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6 낯선 환경에 던져졌다. (3) (18/128)



〈 18화 〉#6 낯선 환경에 던져졌다. (3)

신비로웠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

“내 이름은 베피, [인형 장인]이다. 꽤나 소란스러워 진 것 같은데, 나는 이런 분위기 매우 싫어 한다는 것을 알아둬.”

자신을 베피라고 소개한 그녀는 어딘가 도도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팜 아저씨가 말해준 도움을  사람들 중에서 베피라는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저씨의 설명에 의하면 작고 도도한 분위기의 소녀라고 했던가?
나는 이름만 들어본 그녀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복장은 그녀의 성격을 드러내듯이 검은색의 드레스에 하얀색의 프릴이 달려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뭍어나온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서 있었던 조이드는 자신을 감싸준 그녀가 든든했는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말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방금 알았기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홀로 조이드를 모욕했던 그에게는, 그녀가 매우 두려운 존재로 부상하게 되었을 것이다.

베피는 누군가를 찾는 듯이 우리를 쭉 둘러보고는 귀찮아졌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대뜸 소리쳤다.

“팜 조수가 누구야?”

그 말을 들은 페퍼는 나를 쳐다보았고, 강의실 내부는 술렁거렸다.
나는 일어서는 것을 지체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서둘러 일어섰다.

“접니다.”

나는 엉거주춤 서있었다. 시원찮은 대답을 하면서 말이다.
베피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까딱까딱 거렸다.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서둘러 그녀가 서있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녀 앞에 다다르고 나는 늘 하던대로 상대방의 시선에 나의 눈을 맞추기 위해서 베피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이 내리깔아지자, 그녀가 정말 키가 작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꿇어.”

그녀는 명령을 내리듯이 말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예?”

그게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무표정 이었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베피는 이를  물은 채로 나에게 친절히 다시 한번 더 말해주었다.

“꿇어.”

나는 그녀가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말투에서 중압감을 느낀 것은 나뿐이 아니었나 보다….’

등 뒤에서 들리던 술렁거림이 그쳤다.
나는 서둘러 무릎을 꿇었고, 그제서야 그녀가 나를 내려다 보게 되었다.
그리고 베피에게서 차갑고, 듣는 사람이 서러워지는 말이 들려왔다.

“너는  노예야.”

‘아… 노예…?’

들어보았다. 범죄자 중 일부는 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대신하기 위해서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던 말을.
그것이 바로 노예이며, 아마 최상의 모욕감을 선사하는 그런 말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말대답을 하면 한대 얻어 맞을 것만 같아서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만 나의 심정을 표출했다.

“눈깔아.”

나의 시선이 아니꼬왔는지, 그녀는 명령조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매섭던지 나는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내 귀에 바짝대고 말했다.

“팜에게 받은 치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다행으로 여겨.”

‘팜 아저씨!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살벌하게 말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나 대신에 조이드가 수업하니까 말  듣고, 소란을 피우지 마렴, 알겠지?”

그래도 나에게 말하는 것보다 많이 누그러워져 있었다.
진정으로, 팜 아저씨가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리도 천대를 받는지 알고 싶어졌다.
모두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는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런 우리가 만족했는지, 그녀는 무릎을 꿇고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 나를 뒤로 한채로 강의실을 가로질러서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조이드가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툭툭 털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예…? 노예라니….’

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노예’라고 불린 이유에 대해 조이드는 뭐라도 알고 있는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입니까?”

내가 황당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며 묻자, 조이드는 자신의 검지를 입술에 가져갔다
그리고는 측은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했다.

“타이밍이 좋지 않을 뿐입니다. 아직 멀리가지 않았으니 조용히 하고 있는게 좋아요.”

‘그런 심한 대우를 받는게… 단지,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라고?’

나는 할 말을 잃었고, 더 이상 뭐라고 했다가는 방금 강의실을 나간 그녀가 다시 들어와  뒷통수를 후려갈길 것만 같았다.
조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말을 잘 듣는군요.”
"살고는 봐야죠…. 그런  맞으면 제 머리는 남아나질 않을겁니다."
"아하하! 현명하군요~"

나는 얼마간 그의 앞에 서 있었고, 그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강의실은  죽은 듯이 조용했고, 누구 하나 입을 열어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까 그녀가 멀리 가지 않았다고 했던 조이드의 말을 들은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기세에 눌린채로 겁먹고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조이드는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됐습니다. 궁금한게 있습니까? 페스틴 군.”
“응? 내 이름을 알고 있어요?”

나는 놀라서 그에게 질문했다.
조이드가 나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요, 팜 씨가 편지를 보내주었거든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빙그래 웃으면서 말하는 그에게서 인간의 따뜻함이 묻어나왔다.
나는 조금 부끄러워 하면서 화답했다.

“아하… 그, 그렇군요…. 그런데, 팜 아저씨가 베피라는 사람을 소개해주기는 했는데, 어….”

혹시라도 그녀가 들을까봐 말하기가 꺼려졌다.

“하하핫!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나 보군요! 확실히 주인님은 조금 흥분한 듯 해보였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반응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그래!  씨가 저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핫!”

유쾌하게 웃는 조이드였다.
나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와  아저씨 사이에 무슨 불화가 일어났는지 조차 모르기 때문에 답답해질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이 조이드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는지, 주위를 살피고는 내 귀에 자신의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우리 주인님이 좀 작잖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녀가 이것을 보게 되면 나는 그날로 내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 같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조이드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팜 씨가 주인님을 꼬맹이 취급했거든요, 한 두번이 아니라 만날 때마다 그러니, 그렇지 않아도 작다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는 주인님이 얼마나 속이 상했겠습니까?”

그의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가는 것을 보아, 그도 놀리는 것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불편한 현실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하… 단지 그것 때문이라니….’

조이드의 설명이 끝났고 나는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서, 남들이 본다면 매우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 페퍼는 매우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너 어떻게 된거야….”
“그러게 말이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후… 이게 어찌된 일이냐… 내가 노예라고?’

조이드는 탄식에 빠진 나를 본 것인지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야~ 어쩐 일이세요!”

조이드는 그를 바라보며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했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팔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문 쪽에서 큰 한숨 소리가 났고, 교탁 쪽으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렀다.
뒤를 돌아보니 귀찮은 일을 떠맡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뻣어 있었고 그의 옷은 허름했다.
수염은 듬성듬성 나 있었고 그의 품 안에서 ‘인간의 마음이란’ 이라는 책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

 책의 저자는 그의 팔에 가려서 보지는 못했지만, 그 책은 분명히 저번에 허름한 책방에서 본 책들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책 제목을 기억할 정도로 유익했던게 기억난다.
그는 조이드 옆에 서더니 짤막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안녀어엉, [심리 학자] 히터라고 한다.”

소개를 마친 그는 옆에 서있는 조이드를 쳐다보았다.

“지금 시간은 무슨 시가아안?”

그러고는 조이드에게 머리를 기울이면서 물었다.
히터는 괴상한 사람이었다.

“아핫!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갔네요!”

조이드는 한쪽 벽에 매달려 있는 시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히터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들고 있던 책을 휘적휘적 흔들면서 말했다.

“알면 빨리 나가, 내 시간이잖냐.”

매우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움직이려하는 조이드의 몸을 툭툭 쳤다.
한쪽으로 밀려난 조이드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서있었다.
그리고 조이드가 서있던 빈자리를 히터가 채웠다.
히터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교탁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죽은 듯이 자기 시작했다.
조이드는 뒷통수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하핫… 어쩔 수 없군요, 심리학도 제가 하게 되었네요.”

나는 그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나 못지않게 딱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한 쪽에서 기분나쁜 도련님의 목소리가 들렀다.

“심리학? 왕궁에서는 그런 쓸데없는 것도 가르치나? 시간낭비군.”

하고 왕궁을 비난하면서 따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조이드에게 크게 데인 것도 잊었는지, 그의 대담함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는 건가…?'

집중해서 보니, 그의 눈빛에서 증오가 느껴졌다.
히터도 그의 말을 들었는지, 곤히 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그가 교탁을 쌔게 내리쳤다.
여전히 고개를 교탁에 처박은 채로.

“저렇게 때리면 교탁이 울려서 자기 머리도 울릴 텐데.”

현실적인 말을 하는 페퍼였다.

“아아아앙? 누가 그딴 소리를 지껄였냐?”

히터는 고개를 살며시 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내었던 그를 쳐다보았다
내 생각에는 여기 사람들은 상당히 무서운 사람들 밖에 없는 것 같다.

“당장 튀어나와. 2초 준다.”

히터의 눈빛은 무척이나 살벌했다.
당장이라도 그 귀하신 도련님을 비틀어 죽여버릴 정도로….
나는 그 기분 나쁜 도련님을 바라보았고,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팔짱을 낀채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좀처럼 그가 자신의 앞으로 오지 않자, 히터는 고개를 다시 들었고 자신의 오른손을 자신의 품속에 집어놓고 협박하는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당장 튀어 나오라고 했을텐데?”

여전히 그가 미동이 없자, 참을 수가 없었는지 품속에서 손을 꺼냈다.
그의 손에는 은빛의 물건이 들려있었다.

“하… 나는 웬만해선 어린애를 쏘지 않는 사람인데….”

작게 중얼거린 그는 아까의 베피와 같을 정도의 살벌함을 띄우고 있었다.

“하핫… 이거 큰일인데?”

조이드는 당황하면서 히터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막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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