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 프롤로그 (1/128)



〈 1화 〉#? 프롤로그

"허억… 허억…."
"조금 더 힘내 보라고 약골."

몰아치듯 생기는 일거리에, 나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  사람. 오른쪽 주머니를 노려."
"…네."
"뭘 망설이는거야? 이것만 성공하면,  정식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니까?"

잘못된 일임을 알았음에도, 그의 말은 무척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숨이 가빠온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다. 집에 홀로 있을 나의 동생 소브를 위해서, 나는 돈을 벌어야만 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모자를  눌러썼다.
사람들이 고개를 떨군채 바삐 걸어가는 회색도시. 그들  속에서 나는 생존을 위해 죄를 저질렀다.


* * *


"여기… 집세요."
"…꼬박꼬박 주니, 나야 좋긴 하다만…. 나이도 어린데 이런 돈은 어디서 구하는거니?"

집주인 아주머니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수 없었다.

"…막지는 않으마. 다만, 경비대에게 잡히지는 마렴. 괜히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니까…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어차피 숨길 이유도 없었다.
아주머니가 용인한다면, 나도 한시름 놓을 수 있기도 하니까.
작고 허름한, 거의  무너져 내려가는 집을 바라보았다.
뒤틀린 문틀은 문을 여닫을 때마다 비명소리를 질렀다.

끼이익-

이번에도 역시나, 문은 소리를 질렀다.
나의 죄에 대해 문은 경고를 발하는 듯 하다.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빵을 어루만졌다.

"소브, 다녀왔어."

* * *


소브가 내가 사온 빵을 맛있게 먹는다.

"맛있어?"
"응, 형은 안먹어?"
"딱히, 배불러서."

삐걱거리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바라보면 볼 수록, 내 의지는 약해질 것이다.

"그래도오~ 조금이라도 먹어. 이거 맛있다?"
"그래? 너나  먹어라.  진짜 배불러."

소브가 침묵한다.

"…알겠어."

조용히 먹기 시작하는 소브를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내일 일은 내일 신경쓰면 되겠지.'

* * *

외진 골목길, 나는 패거리와 함께 어둠속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공장에서 철제를 잔뜩 훔쳐오면 돈으로 바꿔 주겠대."

담담하게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우두머리의 말에, 패거리는 환호했다.
나는 그들 틈 속에서 거짓 미소를 지으며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나저나, 신참은 오자마자 꿀빠는구만?"
"하하하, 그렇네요. 영광입니다."
"암~ 그래야지…."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니,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아야만 한다.
머릿속에 소브의 미소를 그리며, 나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그럼, 바로 움직이자고. 마침 좋은 장소가 있어. 배불뚝이 남자 혼자서 운영하는 공장으로 갈거다."
"뭐? 너무 쉬운거 아니야?"
"혼자라니, 이번 건 간단하겠구만. 그럼 두명이 대표로 가는건가?"

우두머리는, 패거리의 볼멘소리를 받아내며 무리를 진정시켰다.

"너희들, 우리의 신조를 항상 기억하라고. 모든 일은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야 한다. 라는 것을…."

그래,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을 내뱉는 사람을 신용하고 있지 않기에,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멍청한 패거리는 그런 우두머리를 추앙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우두머리의 지휘 아래, 우리는 어둠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질나쁜 농담과 음탕한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그들 뒤를 따라갔다.


* * *

"여긴가요?"
"그래…. 목소리 낮춰 신참…. 들키면 니가 책임질거야?"
"…죄송합니다."

나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폭언을 집어 삼키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자, 그는 나를 깔보는 눈빛으로 내 두눈을 응시하고는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에 힘이 들어간다.
심호흡을 하고, 생각을 진정시킨다.

"자, 니가 먼저 가. 가서… 저 뚱땡이의 주의를 끌어."
"…네."

아둔한 그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이 일의 성공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재빠른 내가 해야 했다.
조심스럽게 공장 뒤쪽에 위치한 쪽문을 열었다.
문은 애석하게도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비켰고, 나는 이를 빠득 갈면서 공장으로 진입했다.
기름칠을 하고 들어올까 했었지만… 우두머리와 패거리는 나의 독단적인 행동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아무튼, 주변을 확인하고, 뒤따라 오는 패거리를 향해 손짓을 했다.
나의 손짓에 의해 그들은 서둘러 진입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공장 내부에 있는 무거운 쇳덩이들을 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만… 생쥐들이었군."

인기척도 없이,  사내는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풍채는 커다랬고, 팔과 다리는 굵고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미친…! 어이, 신참! 뭘 멍하니 있는거냐!"

내가 뭘   있냔 말이다.
틀림없이 불리한  대치 상황에서, 그들은 들 수 있는 쇳덩이만 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꼬맹이, 넌 도망치지 않는거냐."

나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끄는 것일 뿐이니까.

"…너 혼자 남았다고."

'뭐…?'

서둘러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덥썩-

내 어깨에 두툼한 손바닥이 얹어졌다.

"젠장…!"

서둘러 그의 손아귀로 부터 도망치려고 했지만, 힘 차이가 너무 커서 되려 끌려갔다.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다만, 경비대에게 잡히지는 마렴. 괜히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니까….'

나는 잡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들의 버림패였던 모양이다.
이대로 나는 경비대로 넘겨져, 왕궁에 가게 될 것이다.
범죄자의 신분인 나는, 왕의 앞에서 죄를 고하고 사형을 당할 것이다.
동생 소브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주물주물-

"…!?!?"

이 아저씨는 갑자기 내 온 몸을 주물럭 거리기 시작했다.
내 몸은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했고, 거칠은 그의 손길로 부터 빠져나가려고 몸부림 쳤다.
 사내는  몸을 만지는 것을 그만두고 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러다가 문득, 그 사내는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자네, 내 공장에서 일할 생각은 없는가?"
"네…?"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절망에 빠진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네고 있었다.

"자네 같은 사람이 좀도둑질만 하다니…."

딱하다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심장은 무너져내렸다.
나는 그의 권유에 승낙했고,  잊지 못할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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