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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4 미련을 떨쳐버리고 (1) (10/128)



〈 10화 〉#4 미련을 떨쳐버리고 (1)

“차라리 소브를 우리 집에서 살게해요.”

나는 그러기에는 염치가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 빈방에서 말인가?”

팜 아저씨께서는 잊고 있었다는 듯이 뒤늦은 반응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집세도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하게 맞춰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팜 아저씨 부인의 현명한 판단에 팜 아저씨는 놀란 것처럼 보였다.

“뭐…. 소브가 괜찮다고 느낀다면, 우리 집에서 지내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인 듯 하군.”

팜 아저씨는 턱수염을 문질문질 거리며 말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신세를 지고 있었고, 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 제안을 거절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말씀해 주신 것은 감사드립니다만, 이 이상 신세를 질 수는 없어요.”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내 앞의  사람은 소브를 집에 들인다는 방안이 매우 맘에든 것 같아 보였다.

“괜찮다네, 어차피 쓰지도 않는 방, 세를 내주려고 생각 중이었다네.”

팜 아저씨는 나를 설득해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요, 어차피 페스틴이 왕궁에 가 있는 동안 소브는 혼자 있어야 하잖아요. 만약 소브가 우리집에 머물게 된다면 안심하고 일 할 수 있을 거에요.”

 아저씨 부인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손을 보았다가, 두 사람의 맡겨달라는 눈을 보고는 나의 눈을 감고 잠시 동안 생각에 빠졌다.

* * *

“그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소브는 제가 잘 돌볼게요.”

팜 아저씨 부인은 내 대답을 듣고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에게는 소브가 골칫덩어리가 아닌가? 안심하고 다녀올  있도록 내가 신경써서 대해 줄 걸세.”

팜 아저씨도 동조하며 말했다.

“하지만… 소브는 말썽도 잘피우고 밥도 잘 안먹으려 하는데, 폐가 되진 않을까요?”

나는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자 팜 아저씨께서 한숨을 쉬더니, 내 등을 힘차게 내리쳤다.

‘아아아아파아아아아앗!’

“무슨 사내놈이 말이많나! 걱정말게. 동생은 신경쓰지 말고, 자네의 꿈을 펼치게….”

 아저씨는 복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고, 이제 집세에 관련 되어서 어떻게 할지 셋이서 의논을 시작했다.


* * *

“그으으으래애애?”

소브가 늘어지며 대답했다.

“그래, 팜 아저씨네 공장으로 이사가기로 했어.”

나는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이이?”

여전히 의자에 늘어져있는 소브가 말끝을 길게 흐리며 대답했다.

“어, 이제 내가 집을 비워도 이걸로 안심하게 될거야.”

나는 이걸로 해결이라는 듯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나는 ... .... .픈데….”

소브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나는 짐 정리 중이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소브, 방금 뭐라고 했어?”

나는 손을 멈추고 소브에게 귀기울였다.

“아니야.”

소브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등을 보이도록 뒤돌아 앉았다.
내가 삐질만한 말을 했나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그런 말은 한 기억이 없다.
나는 하던 것을 일단 대충 정리하고 손을 씻은 다음에 소브 옆에 쪼그려 앉았다.

“왜 그래 소브. 무슨  있어?”

나는 소브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토라진 소브에게 큰 소리로 호통치는 것보다 차분하게 소브의 말을 들어주었을 때 토라진게 일찍 풀어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시급히 정리해야 하지만 잠시 멈추고 소브 옆에 와서 앉은 것이다.
소브의 볼은 빵빵해 졌고, 심통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괴고 있었다.
좀처럼 말할 기세가 보이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형은 마저 정리하고 있을테니까, 말할 기분이 들면 말해줘. 알았지?”

소브는 고개를 끄덕이는  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들었을거라고 생각하며, 마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어이! 페스틴! 안에 있는가?”

누군가 집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렀다.
나는 황급히 마무리를 짓고 문쪽으로 달려가 보았다.
 아저씨가 수레를 끌고 왔고, 전에 봤었던 친구로 보이는 아저씨도 함께였다.
그 아저씨가 자기를 소개하며 악수를 요청했다.

“포크 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네가 페스틴이구만? 팜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다. 전번에 공장 앞에서 상황이 좋았다면 인사 했을텐데, 이거 이거 통성명이 많이 늦어졌구만?”

보기와 다르게 수다스러운 아저씨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포크 씨. 그 때는 팜 아저씨를 부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하하핫, 별일 아냐. 늘 하던 일이니까.”

포크 아저씨는 가슴을 핀 채로 웃으며 말했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얼른 짐들을 옮기세.”

팜 아저씨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우리를 재촉했다.

“예이, 예이.”

포크 아저씨는 팜 아저씨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건들 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페스틴, 잠깐 나 좀 보세.”

나도 따라 들어가려는 찰나, 뒤에서 팜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왜 그러세요?”

나의 물음에 팜 아저씨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소브는… 알겠다고 하던가?”
“음…. 긍정도, 부정도 안하고 있어요. 제가 무슨 기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었는지 대답도 안해줘요.”

나는 한 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알겠네. 내가  번 이야기 해 봄세.”

 아저씨는 걱정 말라는 듯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저기 뭐 부터 실으면 좋으… 아니! 나만 일하고 있잖아! 뭐야아앗!”

집안에서 들려오는 포크 아저씨의 괴성에 나와 팜 아저씨는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 * *

둘이서만 살고 있지만, 살림이 꽤 많이 나왔다.
짐이 별로 없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양을 줄이고 간소화 하기 위해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를 하고 있었다.

“포크 아저씨. 이것도  내다 버려주겠어요?”

나는 버리기 위해 뭉쳐서 정리해 놓은 짐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 아주 그냥 나를 굴려 먹는구만?”

포크 아저씨는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짐을 옮기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왔다.
포크 아저씨의 표정이 정말로 서운해 보여서 나는 포크 아저씨의 기분에 맞춰주기 위해 입바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다 포크 아저씨를 믿고 있으니까 그렇죠.”
“됐다, 이것만 내다 버리면 되는거지?”

포크 아저씨는 그걸로는 기분이 안풀린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는 내가 가리킨 짐 더미들을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포크 아저씨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포크 아저씨!  끝나면  턱 쏠게요!”

그 말에 포크 아저씨의 어깨가 움찔하며 반응을 보였다.
포크 아저씨는 술을 좋아한다는  아저씨의 조언을 듣고 해보았던 말이었는데, 왠지  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크 아저씨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대단하다….’

점점 믿기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해서 나는 나의 할 일을 까먹은채로 감탄하며 포크 아저씨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포크 아저씨는  시선을 눈치 챘는지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짓과 눈빛으로 ‘얼른 네 일이나 해라!’라는 의미로 보이는 압박을 했다.
나는  위세에 눌려 내 일로 눈길을 돌릴  밖에 없다.
눈길을 돌리면서 화장실 입구에서 팜 아저씨가 무릎을 꿇은채로 소브를 설득하고 있는듯한 모습이 보였다.
팜 아저씨가 소브를 어떤 말로 설득 시킬지 궁금했지만, 자세히 듣기를 그만 두었다.
누가 나에게 저렇게 까지 신경 써주기나 할까?

* * *


아저씨들과 함께 옮겨버린 짐이 떠나고, 아무것도 없어서 텅텅 비어있는 방이 남아있었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왔다.
골목길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자라왔던 것이다.
부모도, 어른도, 상식인도 없는 집안에서 소브가 잘 자라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혹시나 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나에게 채찍질을 하며 속으로 되뇌였다.

‘벌써 몇년 째야, 가망이 없다고. 대체 언제까지 어린아이로 있을 셈이냐….’

괜한 감상에 젖어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보아도, 그저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오는 무거운 한숨이 어둑어둑 해져가는 방안을 누빌 뿐이었다.

* * *

“이야~ 드디어 다 옮겼구만? 페스틴! 나는 코가 삐뚤어질 때 까지 마실 테니깐! 지갑 열어두라고?”

포크 아저씨의 눈빛에서 진심이라는게 느껴지자, 나는 아까 전에 했던 한 턱 쏜다는 말을 내뱉은 것이 후회스러워졌다.

“하하…. 그래도  봐주실거죠?”

나는 동정어린 시선을 던지면서 말했다.
하지만 포크 아저씨는 사악하게 웃고는 말했다.

“뭐라고? 봐준다고? 이 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하하하핫! 사내가 말을 꺼냈으면 책임을 져야지!”

계속헤서 놀려대는 포크 아저씨를 보고 인생에 대해 한 수 배운  같다고 느꼈다.

“걱정말게 페스틴, 필요하다면 나도 보탤 테니.”

 어깨를 토닥이며 팜 아저씨가 말했다.

“그래, 그래! 걱정말고! 너도 수고했으니 맛있는 걸로 먹으라고? 여기 주인장이 비프 수프 하나는 끝내주게 잘만들거든! 그렇지 주인장?”

포크 아저씨는 조용히 접시를 닦고 있었던 주인장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주인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닦고 있던 접시를 마저 닦았다.
나도 내 지갑사정은 잠시 잊고 오늘은 분위기에 맡겨 즐거운 식사를 하기로 했다.
포크 아저씨가 술김에 이것저것 시키고 곯아 떨어져버려서 식탁에는 많은 음식이 놓여지게 되었다.
나는  몫을 다 먹었음에도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 했고, 남길 수가 없었다.

‘내 돈….’


* * *

“맛있니 소브?”

 아저씨 부인이 다정하게 아침을 깨작깨작 먹고있는 소브에게 물었다. 소브는 조용히 수줍어 하면서 대답했다.

“…네.”

소브에게는 생전 처음 겪는 상황일 것이다.
아마도.

‘나는 여러번 경험해  베테랑이지만.’

 아저씨는 입가를 닦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페스틴, 왕궁에서 인재를 모으기 시작하는  까지 얼마 남지 않았네. 그동안 어떻게 할텐가?”

팜 아저씨는 아마도 내가 앞으로 조금 남아있는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왜냐하면 이미 내가  것을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팜 아저씨의 부인에게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는 소브를 보고는 팜 아저씨의 물음에 답했다.

“제가 생각해보았는데요,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에는 말이죠?”

팜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내 말에 귀기울여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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