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7 의구심과 착각의 접근 (7)
“심리…학…?”
라이브 씨는 나와 눈을 맞추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안되…려나요…?”
나는 그런 라이브 씨의 표정을 보니, 왠지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보다 일이 심각하면, 오히려 그런 주제를 가볍게 말해버린 내가 궁지에 몰릴 법 하기 때문이다.
“음… 그런건 아닙니다만….”
라이브 씨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애써 웃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 감정은 웃음으로도 숨길 수가 없는 것 같아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네요. 불편하시다면 다른 이야기를….”
나는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괜한 말을 해서 그녀의 아픈 과거를 건드린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 아니에요 페스틴.”
의외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한 감정을 품고서 차분함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아보이는데도 말이다.
방안은 적막이 흘렀다.
이야기를 위한 마음을 준비하는 침묵이라면, 나는 기꺼이 기다리겠다.
앞으로의 일에 요긴하게 쓰일 정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하겠다.
라이브 씨는 별안간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에는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어두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걸어가는 사람도 보였다.
어떤 사람은 옷깃을 세운 뒤에, 그 사이로 고개를 파뭍고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기 각자의 속도로 더러운 바닥을 발로 차면서, 길을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바닥으로 고정되어있었다.
나는 그들로 부터, [회색]을 보게 되었다.
“제 남편은, 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라이브 씨는 적막을 깨고,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네…?”
‘길을 거니는 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일까…?’
나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적나라 했기 때문에 그만큼 심각한 일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 ‘심리학’이라는 것 때문에, 내 남편은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어요.”
나는 라이브 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진심을 다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외면할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편안했던 그녀의 눈은 어느새 절망으로 가득찬 눈이 되어버렸다.
라이브 씨는 보여지는 눈과 다르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이는 저 길거리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학을 연구했었죠.”
나는 말없이 계속 그녀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왕궁 마저도 그의 연구를 도와주지 않았죠.”
‘왕궁 조차도 말인가….’
“물론, 그이가 연구하는 것은 가치가 없을지도 몰라요.”
‘가치라….’
나는 시선을 땅으로 내렸다.
개인에 따라 특정한 대상의 가치는 크게 변동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절망에 빠지는 그이를 보면서, 솔직히 그이가 포기하고 편한 것을 하기를 바랐어요.”
“그렇습니까…?”
나도 모르게 말 대답을했다.
멋대로 움직여버린 혀에 반사적으로 힘을 팍 주었지만, 라이브 씨는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래요, 하지만 그이는 포기하지 않았죠. 대상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면서… 밖으로….”
‘…밖?’
“밖이라면… ‘배’를 탄 건가요?”
고개를 들어보니, 라이브 씨는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네, 나의 만류에도… 그이는 떠났어요.”
나는 ‘밖’이 어떤지 잘 모르고 있어서, 가만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볼 수가 없었죠.”
‘…?’
“내가 ‘괴물토벌반’에 들어간 이유는 그거에요. 그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하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왔다.
“‘괴물…토벌반’이요?”
라이브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결의에 가득찬 눈빛이 되었다,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흐름이 깨어졌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문을 두드린 이름 모를 사서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방의 분위기를 의식한 것인지 흠칫했다.
“제…제가 타이밍이 안좋았나요…?”
그의 말에 라이브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무슨 일이죠. 루틴?”
라이브 씨의 물음에 젊은 사서는 밖을 흘낏 보고는 대답했다.
“밖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그렇군요, 곧 가겠습니다.”
라이브 씨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숙여 인사 하고는 방을 나갔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잠시 방문을 바라보고는,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국왕과 선생들은 당신을 ‘괴물 토벌반’에 넣으려고 합니다.”
라이브 씨의 말을 듣고, 그 때 다들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감이왔다.
나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점에 대해 반대합니다. 페스틴 군이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라니까요.”
‘하지만 나는 내 목표를 위해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했습니다만….’
“나이를 먹어가니, 주책없이 떠들게 되네요. 내 말을 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뭘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한걸요.”
라이브 씨는 시선을 떨구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페퍼를 그곳에 보낼 수야 없지….”
나는 못들은 척 했다.
그녀의 두손은 꽉쥐어져 있었고, 그녀의 입술 또한 결의로 가득차 꽉 다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괜한 문제를 떠안을 정도로 내 마음은 여유롭지 않았다.
“그럼, 이만 가봐야 될 것 같군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라이브 씨였다.
“네, 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 페퍼에게 괜한 바람 불어넣지 마세요.”
“아….”
나는 라이브 씨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왠지, 함부로 했다가는 나중에 골치 아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곧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 문제를 못 본 척 한다는 것을 철회한다.
이 일은 조만간 나에게 칼을 들이밀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고로, '이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 일까?' 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가 크게 뒤틀릴 것만 같다.
* * *
방에서 나오고 나서, 그냥 왕궁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라이브 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착잡해졌기 때문에, 조금 한숨을 돌리고 싶어졌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빽빽히 꽂혀있는 책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렇게 시선을 옳기다가,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토니였다.
나는 쭈구려 앉아서 책을 쌓아놓고 읽고 있는 토니에게 다가갔다.
“토니.”
“흐읍…!”
토니는 깜짝 놀랐는지, 읽고 있었던 책을 손에 놓치고 말았다.
쿵!
그가 놓친 두꺼운 책은 큰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아…! 미안해, 놀래키려고 한 것은 아닌데….”
토니는 당황하면서 자신의 주위에 있던 책들을 허둥지둥 줍고는, 도서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저, 저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나는 홀로 토니의 등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토니가 있었던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그가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주웠다.
그 다음으로, 서둘러 뛰어가서 그에게 주려고 도서관을 나갔다.
* * *
밖으로 나가서 한참을 둘러보았지만, 토니는 보이지 않았다.
양이 꽤 되었을 책들을 들고 이렇게 빨리 사라질 수가 있나 싶었다.
토니는 몸집은 작아도 상당히 움직임이 빠른 것 같았다.
“…혹시, 방금 나간 아이를 찾나요?”
뒤를 돌아보니, 도서관의 사서 복장을 입고 있는 한 '여자'가 서있었다.
“…아, 네. 도통 보이질 않네요.”
“걱정 말아요, 그 아이는 도서관에 자주 와요. 아마 내일도 올걸요?”
“그렇군요, 이 책을 좀 전해 주려고 했는데…. 사라져 버렸네요.”
그 사서는 골똘히 고민해 보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제가 보관하고 있다가 전해줄까요?”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토니의 바로 옆 방이라 내가 전달해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 사서는 조금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사서를 더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 * *
나는 지금 왕궁으로 향하고 있다.
통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을 토니에게 주기위해서는 일단 왕궁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길을 가고 있었는데, 익숙한 사람이 서둘러 뛰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작은 체구에, 익숙한 복장. 세티였다.
나는 무슨 일이 있길래 저리 급히 뛰어가고 있고, 울상을 짓고 있는지 알고싶어졌다.
알고, 그녀를 내가 도울 수만 있다면 돕고 싶었다.
“세티?”
나의 부름에 그녀는 뛰어가다가 제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른 사람이 나라는 것을 인식했는지, 내가 있는 방향으로 황급히 뛰어왔다.
서둘러 뛰어온 세티는 잔뜩 울상이 되어있었다.
“오빠! 헨델… 헨델이…!”
그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헨델은 분명히 세티의 남동생이다.
가끔 시간이 나면 인사 정도는 했었다.
손에 과자를 쥐어주면 베시시 웃는 모습이 귀여웠던 아이였다.
“헨델이 왜…?”
“빨리, 빨리 와봐!”
세티는 내 팔을 붙잡고 서둘러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세티에게 이끌려 간 곳은 어두침침한 골목길이었다.
그곳에는 빌이 착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빌 오빠!”
세티의 부름에 이쪽을 보게 된 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세티! 현장에 오지 말랬지!!”
평소에 다정했던 모습을 보이던 빌과는 다르게 꽤나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그의 표정에 세티는 겁을 먹은 것인지 멈칫했다.
“…세티, 이건 경비대의 일이야!! 페스틴을 끌어들이다니…!”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서 난감해졌다.
“페스틴,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것보다 무슨 일이죠…?”
나는 지금 헨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매우 알고 싶어졌다.
“그게….”
빌의 표정은 무척이나 난감해 보였다.
“그 사람이야! 그 날 오빠가 구해줬던 날!”
‘뭐…? 그 날?’
내 기억이 맞다면, 세티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연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던 그 남자를 가리키는게 맞을 것이다.
“그 사람이 헨델을…!”
눈물을 글썽이는 세티가 내 옷자락을 잡으니, 이성이 날아갈 것만 같다.
“어디야….”
“페스틴! 당신이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위험한 일이에요!”
“어딥니까!”
빌의 다급한 표정과 세티의 눈물을 번갈아 보게된 나는 나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는 가능성이 풍부한 부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동심과 가능성을 위해서.
“페스틴… 저희 경비대가 지금 수색 중입니다.”
“못 찾은지 오래 됐잖아!”
세티가 울부짖었다.
“오빠라면 찾아줄거야…. 부탁이야…. 소, 소원… 여기서 쓸게, 제발!”
세티는 내가 저번 처럼 자신의 남매를 구해줄 것만 같았는지, 실낱같은 심정으로 내 팔에 매달렸다.
“세티!”
빌은 어떻게든 세티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세티가, 나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여긴가요…?”
“네…?”
“헨델이 사라진 곳이요.”
“응…! 여기야…! 이 근처에서 사라졌어!”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세티의 손에 이끌려 이 어두컴컴한 골목길로 들어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때의 그 장소 였다.
경비대가 와서 도망치던 그는 우리가 서있는 이 길목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서있는 어두운 공간 이 어딘가로, 그는 깊숙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는 그때 자신을 숨겨줄 은밀한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런 장소가 있었기에 여전히 이 거리를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일테지.
이 복잡한 골목길을 모두 살피기 위해서는 경비대원의 수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이용해 그들의 눈을 속이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내가 그라면, 혹은 내가 골목 동료들.
아니… 어린 시절 나와 함께한 패거리라면, 어디로 향했을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쓰레기 더미에 숨겨진 조그만한 개구멍을 발견했다.
누가 저 작고 기름이 줄줄 흐르고 있는 곳을 갈 생각을 할까.
“페스틴, 설마….”
“네, 아무래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는 것 같군요.”
* * *
입구는 의외로 작지 않았다.
쓰레기들에 의해 가려져 있었을 뿐이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세티는 다른 경비대원들을 부르러 갔고, 나와 빌은 이 개구멍으로 들어왔다.
입구에 기름이 상당히 고여있는 바람에 나와 빌의 옷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들어온 곳은 매우 어두웠다.
건물들에 의해 햇빛은 완전히 차단 되어있는 상태였다.
케케묵은 냄새가 났고, 악취가 심했다.
한쪽 구석에 헨델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 한짝이 보였다.
빌은 신발을 들어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내가… 사준 것이군.”
빌은 그 신발을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내가 그의 얼굴을 보니, 분노로 가득 차있는 그의 눈을 볼 수가 있었다.
“갑시다. 페스틴.”
우리는 고요하게 진동하는 마음을 다잡고,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 * *
“5구역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빌은 엉킨 실타래 처럼 얽히고 섥힌 길을 걸어가면서 말했다.
나는 그를 따라가면서 길을 외우려고 했지만, 길 자체가 어둡고 얽혀있어서 분간이 안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제대로 외우지를 못했다.
“빌, 여기 은근히 넓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러다간 늦고 말겠어요….”
빌은 잠시 멈추더니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빌은 희미하게 빛이 새어들어오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사람의 형체가 흐물거리고 있었다.
잠시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으니,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꼬맹이 하나 뿐이야?”
“그래, 뭘 더 바라는거야?
두 사람이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빌을 바라보았다.
빌도 나를 보았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심히 바닥을 조심하면서 살금살금 옆으로 갔다.
빌도 나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두명을 데리고 온다면서? 왜 한명 뿐이냐 그말이야.”
“하! 애를 잡아오는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서로 다투려고 하는 것인지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젠장! 또 사장이 뭐라고 하겠구만.”
‘사장…?’
속삭이던 목소리가 본연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어서 그들이 하는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 언제까지 이따위로 해야 해?”
“왜? 꼽냐?”
‘어…?’
그들의 대화를 계속 듣고 있자니, 내가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 이 자식이…! 고분고분 말을 들으니까 내가 니 하인 인줄 아냐!”
“…해보자는 거냐?”
그들은 갑자기 서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빌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나는 빌을 주시하고 있어서 그게 신호라는 것을 바로 알았지만,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그들은 알지 못했다.
수신호에 맞추어 나와 빌은 서로 엉켜있는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포위작전은 언제나 유용한 전략이다.
“뭐야…!”
“뭣…!”
그들은 우리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당황한 것인지, 서로의 멱살을 붙잡은 손을 놓고 서둘러 일어나 도망가려고 했다.
빌은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희미하게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는 그 단검을, 일어나려다가 중심을 잃고 꼬구라진 한명의 목에 겨눴다.
다른 한명은 움직임이 재빨라서, 내가 몸을 날려 붙잡으려고 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그는 허둥지둥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당황해서 빌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빌이 제압한 그 사람의 얼굴이 빛에 비춰져서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였다.
그였다.
그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궁지에 몰린 생쥐처럼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당신을 체포합니다!”
빌에 외침에 그는 움찔했다.
“헨델은 어디있어!”
나는 그에게 윽박질렀다.
그는 분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빌의 경고에도 자신의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