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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6 낯선 환경에 던져졌다. (2) (17/128)



〈 17화 〉#6 낯선 환경에 던져졌다. (2)

“당신, 선생 맞아?”

갑자기 강의실에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에 정적이 흘렀다.
기운차 보였던 조이드도 말과 행동이 멈추어진채로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이어지는 기분 나쁜 도련님의 말은 가히 신선했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닌 신선함 이었다.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불쾌감을 주는 말들 뿐이라 나와 페퍼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말의 극히 일부는 이러했다.

“하는짓이 빈민가의 머저리 같네. 차라리 구걸하는 장님이 선생질을 하는게 좋겠다?”

그는 팔짱을 낀채로 조이드를 향해 비수를 마구 꽂아댔다.
분명,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있을게 분명했다.
모욕적인 말들을 끝마친 그는 조이드를 내려다보면서 가식적인 미소를 띄우기 시작했다.
말을 끝마칠 때마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어깨에 힘을 주는 모습이란… 정말로….

‘역겹다.’

나는 그를 때려 눕히고 싶어졌다.
물론, 나도 조이드의 행동을 보고 얕보기는 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고 조금 모자란 행동을 보인다고 해도 업신여기려고 하지는 않는다.
팜 아저씨께서도 남들에게 어느 정도 예를 갖추어야, 나에게도 예를 갖추어 준다고 했다.
그렇기에 주제 넘어 보이는 그의 행동과 발언에 나의 심장이 움찔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는게 올바르다고 학습했으니까.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다.
사람들 틈에서 부대껴 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남들이 보기에 좋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내가 평판이 좋았으면 한다.
단지,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조금 모순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때로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차분히 웃어넘긴다.
내가 상대방을 두려워하거나 소극적인 사람이 때문에서가 아니라, 내가 남들에게  좁은 사람으로 불려질까봐 그렇다.
 자존심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나쁜 이미지로 내가 남아있는 것이 말이다.
무엇보다도,  본심을 숨기고, 감추는 방법으로는 가히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주위에 보이는 좋은 사람들처럼, 올바른 동기로 선행을 했으면 한다.
이런 내 모순점을 생각해보면, 그를 욕할 만한 처지가 아님을 스스로 깨닿게 된다.
나는 마음을 정돈하고,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서있었던 그는, 양 옆에 앉아 있었던 자신의 일행들에게 보란듯이 으쓱거렸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일어서서,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찰나에 페퍼가 나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나는 뒤로 돌아보았고, 페퍼의 표정은 어딘가 필사적으로 보였다.
페퍼의 눈을 바라보니 그녀는 내가 나서지 않기를 바라는 것 처럼 보였다.
나는 내가 조금 성급했나 싶어서 금방이라도 튀어나기려고 했었던 자세를 고쳐서,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조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조이드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조이드는 아까와 같은 포즈로 여전히 얼어있었다.
그들의 기에 눌려 겁을 먹은 것인지, 아니면 현재 상황이 매우 충격적이라 사고가 정지 되어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조이드는 아까의 모습에 조금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표정이었고 멈추어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만 갔다.

"네 말에 굳어버렸는데?"
"수준 떨어진다 진짜…."

도련님 근처에 있던 패거리는 조이드가 무척이나 안습하다는 듯이 비웃었다.
이내 강의실 안은 술렁이게 되었고, 뭐가 우스운지 불쾌한 그 녀석과 그의 일행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고요했던  공간이 전보다 소란스러워지고 술렁거림이 그칠 줄을 몰랐다.
분위기를 크게 흩뜨려 놓은 도련님과 그의 일행은 점차  소리로 웃더니, 배를 잡고 바닥을 구르기까지 했다.
나는 이 상황을 그저 굳은채로 내버려두는 조이드가 답답했다.
그를 재차 바라보아도 여전히 같은 포즈에 같은 표정으로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다들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하나둘씩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그 남자와 일행들도 석연찮았는지 웃는 것을 그만두고 시간이라도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나와 페퍼도, 다른 사람들도 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가 입을 다물은채로 자신을 응시하자, 그제서야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 실격이라는 말인가요?”

모두가 하나둘씩 입을 다물어 정적만 흘렀던 강의실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움은 잦아들고, 적막함과 무거운 공기가 순식간에 우리를 감싸안았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을 때, 전과 달랐던 목소리 톤에 우리는 얼어 붙었다.
어딘가 엉성하고 부자연스럽게 목소리만 컸던 그의 목소리가 이제는 차갑고 딱딱하고 듣는 사람마저 소름 돋을 정도로 매서운 말투였다.
마치, 기계처럼 감정이라고는 털끝 만큼도 없어보이는 말투 였던 것이다.

그는 오랜시간 동안 들고 있었던 팔을 스르르 내리고는 모자도 고쳐쓰고 옷차림을 단정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옷 매무새를 다잡은 뒤에 차분하게 자신을 모욕한  남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도 조금은 겁을 먹은 것인지 입을 다문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이드의 차가운 시선 너머의 것을 보게 된 나는 흠칫 놀랐다.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은 평소에 흉폭한 자신의 내면을 감추듯 미소를 짓는다.
 미소가 거두어진다면,  사람은 분명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다.
감춘 이빨을 드러낸 짐승 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돌연 성큼성큼  남자가 앉아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나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사람의 움직임 이라고 하기에는 부자연스러웠다.
은근히 거리가 되었던 거리를 풀쩍풀쩍 뛰어가듯이 숨 한번 고르지도 않은채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상함을 나만 느낀 것인가 하고 상황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려서 페퍼를 보았다.
그녀도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고, 페퍼에게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충격적 이었는지 입을 조그마하게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보니, 살짝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의실 내부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분위기가 팔을 콕콕 찌르듯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빈정거리던 도련님은 기이하게 빨리 다가온 그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듯 해보였다.
나였어도 누군가 저렇게 다가온다면 겁에 질려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옆에 있었던 그의 일행은 이미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아무도 그 도련님에게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홀로 남은 그가,  앞의 소름 돋는 상황을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에 그가 굉장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기세등등 했던 그의 어깨가 점점 아래로 처지고, 고개는 점점 양 어깨 사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이드는 얇은 두 팔로 뒷짐을 지고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그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은근히… 아니, 키가 굉장히 컸고, 겁에 질린 사람을 기세로 제압히기 충분할 정도의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입을 열어 건방진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제가 선생 실격이라고 했습니까?”

여전히 딱딱하고 소름돋는 목소리였다.
나는 조이드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
각도 상, 나는 그의 등만 볼 수 있었다.
생소한 상황에 의한 강렬한 호기심 때문에 관찰을 더욱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볼품없어진 도련님의 표정을 보니, 얼마나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지 유추해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조이드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있는 상태로 침을 꿀꺽삼키고 있었다.
조이드는 그가 답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는지, 앞으로 살짝 숙였던 허리를 꼿꼿이 펴고나서 고개를 좌우로 살피기 시작했다.
비웃거나 쭈그러져 있는 도련님의 말에 살을 붙였던 사람들은 움찔거리고 있었다.
기이하고 소름돋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그의 눈을 바라보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거나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이드는 조금 둘러보다가 다시 자신의 앞에 있던 겁에 질린 남자를 다시 응시하기 시작했다.
조이드가 한쪽 손을 그에게 뻗었고, 그의 외마디 비명이 들렀다.

“으읍…!”

그 순간 문쪽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조이드는 뻗은 손을 천천히 거두었고 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몸짓이었다.
그는 고개를 까딱하더니 문 앞으로 단숨에 풀쩍 뛰어갔다.
나는 조이드가 정말로 진정으로 [사람] 인지 의심스러워졌다.
그는 문을 천천히 열었고 차분하면서도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하시려는 겁니까?”

밖에 있었던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조이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렀다.
연령만 어렸지 말투와 분위기는 어른 못지 않은 기품이 느껴졌다.

“네, 주인님.”

‘주인님…?’

조이드는 꼿꼿이 피고 있던 허리를 숙이고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조이드, 지금 너의 목소리가 어떻다고 생각해?”

조이드 못지 않게 차가운 느낌을 풍기면서 조이드의 목소리를 지적하고 있는 여성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부터 새어나온다.
강의실에 앉아있었던 우리는 예상 외의 인물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이한 조이드가 저렇게 고개를 숙이면서 생각지 못한 말을 내뱉고 있었기에, 우리는 두려움 반 의구심 반 이렇게 마음속에 가득차 있었던 것 같았다.

“목소리… 말입니까?”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조이드였다.

“그래.”

짧고 명료하게 대답한 그녀는 갑자기 냅다 조이드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나는 깜짝 놀랐다.
조이드가 휘청거리면서 보여진 그녀의 실루엣은 세티의 몸집보다 작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왼쪽 팔은 은빛으로 빛났고, 그녀의 머리 또한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남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어보이는 조이드를 휘두르는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보다 주인님이라니…?’

분명히 작은 체구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런 힘을 낼  있는지 나는 의문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조이드는 휘청거리면서 겨우 대답했다.
주인님이라고 불리우는 그녀에게 머리를 맞은 그는 휘청거리는 몸을 고쳐잡고 그녀 앞에 똑바로 섰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처음 보여주던  목소리의 톤과 특유의 말투로 돌아오며 말했다.

“이야~ 이거!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주인님께서! 화내시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굳어있었던 그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리는 조이드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금세 문가로 시선을 옳겼다.
차가운 얼굴의 그녀는 자신의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문을 닫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교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딘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옷을 입은 그녀는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던 조이드와 달리 신비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귀족…?'

체구가 작았지만 존재감은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강렬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교탁에 다다르고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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