 겁에 질렸다.


“히익! 어, 언데드가….”

“죽는다. 죽을 거야….”

그들은 바닥에 웅크린 눈을 질끈 감았고, 뒤에 있던 상단 병력은 무기를 들고 기회를 엿봤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노예들을 공격하면 기회를 노려 스켈레톤 나이트의 뚝배기를 깨려는 것이다.

“지금이다! 머리통을 부숴라!”

빈틈을 확인한 전사가 앞으로 나왔다.


커다란 망치를 든 그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망치를 휘둘렀다.

그의 망치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머리를 정확히 노렸다.

묵직한 일격이고 바위도 부술 힘이 실려있었다.


적중하면 치명타겠지만, 내가 소환한 스켈레톤 나이트는 조금 달랐다.

증오와 혐오에 취한 붉은 눈이 아니라 지성을 활용할  있는 푸른 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예를 주시하는 게 아니라 무기를 든 상대를 더 위협적인 적으로 판단했다.


망치가 머리를 강타하려는 순간, 스켈레톤 나이트가 왼손의 방패를 들어서 막았다.

방패는 조잡했지만, 스켈레톤 나이트의 힘은 전사의 공격을막을 정도로 뛰어났다.


“저럴 수가! 부단장님의 망치를 막아내다니!”


“이,이놈들 평범한 스켈레톤 나이트가 아니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멀쩡히 방어하자 부하들이 깜짝 놀랐다.

“어째서 노예를 공격하지 않는 거지?!”

부단장이라는 놈도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괜히 부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는 무기를 고쳐잡고 힘을주었다.


“망할 뼈다귀 놈! 건방지게 내 공격을 막아?! 힘으로 부숴주마!”

근육이 부풀면서 힘줄이 꿈틀꿈틀 올라왔다.

힘으로 스켈레톤 나이트를 뿌리치고 다시 공격하려는 것이다.

평범한 스켈레톤 나이트라면 그에게 당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그가 지닌 힘은 우수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그를 밀어붙인 것이다.

“이, 이놈! 힘이!”


언데드의 강함은 보통 스켈레톤, 스켈레톤 나이트, 데스나이트 등의 등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 그 등급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한 스켈레톤의 경우다.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소환한 언데드들은  강함이 일반적인 스켈레톤의 평균을 웃도는 일이 많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라 이블 나이트인 내가 만든 스켈레톤들이다.

일반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나이트여도 동종보다 2배 이상, 마인드 리치였던 네빌의 것보다 1.5배는  강했다.

부단장이라 불린 전사의 망치를 막는 것 정도는 우스운 일이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기합 없이 힘으로 망치를 밀었다.

망치를 휘두른 부단장은 힘에 밀려 넘어졌고, 그가 넘어지자 스켈레톤 나이트가 다시 움직였다.


부단장은 급히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겁먹은 그의 예상과 달리 스켈레톤 나이트는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길쭉한 롱소드로 겁에 질린 노예의 밧줄을 끊어주었다.

톱질을 하듯이 검을 움직여 밧줄이 끊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행동에 노예는 물론이고 상단을 호위하던 사람들조차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보 같은 얼굴로 스켈레톤 나이트와 밧줄이 풀려자유의 몸이 된 노예를 번갈아 보았다.

“뭐야? 왜 밧줄을 풀어주는 거지?”

“…설마 노예들을 풀어준 건가?!”

“스켈레톤이? 대체 왜?”


[왜긴,노예제도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지.]

“누구냐!”


[암흑 오라.]


나는 지휘관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호위들의 몸을 암흑 오라로 묶었다.

아니, 묶었다는 표현도 과하다.

그저 바람에 나부낀 낙엽이 몸을 스치듯이 암흑오라의 촉수가 그들을 몸을 살포시 터치해줬을 뿐이다.

그 짧은 터치만으로도 무기를 들고 있던 모든 이들이 겁에 질린 채 온몸을 파르르 떨며 주저앉기 시작했다.


동토에서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힘 조절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몇몇은 실금을 한 채 기절하고 말았다.

“켈른단장!”

단장까지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자 마차 안에 숨어 있던 상단주가 소리쳤다.

30대 중반에 금발 남성이었는데, 그를 상단주라고 생각한 이유는 볼록 나와 배와 두툼한 턱살 등 후덕한 인상이 이쪽 세상의 전형적인 상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부터 잡는  좋겠지.]


나는암흑 오라의 촉수를 상단주에게 뻗었다.

“히이익!”

암흑 오라의 촉수가 자신에게도 뻗어오자 상단주는 얼른 마차 안으로 숨더니 다시 나오지 않았다.


숨바꼭질을하듯이 마차 안에 꼭꼭 숨은 상단주.

나는 다시 나오지 않는 그를 두고 스켈레톤들에게 노예들의 밧줄을풀어주라는 재차 명령했다.

애초에 스켈레톤을 소환한 이유는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밧줄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상단의 호위들은 어차피 암흑 오라로 단숨에 제압할 수 있지만, 노예들 손목에 묶인 밧줄을 푸는 건 일일이 해야 한다.

지금의 내겐 상단과 싸우는 것보다더 귀찮고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암흑 오라의 쓰다듬을 받은 호위들이모두 기절하고, 붙잡혀 있던 노예들의 밧줄이 모두 풀렸다.

“설마 우리를 구해준 것인가?”


“언데드가?”

“이게 대체 무슨….”

“도망쳐! 언제 공격할지 몰라!”


밧줄이 풀린 노예들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밧줄이 풀리자마자 언데드를 신용하지 못하고 달아나거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은 도망치지 않고 남아서 상황을 파악했고, 극소수만 숲으로 달아났다.

나는달아난 사람들은 두고 밧줄이 다 풀려 자유의 몸이  노예들을 보았다.

여전히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안전을 확인하곤 각자 가족과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 여보!”

“누나!”


“앤디!”

그들은 함께 끌려온 가족을 찾아 서로 부둥켜안았다.

이산가족 상봉의 순간이다.

[아니, 이산가족 상봉은 아닌가? 실제로는 조금밖에 안 떨어져 있었으니….]


대수롭지 않은 의문을 품는 그때였다.

얼싸안고 눈물을 보이는 노예들의 사이에서 작은 소년이 나왔다.

웬 여인의 품에 안겨 있던 소년이었다.

정리하지 않은 머리에 몸 곳곳에 때가꼬질꼬질 묻은 소년은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지나서 정확히 내 앞으로 걸어왔다.


“앤디! 위험해!”

소년의 기행에 젊은 여자가 깜짝 놀라며 그를 불렀지만, 소년은 이윽고 내 앞에 선 채로 말했다.


“저기 호, 혹시 당신은….”

 아는 것 같은 목소리.


낯이 익은 꼬마의 눈빛과 이름에 나는 이쪽 세계에 소환되었을  구출한 아이들이 생각났다.


[반갑다. 앤디.]

“해골 아저씨! 역시 해골 아저씨였군요!”

알은채를 하자 소년, 앤디가 반색하며 내 앞으로 달려왔다.

“아저씨!”

그리고 대뜸 내 허리를 끌어안더니 반가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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