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12 마녀 사냥 (2) (48/128)



〈 48화 〉#12 마녀 사냥 (2)

나는 혹여나 누군가가 달려올까봐 주위를 살피며 걸었다.
누군가 나의 모습을 보았다면 잔뜩 겁먹어 보였을 것이다.

‘에휴, 이게 뭐하는 거냐.’

나는 별거 아닌 것에 이렇게 벌벌 떨어야 하나 하고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나저나 아까의 루이스와 히로의 설명을 듣고 나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녀사냥.
단어 뜻 그대로 생각해 본다면 ‘마녀’라는 것을 ‘사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녀란 무엇이고 사냥한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그들의 말을 통해 조금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그렇지 못했다.

‘아….’

밤이 깊었는지 나의 머리는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멍한 머리의 상태를 보아하니 머리도 생각하는 것이 지쳐서 그만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커피인데….’

아까 히로가 마실 때 나도 조금 달라고 할걸 그랬다.
나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아저씨의 공장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 * *

나는 창문에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아서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모두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삐이이익!

내가 문을 밀자, 나의 바람과는 달리 문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어휴….”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쉰 뒤에 조심히 문을 닫았다.

끼이이익!

아니나 다를까, 문을 닫을  역시 비명소리를 내었다.
다들 잠에서 깰 정도로 큰 소리가 한밤중에 울려퍼지니, 모두의 잠을 깨게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 양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나는 그래도 아직은 깨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조심조심 걸었다.
뒷꿈치를 들고 살금 살금 걸어가니 나를 위해 켜놓은 등불이 보였다.
불꽃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니 아름답다고 느꼈다.

‘진짜 피곤한가 보다….’

나는 감상에 젖어드는 시간이 길어지자, 내가 진짜로 피곤에 쩔어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조심히 등불의 불을 끄고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아, 불을 왜 껐지?’

원래 나는 거울을 보며 내 몰골이 어떤지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엉뚱하게도  모습을 확인조차 할 수 없게 불을 꺼버린 것이다.

‘것참….’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나를 보니, 내가 피곤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닿게 해주었다.

“어서 가서 자자….”

나는 조용히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소브에게 다녀왔다는 인사조차 하지 못한채로 침대로 뛰어들어 그대로 기억이 끊겼다.

* * *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누군가가 걱정이 한가득 들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말투인 것으로 보아 팜 아저씨 부인이 틀림 없었다.

“어제 밤 늦게 들어온 것 같던데….”

같이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렀다.
아까의 목소리 보다 젊음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페퍼인게 분명했다.

“형이 어제 침대로 뛰어드는 바람에 침대 밖으로 날아갔어요.”

불만이 가득 섞인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보아 소브인 것 같았다.

“흠… 그렇다고 이렇게 될 수가 있나….”

끔찍한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렀다.

‘대체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 거야?’

나의 의식은 정신이 들었지만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씻지도 않았어요.”

소브가 일러바치 듯이 말했다.

“어머나….”

깊은 탄식이 섞인 목소리가 들렀다.
내 몰골이 어떠했길래  아저씨 부인이 저리 탄식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엎어진 내 몸을 일으켜 나는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제발! 일어나라 좀!’

머리에서 수백번이나 신호를 보냈음에도 몸은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 무리를 했나 보군….”

후회와도 같은 감정이 섞인 목소리가 들렀다.

‘팜 아저씨! 아닙니다! 저는 멀쩡하다니까요?’

나는 크게 소리쳤지만 모두에게 들리지 않았던  같았다.

“일단 몸을 일으켜 볼까요?”

페퍼가 제안을 했다.

“그거 좋네요.”

소브가 손뼉을 치면서 맞장구를 쳤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나는 두 사람을 그닥 신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제안이 나에게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뒤에 누군가의 손이 내 몸을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뚜둑!

“아!”
“어라?”

‘어?’

그렇게 나는 또 의식을 잃었다.

* * *

“어떻게 된거에요?”

나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멍한 머리를 부여 잡으며, 팜 아저씨 부인에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묻자 팜 아저씨 부인은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그리고는 딱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좀처럼 대답을 해주지 않자, 나는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팜 아저씨가 무언가 대답을 해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본 것이지만,  아저씨는 내 시선을 회피했다.

‘응?’

나는 말도 꺼내지도 않았고, 시선을 회피하는 팜 아저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뚜벅- 뚜벅- 뚜벅-

주방 바깥쪽에서 소브가 걸어 들어왔다.

“아! 소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래?”

책을 읽다가 물을 마시러 내려온 것인지 컵을 들고 있던 소브는 내 물음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를 잠시 응시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아휴….”

그러고는 컵에 물을 따르고는 자신의 볼일은 이제 끝이라는 듯이 주방을 나가버렸다.

‘뭐야….’

나는 기억이 끊겨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 저는 일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팜 아저씨 공장으로 향하려고 했다.
내가 일어서려 하자,  아저씨 부인과 팜 아저씨가 깜짝 놀라하며 허둥지둥 대기 시작했다.

‘음?’

 순간 내 몸이 휘청거렸다.

쿠당탕!

중심을 잡을 틈도 없이 나는 바닥과 친해지고 말았다.

“아….”

나는 아픔이라는 고통을 느끼기 보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어어… 왜 이러지… 몸이 말을 안듣네….”

나는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그게 아닌  같았다.

“아하하…. 그럼 저는 공방으로….”

나는 서둘러 주방을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면서 말이다.


* * *


“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하고 없는 기억까지 떠올리려고 노력하며, 너트를 조이고 푸는 것을 반복했다.

“뭐야 도대체….”

나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페퍼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나를 불렀다.

“페스틴?”
“어…?”

나는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는 듯한 페퍼의 표정에 의문이 들었다.

‘쟤가 왜저러지?’

평소라면 장난을 치려고 난리를 쳤을 텐데 오늘 따라 조용했다.

“왜 그래?”

나는 문틈에서 나올 기세가 없어보이는 페퍼를 향해 물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몸은 괜찮아?”

그녀는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 뭐… 딱히 불편한 건 없는데?”
“휴… 다행이다….”

나는 별 싱거운 사람이  있나 싶었다.
몸이야 멀쩡 했으니까,  문제는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며 페퍼에게 물었다.

“으, 응… 별건 아니고 피곤해 할까봐…. 어제 늦게 들어왔잖아.”

페퍼는 열심히 눈알 굴리며 말했다.
무언가 숨기려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난감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으음…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이리저리 풀고 조이고 하던 것을 정리하기 위해 하나씩 집어들기 시작했다.

“크흠, 그것보다 외출 할래?”

화재를 돌리려는 그녀의 노력이 느껴졌다.

“음… 일단 이거 정리하고?”

나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 그럼 도와줄게!”

페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 *

“이제… 괜찮나보네?”

페퍼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안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하지?”

나는 당연한 것을 묻는 페퍼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그그그, 그렇지? 내가 당연한 것을 물었네? 아하하!”

페퍼는 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렇게 말을 더듬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만큼 심히 동요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처음 봤을 때도 그렇게 말을 더듬었지.”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알아챘다는 듯이, 굳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어, 어? 어… 그렇네? 아하하하!”

여전히 어색한 웃음을 띄며 말하는 그녀는 어설펐다.

“아하하! 그래 그래.”

나는 그런 그녀가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망설임 없이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차고 넘쳤으니까 말이다.
거짓말은 참으로 다양하다.
의도가 좋든 좋지 않든 나는 거짓말은 좋지 않다고 본다.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사람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것과 같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마땅히 정보를 얻어야하는 권리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실을 알 필요는 없다.
깜짝 선물을 미리 알고 받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해본적이 있는가?
따라서 정보는 적절하게 얻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모든 정보를 닥치는대로 얻고 싶다.
이것은 개인적인 욕심.

“그나저나… 라이브 씨에게 어떻게 말할거야?”

나는 조심스레 페퍼에게 물었다.

“음… 생각해 보았는데… 그냥  말대로 사실대로 말하고 결과를 그대로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페퍼는 내 우려와는 다르게 가볍게 대답했다.
그녀도 이제 납득하는 눈치였고, 마음이 가라앉아 차분해져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내가 옆에 안 있어도 되겠네.”

나는 속으로 그녀가 성장했다며 안심을 했다.

“아, 아니… 그래도….”

한껏 당황한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아, 그래 그래 내가 약속을 했었지? 미안해.”

나는 전에 진지하게 말한 약속을 까먹을 뻔 했다.

“…응! 괜찮아!”

그녀는 힘차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살짝 넘겨진 머리카락 사이의 귀는 살짝 빨개져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가려고 했던거야?”

나는 허리춤 언저리를 방황하는 두 팔을 안정시키기 위해 팔짱을 끼며 걸었다.

“으음… 저번에 간 전망대.”
“전망대?”

새로운 곳을 가기 원하는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번에 가봤지 않아?”

나는 그녀가 잊어 버린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 낮에 한번 가보고 싶어서.”
“그래?”

‘갔던 장소에 또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구나?’

“응, 느낌이 색다르기도 할거고… 파란 하늘을 좋아하니까.”

페퍼는 몸을 흔들거리면서 걸었다.
저러다 중심을 잃어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내 걱정은 지나친 것이었다.
페퍼는 운동 신경이 좋았으니까.
힘도 세고.
이런 것은 본인 앞에서 말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히로의 책방에서 읽었던 책 중에는 이런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칭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남녀 구별없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칭찬을 잘 해야지 좋은 결과를 얻는다.
상대방이 결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칭찬하거나, 구체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칭찬을 해버린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 기쁘지 않는 상황이 연출 될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런 비스무리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요컨대 그 주장의 결론은 말조심이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떠올린 것을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친구를 기분 나쁘게 할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 때 즈음 우리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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