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2 달콤함 뒤에 숨겨진 것은…. (2) (6/128)



〈 6화 〉#2 달콤함 뒤에 숨겨진 것은…. (2)


경비대들이 나를 조금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팜 아저씨에게 받은 통행증을 보여주니 흔쾌히 들여보내 주었다.
경비대는 왕은 아무때나 알현할 수 없다면서, 취미가 괴상해 보이는 여성이 앉아있는 방에서 기다리라 하고는 훌쩍 가버렸다.
왠지,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녀로 부터 주의를 돌려서  내부에 있는 장식품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방은 촛대, 책, 그림들과 같은 것이 장식되어 있었다.
방은 은은한 분위기가 흘렀고, 긴장을 풀고 차분하게 되는 방이었다.
 한가운데는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 둔 다과와 차가 있었다.
다과라고 하기에는 그냥 손님 대접용 쿠키   같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빌이 줬던 쿠키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맛은 은근히 달달하고 차분해지는 맛이어서,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쿠키 두어개를 집어들고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역시 바삭하고 달달하다.
이걸 소브에게 준다면 좋아할  같았다.
지금 먹으면서 깨달았지만, 내가 없는 사이 소브는 잘 지내는지 걱정되었다.
내가 없다고 해도 옆집 아주머니가 있긴 하지만, 나 없이 밤을 지샐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는 하다.
이젠 8살이라…. 적어도 제 앞가림은 할  있었으면 좋긴 하겠지만, 동심은 그대로 유지 하길 바란다.
아픔을 겪는 건  혼자로 충분하니까.

'과한 바람인가….'

 아저씨도 걱정 하시겠지.
여하튼 얼른 왕궁에 전달하고 공장으로 바로 가야되겠다고 생각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팜 아저씨와 고군분투 했었다.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자, 혼자서 책방에 가서 책을 닥치는대로 읽어댔다.
책은 나에게 너무나도 재밌는 것이었고, 잡다한 정보를 얻기에 정말 좋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책장에서 자신감 있게 표지가 요란한 눈에 띄는 책을 꺼내서 읽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처럼 맑은 날은 없었을 거야!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라니… 굉장히 발랄한 소설이네.’

한참 읽어나가는 도중, 맞은 편에 앉아있던 여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나는 여전히  신경을 안썼다.
타인을 인식 밖으로 끄집어 내는  특기 덕에 집중을 잘 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 손에 있었던 책을 낚아채더니 당황한 것 같이 말하는게 아니던가.

“그…그그그 책은…! 읽으면 안돼요!”

나는 마침 몰입되는 부분 이었기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따지듯 말했다.

“아니, 왜 읽고 있는데 가져갑니까?”

 여성은 이상한 장식이 붙어있는 챙이 둥글고 큰 모자를 고쳐 잡더니,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나에게서 뺏어간 책을 자신의 품 깊숙히 집어넣기 시작했다.
왕을 알현할 때까지 기다리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다.
그래서 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 책을 읽고 싶었다.
나는 품 속에 들어가려는 표지가 요란한 그 책을 도로 뺏어가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손사리 쉽게 책을 넘겨주지 않았다.

'무슨 힘이 이렇게 세….'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가냘픈 팔다리에 비해 오랫 동안 버티고 있는 그녀에게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래서 내 힘 만으로는 이 여성을 굴복시키기는 힘들 것 같아, 나의 입을 사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저기, 도대체 무슨 책 이길래 안보여주려고 하는 겁니까?”

내 말을 들은 필사적인 눈을 가진  여성은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그……그그그건 말해 줄 수 없습니다아앗―!”

그리고 그녀는 더욱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
예상 외의 힘에 나는 중심을 잃었고, 서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당탕―

나는 갑작스러운 불필요한 접촉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세요?"
"…네, 네…."

그녀 역시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내심 생각해 보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상 책을 다시 읽으려는 것은 포기한채로 바지를 툭툭 털고, 왜 나의 독서를 방해했는지 물었다.
그 여성은 아무런 대답도 안하며 모자를  깊게 눌러서 쓸 뿐,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을 포함한 책장에 있는 모든 책들을 차곡차곡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나는 필시 그녀가 주워담고 있는 책들이 왕궁의 책들인 줄 알았고, 나에게 그녀는 도둑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도둑?”

나는 다급해져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경비대에 알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싸그리 책을 담고 있던 그녀는 언제 왔는지  겉옷 자락을 힘껏 붙잡고 늘어졌다.

“아아아니에요! 제 책이라구요오오!”

필사적으로 설명하려 하려 하는 모습을 보니 수상했지만,  도둑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되었다.


* *


나는 그녀에게 자초지정을 설명을 들었다.
이름은 페퍼, 나이는 나와 같은 17살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그녀는 왕궁에서 가까운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었고, 오늘은 왕궁에서 요청한 책들을 전달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7살이라면 상당히 젊은 나이에 사서로 일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페퍼는 조심스레 끄덕였다.
페퍼는 아무도 없었기에 자신이 가져온 책들을  책장에 꽂아 놓으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같아서 정리해 두고 차를 마시려는 찰나에 내가 들어왔다고 했다.
내가 방금 전의 요란한 표지의 책이 무엇인지 페퍼에게 물어봐도 끝끝내 답해주질 않았다.
나는 그 책의 일부 내용을 읽었기에, 무슨 책인지 대강 느낌이 왔었다.
그래서 부끄러워하는 페퍼가 안쓰러워서 그 책에 대해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뭐…, 일기를 어떻게 쓰느냐는 건 개인의 차이니까….'


* * *

경비대의 뒤를 따라가면서, 왕궁 통로를 마음껏 구경했다.
복도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차분하고 깔끔하게 정돈 되어있었다.
화려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허름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냥 내가 기대를 많이 했을 뿐이다.
내가 읽었던 동화책은 미화가 심한 듯 했다.

옆에는 페퍼가 같이 걷고 있었다.
아마, 같이 가게 된 것을 보아 같은 용무가 있어보였다.
페퍼는 힘들어보였다.
아무리 아까 괴력의 그녀라고는 해도 좀 양이 많아 보이는 책들을 들고 한참 동안 걸어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경비대 씨? 당신들의 상냥한 손길을 기대하는 소녀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눈치를 주어도 경비대들은 관심이 없는지 아얘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조금이라도 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페퍼, 내가 조금 들어줄게….”

나는 내 오른손을 페퍼를 향해 펼쳤다.
페퍼는 잠시 망설이더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그래도 될까?”

그녀가 들쳐업고 있던 가방 중에 두 개를 나에게 넘겼다.
상당히 무거웠고, 페퍼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 * *

‘이제 이 거대한 문을 지나면 왕을 알현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일개 시민으로써는 왕을 마주한다는 것은 있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틀을 깨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페퍼는 들어주어서 고맙다며 나중에 답례를 해주겠다고 했다.

“책들을 왕궁까지 옮기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지치네.”

불만을 내뱉는 페퍼를 보니, 그 근력의 원천을 조금 이나마 알게 되었다.

‘사서는 의외로 근력이 필요한 직업이구나….’

* * *


넓었다.
너무나도 말이다.
반짝거리는 은빛으로 치장된 고급져 보이는 왕좌에는 왕이라고 보이지 않는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수염을 길러 위엄을 나타내려고 했었지만, 차마 다 가리지 못한 정도의 느낌이었다.
감상은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시간이다!
왕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팜이 보낸 조수인가요? 언젠가 만나게 해줄거라고 하더니만,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생각보다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어서 나는 오히려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양 옆의 신하들의 표정을 보니, 얼마나 신하들의 골머리를 썩히는 왕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가능한한 예를 갖추고 말하기를 노력해야 했고, 매우 힘이드는 일이었다.
옆의 페퍼는 이런 왕의 일면을 처음으로   같이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친분에 따라 왕의 태도는 변하는 것 같았다.
왕은 주위 신하들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헛기침을 하고는 아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짐의 요청에 응해준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대들의 수고에 답해줄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지금 짐의 나라는… 페스틴, 그대가 가져온 그 설계도를 필요로하는 상황이다. 그대에게 묻겠는데, 혹시 그 설계도를 만든 이유를 알고 있는가?”

나는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왕은 씨익 웃더니 나를 위로하는 투로 말했다.

“팜은 그런거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 사람이었죠~ 페스틴 군이 고생이 많군요~”

나는 적응이 안되는 이 왕을 보며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왕의 설명은 계속 되었고, 진지함과 산뜻함의 분위기가 번갈아 지나가면서, 나와 페퍼와 신하들은 지쳐만 갔다.


* * *


무사히 일을 끝마쳤다.
왕이 설명해 준 내용을 요약하자면, 외부에서 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를 타도하기 위해 신형 장갑을 개발해야 했고, 내가 가져온 설계도가 예의 그 장갑의 설계도라는 것이다.
왜인지 [신형] 이라는 말을 썼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차차 나중에 알게될 사실이라고 넘겨 짚으며, 불필요한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껏 많은 것을 기대해 왔지만, 많은 것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식을 탐하는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리 납득해야만 할  같았다.

“크흠, 슬슬 돌아갈까?”

나는 사람이 바삐 오가는 길목에서 헛기침을 하고는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퍼가 가져온 책들은 장갑이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코어에 대한 원리를 자세히 기록해 둔 책들 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그런 귀중 문서는 도서관이 아니라 왕궁 금고에 보관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악용을 방지한다는 이유에서 그런 것 같았다.
이제부터 왕국의 일부 공장은 장갑들을 제작하기 시작할 것이고, 비밀리에 이루어  것이라고 한다. 각 구역에 퍼져있는 생산 시설을 통해서 말이다.
덤으로 왕과 팜 아저씨는 죽마고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네? 진짜로?’

빌이 부탁했던 지원요청에 관한 이야기도 말했다.
왕은 그 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실 것을 약속했고, 급한 불이 꺼지게 된다면 나라의 치안을 위해 힘써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팜의 조수라면~” 이라면서 부담스러운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그만두길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다.
아마 신하들도 그러했을 거라 생각된다.
그들도 표정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페퍼와 헤어지면서 다음에 근처에 일이 생겨 오게 된다면 도서관은 꼭 들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 * *

도착했다.
한  헤매어본 길이라 쉽게 도착한  하다.
내가 길치가 아님에 감사할 뿐이다.
고작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을 겪었고,  좋지 못한 기억도 남았다.
 익숙한 공장의 입구에 다다르니 몇년 동안 떠나있다가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를 걱정하고 있을 팜 아저씨 부부를 보기 위해 문을 열었다.

“페스틴! 무사히 귀환 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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