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12 마녀 사냥 (3)
“어때?”
나는 난간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음~ 글쎄?”
나의 물음에 페퍼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지 그렇게 대답했다.
“뭐야, 오고 싶어서 온거 아냐?”
나는 먼저 오자고 한 것이 그녀이기에 나는 살짝 어이없어 지려고 했다.
“음… 그렇긴 한데….”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며 고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감상을 말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렇긴 한데?”
나는 갑자기 참을성이 없어져 재촉하고 말았다.
“음~ 역시, 해질 때 오는 게 나은가?”
의문문으로 말하는 그녀는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래… 그렇구나….”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응답했다.
나는 그녀가 살짝 멍해보이는 눈으로 도시의 거리를 둘러보자, 무슨 걱정이 있나 싶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때 가끔 이렇게 전망 좋은 곳에 오는 것이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았다.
왕궁에 있던, 달빛이 비춰주는 아름답고 밝은 그 공터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분위기가 좋거나 눈호강하는 곳에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기는 하다.
그녀도 그런가? 하고 내심 닮은 구석을 찾으려 하는 나를 볼 수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요즘 따라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친구인 페퍼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거나,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자꾸만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다.
언제 부터인가 그렇게 되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처음 느끼는 감정에 그저 뒷통수만 긁적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시원하긴 하네.”
회색빛 구름들 사이로 파란색이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네.”
페퍼는 나의 감상에 자기도 그런 듯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저 구름들은 흘러흘러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물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 있었다.
아마도 ‘지구 과학’이라는 책일 것이다.
그 책에서는 물이 순환을 해서 지속적으로 인간에게 물을 공급해 준다고 한다.
일단은 인간에 한한 것이지만,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 외의 생물은 어디있는가?
눈 씻고 둘러봐도 생물은 없으며, 그 흔했던 생쥐 마저도 없어져 간다.
나는 기름때가 가득하며, 인간의 발전으로 인해 훼손 되어가고 있는 도시를 보며, 왜 우리 인간 밖에 남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괴물로 부터 생존을 해야했고, 번영과 편리를 위해 발전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애초에 우리가 발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두뇌가 멍청 했더라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버린다.
그냥 늘 드는 생각인데, 애초에 나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면 나라면 시도 조차도 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딱히 나쁜 결과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페스틴?”
나의 생각은 주체할 필요도 없이 저 멀리 가버리고는 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페스틴!”
종종 일어나고는 한다.
“어, 어?”
“얼른 가자고.”
내가 허둥대고 있자, 페퍼는 살짝 삐진 듯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어, 어디로?”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가는 것은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페퍼는 잡던 손을 홱 뿌리치고는 나를 쏘아보았다.
‘아하하… 큰일 났구만?’
나는 미안해 하며 살며시 웃었다.
“뭘 잘했다고 웃어!”
버럭 소리지르는 그녀 앞에서 자꾸만 작아져 갔다.
애당초 그녀의 말에 귀담아 듣지 않던 나의 잘못이니까 이런 반응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당당하게 있을 것이다.
“미, 미안해….”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잔뜩 수그리자, 그녀도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앞장서기 시작했다.
“히로의 책방에 또 가자.”
“그래, 좋지.”
나는 그녀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그대로 따라갔다.
괜히 또 신경질나게 하는 것은 조금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
“어?”
책방에 들어서자 마자, 히로와 마주쳤다.
“뭐야? 책 읽으려고 왔어?”
그는 반가움을 온 몸으로 표현하듯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가 어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방정맞은 행동이었다.
“아, 네. 기분 전환 겸으로 말이죠.”
사실이라 그렇게 대답했다.
“옆에는 여자친구?”
히로가 잔뜩 응큼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팔꿈치로 내 팔을 쿡쿡 찌르면서 말이다.
‘뭐지?’
나는 당연한 말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네, 뭐… 그렇죠?”
나는 평온하게 대답을 했지만 옆의 페퍼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무, 뭐 뭐 뭐라는 거야? 언제부터 그랬다고?”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해하자,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었다.
“너 여자잖아. 그럼 여자친구지.”
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식으로 그렇게 말하자, 히로가 제 이마를 탁 쳤다.
“아~ 이 친구 안되겠구만?”
그러면서 그는 불쌍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가?’
“아, 아하하… 그래… 맞지.”
페퍼는 방금 전에 과민반응한 자신이 불쌍하기라도 한 듯이 눈에 생기 하나도 없이 웃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나는 당황해 하면서 페퍼의 얼굴을 살폈다.
“아냐, 됐어. 책이나 읽자.”
하지만 그녀는 방금 전의 태도는 어디로 가고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 꽃아져 있는 책을 집어 들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 곳에 막 앉아도 되는거야?”
나는 이쪽 저쪽을 둘러보며 적어도 깔고 앉을 것을 찾았다.
의자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방에 의자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상하기는 했다.
“이거… 참 이상한 녀석이구만?”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히로가 한 소리 했다.
“뭐, 뭐가요?”
일부러 그러느냐는 듯한 그의 표정에 나는 영문을 모른채로 되물었다.
“됐다 됐어, 일단 이쪽으로 와. 그… 너의 친구를 데리고 말이야.”
그는 이제 됐다는 듯한, 그 포기한 듯한 분위기로 안으로 초대했다.
“아… 네.”
나는 내가 잘못 이해를 하고 대답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둘의 반응은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내가 모순되어 있다는 것즈음은 알아챘다.
“페퍼, 안쪽 방으로 들어오래.”
나는 페퍼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흠, 그래?”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찜찜한 기분 때문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빈 손으로 히로의 뒤를 따라갔다.
* * *
한쪽에서는 페퍼가 책에 잔뜩 주의를 기울인채로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저러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라.’
나는 히로가 마시라고 내어준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어제의 그 방을 구석구석 살폈다.
“아니,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 진다고?”
자기도 커피 한잔을 들고 오면서 히로가 말했다.
얼굴에는 잔뜩 장난끼가 넘치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황급히 사과했다.
“아냐 아냐, 농담이었어. 그보다 책은 안읽는 거야?”
아마 그는 내가 책만 읽는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서요.”
“아? 그래?”
나의 대답에 그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그리고 그는 흥미롭다면서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 내 이름은 히로야. 소개가 많이 늦었지?”
그는 언제 나와 대화를 하고 있었냐는 듯 페퍼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아, 네. 저는 페퍼라고 해요.”
페퍼도 잠깐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하하하! 내 말에 대답해 주다니 착한 아이구나?”
당연한 것에 기뻐하는 히로는 잔뜩 싱글벙글한 얼굴이 되어서 기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의 행색을 보니 그렇고 그런 취급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관리를 하지 않아 덥수룩한 수염과 등이 굽어져 있고, 피폐해진 눈동자와, 후줄근하고 약간의 냄새가 나는 그는 기피하고 싶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뭐야, 시선이 곱지 않은데?”
내 생각을 읽은 듯 히로는 불만인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 아니에요. 그것보다, 다음은 언제에요?”
나는 며칠 뒤면 왕궁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랫동안 여기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제안한 그 마녀사냥 이라는 것을 내가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졌다.
시기가 맞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나에게 지장이 될 것만 같았다.
예로 부터 사람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기술되어 왔다는 기록을 보고서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음… 일단 계획이나, 필요 물품 구매나, 그 밖의 대부분의 일은 내가 맞고 있긴 한데, 그 전에 루이스가 정보를 가져와야 나도 움직이든 말든 할 수가 있거든.”
자신도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을 내저었다.
불필요하게 많은 동작이었다.
“음… 저는 며칠 뒤에는 이곳에 없거든요.”
나는 솔직하게 말을 했다.
“음? 그래? 왕궁으로 돌아가?”
“예?”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그의 물음에 나는 되려 당황하고 말았다.
“아, 네… 뭐 그렇죠.”
나는 최대한 동요하지 않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호호… 그렇단 말이지… 뭐, 그래도 상관 없지만 말이야.”
그는 깊이 알았다는 듯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만지작 거리더니, 활짝 웃으며 팔을 벌렸다.
참으로 동작이 요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페퍼 양도 왕궁으로?”
히로는 내 어깨 너머에 있는 페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죠. 일단은 페퍼도 왕궁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일이라면 그 녀석들을 해치우는 거지?”
그는 최대한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 녀석들이라 함은….”
나는 섣불리 내뱉지 말라는 조이드의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말끝을 흐렸다.
“에이~ 다 알면서~ 그 녀석들 말이야, 마을 사람들이 나가고 싶어 환장하는 밖에 서식하는 괴물들 말이야.”
그는 능글맞게 손가락으로 나를 쿡쿡 찔러대면서 말했다.
어찌보면 페퍼나, 소브나, 루이스 보다도 무척이나 성가신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아하, 괴물이요?”
“크흐흐, 교육을 잘했구만? 역시 조이드다.”
만족스럽다는 듯한 그의 웃음과 함께 익숙한 이름이 들렀다.
“조이드요?”
“그래, 조이드. 팜과 베피가 만들었다지? 어떻게 그런 걸작이 나올 수가 있냔 말이야. 베피가 정말 궁지에 몰렸긴 몰렸나봐.”
그는 수다쟁이라도 된 듯이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아는 사이라는 건데?’
나는 의외의 인연에 갑자기 궁금한 것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