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3화 〉#12 마녀 사냥 (7) (53/128)



〈 53화 〉#12 마녀 사냥 (7)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나는 그냥 대놓고 그들을 경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움츠려 들고 있어야 하는지,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리 뵈어도, 나는 자존심이 강해서 내가 위축되어 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보통 소재를 뭐로 사용하나요?”

팜 아저씨는 내가 더이상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떳떳하게 말하자, 조금 놀란 눈치셨다.

“…아, 보통은 목각 인형이나 버려진 기계를 사용한다네.”

‘흠…꽤나 자세하게 알고 계시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나는 먼저 그들이 기계인지 시험해 보기 위해 냉각수를 냅다 던졌다.

“아니, 자네! 뭐하는가!”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팜 아저씨의 눈은 공터처럼 넓어졌다.

챙그랑!

그들에게로 던져진 냉각수는 여지없이 산산조각 났다.
그들에게 뿌려진 냉각수가 그들의 얼굴에서 부터 흘러 내리자, 그들 중 한명 즉, 루이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무언가가 휘청했다.

‘…기계다. 한번에 맞추다니 일이 잘풀리네.’

한쪽은 멀쩡했다.
분명, 그것은 기계일 것이 분명했다.
그것의 동작은 점차 굼떠지며, 이윽고 기능을 정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근에 살고 있던 무고한 주민이 변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된다.
인체에 던져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무고한 사람 역시,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따라서,섣불리 행동하다가는 살인죄까지 저지를 수 있다.

다음은 휘발유와 성냥이다.
나는 냉각수가 담겨져 있는 자그마한 유리병에 휘발유를 담아왔다.
그것은 냉각수를 맞고도 움직였던 그 인형과의 마주침에서 교훈받아 준비한 것이다.
코어는 그리 튼튼한 재료가 아니라고 들었다.
소피가 말하기를, 원래 코어 자체는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외피를 두른 다거나, 사용될 곳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던가 했어야 했다.
쉽게 손상된다.
목각인형 역시, 불에 쉽게 탄다.
환각 혹은 거짓된 모습으로 바꾸는 힘이라면, 차분히 진가를 확인하면 된다.

“페, 페스틴?”
“형…?”

조용했던 방이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자, 다들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제 20시를 넘어 거의 2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것도 많이 있지만, 굳이 왜 휘발유를 가져오게 되었냐 하면, 눈에 가장 먼저 보였기도 했고, 냉각수와 반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을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만약 냉각수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기계에 두꺼운 판을 덧 붙였다면, 열로 내부에 있는 코어를 손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휘발유를 그들의 다리 언저리에 던졌다.
그들이 사람이라면, 불은 위험하니까 피해를 최소한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문제는 없다.
최악의 상황을 유념해 두며, 나는 행동한다.
휘발유는 여유있게 많이 챙겨왔다
앞으로 몇개는 더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챙그랑!

그들의 정강이에 휘발유가 뿌려져 축축해 졌다.
유심히 보지 않아도 젖어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성냥을 긁어 불꽃을 일으켰다.
참고로, 이 성냥은 발명한지 얼마 안되었다.
한마디로 ‘신상품’ 이라는 거다.

“아니, 그거 비싼거 아니에요?”

 아저씨 부인이 놀라며 외쳤다.
참고로 성냥은 불에 잘타는 소재로 만들어져, 값이 꽤나 나가는 모양이다.
기계 투성이인 세상에서 연약한 물건이란, 제조하기 까다로운 것 같았다.

“페스틴! 그거 언제 챙겼어!”

페퍼도 덩달아 놀라며, 황급히 나를 말리려고 했다.

“일단, 제 기능을 하는지 시험해 봐야 되지 않겠어?”

나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손바닥 크기만한 활에 매달아 쏘았다.

“그건 또 언제 만든거래?”

페퍼가 빠르게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고  손등을 유심히 보았다.
 아닌 호기심에 나는 당혹감을 면치 못했다.

‘페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의 정강이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앞의 가짜들은 별 반응이 없다.
천천히 무너지며,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움직이는데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그들 역시, 마녀라는 부류가 사용하는 어떠한 기술로 인해 조종당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자… 마녀…! 어쩔거냐!’

주변을 경계하며, 눈 앞의 것들을 지켜보았다.
불이 점점 옮겨붙어 그들의 정강이까지 불태웠을 때 즈음, 나는 그들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 눈을 찌푸렸다.
고개를 내빼는 그 순간, 갑자기 그들의 움직임이 정밀해 졌고, 한순간에 나를 덮치기 위해 달려왔다.

“아?”
“조심하게!”

팜 아저씨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지만, 나는 침착하게 몸을 숙여 달려오는 히로처럼 보이는 것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쿠당탕!

큰소리가 나며 그것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기능 정지.’

…생각보다 싱거웠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제일 허술한 움직임이었다.
아니, 어쩌면 조종하는 것이 그리 좋은 움직임을 뽑아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등에 메고있는 가죽 가방이 잘 있는지 확인하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것참, 괜히 잔뜩 챙겨왔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하나의 개체가 팜 아저씨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조심하세요!”
“…알겠네!”

 아저씨는 나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당황하신 눈치였다.
그런 어색한 눈빛으로 나를 훑고는  앞의 상대방에게 집중하기 시작하셨다.
팜 아저씨도 덩치가 크고 둔탁 했지만, 유연한 움직임으로 그것을 제압했다.
 아저씨 밑에 깔려 아무런 저항도 못하게 된 그것이 불쌍해지려고 한다.

“…이걸로 된 건가요?”

나는 안심하며 말했다.

“확실히 해두게.”

팜 아저씨는  등 뒤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 뒤에는 사지를 떨며 안간힘으로 일어서려 하는 그것의 움직임이 보였다.

“아, 알겠습니다.”

나는 내 등에 있는 가죽 가방에서 두툼한 밧줄을 꺼내 히로처럼 보이는 것을 묶었다.
묶는 내내, 그것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힘이 다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손을 결박했다.
손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동의 방식을 대폭 줄여놓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밧줄을 꺼내 팜 아저씨에게 던졌다.
 아저씨는 나름 무게가 있어서 두 손으로 던진 밧줄을 한 손으로 턱 하고 잡더니 능숙하게 포박하기 시작했다.

‘…뭐야, 아까부터…. 그런 미심쩍은 부분에서 능숙하게 하시면 곤란합니다만….’

팜 아저씨는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어떠냐.'라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예ㅡ 예ㅡ 저는 가소로운 애송이랍니다.


* * *

한참 동안 주변을 경계해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결박되어 있는 그것들 역시, 의지를 잃은 듯 조용했다.
몸 뿐만 아니라 신체의 모든 부분이 멈춘  했다.
잠들어 있다거나, 기절해 있다고 해도 숨을 쉴텐데 말이다.

‘이미 죽은건가…?’

나는 그들을 계속 주시하며 지켜보면서 불길이 일어난 곳에 냉각수를 던지고 있다.

“나참… 갑자기 달려드니 당황스럽구만 그래. 페스틴, 자네는 이리 불길이 셀지 몰랐는가?”
“허허… 그래서 이렇게 진압하고 있잖습니까….”

생각보다 불길이 거셌다.
냉각수를 다 써버렸다.
여유분을 챙겨서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모두를 불태워버릴 뻔 했다.

“…통구이 되는 줄 알았네.”

소브가 소파에 앉아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소리 했다.
그만한 소동이 있었는데도 소브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역시…  동생?’

나는 내가 무덤덤함을 넘어서 무감각에 가까운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런 나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동요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소브의 반응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소브의 나이는 뛰어놀 시기며, 희망을 가지고, 꿈을 꾸는 철없는 나잇대다.
또래보다 성숙한 나의 동생의 모습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좀 더 좋은 형이 되었더라면, 조금 달라졌을까?
나는 요즘따라 신경을 써주지 못한  같아, 그동안 홀린 듯이 열심히 해왔던 내가 바보 같아졌다.

“그래, 미안하다.”

나는 씁쓸한 웃음을 띄며 불을 계속 꺼갔다.
소량이기는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냄새가 났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창문 밖에는 사람들이 아무일도 없던 듯이 평범하게 오가는 모습이 보여졌다.
쥐죽은 듯이 조용했던 거리가 다시 원래대로, 사람들이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갑자기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완전히 안심하지는 않았다.
끝가지 의심을 풀지 않아야 한다.

방심은…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자네가 범인인가?”

팜 아저씨는 대뜸 인상을 쓰며 말했다.
딱히 화나보이지는 않았고, 아마 의심의 눈초리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말입니까?”

나는 일단은 짐작이 갔지만, 잠자코 있었다.

“냉각수 말이네.”
“앗, 아하하….”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시선을 회피했다.
뭘 당연한 것을 묻냐는 듯한 팜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위축이 되고 말았다.
내가 별다른 변명도, 긍정도, 부정도하지 않자, 팜 아저씨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미소로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했었으나,  효과는 없는 듯 했다.

“후우… 나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으니 긴 말은 안하겠네만, 손버릇 나쁜건 주의하도록 하겠네.”

팜 아저씨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며 잔뜩 발버둥치는 내가 딱했는지 눈감아 주셨다.
사실, 냉각수에 쓰이는 재료는 결코  값이 아니었다.
방금까지 신나게 써댔던 내가 후회가 되기는 했다.
다행이도 반절 이상은 이름 모를 사람의 공방에서 챙겨온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건… 크흠.
아무튼, 왕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조용히, 그동안 슬쩍한 냉각수 값을 드리고 가야겠다.

“그나저나 누구를 만나는 거에요?”

상황이 조금 진정이 되자, 페퍼는 팜 아저씨를 재촉하며 물었다.

‘호기심이 왕성한 페퍼가 어째 조용하다 싶었다.’

페퍼는 참을 때까지  참았다.
왕궁에서 보아온 그녀라면, 알고 싶은 것이라면 꼭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 했다.
그것도 단기간 내에.
그래서 나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외에는 페퍼가 질문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 하고는 했다.
왠지, 일일이 보고하는 느낌이 되어버렸지만, 일이 귀찮아지는 것보다는 나을 듯 싶다.
팜 아저씨는  아저씨 부인과 소브의 눈치를 보더니 가까운 소파에 앉으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나와 페퍼는 착석을 했고, 팜 아저씨 부인은 눈치가 빠르게도 이렇게 말했다.

“…그럼, 주방에서 뭘 좀 만들게요. 저녁을 못 먹었잖아요. 소브, 좀 도와줄래요?”
“…네.”

차분하게 말하는 그녀는 아주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당황할 만한 상황에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크흠… 조금 긴 이야기가 될걸세.”

 아저씨는 목을 가다듬고, 우리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 *

팜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마녀]라는 존재해 온 것은 꽤나 오래 되었다고 한다.
왕궁의 역사에 빗대본다면 근대에 가까운 시기에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사건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거나, 활동을 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팜 아저씨의 생각에, 아마도 선한 마녀들이 왕국을 건설할 때 도움을 주었고,  외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숨기며 살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외부에 시선을 돌릴 때 다시금 그녀들은 힘을 사용했다는 것 같았다.
간간히 목격되고는 했지만, 그들의 악랄함을 드러낸 때는 다름 아닌….
한 마녀가 라이브 씨의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당시, 라이브 씨의 남편인 그는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며, 자신의 신념을 선포했다.
즉, 종교를 퍼트렸다.
 종교의 주된 사상은 각 사람의 마음에 감정이라는 신이 있으며,  신을 잘 다루어야만 좋은 곳에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뭐,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는, 내 안에 신이 없다는 이야긴가?

어찌되었건, 마녀들도 세대를 걸쳐 인식이 바뀐  했다.
좀 더 드러내고, 악의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휘어잡고 있다.
벽 밖의 괴생명체를 온전히 제거하기 위한 시도를 하던 베피의 부모 역시, 그들의 만행에 휘말린 모양이다.
그들은 최근에 들어, 그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건지, 아니면 지금껏 참아왔던 것을 터트린건지는 모르겠다.

문득, 마녀들은 왕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베피가 만들었던 인형들 역시, 그들에 의해서 폭주했을 것이라고 팜 아저씨는 추측했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루이스, 히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 같았다.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다.
그들이 먼저 싸움을 걸어오지 않는 한,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나름  시간을 그렇게 지내온 것 같았다.
그만큼, 마녀라는 부류는 종적을 감추는 것이 특기이고, 흔적 또한 잘 남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술이 있는  같기도 하다.

팜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슬슬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마녀들은 조심성이 있었고, 철저했다.
그들의 동기가 어떠하든지, 그들의 목적은 아마 왕궁 외부로 빠져나가려 하는 모든 사람들을 제압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녀들이 만든 종교에 심취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말은, 라이브 씨의 남편 분이 하셨던 일이 어쩌면….

소문.
그것을 막는데도 그들이 나섰을지도 모른다.
왕궁 모르게, 사람들을 계속해서 우물안에 가두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이 작은 새장 안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른바, 실험과도 같은 행위를 벌이는 것 일까?

아무튼,  아저씨는 왕궁의 일을 그만두고, 몇몇을 꾸려 지금껏 노력해오신 것 같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목숨을 잃어서였는지, 아니면 끝을 알 수 없는 일에 지쳐버린 것인지  사람 밖에 없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저씨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팜 아저씨의 얼굴에 그늘이 진 것을 보니,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일게 분명했다.
내가 괜히 파고드는 것은 어쩌면 그들을 모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괜한 이야기를 물었던 것 일까.
팜 아저씨는 안색이 좋지 않은 얼굴을 부비고는 위층으로 올라가셨다.

“페퍼, 더 안쉬어도 괜찮아?”

나는 페퍼의 안색을 살폈다.

“음… 피곤하지는 않은데, 배가 고프긴 하네.”

페퍼는 자신의 배에 손을 갖다 대며 말했다.
나는 별다른 딴지를 걸지 않았다.
괜히 또 성질을 긁어댔다가는 역으로 내가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 끝에, 주방으로 향하는 페퍼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홀로 남겨진 거실에서 마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버린 두 사람 분의 무언가를 내려다 보았다.

‘음…?’

나는 불에 타 속살이 드러난 그들의 정강이 쪽을 보았다.
제어에서 벗어난 그들의 진실된 모습은….

‘…이건?’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