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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14 숨통을 조여오는 손아귀. (4) (64/128)



〈 64화 〉#14 숨통을 조여오는 손아귀. (4)

무언가 터지는 굉음과 함께 내 전신이 뜨거워졌다.

‘아… 여기서 죽는 건가…?’

갑작스럽게 아찔해지는 상황에 나는 나의 두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 이러면 안되지.’

나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감았던 두 눈을 부릅뜨고 무슨 상황인지 살폈다.
연기가 자욱해서 욱신거리는  팔을 휘저으며 연기를 헤집었다.
내가 빈사 상태가 되더라 할지라도, 목적을 위해서는 움직인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 정신으로 붙들었다.

“허억… 허억….”

잠시 뒤에 연기가 걷히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부들거리는 팔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다행이도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파열에 의한 미약한 쓰라림 뿐이었다.

“하….”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어찌나 놀랐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뭐야…?”

나는 갑자기 폭발을 하며 터져버린 그것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분명 처음 보는 기계인데 내가 잘못 손대서 그런 폭발이 일어난 듯 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금방 잊어버리고 호기심에 가득차 그 기계에 다가갔다.

“음?”

 기계의 모습은 처음 본 것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그야, 폭발로 인해 파괴되어 버렸으니….
나는 혀를 내두르며 내 발치에 굴러다니는 자그마한 부품들을 주워들었다.

“이건 뭐야…?”

그 흔한 은빛이 아니라 노란빛의 금속이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뒤엎어 보며 처음 보는 금속의 정체를 추리해 보려고 했지만, 전혀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금방 그만두었다.
공방에 미세한 균열을 점검하는 작은 돋보기가 있던 것을 기억해 일단 챙기기로 결정했다.
익숙하지만 낯설은 이 금속에 대해 분석하기 위함이다.

“흐음…  큰 문제는 이건데….”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반즈음 부서져 있던 그 기계에 손을 가져갔다.

“설마  터지지는 않겠지…?”

수수께끼의 금속을 더 흩뿌리는 것은 조사하려는 나로서는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
내 몸이 성치 않을  같기는 하지만….

딸깍—!

“아?”

조심조심 더듬다가 뭔가 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 나는 황급히 손을 기계로부터 손을 떼었다.

푸쉬이익!

“또?”

나는 재빠르게 뒷걸음질을 쳐서 박스 더미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 기계는 가만히 있을 뿐,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뭐지…?”

이번에는 터지는게 아닌  같았다.
나는 살금살금 까치발을 들며 다가갔다.

“응?”

부서진 기계 틈 사이에서 하얀색 종이가 보였다.

“종이…?”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 종이를 얼른 꺼내고 그 기계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기계를 경계하며 꼬깃꼬깃 접혀있는 종이를 조심조심 펼쳤다.

“…?”

나는 조금 번져있어 읽기 힘들어진 글씨를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쪽지를 읽고 있는 사람에게…  글은 읽는 즉시 파기해야 하며, 이 쪽지를 발견한 사람 외에는 알아서는 안된…다?”

‘어이쿠.’

나는 소리내서 읽어 내려가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뭐야 이건…?”

나는 흥분에 휩싸여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새로운 정보인가…!”

쪽지의 일부 내용을 확인한 나는 기쁨에 차올라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덜컹—

“뭐해?”
“헉!”

내가 종이에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누군가 창고로 들어왔다.
나는 황급히 쪽찌를 구겨 주먹 속에 넣었다.
그러면서 충분히 나에게 주의를 이끌도록 이상한 행동을 했다.

“죄! 죄송합니다! “

몸을 세차게 흔들며 나는 사죄를 했다.
창고는 어두웠고, 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팔을 다리에 붙인 덕분에 베피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뭔데 그리 기뻐하는 거야? 밖에까지 다 들린다.”

하긴, 일하러 와서 일은 안하고 기뻐서 소리지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수상해 보였다.

“아… 찾고 있던 것을 발견 해서요.”
“뭔데?”

나는 필사적으로 눈알을 굴리며 그럴싸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피가 서있는 문가에 놓여져 있는 그것을 가리켰다.

“음?”

나는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천장이 안닿아서 말이죠.”

그것은 튼튼해 보이는  막대기였다.

‘어떤가? 그럴듯 하지…?’

“그래…. 그럼 하나 더 찾아둬라. 네 친구를 데려왔으니깐.”
“예?”

나는 금시초문의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베피의 등 뒤로 작은 체격의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어? 마리?”
“아하하하… 안녕….”

그녀도 억지로 끌려 왔는지 힘이 없어보였다.

“어, 어쩌다가….”
“됐고, 혼자로는 힘들어 보이니까 데려왔어. 그럼, 오늘 내로 끝내. 알겠지?”

그리고 베피는 사라져버렸다.
마리는 어색한 웃음을 띄며 어정쩡하게 문가에 서있었다.

“아… 그렇게 일이 많아?”
“음… 글쎄 기계야 금방 고칠 것 같긴한데, 청소하려면  걸릴 것 같아.”
“그래…?”
“그런데 어쩌다가 잡혀온거야?”
“맛있는 과자를 준다고 해서….”
“아하….”

마리 다웠다.

“끝나고 줄거야, 아마….”
“응!”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었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주먹에 들어있는 쪽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럼… 일단 수리하는게 먼저라서, 필요한 공구를 챙기고 들어가보자고.”

나는 마리가 얼마나 손재주가 있는지는 모른다.
한번도 공구를 들고 있는 것을 보지를 못 해서 말이다.

‘항상 과자를 들고있었지 아마.’

“더 필요한건?”

그녀는 창고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천장이랑 창문같은 건 수리해 볼테니깐, 반대쪽 창고에서 청소 도구를 챙겨오면 좋을 것 같아.”
“그래? 그러면~”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창고 밖으로 사라졌다.

“그럼, 나도 좀 챙겨볼까?”

나는 눈독을 들여놓은 공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 * *

“하… 덥구만?”
“그러게….”

기운이 쫙 빠진채로 마리가 대답했다.
비행장은 왕궁 꼭대기 층에 위치한다.
고로 시원한 바람이 불 줄 알았지만, 뜨거운 햇볕만 있을 뿐이다.
배 안은 그 열기 때문에 후덥지근해서 무척이나 더웠다.
망치질을 하는 나도 그렇고 바삐 움직이며 내부를 청소하는 마리도 습한 공기를 몸소 느끼며 일을 했다.

“창문을 좀 열까?”
“음… 그러면 먼지가 엄청 날릴 텐데….”
“아, 그렇겠구나.”

투둑!

나는 내 일에 집중하느라 마리를 잘 신경써주지는 못했다.

“힘들면 말해.”

나는 그녀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해보았다.

“음~ 괜찮아!”

상당히 밝은 목소리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걷어 붙인 팔에 힘주며 밝게 미소짓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럼 다행이고.”

힘을 준다고 주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팔은 가늘어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너도 좀 쉬면서 해~”

걸레를 빨면서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그래, 힘들면 나도 조금 쉬면서 할게.”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 받으며 배를 청소하며 수리해 나갔다.


* * *

“와….”
“이야….”

한층 밝아지고 깔끔해진 배의 내부를 둘러보며 우리는 감탄했다.

“우리의 실력이 이정도 였어?”

나는 잔뜩 우쭐해 하며 말했다.

“그러엄~ 우리가 누군데?”

마리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툭치며 말했다.

톡!

“응?”

갑자기 마리가 몸을 수그려 땅에서 무언가를 주웠다.

“…보는 즉시 없애라고?”
“아?”
“뭐야 페스틴, 이런 수상쩍은 쪽지를 가지고 있고.”
“앗!”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을 터인 쪽지가 어째서인지 마리의 손에 들려있었다.

“내가 이걸 봤으니 파기 해야겠네?”
“음… 아니, 그러면 안되지….”

나는 마리의 손에 들려있는 쪽지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리는 손을 홱 빼며 내 손을 피했다.

‘음? 이 사람이?’

“누구한테 쓰는거 길래 이렇게 썼어?”

마리는 쪽지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나에게 물었다.
아마 그녀는 그 쪽지를 쓴 사람이 나인 줄 아는  같았다.

“어?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그냥…?”
“시, 심심해서 써봤어.”
“그, 그래?”

조금 억지스러웠는지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수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그냥, 왠지 이렇게 써서 장난치면 재밌을 것 같아서….”

나는 마리의 집요한 시선을 피하며 둘러대었다.

“흐음~? 그래~?”
“그 왜,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골탕먹이려고 했었지.”
“…그거, 나한테 쓰려는거야?”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더 나를 압박해 왔다.
아무래도 그런거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 쪽지를 자기에게 쓸거라고 생각하다니….
바로 코앞까지 얼굴이 다가왔음에도, 마리는 집요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시험 단계니깐, 돌려줬음 해.”

나는 가까스로 마리의 어깨를 뒤로 밀어 거리를 벌렸다.
참으로 난감하단 말이다.
이런 불필요한 접근은.

“음….”

손을 벌려 종이를  것을 요구하자, 그녀는 실눈을 뜨며 나를 주시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한 그녀는   위에 내밀고 있던 쪽지를 꼬옥 쥔 주먹을 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빠, 빨리 줘.”

나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썩였다.

“안돼.”

그녀는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심술궂게 굴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그녀의 눈매는 장난꾸러기를 연상시켰다.

‘…아니 이 사람이?’

마리는 내밀었던 손을 머리 위로 들어 나에게서 도망가려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는 안되지~”

나는 발빠르게 그녀의 주먹쥔 쪽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마리는 다른 쪽의 손으로 쳐냈다.

‘뭐, 뭐야…!’

의외의 힘과 속도에 나는 당황했다.

“하핫, 10년은 이르다구~?”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조종석으로 도망쳤다.
나도 질수 없다는 듯이 뒤따라 쫓아갔지만, 재빠르게 문을 잠궈버리는 바람에 나는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하핫, 것참….”

나는 어떻게 하지를 못해 난감해 졌다.

‘아직 나도 안의 내용을 못봤는데….’

이러다가 정보가 흩어져 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까… 수리하면서 보았던 것이 있었을 텐데….’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문을 열 방법을 모색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초조해졌다.

달칵—!

 순간 조종석 문이 열렸다.
나는 한순간에 달음질쳐 마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녀는 나에게 순순히 쪽지를 넘겨주었다.

‘음?’

“뭐야, 낙서만 적혀있고 재밌는건 없잖아~”

그녀는 이미 다 읽어버린  했다.

“아닛, 멋대로 읽어버리면 어떻게 해!”

나는 처음을 빼앗겨버려 조금 짜증이 났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쪽지를 낚아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걸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주머니를 동여 매었다.

‘이러면 안빠지겠지…?’

“기대했건만… 멋대로 뺏어가서 읽어버리다니….”
“응?”

나는 중얼거리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녀는 못들은 것 같았다.

“크흠, 청소도  했으니… 내려가자고.”
“그래!”

그녀는 신나서 앞장서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의 바로 뒤로 다가가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다.

“앗…! 우리… 조금 떨어져서 걸을…래?”
“응?”

순간적으로 그녀가 방금의 소동으로 인해 내가 싫어진  알았다.
하지만 나도 그녀도 땀을 많이 흘렸다는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살짝 당황해하며,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니, 괜히 시선이 피해진다.
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녀는 안심하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다 알아들을 텐데. 나는 딱히 그런거에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지금의 나는 조금 뭐랄까…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고, 알면 안다고 답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솔직해지고 말아버린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솔직한 것은 좋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정보까지 줘버려 나 스스로도 곤혹을 겪고는 한다.
하지만, 이 나의 단점처럼 보이는 장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고는 한다.
상대방의 기호에 맞추어서 내가 거짓으로 꾸밀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마리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 떨어져서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꿍-!

배의 밖으로 몇걸음 걷자마자, 검고 커다란 무언가가 우리의 앞길을 막아섰다.

“어…?”
“응?”

붉은 눈을 가진 그것은  뒤에 긴 천 같은 것을 펄럭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그것의 눈은 명백히 우리를 노리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뛰어와서 우리를 해할 정도로 강렬한 증오를 내뿜고 있었다.

“마리! 배로 돌아가!”

나는 황급히 마리에게 외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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