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3화.
먼저 찾을 곳은 노예시장에 있는 장미꽃 주점이었다.
장미꽃 주점은 10개의 건물을 합쳐 놓은 대규모 유흥업소다.
바룸의 독자 정보에 따르면 서창을 대표하는 용병단 클랜 로즈의 본점이라고 한다.
말이 용병이지 인신매매 조직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창의 전체 노예 중 40%의 거래가 이들의 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주류 판매는 물론, 고위직 관료들을 위한 성매매 알선과 노예 판매를 동시에 하는 곳이다.
주로 미색이 뛰어난 17세 미만의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데 하루 매상만 해도 금화 수천 닢을 넘을 정도다.
4~5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금화 30닢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놈 말대로 찾는 게 어렵진 않네. 찾는 수고를 덜었어.]
노예제도가 불법이 아닌 터라 밤부터 본격적으로 가게를 홍보하고 있었다.
그래서 호객을 나온 여성들을 따라가면 장미꽃 주점을 쉬이 찾을 수 있었다.
“크군요. 소승 성 외에 이렇게 큰 건물은 처음입니다. 물론, 형님의 세상을 제외하고요.”
아라타는 장미꽃 주점의 규모에놀랐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큰지 지구의 복합 상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마법 말고도 지구보다 뛰어난 기술이 하나 있었네. 그나저나 이렇게나 규모가 크다니. 대체 서창의 인구가 몇이나 되는 거지?]
“소승이 알기로 르나르국에서 서창의 인구는 수도 칠성 다음으로 많다고 들었습니다. 인구 그 자체만 해도 십만은 족히 넘길 것입니다. 상행, 교역 단순 방문자들까지 합치면 그보다 더 늘어날 테지요.”
[그렇게나 많아?]
“서창도 그렇고, 동명도 그렇고 각각의 대륙 끝단의 대표적인 교역도시가 아닙니까? 사람이 많을수밖에요. 어부나 상인들 외에도 여행객과 용병도 많을 것입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더니, 인터넷 같은 기술이 없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나 이곳이나 별반다를 바 없네.]
“인간의 본성은 우리 세상이나, 형님의 세상이나 똑같은 것이겠지요.”
[그래. 사람 본성 그렇게 쉽게 안 바뀌지.]
아라타의 말에 수긍했다.
기술을 빼면 그저 더 솔직하냐, 솔직하지 못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여겼다.
“이쪽이에요! 오빠들!”
“놀러 오세요! 아저씨!”
“그나저나 정말로 어린 친구들뿐이군요. 게다가 다들 옷차림이…. 큼! 큼! 눈 둘 곳이 없습니다. 험! 험!”
아찔한 차림의 여자들이 호객에 나서자 아라타가 거북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를 그렇게 밝히는 놈이 표정이 왜 그래? 너도 애들이 저런 일을 하는 건 마음에 안 드는 거냐?]
“성욕 또한 인간의 욕구. 하여 불가에서는 성욕 자체를 낮잡아 생각하진 않습니다. 누구나 욕망의 크기는 다르니까요. 하여 창관을 이용하는 사람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동등하다고 봅니다.”
[그래? 근데 왜 그렇게 죽을 상을 하고 있어?]
“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습니다. 저렇게 어린 아녀자들이 창관에서 일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설령 당사자가 동의했다고 한들 저열한 인신매매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라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호객 중인 여성 중에는 어린애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갓 중학생이 되었거나 그보다 2~3세정도 더 어린애들까지 있었다.
우리 딸 또래의 애들도 보였다.
이쪽 세상을 조선 시대의 잣대로 맞춰보려고 해도 결혼에는 한참 못 미치는 연령대였다.
선비들조차 쌍것들이라고 지탄할 정도.
그래서 더욱 불쾌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청법 위반으로 깡그리 구속해 버리고 싶었다.
“게다가 호객을 하는 소저들의 마음에는 탁기(濁氣)가 서려 있습니다.”
[탁기? 탁기는 또 무슨 말이야?]
“몸과 마음을 혼탁하게 하는 어지러운 기운입니다. 심안을 얻은 소승에겐 보입니다. 저 소저들의 마음에 두려움과 공포가 뒤섞여 가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음이. 안 그런 소저도 몇 분 있지만, 나이가 어린 소저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고, 나이가 조금 있는 소저들 또한,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어둠에 휩싸여 있습니다.”
[음….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라는 말이구나.]
“소승 심안을 얻어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음에 마냥 즐거워했지만, 지금 그것이 얼마나 천둥벌거숭이 같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들의 내면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괴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의 마음은 본래 엉망진창인 법이지. 피해자가 아니면 마음이 망가지지도 않았을 테니까.]
“예….”
감정을 이입한 아라타가 한숨을 쉬며 답하는 그때였다.
“아! 죄송합니다.”
이제 중학생 정도 되었을 법한 소녀가 다른 손님에게 밀려 아라타와 몸을 부딪쳤다.
그 순간 아라타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녀석의 얼굴에 온화함이 남아 있었는데, 소녀와 부딪침과 동시에 특유의 밝은 표정을 잃고 얼굴을 잔뜩 구겼다.
귀엽고 잘생긴 훈남 빡빡이가 성격 더러운 빡빡이로 변하자 소녀는 깜짝 놀라 아라타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스님! 제가 일부로 부딪힌 게 아니라, 실수로….”
겁먹은소녀는 자신이 부딪쳐 아라타가 화가 났다고 여겼는지 목소리를 떨었다.
아라타는 그런 소녀를 보며 손을 들었다.
“힉!”
그의 손을 본 소녀가 학대라도 받은 아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아라타는 구겼던 표정을 바로 풀면서 답했다.
“하하! 소저께서 소승의 표정을 보고 놀라셨나 보군요. 괘념치 마십시오. 낮에 해산물을 과하게 먹은 터라 배앓이가 온 것뿐입니다. 소저께서 부딪힌 것에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그, 그러신가요?”
“그렇습니다. 하하. 이거 저야말로 죄송했습니다.”
“예…. 그, 그럼.”
아라타의 말에 안심한 소녀가음료와 음식이 든 식판을 들고 주점 앞에 마련된 테이블로 향했다.
용병으로 보이는 험상궂은 남자 손님들은 그녀가 테이블에 음식을 내려놓자 소녀를 끌어당기더니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시시덕거렸다.
소녀는 놀랐지만, 웃으며 용병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웃는 소녀를 본 아라타가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형님.”
[왜?]
“저는 동토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것도 잘못된 것도 많이 보았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오늘 그것이 소승의 자만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소승은 여전히 세상의 탁함에서 눈을 돌리고 그저 아름다운 면만 보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를 본 모양이구나.]
“예, 저 소녀와 다른 아이들 모두 강제로 창부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학대까지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녀를 불문하고하루 10명의 손님을 받지 않으면 클랜 로즈의 불한당이 그녀는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체벌을 비롯한 온갖 학대를 일삼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쓸모없다고 여겨진 아이들은 마도사(魔道士)들의 제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들 배후에 마도사가 있단 뜻이냐?]
“예.”
마도사는 네빌과 같은 흑마법사이지만 계통은 조금 달랐다.
네빌이 이미 죽은 망자를 언데드로 부활시켜 마법을 펼치지만, 마도사는 산 사람을 잡아 고통을 가해 악감정을 추출해 마기로 삼는 존재들이다.
산사람을 고문하고 괴롭히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일삼으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기 때문에 동토에서 아르카디아 대륙에서도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역시 없애버리는 편이 낫겠다. 마도사와 손을 잡았다면 자비를 베풀 가치도 없을 테니.]
“제 생각도 같습니다. 형님. 우선 위층으로 가시지요. 기억을 읽었으니, 소승이 안내하겠습니다.”
아라타가 앞장섰다.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느낌이지만, 그만큼 안 좋은 기억을 읽은 것이리라 생각하며 그 뒤를 따랐다.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남자들이 그의 앞을 막았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에 허리에는 짧은단검을 차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주먹밥 꽤 먹었을 것 같은 어깨 형님들이었다.
“손님. 지명 없이는 위층 숙소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올라가시려거든 소녀든 소년이든 먼저 지명부터 하시지요?”
그들은 보안요원처럼 우리들의 앞을 막았다.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한 발자국이라도 더 디디면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이렇게 막는 것을 보니 출입을 위해서는 호객하는 여성과 함께 와야 하는 모양이다.]
“우두머리가 도망갈지 모릅니다. 저들의 방침대로 조용히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규칙을 따르는 편이 낫겠군.]
나는 네빌의 금화를 꺼내주며 말했다.
[적당한 아이로 알아서 보내라. 남는 건 너희가 갖고.]
“백금화!”
백금화를 보여주자 사내들의 표정이단숨에 바뀌었다.
아르카디아 대륙의 공용 화폐는 동화, 은화, 금화, 백금화로 나뉘며 모두 100단위로 분류된다.
즉, 지금 내가 준 백금화는 금화 100닢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길을 열어라! 귀한 손님이시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최고의 방에, 최고의 미녀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팁을 많이 준 덕분일까?
불친절했던 그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변했다.
귀한 손님이라고 하자 순식간에 깔끔한 옷을 차려입은 안내역까지 달려와 굽신거렸다.
“자자. 이쪽으로 가시지요. 특별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지구나 이쪽이나 돈 앞에는 장사 없는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우리는 안내를 따라 5층으로 향했고, 깔끔한 침대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방에 도착했다.
호텔 못지않게깔끔한 곳이었다.
“여기 특별실의 인증패입니다.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깔끔하고 귀여운 아이들로 준비해 데려오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예?”
나는 안내역의 팔을 잡아당겨 벽으로 밀쳤다.
아라타도 기억을 읽기 위해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
다시 기억을 읽는 아라타.
그 행동에 남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소, 손님?! 자, 잠깐만요. 저는 상품이 아닙니다! 돈을 더 주셔도 제 순결은 줄 수 없습니다!”
[…이 미친놈이 무슨 역겨운 상상을 하는 거야?]
나는 남자의 뺨을 후려쳤다.
턱이 제대로 돌아간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죽진 않고 기절만 했다.
[어때? 이놈 기억은?]
“그, 그것이…. 읽어선 안 될 기억을 읽은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야? 설마 마도사에 대한 정보라도 얻은 거야? 아니면 클랜 로즈 보스의 더러운 일 같은 정보?]
“…그것이 이자의 순결에 대한 기억입니다.”
[…순결?]
“이자가 웬 남정네와 함께 마차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라도 맛만 좋으면 그만이라니…. 소승 세상의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봤다고 자부했는데, 오늘만큼 기분이 더럽기는 또 처음입니다. 어떻게 사내가 다른 사내와 함께 그런 짓을! 이런 부도덕한 놈들! 순리에 어긋난 놈들! 상스러운 놈들!”
이해하지 못하자 아라타가 온몸에 오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괴로워하며 답했다.
무슨 기억을 읽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보스랑 마도사 위치나 말해. 어떻게 알아냈어?]
“마도사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만, 클랜 마스터라는 작자에 대한 정보는있었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클랜 마스터? 그놈이 보스인가 보구나. 좋아. 안내해.]
아라타는 다시 10층으로 향했다.
나는 인증패를 주워 그 뒤를 따랐다.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문지기들이 우리를 제지했다.
그때마다 우리는인증패를 제시해 그들의 의심을 지웠다.
9층까지는 문제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하지만 10층은 달랐다.
10층은 클랜 로즈 소속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는 것인지 장미꽃이 그려진 갑옷에 롱소드를 착용한 용병들이 막아섰다.
“이곳은 손님이 출입할 수 없습니다. 내려가시지요.”
칼집에 손을 대고 말하는 용병들.
의심 가득한 그들의 행동에 나는 아라타를 보았다.
[이제 10층이니 상관없겠지?]
“예. 괜찮을 듯합니다.”
[죽인다? 나중에 뭐라고 하지 마라.]
“좋은 살생, 소승 부처님의 이름으로 윤허하겠습니다. 이 악당을 지옥으로 보내주십시오.”
“지옥? 이 새끼들이 무슨 헛소리를….”
용병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검을 소환해 단숨에 휘둘렀다.
쭉 휘두른 검이 문지기들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상체와 하반신이 분리된 용병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아미타불.”
“웬 놈이냐!”
“적습이다!”
문지기들의 죽음을 본 용병들이 재깍 반응했다.
그들은 무기를 뽑은 채 달려들었다.
[프로즌 스피어.]
나는 그들에게 네빌의 얼음 창을 발사했다.
날카롭게 얼어붙은 얼음의 창들이 용병들에게 날아가 그들의 몸을 꿰뚫고, 통로를 얼어붙었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들어왔다!”
“동자승과 검은 갑옷을 입은 놈이다!”
동료들이 쓰러지자 용병들이 코너에 숨어서 소리쳤다.
몇몇은 피리를 꺼내 불었다.
크게 울려 퍼지는 피리 소리에 정면과 위층에서 검을 든 용병들이 몰려왔다.
좁은 복도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수.
아무래도 10층부터 놈들의 소굴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아래층으로 못 내려가게 해야겠네. 데스나이트.]
나는데스나이트 4기를 소환하고 아래층으로 향하는 통로에 데스나이트를 하나씩 배치한 후 명령을 내렸다.
[너희 둘은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적들을 모두를 죽여라. 여기까지 올라오게 두지 마라. 그리고 너희 둘은 위층까지 길을 열어라.]
명령을 받은 데스나이트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용병들을 향해 돌진했다.
놈들은 까만 검기를 일으킨 검으로 용병들을 도륙했다.
“꺄아악!”
“데스나이트다! 흑기사가 데스나이트를 부린다!”
“스님과 함께 있는 놈이다!”
“스님이 함께?! 파계승인가!?”
“으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퍼지고, 용병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가 함께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느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라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같은 말을 하며 죽은 이들의 성불을 빌었다.
그렇게 염불을 외면서 길을 여는 데스나이트를 따라 10층 중앙으로 향했다.
10층중앙은 교무실처럼 방과 방이 연결된 곳이었다.
이곳에 도착하자 헐벗은 남자가 급하게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자가 클랜 로즈의 마스터 니들입니다. 소승이 말하긴 그렇지만, 그간의 행적을 보면 마도사에 대한 기억만 읽으면 죽여도 된다고생각합니다.”
모기마저 살생하지 않는 아라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대체 어떤 짓을 저지른 것인지 상상조차 안 갔다.
[알았다. 빨리 기억을 읽고 마도사인지 뭔지 처리하자.]
“뭣들 하느냐! 다들 쳐라!”
바지를 다 입은 니들이 검을 뽑더니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놈들!”
부하들이 달려나왔지만, 그들은 기사도 뭣도 아닌 한낱 용병들이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만 소환해도 처리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프로즌 스피어를 발사해 단숨에 숨통을 끊은 후 니들의 앞으로 이동했다.
앞을 막는 탁자와 의자가 다 부서져 마구 튀었다.
겁에 질린 얼굴로 검기를 일으켰지만, 손으로 그의 검을 쳐내고 어깨를 잡아 아라타에게 던졌다.
“악! 아악!”
뒤로 날아간 니들은 아라타의 발아래에서 쓰러진 채 망가진 어깨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라타는 바닥에 쓰러진 니들을 보더니 망가진 그의 팔을 발로 밟았다. 그리고 니들의 목을 손으로 조르며 그의 기억을 읽었다.
“크악! 이 미친 꼬마 놈이! 뭣들 하느냐! 얼른 이놈을 떼 내라! 떼 내란 말이다!”
새로운 부하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다시 얼음 마법을 발사해 새로 들어온 부하들과문을 통째로 얼렸다.
[다 죽고 없으니까. 발버둥 그만 쳐라.]
“이런 미친….”
내 말에 니들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고, 부하들이 모두 얼어붙은 채 죽어 있음을 깨달았다.
“대, 대체누구냐? 대체 누구기에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클랜 연화에서 보낸 자객이냐? 만약, 그렇다면 내 그놈들이 준 돈의 2배 아니 5배를 주겠다!”
“형님, 마도사는 위층에 있습니다. 카릴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카릴? 그래. 알았다.]
“그, 그걸 어찌?! 호, 혹시 카릴을 노리고 온 것인가? 그렇담, 나는 살려주….”
[아니, 너도 죽일 거야.]
나는 말 많은 니들의 목을 베었다.
니들의 머리는 얼빠진 표정을 하고서 바닥을 굴렀다.
잘린 머리를 두고 천장에 마법을 발사했다.
화염 마법으로 천장을 부순 후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웬 놈이냐!”
멀쩡한 바닥이 부서지자 위층에 있던 여성이 소리쳤다.
[저 여자가 카릴이냐?]
“예. 맞습니다.”
카릴은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흑발의 미녀였다.
촛불로 가득 찬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서 있었었는데, 까마귀의 털로 만든 것 같은 검은색 털옷을 입고 있었다.
양손에는 뼈와 수정으로 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끝이 뾰족한 지팡이로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는데, 마법진의 중심에는 죽은 애들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 시체를 먹고 자란 괴물들이 가득했다.
몸 곳곳에 여러 개의 팔다리가달린 괴물의 정체는 바로 흉마(凶魔), 누더기라는 괴물이었다.
마도사들이 시체를 억지로 붙여 창조한 괴물이다.
[흉측하군.]
“학대를 버티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의 시신입니다. 흉마 역시 그 아이들의 시신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성불을 위해서라도 흉마는 불에 태워 없애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빌어먹을 놈들! 감히 내 말을 무시해?! 누군지 몰라도 죽여달라고 빌 때까지 괴롭혀주마!”
카릴이 마력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마법진의 뒤에 있던 흉마들이 그녀의 마력을 받아 덩치가 커졌다.
우락부락하게 자란 흉마들이 징그러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오줌을 지릴 정도로 징그럽고 괴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강함은 네빌이 창조한 언데드에 한참 못 미쳤다.
[헬파이어.]
검붉은 화염이 일어났다.
주위를 뜨겁게 달구는 화염에 흉마를 일으킨 카릴은 충격에 빠졌다.
“그, 그 불꽃은…!”
뒤늦게 차이를 깨우친 것이다.
[사라져라.]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전부 잘못했으니까!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줘! 제발!”
나는 목숨을 구걸하는 카릴을 완전히 불태웠다.
그녀와 그녀가 만든 흉마들이 모두 녹아 사라지자 아라타가 말했다.
“아미타불. 내세에는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뉘우치길 바랍니다.”
[내세라…, 저런 것들도 내세를 허락하는 거야? 불공평한데.]
“그녀는 자신이 해친 아이들의 수만큼 지옥을 거친 후 다시 태어날 겁니다. 이번 생에서 저지른 고통을 10배는 더 고통받고 짐승으로 환생하겠지요.”
[짐승? 뭐로?]
“글쎄요, 모기나 바퀴벌레 같은 해충 아닐까요?”
[…끔찍하네. 바퀴벌레랑 모기로 환생한다니.]
“부처께선 죄를 다 씻기 전까진 절대 용서치 않으십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신 분이시구나.]
“자비와 엄함이 혼재하시는 분이시지요.”
나는 부처님의 혜안에 감탄하며 다음 노예 상인들을 찾아 처리했다.
마찬가지로 아라타가 기억을 읽고 살려둘 가치가 있고 없고를 판단했다.
대부분 살려둘 가치가 없는 놈들이었다.
흑기사와 스님이 노예상인들을 잡아 족친다는 소문이 밤중에 퍼졌다.
위험을 느낀 노예 상인들은 용병들을 모아 저항했다.
아주 합심해서 군대처럼 저항했는데, 그들 역시 남가지 않고 모조리 베었다.
치안 부대 역시 노예 상인들과 상부상조하는 놈들이었기에 살려두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렇게 노예상인들과 훼방꾼을 모두 처리한 후에는 서창의 관리를 직접 찾아 그의 목까지 베는 것으로 책임을 물었다.
자른 머리를 효수한 후에는 성문에 노예제를 금지한다는 일종의 포고문과 함께 노예를 보유한 자들은 누구라도 흑기사가 찾아가 척살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상인들은 노예를 해방하거나 노예들을 버리고 서창을 도망쳤다.
거리에는 풀려난 노예들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