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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7 의구심과 착각의 접근 (2) (21/128)



〈 21화 〉#7 의구심과 착각의 접근 (2)

조이드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움직여 알아듣지 못하게 중얼거렸다.

‘…? 뭘 하려는 거지…?’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
이윽고 조이드는 중얼거림을 멈춘 뒤에 나를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둑해진 그의 눈빛과 표정에서 그 무엇도 읽지 못해 나는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가 방금까지 중얼거린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나는 그와 거리를 벌리는 것이 현 상황에서 실패를 막는 발걸음의 최선의 선택 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허공을 쫓는 듯한 그의 눈동자를 응시 하면서, 뒤로 물러나려고 발을 뒤로 뺐다.
여전히 나는 긴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행여나 그가 ‘그 날’의 그 괴물과 비슷한 사람일까 하는 의심을 곱씹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이를 놓칠세라 사이가 멀어지려고 하는 내 몸을 붙잡았다.

덥썩-

“…!”

그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역시, 아까의 괴기한 움직임을 보여준 그였다.
턱- 하고 붙잡힌 내 팔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힘을 줘보았지만, 그의 악력에서 벗어나기에는 내 힘이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가 두려워졌지만, 내 정신을 꽉 붙잡았다.
조이드가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강의실에서  조이드의 움직임 이라면, 패주고 싶은 그 도련님을 충분히 찢어발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까 전의 조이드는 그를 계속 노려보기만 했을 뿐, 베피가 오기 전까지 그는 과격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만약, ‘주인님’이라 불렸던 그녀의 명령 없이는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지금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점을 위안으로 삼으며, 나는 그의 위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방금 전에 내 팔을 붙잡은 그의 손을 뿌리치는 척 하면서 만져보았던 촉감을 되짚어 본다.
그의 팔에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쓰읍… 하아…”

사람의 체온이라면 따뜻할 손이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저씨 공장에서 몇백번이고 만져본  기계와 같은 차가움이다.
확실한 물증없이 판단하는 것이라, 나는 지금 취할 내 판단이 옳았길 빌고 빌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내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당연히 조이드는 나의 돌발적인 움직임에 경계를 했고, 나는 조이드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내서 보란듯이 흔들어 보였다.
 손에 쥐어진 이것은 굉장히 작은 크기였고, 넓게 펼친 손바닥 한가운데에 굴러다니는 구체의 모양이었다.
조이드의 시선은 내가 보여준 유리병으로 향했다.
아무리 빠른 움직임을 한 조이드라고 해도, 이렇게 근접 거리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은 그 역시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마친 나는 단숨의 지체도 없이 그 병을 조이드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챙그랑-!

병이 깨지면서 자신의 얼굴을 적시자, 그는 내 팔을 붙잡던 손을 놓고는 자신의 얼굴을 더듬기 시작했다.

“뭡니까!”

놀라서 당황한 듯한 그는 이제 시야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가 [기계]라면….

‘미안하지만,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나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반대쪽 안주머니에서 병 하나를 더 꺼냈다.
그리고 그의 오른다리에 던졌다.

쨍강-!

“…! 눈이…!”

슬슬 약의 효과가  모양이다.
때문에 발치에 던진 것은 당황한 나머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밖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렀다.
분명, 그녀일 것이다.
자신의 ‘하인’이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성급하게 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행동을 위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몇초 내로 베피가 들어올 것이고, 베피가 나를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야했다.
이것이 나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더욱더 그렇고, 나중의 협상을 위한 빌미를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유리병을 던진 다리를 차서 그의 중심을 흩어지게 했다.

퍽!

“흐억!”

그는 흔들거렸고, 나는 서둘러 그의 배후로 가서 송곳을 그의 목에 겨눴다.
그녀는 조이드를 아끼는 것 같았다.
조이드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만, 그가 치명상을 입었을 때 곧바로 달려왔으니까.
서늘한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목덜미에 닿자, 조이드는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곧 이어서 베피가 들어왔다.

“지금… 뭐하는거야?”

베피는 자신의 왼팔을 만지작 거렸다.
두려움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나를 때리기 위해서 움찔거리고 있는 몸을 진정 시키려고 하는  같았다.

“그 이상 다가오면 송곳으로 조이드 선생님의 목을 꿰뚫을겁니다!”

나는 그녀를 위협했다.
그녀는 멈칫했고, 금방이라도 이쪽으로 뛰어올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품속에 있던 조이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아! 아닙니다! 전 괜찮아요 주인님!”

베피는 금세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이, 지금 이 상황에서 협박을 당해야 하는 사람을 잘못 찾은듯 한데…? 안 그래?”

순간적으로 베피의 눈동자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워졌다.

“…!”

침을 꿀꺽 삼키고 마음을 단단히 먹기 위해서 동요하기 시작한 나의 마음을 다그쳤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페스틴 군도 진정하세요!”

나는 조이드가 나를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

나는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던 송곳을 거두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를 못쓰게 될 것인 조이드를 부축하기 위해 그의 몸을 지지했다.

“주인님! 제가 의사전달을 못했습니다! 그가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어요!”

조이드의 말에 베피는 움찔했다.

“뭐…?”

그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누가 지금 내 얼굴을 보게 된다면 상당히 겁에 질린 내 얼빵한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

나는 겁에 질려 있었고 베피와 조이드가 상세히 설명해주자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딱-!

“아야!”

나는 베피에게 한 대 얻어 맞았고, 상황 파악이 늦어 옳지 못한 판단을 내린 내 자신을 탓했다.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 보았다면, 내 머리에 혹이 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려버리면 어떡하자는거야!”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베피였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자초지정은 이랬다.
조이드는 베피가 다시 돌아오면 설명해 주려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하려 했지만, 아까 히터에 의해 ‘부품’에 이상이 생긴 것을 고치지 못해 오류가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정 조차도 지을 수 없었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베피는 내가 이야기를 이해할  있도록 자료를 챙겨오느라, 자리를 비웠던 것이었다.
조이드 측의 잘못도 있었기에, 베피는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고 딱밤 한 대로 끝마쳤다.

“그래서, 조이드가 신기했다고?”

의자에 앉아 도도하게 다리를 꼬면서 말하는 그녀였다.

“그…그럼요! 어떻게 기계가 사람 처럼 행동합니까…!”

나는 굉장히 신기한 것을 본 것처럼 대답했다.
그렇다.
내가 추리해 본대로 조이드는 기계였다.
베피와 조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조이드는 팜 아저씨와 베피가 함께, 무려 천개가 넘는 코어를 집어넣어 만든 [인형] 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베피와 팜 아저씨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지만, 베피는 나에게는 아직 이른 내용이라고 답했다.
차차 알려줄테니 지금은 왕궁에 적응하라고만 했다.

“그런데,  신기하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요?”

조이드가 얼어버린 자신의 안면을 온찜질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는 무릎을 꿇은채로 대답했다.

“아… 이건, 냉각수라고… 제가 만든 건 아니에요. 언제  번 공장의 기계가 폭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팜 아저씨께서 무언가를 던지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과열된 기계를 잠재우는 물이라고 했었어요.”

내가 아직 말하고 있는데 베피가 끼어들었다.

“그 영감탱이  이상한 것을 만들어냈네.”
“네… 뭐…. 저도 처음에 신기했죠. 아무튼, 이건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서, 제가 개량한  왕궁에  때 조금 챙겨왔던 거죠.”

아직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조이드가 끼어들면서 감탄했다.

“이야~ 대단하네요~ 그걸  개량하다니!”

갑작스럽게 조이드가 나를 띄워주자 기분이 좋아졌다.

“아유… 아닙니다. 비율만 조금 손본 것 뿐인데요….”

한참 분위기가 좋았는데 베피가 찬물을 끼얹었다.

“됐고, 고작 왕궁 오는데 왜 그게 필요한거야?”

내가 사실 이 물을 챙겨온 이유는 내가 죽을 뻔 했던 그 날에 마주쳤던 괴물을 혹시라도 또 만나게 된다면 맞설 생각으로 챙겨온 것이었다.
나는 불현듯 내가 그 괴물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팜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아… 아아, 왕궁에서 일하다가 기계가 과열되가지고 폭발하면  일이잖아요.”

아마 두 사람에게는 내가 걱정이 많은 겁쟁이로 보였을 것이다.

“푸하핫! 고작 그런 이유에서라니!”

베피는 그런 내가 가소롭다는 듯이 배를 잡고 나를 비웃었다.

“페스틴 군. 왕궁에는 뛰어난 기술자가 많이 있어서 그런 일은 걱정 안해도 됩니다~”

조이드는 웃음을 참으며 나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아하하! 그렇군요!”

나는 안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두 사람은 어리숙한 나를 보고 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냉각수는 만일을 위해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양이 별로… 없으니까.
조이드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베피를 향해 정중히 말했다.

“주인님, 이제 가야 되겠네요. 슬슬 움직여 볼까요?”

조이드는 얇은 팔다리를 후들거리면서 걸어갔다.
이리저리 휘청이다가 금세 땅바닥에 꼬구라졌다.

“으악!”

쿠당탕—

베피는 곁눈질로 보고 있다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도 그가 걱정되기는 했나 보다.

“어휴, 넌 그냥 공방에 들어가 있어!”

다그치듯이 말한 그녀는 그를 들쳐메고는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뒤돌면서 나를 쏘아보았다.

“뭐해? 얼른 니 방으로 돌아가.”

나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한 그녀는 어디론가 떠나갔다.

“어… 네….”

나는 아무도 없는 열린 문을 보면서 대답했다.

* *


“어디 있다가 왔어?”

페퍼가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말하면 안될 것 같아 대충 얼버무렸다.

“아. 응, 별거 아니었어.”
“별거 아니긴, 초췌해 보이는데?”

은근히 날카로운 면이 있다.

“어…. 아니, 그냥… 면담을 좀….”

나는 정곡이 찔려서 순간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페퍼가  어깨에 손을 얹더니 딱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힘내…. 젊은 나이에 노예라니….”

페퍼의 위로에 나는 잊고 있었던 슬픈 사실을 뒤늦게 기억해 냈다.

‘왜 베피는 나를 노예라고 부른 것일까….’

내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는지 페퍼는 미안해 했다.

“이거 줄테니까 기운내!”

아까 저녁으로 나온 빵 쪼가리였다.

'예…  고맙~ 습니다~'

나는 실망이다는 표정을 지었고, 페퍼는 이런 내 표정이 불만족이었는지 내밀었던 손을  하고 다시 틀었다.

“싫음 말구.”
“아냐 아냐 아냐 고마워! 고마워!”

나는 황급히 감사 인사를 하고, 페퍼의 손에 있는 빵 쪼가리를 가로채었다.
그리고 야무지게 먹었다.

‘냠냠.’

페퍼는 잠깐 놀랐지만 내가 기운이 난 것처럼 보이자 만족하는 표정을 보였다.
우리가 이렇게 투닥대고 있을  우리가 앉아 있는 벤치에 누군가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오늘 참 자존심이 많이 구겨지신 귀하신 도련님이 서 있었다.

“…여어.”
“…여기는 어쩐 일이신지요…? 도련님?”

우리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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