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11 쓰다. 미치도록 쓰다. (3) (43/128)



〈 43화 〉#11 쓰다. 미치도록 쓰다. (3)

“여기… 입니다.”

나는 그가 무슨 짓을 벌이지 몰라 망설이며 문을 열었다.
포크 아저씨는 여전히 엎드려 있었고,  아저씨는 다시 정신을 잃었는지 소파에 누워있었다.
나갔다 돌아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방안의 상황은 나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각하군.”

후각에 예민한지 그가 미간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이제와서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냄새가 나기는 했다.

‘홀…아비 냄새라고 해야 하나?’

중년 남성의 묵은 퀴퀴한 냄새가 술냄새와 더불어 뿜어대는  냄새는 여러모로 불편한 냄새였다.
나는 환기를 시키려는 생각에 창문을 하나  열어 제끼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집을 지어 놓고는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는지 쌓였던 먼지가 일으며  목을 텁텁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 행동을 가만히 보더니, 앞으로 엎드려져 있는 포크 아저씨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동이 없는 포크 아저씨 옆에서 쭈그려 앉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 늦었군.”

포크 아저씨를 이리저리 살피던 그는 포기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나는 그를 왠지 모르게 신뢰할 만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가 보여주는 언행은 그닥 유쾌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었지만, 그의 일처리 솜씨는 좋아보였다.
나는 의사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처럼 그의 앞에 서있었다.

“일단, 이것을 사람으로 보지않는 것이 좋을거야.”

그는 경멸의 시선으로 포크 아저씨를 내려다 보았다.

“어… 왜죠?”

나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보는 것이 빠르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포크 아저씨를 일으켰다.

“쿠흫핳.”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들린 포크 아저씨의 얼굴은 내가 알고있었던 그 얼굴이 아니었다.
흉측하게 변형된 그것의 얼굴은 붉은 빛으로 변해있었다.
사람이라고는 절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이게무슨…!”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루이스… 자넨가….”

팜 아저씨는 상체를 힘겹게 일으키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팜?”

 사내는 뒤늦게서야 팜 아저씨의 존재를 알아챘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어…?”

나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을 줄은 몰랐다.
물론, 그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흠….”

그는 잠시 고민 하듯이 칼집을 만지작 거렸다.
그렇게 잠시동안 있더니 대뜸 우리에게 물었다.

“이걸 죽여도 되나?”

그의 물음에 나는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어느새인가 포크 아저씨를 싫어하게 되었다.
최저한의 존중만 해줄 뿐, 전혀 그를 동정 하려는 마음조차 내게는 없었다.

“…상관 없네….”

 아저씨는 나를 흘낏 보고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씁쓸한 느낌이 다소 가득했다.
그와  아저씨는 포크 아저씨의 상태를 이해하고 있는 듯 하였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이 다음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칼을 뽑아 내려 치려는데, 잠시 멈칫했다.
그에게도 감정이란 것이 있었나?
의외로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듯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납득이 가지 않을텐데, 더 묻고 싶은 것은 없나?”

아마도 그는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아… 아직은 괜찮습니다.”

잠시 머리를 굴려보고는 가만히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

그는 나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다시 자신의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으윽… 아앍.”

그의 발치에 쓰러져있는 포크 아저씨, 아니 그것이 신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의 얼굴은 사람이 아니었다.

촤악!

그의 움직임에 뜨겁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코 끝에는 쇠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더 궁금한 것은 없나?”

그는 사람이었던 것을 죽이고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듯이 차분하게 나에게 물었다.
아마 내가 조금 전까지 그에게 질문을 연거푸 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짐들은 다 버리고 가려는 듯한 취지인 모양이다.

“왜, 변한거죠?”

그라면 알고 있을  같았다.

“아까의  사람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나는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물었다.

“나름 머리를 굴릴 줄 아는군.”

그는 칼에 묻은 검붉은 액체를 닦아내고는 겨우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는 팜 아저씨에게로 걸어갔다.

“하… 또 도졌나?”

그는 팜 아저씨의 가슴팍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 상황에서 불손한 목적으로 더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약의 존재 유무를 알아내기 위해서 그러는것일 지도 모른다.
나는 조심조심 걸어가 그의 곁에 섰다.
이렇게 가까이 있어본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때와 달리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는 변함이 없었다.
차갑고, 매정한 느낌이 다소 뭍어나오는 그는 착잡한 마음인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아까 팜 아저씨가 루이스라 불렀지?’

“당신 제자인가?”

루이스라 불린 그는 팜 아저씨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팜 아저씨가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물이 있는지 주방으로 향했다.

“어이, 진통제도 있는지 찾아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갑지만 따뜻한 그의 목소리에 나는 힘차게 대답했다.

“네!”

* * *

드르륵—

이쪽 저쪽의 서랍을 뒤져봤지만 진통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나는 내 손에 물통만 들고 별 성과를 얻지 못한채로 돌아가려고 했다.

달그락-

발에 채인 자그마한 상자에서 소리가 났다.

‘에이 설마….’

우연찮게 발견해 버리는 것인가 하고 나는 상자를 열었다.

“뭐야…? 무섭게.”

나는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진통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 * *

나는 팜 아저씨 앞에 서있는 그에게 물과 진통제를 넘겼다.
그는 진통제 두알을 꺼내  아저씨의 입을 벌리고 물을 들이 부었다.

“쿨럭! 쿨럭!”

팜 아저씨는 기침을 하며 약과 물을 삼켜냈다.

“후….”

그때서야 마음이 놓인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말없이 팜 아저씨 옆에 앉았다.

“그런데 저건 어쩌죠?”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식어버린 무언가와 빨간 액체를 둘러보았다.

“됐어, 그냥 내버려 두면 돼. 가만히 놔두면 증발하거든.”

크게 신겅쓰지 않는 듯이 말한 그는 슬슬 자리를 뜨려고 했다.

“아! 저기….”

나는 성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그는 잔뜩 인상을 쓰면서 돌아보았다.
있는 짜증은 다 내면서 해줄 것은 다해주는 그가 특이하다고 느꼈다.

“음… 또 만나서 이야기 해 줄  있나요?”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에게 물었다.

“너라면….”

나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은채로 조용히 중얼거리는 그였다.

“오늘 제 21시에 히로의 책방으로 와라.”

그는 늦은 밤을 좋아하는지 약속 시간을 멋대로 정하며 말했다.

‘히로의 책방…?’

“아, 네.”

나는 의외로 별말 안하고 승낙하는 그의 모습에 당혹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팜 아저씨를 한 번 더 쓰윽 훑어보고는 집을 나섰다.

“그럼 슬슬 우리도….”

나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돌이킬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 * *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는 팜 아저씨에게 한쪽 구석에 잠들어 있었던 길고 튼튼해 보이는 막대기를 건넸다.

“고맙네.”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건넨 막대기를 받아들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네.”

나는 쩔뚝거리는  아저씨의 어깨를 지지 하며 말없이 걸었다.
어째서 몸에 문제가 생겼는지, 어째서 진통제를 먹는지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내 호기심을 억제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는 팜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깨졌다.
뭔가 내 생각과는 달리, 내가 보이는 것들과는 달리 세상은 어두웠다.
물론, 나도 경험을 해보았다.
하지만 내가 본 것들은 별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
그러니까, 포크 아저씨를 보며 무너졌다.
깨졌다.
나는 늘 그대로 하는 것처럼 거리를 둘러보며 걸었다.
바삐 걸어가던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표정이 아니었다.
늘 보고 지나갔던 무표정이 아니라, 심히 지쳐있는 얼굴이 었다.
약에 취해 피폐해진 얼굴들이 지나갔다.
한 사람도 약에 취하고는 버티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현실을 보지못하고 있었다.
색안경.
내 눈에 색안경이 씌워져 있었다.
분위기 또한 매우 달랐다.
회색빛의 무감정했던 거리는 어둡고 어두웠다.
사람들은 고작 빵 하나에 다투고 있었고, 어린아이들은 서로를 꼭 부둥켜 안고 있었다.
허기져 보이는 그들의 눈은, 지금껏 외면해왔던 나에게 가시처럼 찔려왔다.
나는 팜 아저씨에게 물었다.

“팜 아저씨, 우리는 부유한 편인가요?”

 아저씨는 나를 흘낏 보고는 말했다.

“이제, 눈치챘는가?”
“네?”

나는 놀라  아저씨를 쳐다보았지만 팜 아저씨는 말 없이 앞만 보고 걸어갔다.

‘…아마도 나는 자신을 속여서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와 팜 아저씨는 말 없이 계속 걸었다.
나는 내 환상 안에서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 * *

“아니, 무슨 일이에요!”

팜 아저씨 부인이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괜찮아요….”

팜 아저씨는 최대한 밝게 웃으려 하면서  아저씨 부인을 안심 시키려고 하였다.

“무슨 일이에요?”

페퍼가 뒤늦게 따라오며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아… 음….”

나는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몰라 버벅 거리고 있었다.

“원래 있었던 지병이네.”

팜 아저씨는 안심시키 듯이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들은  아저씨를 지지해주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고서는 양쪽에 서서 같이 지지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팜 아저씨는 차가운 물을 연거푸 들이키며 바싹 말라있었던 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런거에요?”

페퍼는  아저씨 부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꽤 오래 되었죠. 아마 결혼하기 전부터 였던가요?”

팜 아저씨 부인은 물을 잔뜩 마셔 배가 불룩 튀어나온 팜 아저씨를 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네,  때… 아니 그 전부터 원래 있었던 것이네.”

팜 아저씨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그렇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다시 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흐음…. 그런데 자재는 어쩌죠?”

팜 아저씨와 같이 오느라 그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괜찮다네, 그건 내가 알아서 구해오겠네.”
“하지만….”

나는 몸이 성치 않아보이는  아저씨가 걱정이 되었다.

“자네는… 따로 할 일이 있잖는가.”

팜 아저씨는 단호히 딱 잘라 말했다.

“아….”

나는 그가  말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히로의 책방 이라니, 히로와도 연관이 있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푹 쉬어요.”

 아저씨 부인은 팜 아저씨의 이마를 매만지면서 말했다.

“알았어요.”

팜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은 전혀 날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브는요?”

나는 문득 소브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거에요.”

그 녀석은 책 읽는 것이 일상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을 잘하겠지.’

“그럼.”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위로 올라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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