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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11 쓰다. 미치도록 쓰다. (2) (42/128)



〈 42화 〉#11 쓰다. 미치도록 쓰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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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은빛의 천사가 우릴 구원해 줄거라고…! 크하하하하!”

포크 아저씨는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좀처럼 화를 내본 적이 없었던 팜 아저씨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게 되어 주춤했다.

“은빛 천사라고!”

팜 아저씨 또한 눈빛이 달라졌다.
분노에 차 이를 빠드득 갈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나는 평온 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네! 그 말이 사실인가!”

팜 아저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 포크 아저씨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사실이고 말고!”

포크 아저씨의 눈빛은 어딘가 이상했다.
약에 취한 것처럼…,
약?
무슨 약에 취한단 말인가?
약은 사람의 아픔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게… 무슨 말인가….”

팜 아저씨는 포크 아저씨를 붙잡은 채로 주르륵 내려 앉았다.

“그 천사가 우릴  더러운 구렁텅이에서 구출해 줄거라고!”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포크 아저씨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말했어…! 인도에 잘 따르기만 한다면! 밖으로 나갈 수가 있다고!”

포크 아저씨는 환희에 가득 차 소리쳤다.

“나는 하라는 대로 잘 했다고?”

신나게 웃고있던 포크 아저씨는 어느새인가 굵은 눈방울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

“여보… 내가 꼭… 다시 살려줄게….”

‘뭐? 다시 살려…?’

어딘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느낌 말이다.
포크 아저씨  말을 신호탄 삼아 한층 더 미쳐가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말없이 주저앉아 있는  아저씨를 대신해서 나는 포크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너 같은 녀석은 축복을 받지 못해.”

포크 아저씨는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축복…?”

나는 내가 지금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곧… 우리는 구원받을 거다…!”

포크 아저씨는 기뻐 외치면서 양 팔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렇게 나이에 맞지 않게 팔을 붕붕 돌리면서 기뻐하는 포크 아저씨는 꼭 어린아이 같았다.

“무슨…!”

나는 기가차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하…  돈만 바치면… 나도 천사가 된다…!”

포크 아저씨는 갑자기 뒤에 있는 상자를 끌어안았다.

‘돈…?’

나는 성큼 성큼 걸어가 포크 아저씨가 소중한 것을 지키듯이 꼭 껴안고 있는 상자를 뺏으려고 했다.

“이거 놔! 감히! 네놈이! 내가 천사가 되지 못하게 막으려고!”

포크 아저씨는 내가 상자에 손을 대자 마자 날뛰기 시작했다.
상당히 무게가 있어보이는 상자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포크 아저씨를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으아?”

쿠당탕!

포크 아저씨는 자기 혼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술병에 걸려 넘어졌다.

촤르르륵!

포크 아저씨가 놓친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부서졌다.
그리고  속에서 금색과 은색의 반짝이는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안돼!”

포크 아저씨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빛나는 것들을 자신의 품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돈이었다.
금화.
은화.
상당한 액수처럼 보이는 돈들이 잔뜩 있었다.

‘이 돈을 누구에게 바친다는 거야?’

나는 미쳐있는 포크 아저씨를 이상하게 보고 있을 때즈음 밖에서 소리가 들렀다.
작고 작은 소음.

‘…?’

하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포크 아저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포크 아저씨는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굳어있었다.

“…?”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팜 아저씨…? 이것 좀 봐보셔야 될  같은데요…?”
“끄응….”

내가 팜 아저씨를 부르자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아저씨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고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팜 아저씨…!”

나는 쓰러지려 하는 팜 아저씨를 부축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괜찮으세요?”

나는 다급하게 근처를 둘러보며 물었다.

“괘… 괜찮네… 그것보다…. 서두르게…!”

팜 아저씨가 숨을 헐떡이며 포크 아저씨를 가리켰다.
내가 팜 아저씨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포크 아저씨는 어느새인가 새로운 상자를 들고와 쓸어담고 있었다.

“…제가 뭘하면 될까요?”

나는 좀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다급하게 물었다.

“하아… 하아… 막게나… 상자를… 들고… 나가지 못하….”

그렇게 숨을 거칠게 쉬면서 말한 팜 아저씨의 눈이 점점 감겨왔다.

‘이거 큰일인데…!’

낭패였다
나는 서둘러 근처의 소파에 팜 아저씨를 안정적이게 뉘이고는 포크 아저씨에게로 내달렸다.
포크 아저씨는 돈에 정신이 팔려서 인지 내가 달려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만두세요!”

나는 별 반응이 없는 포크 아저씨의 어깨를 밀쳐냈다.

“크헉!”

콰당!

힘없이 밀려난 포크 아저씨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거의 다 담아내서 바닥에는 돈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그것들을 마저 상자에 담고 상자를 들어올렸다.

철컥!

생각처럼 무거웠던 상자를 힘겹게 들어올렸다.
이 상자를 어찌할까 생각할 때 즈음, 포크 아저씨가 일어섰다.

‘아…?’

포크 아저씨의 눈이 이상했다.
빨간빛으로 빛나는 포크 아저씨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짐승처럼 으르렁 거리면서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마치 벽 밖에서 봤던 [괴물]처럼….

“뭐지…?”

나는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서 정신이 없었다.

“쿨럭, 조심하게…!”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팜 아저씨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네!”

시선을 포크 아저씨에게 고정한 상태로 대답했다.
그리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서 어찌할 방도가 있는지 살폈다.
하지만 주위에는 부서진 상자 파편과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쩌지…!’

나는 일단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면서 포크 아저씨와 거리를 벌렸다.

“크아오!”

그 괴물처럼 외치며 포크 아저씨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손에 들린 상자를  붙잡았다.
포크 아저씨는 멈추려는 낌세가 없이 그대로 머리를 상자에 부딪쳤다.

쾅!

달려든 포크 아저씨와 나는 부딪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크헉!”

콰직!
촤라라락!

 상자가 부서졌는지 돈들이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젠장!”

밖에서 누가 외치는 소리가 들렀다.

“뭐야!”

나는 서둘러 일어서며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 서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알 수가 없는 복장의 그 사람은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서둘러 어디론가 달려가려고 몸을 틀었다.

“거기서!”

나는 기절한  같이 바닥에 넘어져있는 포크 아저씨를 뒤로한채로 서둘러 도망치는 그 사람을 뒤쫓았다.


* * *

“실례합니다!”

나는 연신  말을 해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밀치며 쫓아갔다.

쿠당탕!

“뭐야!”
“죄송합니다!”

나는 사과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로  사람을 뒤쫓아 갔다.
뛰기 어려워 복장인데도  사람은  도망쳐나갔다.
 어지러운 골목길에 익숙해져 있는지 요리조리 도망치고 있었다.
까만 로브는 바람에 휘날리며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나는 여전히 팔팔하게 뒤쫓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힘차게 소리쳤다.
그 사람은 내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고는 그대로 계속 달려갔다.

“헉… 헉… 헉….”

한참을 뒤쫓아가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체력 좀 길러 둘걸…!’

그 사람은 상가로 달려들어갔다.

“이런 젠장!”

나름 북적이는 상가로 도망쳐 버린다면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 틈 사이로 이리저리 도망치는 그를 따라 필사적으로 달렸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못잡는다!’

촤르르륵!

“꺄아악!”

 사람은 애꿎은 진열대를 넘어뜨렸다.

“이봐!”

가게 주인이 그 사람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실례합니다!”

나는 굴러 떨어지는 물건들을 피할 새도 없이 계속 달렸다.

콰직! 콰직!

“뭣하는 거야!”

소리치는 주인장에게 미안하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고는 계속 뒤쫓아갔다.

“거기!”

소란을 피우며 추격전을 벌이자 경비대원 몇명이 뒤쫓아 왔다.

‘이런! 큰일났다!’

그들에게 붙잡힌다면 분명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다.
앞을 보니  사람은 으슥한 골목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는…!’

그가 달려들어간 곳은 팜 아저씨가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잠깐 멈칫 했지만 그대로 그 사람을 따라 쫓아갔다.
그 골목길로 들어서자,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다.

“콜록- 콜록-”

나는 뿌연 연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자, 기침을 하면서 사라져 버린 그 사람을 찾았다.

‘분명 여기로 왔을 텐데….’

뒤를 돌아 경비대원들이 쫓아오는지 확인했다.
그들도 이곳을 꺼리는 것인지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걸으면서 주변을 살폈다.

‘놓쳐버린거 아냐?’

그 사람을 놓쳐 버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몇걸음 걷자  사람의 등이 보였다.
뛰지 않고 차분히 걷고 있는 것을 보아 나를 따돌린 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뒤를 쫓아갔다.

헐떡이는 숨소리를 진정시키며,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잡동사니를 밟지 않도록 발 아래를 조심하면서 걸어갔다.
한 발자국  발자국 가까워질 수록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왜… 하악…. 하악…. 왜 안오는거야… 큰일나게 생겼잖아!”

그 사람도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여기서 누군가와 만나기로 한 듯 해보였다.
나는 점점 다가가며 손을 뻗었다.
그를 붙잡기 위해 몸을 날리려는 순간.

쿵!

누군가가 위에서 뛰어내려 그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으악!”

 사람은 심히 놀랐는지 뒤로 자빠지면서 주저 앉았다.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사람은 낯익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

“사… 사탄…! 네가 왜 여기에!”

넘어져 있는 그 사람은 심하게 떨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탄이라니, 나를 말하는 건가?”

그 사람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그는 여느 때처럼 차가운 느낌을 풍기며 말했다.

“크흑… 도망…!”

촤악—!

“끄아아아아악!”

잠깐 동안 보라빛이 번뜩이더니 그 사람의 팔로 보이는 물체가 허공을 갈랐다.
골목길은 그 사람의 울부짖음으로 울려 퍼졌다.
검은 바닥은 그 사람의 혈액을 끌어안아 흡수해갔다.

“어딜 가려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 사람의 로브를 열어 재꼈다.
놀랍게도 로브 속의 사람은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

“아, 네가 맹신하고 있는 신에게 기도나 하고 있어. 나는 저거랑 이야기 좀 하겠어.”
“끄으흑….”

신음소리를 내며 기어가는 사람을 놔두고 그는 내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구면이네?”

그는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 예… 아니 그것보다,  사람은 뭐에요?”

나는 피를 뚝뚝 흘리며 기어가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좋은 말할 때 꺼지는게 좋을거야.”

그는 나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기어가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의 머리채를 쥐어잡았다.

“끄아아악!”

사람을 저렇게 다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다루고 있는 그는 감정이 없어보였다.
나는 그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성급히 말하다가는 오히려 내가 죽고 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으흑! 너도 한패 였구나!”

그 사람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절규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심장을 고요하게 진동시켰다.
사후경직처럼,  사람의 감정은 강하게 발산하며 내 뇌리에 깊이 박혔다.

“이 악마…!”
“시끄럽네 할망구.”

촤악—!

그의 칼 끝에 그 사람은 조용해졌다.

“하… 이것 참….”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그는 일이 귀찮아 져서 불만인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일입니까?”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너는 알 필요 없다. 목숨이 아깝다면 그냥 오늘 일은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게 나을거야.”

그렇게 말한 그는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는 내가 등을 돌려 이곳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사탄, 이라니… 무슨 소리죠?”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며 끈기있게 물었다.

“하….”

한숨을 쉬며 미간을 매만지는 그는 기분이 안좋아 보였다.

번뜩—

한순간에, 그의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목에 겨눠졌다.
포드나 팜 아저씨와는 비교도 안되는 빠른 손놀림 이었다.

“하, 자, 잠시만요.”

나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왠지 그라면 망설임 없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이 짐승처럼 변했습니다. 이 사람 때문인가요?”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두려움을 참고 물었다.
내가 좀처럼 움츠러  생각이 없어보였는지, 그는 도로 칼을 제자리에 꽃으며 말했다.

“그렇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안내해.”
“네?”

나는 내가 그를 어디론가 데려가야 할 곳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했다.

“하…  짐승에게.”

짧게 말한 그는 짜증이 났는지 이를 빠득 갈았다.

‘이정도로 화낼 일인가….’

나는 금세 흥분하는 사람을 어딘가에서 봤었던 것 같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 그가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시간 없어 빨리!”

약간 초조해 보이는 그를, 조금 망설였지만 포크 아저씨의 집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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