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12 마녀 사냥 (6)
“페퍼…! 잠깐만…!”
나는 황급히 건물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며 페퍼에게 말했다.
“…왜?”
페퍼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동요하고 있지 않았다.
“…안들려?”
나는 숨을 천천히 고르며 팜 아저씨 공장의 뒷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람소리…! 다들 무사한 걸까…?”
“글쎄… 일단….”
나는 상황을 보기 위해 희미하게 보이는 불빛 사이에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하… 다행이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잔뜩 긴장하고 있는 그들이 보였다.
“팜 아저씨.”
나는 조용히 속삭이듯 팜 아저씨를 불렀다.
나의 부름에 팜 아저씨는 흠칫 놀라며 옆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뭐라 속닥거렸다.
그러고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아니, 자네 괜찮은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팜 아저씨에게서 진심으로 우리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마음이 전해져 왔다.
역시 팜 아저씨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형, 어디있다가 온거야?”
소브가 타박하는 말투로 물었지만, 표정을 보니 소브 역시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일단은 자리를 옮기세.”
팜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골목길 사이로 우리를 이끌었다.
* * *
“그것보다, 루이스와 히로는요?”
나는 앞장서 걸어가고 있는 팜 아저씨 옆으로 다가가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연락이 없네.”
팜 아저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거죠?”
“일단은 그들과 미리 이야기 해둔 장소가 있네, 지금 그쪽으로 가서 생각해 보기로 했네.”
팜 아저씨는 주위의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여보,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죠?”
팜 아저씨 부인이 팜 아저씨를 불러세웠다.
아마 그녀는 평소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음… 일단 도착하고 설명해 줄게요.”
팜 아저씨는 부드러운 말투로 팜 아저씨 부인을 안심시켰다.
우리는 해가 진지 별로 안되었던 시간에 도망을 쳤다.
우리의 집에서, 마음의 안식처인 집에서 거의 쫓겨나 듯이 빠져나왔다.
그들의 압박에 목숨의 위협을 받아 도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같은 사람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야박한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인 사람들이다.
선량할지도 모르며, 악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그들은 마녀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으며, 그들 역시 피해자라는 것이다.
세뇌를 받고 있다고 해도, 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근처에 사는 이웃들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이 우리를 해하려 해도 그들을 선뜻 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이 좀 이상해 보여요.”
소브가 그들을 유심히 관찰을 한 것인지, 코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확실히 이상했다.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집을 알아낸거지?’
분명, 집으로 돌아올 때 주위를 잘 살피며 걸어왔다.
경계의 끈을 놓치지 않은 채로, 심지어 지붕 위에까지 둘러보며 걸어왔다.
분명히 뒤를 밟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마녀들이 어떻게 알고 팜 아저씨의 집을 습격한단 말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 때 즈음, 팜 아저씨가 발걸음을 멈추고 어느 집 대문 앞에 섰다.
“여긴…?”
나는 내 두눈을 의심했다
여기는 포크 아저씨 집이었다.
‘아니, 다시 여기로…? 안전한가…?’
“일단, 여기로 피하세.”
팜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땄다.
‘이런 기술이…!’
팜 아저씨의 새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어두워져 가는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그 집에 몸을 숨겼다.
* * *
“그래서 만나기로 한건가요?”
다른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소파에 기대 잠을 청했고, 나와 팜 아저씨는 잠에서 깨어 있으면서 주위를 경계했다.
“음… 일단은 올걸세. 꽤나 큰 소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 발견하고 약속장소로 올걸세.”
‘확실히… 근처의 사람들을 총 동원한 듯 했으니까….’
팜 아저씨는 조금 지쳐있는 몸을 움직여 자세를 고쳐잡았다.
눈가에는 피로가 쌓여있었다.
아마 팜 아저씨도 긴장을 했을 것이고, 많이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빠져나오셨네요….”
“다행이도 말이네.”
팜 아저씨는 최근에 다듬어 짧아진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들이 왔을 때, 문 앞에 있어서 최대한 빨리 막을 수 있었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겠지.”
팜 아저씨는 오묘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등불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나도 팜 아저씨의 시선을 따라가 등불을 내려다 보았다.
톡- 톡- 톡-
조용했던 방안에서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팜 아저씨의 풀어져 있던 몸이 잔뜩 긴장해 단단해졌다.
커다랗고 두툼한 그의 팔뚝에 퍼런 핏줄이 올라왔다.
나는 밖의 상황을 보기 위해 창문에 다가가 커튼을 살짝 젖혔다.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나는 별 다른 것은 없다는 의미로 팜 아저씨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팜 아저씨는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문을 열어 젖혔다.
‘아니, 저를 믿어 주는 것은 고맙습니다만, 위험하지 않을까요….’
나는 이번에도 팜 아저씨의 새로운 일면을 보게 되어 기쁘지만,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방금 소리는 무엇이었던가?”
팜 아저씨는 특이한 것을 발견하지 않았는지, 다시 문을 닫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윗층에서 난 소리가 아닐까요?”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함 가보세.”
팜 아저씨는 문단속을 철저히 한 후에, 나무 막대기에 불을 붙였다.
“그럼, 내가 앞장 서겠네. 뒤를 부탁하네.”
“…네!”
나는 굴러다니는 짤막한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가방에 있는 것은 나중에 쓰자고….’
신중을 가해 엄선해온 것들의 활약은 다음을 기약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들의 수는 굉장했고, 섣불리 낭비를 했다가는 정작 중요한 상황에 대처를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물건으로 확률성이 난무하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끼익- 끼익-
이 집 역시 오래 되었고, 그동안 관리가 소홀 했는지, 계단을 이루고 있는 판자들의 비명이 들렀다.
어둑한 복도에 다다르자, 팜 아저씨와 나는 신경을 곤두 세웠다.
첫번째 방.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있어, 통행 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조용하기도 하고, 의심가는 것이 없기에 다른 방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움직였다.
두번째 방.
침실로 사용했는지, 방 한가운데에 커다란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다.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아내와 함께 기분 좋게 잠드는 휴식 공간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질 되었고, 홀로 남게 되었을 때는 고독함을 넘어서 절망 뿐인 침실 이었을 것이다.
나는 딱히 포크 아저씨를 동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내린 결정임으로, 모든 것의 책임과 결과는 그가 떠안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에 의한 선택이기 때문에 나는 그 선택 어느 정도는 존중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써 잘 못된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침대 외에는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자, 나와 팜 아저씨는 그 다음 방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복도 끝에 있는 자그마한 창문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 팜 아저씨.”
“그래… 자네도 봤는가….”
우리는 숨죽여 대화를 하며 바짝 긴장을 하며 창문으로 다가갔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건가…?”
“아니야,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어. 없더라도 곧 올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우리는 안심했다.
통- 통- 통-
팜 아저씨는 창문을 살살 두드리며 그들의 주의를 이끌었다.
“루이스…! 히로…!”
나도 반가운 마음에 작은 목소리로 환호했다.
“일단, 들어올 수 있겠나…?”
팜 아저씨는 그들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뒷문이 있습니까?”
히로가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렇네, 내가 열어줌세.”
팜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밑으로 내려갔다.
나도 팜 아저씨를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가니 페퍼가 깨어 있었다.
“무슨 일… 이야?”
졸린 눈을 비비며 묻는 그녀에게 안심을 시켜주고 싶었다.
“괜찮아… 도와줄 사람이 왔을 뿐이야. 쉬고 있어.”
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에헤헤, 그래?”
그녀는 잠이 덜깼는지, 베시시 웃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것참.’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히로와 루이스가 들어왔다.
‘…?’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왠지 그들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밖의 상황은 어떤가?”
팜 아저씨가 소파에 앉았다.
“굉장히 좀… 뭐랄까….”
루이스는 대답을 망설이며 좀처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는 팜 아저씨의 등 뒤에 섰다.
그리고 소파에 기대는 척 하며 팜 아저씨 귀에 가까이 갔다.
팜 아저씨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분위기가 달라졌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나는 조용히 소근거렸다.
“일단은 조용히 하고 있게나.”
팜 아저씨는 거의 입을 움직이지 않으며 말했다.
우리가 그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동안, 히로처럼 보이는 사람은 횡설수설 하며 말했다.
앞뒤가 맞지 않고 발음 마저도 심하게 꼬였다.
그가 말하는 도중에는 루이스의 몸이 축 쳐져 있었다.
‘…?’
마녀의 기술.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 생각했다.
‘…세뇌 당한 것인가?’
…애초에 마녀는 몇명이나 있는 것인가?
그들의 능력은 공통된 것인가?
“세뇌… 인가요?”
나는 그들의 시선이 흩어질 때를 노려 말했다.
“다른 힘인 것 같네.”
‘…다른 힘?’
마녀가 그들을 조종하는 것은 틀림 없다.
엉성해 보이는 말투와 어색한 움직임을 보아 그런 것만 같았다.
언제 한번 ‘서커스’ 라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봉제 인형이 춤추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그 때 본 움직임과 같았다.
“세뇌가 아니라면… 그들을 조종하는 힘은 뭐죠?”
나는 그들의 시선을 살피며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마녀들 중에는 어떤 것을 특정한 모습으로 바꾸어 인형처럼 조종할 수 있다네. 아마도 그의 짓 일껄세.”
팜 아저씨는 목 스트레칭을 하는 척하며 중얼거렸다.
“그럼… 아까 창문에서 본 것은 뭐죠…?”
“아마도… 같은 것일 테지. 거리가 가까울 수록 세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니 말일세.”
“하… 그럼 어쩌죠…?”
“그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네.”
나는 가방에 있는 것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우리가 소곤거리자, 앞에 서있던 무엇인가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니, 의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