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14 숨통을 조여오는 손아귀. (1) (61/128)



〈 61화 〉#14 숨통을 조여오는 손아귀. (1)

“뭐…?”

나는 그의 의도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뜬금없이 그런 발언을 하는  자체가 나를 떠보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나를 신뢰한다는 것인가.
예상외로 내가 과한 경계심을 내비치니,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크흠… 딱히 반역을 생각하는 것은 아냐. 단순히 뭔가 켕긴다는 말이지.”

그 스스로도, 자신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나 보다.
주변을 주의깊이 경계하며, 심호흡을 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중해 보였다.

‘하지만, 포드는 포드다.’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신뢰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타인을 신뢰해야  필요성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될, 타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희망과는 다르다.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나 낯선 존재로 있어야만,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알아챈다.
나는 내 희망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처음에는 신뢰를 전혀 하지않는 낯선 사람으로 대한다.
나는  점에 대해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많든 적든 가리지 않고 동일한 시선으로 본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그의 표정을 보고, 행동과 분위기를 본다.
그런 뒤에, 그와 '더 가까워져도 되겠다.' 라고 생각하면, 그와의 신뢰를 쌓아간다.
간혹가다 사람이 정말 좋다라고 느낀다면, 어떤 기준치도 상관하지 않고 한번에 신뢰가 팍 쌓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포드 같은 경우에는… 영 별로다.
그가 보여준 첫 인상은 그와 가까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좀 꺼리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가 보여준 태도를 보니, 그의 마음에 응답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조금 꺼려지기는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하지만 그는 믿을만 했다.
자존심이 높다는 것은 쉽게 남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백보 양보해서 좋게 포장 하자면 말이다.
깊게 기둥을 박아 넣은 집은 거센 바람이 불어도, 땅이 흔들려도 꼿꼿이 서있다.
어쨌든 그런 그가 나에게 먼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의외로 그가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어쩌면….

‘어쩌면 그는 나를 주의 깊이 보면서 나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아무튼, 너의 생각은 어떠냐.”
“…나?”

그는 초조함을 느끼는 것인지 입술을 깨물었다.

“흠….”

나는 괜스레 고민하는 척을 하며 뜸을 들였다.

“하….”

그는 조금의 시간도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벤치에 주저 앉았다.
다리를 달달달 떠는 것은 덤이다.

“…수상하다니? 어떤 식으로?”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모르는 어떠한 것들이 나의 머릿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쉽게 발설해 버리면 나뿐만 아니라 팜 아저씨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신중하게 나아가려 한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천천히 모든 위험요소를 배제해 가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이 두가지를 적절하게 섞어가며 행동한다면 나름 괜찮은 효과를 보았던  같았다.

“음…  말이지, 그러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
“응…?”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듣고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의 태도에 대해 알고자 묻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대답이었다.

‘아니, 자기 생각을 다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

“라고 말하는  같았다만… 그 점이 좀… 이상하다고 느껴서 말이야.”

나는  자신의 성급함을 잠재우기 위해 숨을 골랐다.

“그래? 그럼 그렇다고 치자고. 근데 그게 왜?”
“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 말이라니?”
“이 나라를 버리자는 말.”

…그는 그 말을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나와 포드는 왕의 발언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와 동기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너, 7구역에서 왔다고 했었지?”
“그렇지.”
“왕은 누구를 데려가려나.”
“뭐?”
“배가 수용할 수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너도 알잖냐.”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 뜨며 물었다.

“…설마, 빈곤한 사람들은 그냥 버리자는 말은 아니겠지?”
“흠… 아주 틀리지는 않았지.”
“아니, 그들은 피해자야. 오히려 제일 먼저 구제해 주어야 한다고.”

나는 한번도 본적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이상하게도 대변하게 되었다.

“피해자? 가해자이겠지.”

‘왜 저리 정색하면서 말하는거지….’

평소에 볼 수 있었던 까칠한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적개심이다.
깊고 농후한 감정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들은 단순히 세상의 악순환 때문에 그렇게 된 것 뿐이야. 그들도 상황만 좋아진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그리고, 왕은 모두를 버리지 않을거야. 상냥한  사람이라면 말이야.”
“상냥함이 무조건 옳지는 않아. 때론 그 상냥함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하지.”

“발언을 조심해야 할거야. 잘못하면 반역에 해당될  있어.”
“반역? 오…. 나를 반역자로 몰고가는 건가? 하지만 그들을 옹호하는 네가 오히려 반역자같군.”
“내가? 무슨 소리야? 사람에겐 각자의 마땅한 권리가 있다고. 난 옹호한게 아니라 네가 더 폭넓은 생각을 하도록 사실을 말해준 것 뿐이야.”

포드는 갑자기 내 양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의 주홍빛 눈동자는 고양된 감정으로 인해, 빛났다.

“그렇다면! 홧김에 내 부모를 죽인 그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건가!?!!”

‘…’

“내 부모님은 그런 떨거지들을 돕기 위해서 인생을 바치셨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우리의 것을 탐했고 선을 악으로 갚았지!”

포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는 나를 마구 흔들었다.

“내 눈앞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희롱하고! 끝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에게 희망…? 진심으로 네가 그걸 바란다면, 너는 상당히 미쳐있는게 분명해.”

나의 지극히 정상적인, 이상적인 상냥함이 미친거라니.
어지간히 세상이 미쳐있나보다.

“병균은 뿌리뽑는다. 다른 때묻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격리하고 제거해야 한다. 나는 그런 왕의 선택을 존중한다.”
“…미안, 내가 생각없이 말했네.”
“…아니다. 나도 흥분해 버렸다. 너는 그들이 아닐텐데 말이다….”

포드는 힘없이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는 진심으로 왕이 그러기를 빌고 있는  했다.
…나라를 고친다는 것이 그런 의미였다니.
나로서는 해줄말이 없다.
 번도 듣지 못했던 그의 과거를 이런 상황에서 알게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이런 내가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의 감정 섞인 질문에 나는 뭐라 말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것봐, 고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그의 눈은 고요하게 불타 올랐다.
자그마하다.
그렇다고, 금세 꺼질 듯한 불이 아니라 쇠를 녹일 정도로 깊은 곳에서 부터 타오르는 불이다.
그것은 아마 증오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상당한 시간 동안 쌓아온 듯한 증오 말이다.
그는 성장하고 생각을 바로잡는 제일 중요한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겪은 것이다.

“…왜? 뭐라 할 말이 없나?”

포드는 잠자코 있는 내가 불만족스러웠는지 퉁명스럽게 물었다.

“…너에게만 말하는 거였다. 유일하게….”

내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자, 그는 진정이 되었는지 벤치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딱히 그의 말에 따를 이유는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서있었다.
요지부동인 나를 보며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그는 그대로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뭔가 심상치 않아. 지금 너랑 내가 시답잖은 토론을 펼칠 시간은 없어.”

그의 말에 나는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나의 두눈은 가만히 그를 응시할 뿐이다.
그리고 문득 든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부모를 해한 범인은 잡혔어?”

“…아, 찾지 못했지. 그 자식은 빈민가로 도망쳤거든. 알잖아? 그곳은 경비대도 손을 못대는 곳이잖아.”
“…안됐네.”
“하하! 억지로 위로할 필요는 없어. …드디어 말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중요한 것을 짚어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은 것인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

속시원하게 타인을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부러웠다.

“그나저나, 선생들은 우리 모르게 뭔가를 꾸미고 있는  같아. 그러니 ‘우리’가 한발 앞서 그들보다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야 해. 왕의 계획이 성공적이려면.”
“…하긴, 눈에 보이는게 문제점 투성 이기는 하지….”

나는 조용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마, 이해가 가지않는 수수께기 같은 발언이 될 것이다.
깍지껴진 내 두손은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었다.
 손 처럼 내가… 그와 단단히 결합 될 수 있을까?

“…? 그렇지, 문제는 ‘그것을 전부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가?’지.”
“너도… 그들도… 악의 순환인거야.”
“뭐…? 아~ 아직도 그 이야기인가?”

그는 잔뜩 인상을 쓰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도… 너에게만 말하는 거야. 나는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세상이 아닌, 그런 쓰레기 같은 사람 마저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부정적인 감정을 죽여서 악의 굴레를 끊자는 거지.”
“뭐…? 그런게 가능하다고? 너무 뜬구름 잡는 거 아닌가….”
“그렇지…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잘해도 우리의 후손들은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지.”
“아니, 너의 그 생각 자체가 너무 꿈같은 이야기라고.”
“그런가…? 모두가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만 한다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일 텐데….”

그가 단순히 감정을 내세워 나의 의견을 반박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채자, 나는 나의 의견을 굽혔다.
더 이상 그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을 바로잡고자 말하지 않고, 단지 나의 생각을 말할 뿐이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 증오하고 있는 상대를 용서한다니, 난 못한다. 포용은 더더욱 할 수 없다. 본디,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이라.”

그는 조금 아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도 희망을 쫓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머릿속에 정보들이 들어오면 들어올 수록 사람의 생각은 단순해지며, 틀에 박히게 된다.
따라서 나는 절대로  생각을 우리에 가두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이상해도, 때로는 모자라보여도, 때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나는 그저 웃으며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들은 무관심 하겠지만, 나는 계속 말하겠다.
나를 어리석고, 모자라다고 하겠지만, 나는 계속 말하겠다.
비록 이루어 질수도 없고 만에 하나 가능하기는 해도 갈길이 험한 목표라고 해도 나는 그래도 꿈을 꾼다.
단지, 나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시덥지 않은 꿈이다.
아, 나만 행복해서 뭐하겠나?
주위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이 나의 마음을 신경쓰이게 한다.
나는 의식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한다.
나는 보았다.
불편해 하는  표정을 말이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받은 사람은 고마워 한다.
감정을 알고자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러더니,  누구보다 감정의 변화를 빠르게 눈치챌  있었다.
배려하고, 필요를 채워주고, 등을 밀어주고.
선행.
좋은 것이다.
하지만 누가 선뜻 하겠는가?
오히려 선을 베풀었다가 포드의 부모처럼 도리어 뻬앗기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기심이 악의 굴레를 계속해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내가 악의 굴레를 돌아가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두려워졌다.
만약, 내가 여기서 그를 받아들이면 그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두려워졌다.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너의 계획은?”

나는 그를 설득하는 것보다, 그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툭 하고 던져진 나의 질문이 효과적이길 빌고 빌었다.

‘…그를 믿을  있나?’

나는 해가 뉘웃뉘웃 져가는 것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도 또 하루가 마무리 되어간다.

“간단하지, 왕국 내의 소식을 빨리 알아채기 위해서 메이드와 친분을 쌓을 거다.”

‘그를 믿을 수 있나?’

“하하… 좋은 생각이긴 하네.”
“그래서 네가 메이드장과 친한  같던데… 어때?”

‘그를 믿을 수 있나?’

“하하하… 내가…?”

‘그를 믿을 수 있나?’

“그래… 너라면 할  있다고 생각한다.”

‘그를 믿을 수 있나…?’

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었고, 나는 그의 의도를 알아채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자와 손을 잡아야 할까?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