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16 습격. (2) (74/128)



〈 74화 〉#16 습격. (2)

마녀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은 '절단 되어있다.' 라고 하는게 맞을 정도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절단면은 깔끔하게 잘린 것처럼 보이며, 살색인 단면이 언뜻 보였다.
살짝 창백해 보이는 그 손은 차가움을 가지고 있었다.
겨울의 날씨 때문에 손의 온기가 식은 듯한 차가움이었다.

“제 발목에 있는 손, 당신 것입니까?”

이 마녀께서는 거꾸로 매달린 채로 태연하게 묻는 내가 신기하다고 느낀 것인지 한껏 달아 오르며 외쳐댔다.

“어머! 어머! 어머! 굉장해ㅡㅡㅡ!”

아무래도 잘못 걸려든 것 같았다.

“그렇게 궁금해~?”

능글맞게 말하는 그 사람은, 마치 내가 자신의 손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음… 대답해주지 않으려나요?”
“으응~ 그러진 않아~ 누나는 착하니까?”

‘착한 사람은 이런 짓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 사람의 말에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그 사람은 조바심을 내었다.

“궁금해? 궁금해? 궁금해? 궁금해?”
“…네.”
“으응~ 맞아~ 어차피 곧 죽을 텐데, 이런 것 즈음은 누나가 못 알려줄까 봐~?”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 사람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음침한 사람이다.

“그런데~ 누나는~ 너를 살려두고 싶은걸….”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한 그 사람의 말에 나는 조금 의아해졌다.

‘뭐야…? 복수 같은 것은 아닌가?’

“그런데… 죽이라고 하네…? 이 누나는 무척이나 아쉽단다….”

나를 한참 깔보는 듯한 그 사람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곧 그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방심하고 있다.
방심이란 인간의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때로는 방심을 해서 페퍼를 포함한 그녀들에게 당하고는 한다.

“손이 차네요.”

그렇게 말한 나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생명은 너무 낮은 온도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라고 책에서 읽었다.
체온이 낮아지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몸의 세포들의 활동이 둔해진다고 포드에게 들었다.

“어머? 누나를 걱정해 주는거니?”
“그럼요~”

나는 웃으며 품 안에서 냉각수를 꺼냈다.
전보다는 확연히 다른 효율을 가진 것이다.
개량해서 기계 외에도 효과가 있도록 조금 손을 보았다.
그리고 유리병의 외형도 둥그스름 하게 다듬어 내가 던져서 맞추기 쉽게 바꾸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개량된 냉각수를 나의 발목을 향해 던졌다.

“…! 뭐야!”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는지, 그 사람은 당황하면서 황급히 손을 떼었다.
나의 발목이 감각이 없어졌지만, 미세한 촉감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재빨리 손을 뻗어 머리를 보호했다.
충격으로 인해 얼얼해진 손바닥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는 사람의 머리처럼 보이는 것이 펄쩍 펄쩍 뛰어다녔다.

“괜찮으세요? 따뜻한 불이 필요하지 않아요?”

나는 나의 바로 앞에 떨어져 있는 손을 주우며 말했다.
엄청 차가웠다.
그 냉기가  손에도 옮겨지려 하자, 나는 황급히 손을 떨궜다.

“아얏!”

떨어지는 충격을 그대로 받았는지, 정체를 알  없는 머리는 다시 펄쩍 뛰기 시작했다.
때로는 데굴데굴 굴러가기도 하는 그것은, 길게 늘어뜨려진 여성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보기 드문 곱슬머리를 가진 그것은 돌고 돌아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흠….”
“너…! 너 너 너 너 너 너!”

아픔이 가셨는지 큰소리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으로 뒤덮여진 그것이 내쪽을 똑바로 보는 듯 했다.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 틈 사이로 눈이 보였다.
나는 괴기스러운 모습에 조금 주춤했다.

“이 분열의 마녀가 이런 치욕을 당하다니!”

‘분열의 마녀…?’

생각보다 간단하게 그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복수가 아니라면… 단순한 습격인가…?”
“널 죽여주마!”

이 마녀는 상당히 화가 났는지, 이성을 잃은 듯한 외침이 들렀다.

턱!

갑자기 누군가 내 뒷덜목을 잡아끄는 바람에 중심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 나를 차서 균형을 철저히 무너뜨려 버렸다.
 몸은 크게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쿵—!

“크윽…!”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에서 나를 공격하고 있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나를 공격한 것들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머리 외에는 아무도 없는  했다.

‘분열…?’

누군지 모르겠지만 별명을 참 못지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전히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즈음, 나의 한쪽 손목이 차가워 졌다.
황급히 그쪽을 내려다 보자, 그곳에는 그 사람의 손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공중에 떠서  사람이 원하는 곳을 향해 이끌려 갔다.
보통 사람의 힘이 아니었다.
손아귀의 힘이야 어찌되었든, 끌려가는 속도가 장난아니다.
나는 억지로 끌려가며, 나를 끌고가는 손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역시 절단면이 깔끔하며, 살색으로 뒤덮여져 있는 그 손은 창백했다.

‘아니, 잠깐만….’

자세히 보니 아까 발목을 잡았던 손과는 달라보였다.

‘이번에는 오른손…?’

믿기지 않았지만, 이 사람은 몸이 절단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한 절단면을 가진채로.

‘분열…?’

마녀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특별하며, 특이하다.
개중에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 있는 듯 했다.
누가 사람을 짐승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누가 사람을 세뇌할 수 있는가?
누가 본 모습을 숨겨  다른 모습을 취하게 할 수 있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마녀들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면 이 사람은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이 사람의 힘은 무엇인가?
무슨 기술을 사용해서 이렇게 불가사의한 일을 벌일  있다는 말인가.

…혈액이 돌지 않는 신체는 차가워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절단 되어있는  사람의 신체 부위는 차갑다.

‘설마…?’

만약, 만약에 말이다.
절단  자신의 신체가 '더 이상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있다.'면,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는 너무나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 사람의 절단된 신체의 움직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절단 된 자신의 신체는 고통을 여전히 느끼는 것 같았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이전에 만났던 한 마녀는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원하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최대수는 둘 뿐이며, 변화된 것들에 불을 질렀을 때, 고통을 공유하는 듯했다.

“…”

나는 빠르게 이끌려가는 나의 몸을 따라오는 그 사람의 머리를 확인했다.

“결정했어! 너는… 사고사! 산책하러 왔다가 절벽에서 추락해버려 그대로 사망!”

‘확실히, 이 방향은 절벽으로 향하고 있다.’

“하… 그렇군요.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렇게는 안될 것 같아요.”

나는 다른 쪽의 손으로 유리병을 꺼내 던졌다.

쨍그랑—!

“하! 같은 수가 통할 것이라 생각 했냐!”

눈에 광기가 넘치는  사람의 외침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던진 것은 냉각수가 아니라 휘발유였다.
 사람은 아까 나를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로 유리병을 막았지만, 깨진 유리병이 흘렸던 휘발유는 막아내지 못했다.
나는 옷의 안쪽에 붙여두었던 부싯돌을 부딪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대로 그 사람의 머리쪽으로 흘렸다.

“아! 이 냄새…. 설마…!”

화르륵—

그 사람은 뒤늦게 피해 보았지만, 자신의 긴 머리카락에 옮겨져 버린 불씨를 떨쳐내지 못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나를 고속으로 끌고가던 손에 힘을 풀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통 중에는 불타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와 같은 사람에게 했던 짓이라고 한다면, 정녕 인성이 안녕한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마녀다.
…그래도 내가 저지른 행동은 사람으로는 조금 어떤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씩 움찔거리는 나의 마음을 무시한 채로 놓여진 손목을 주무르며 바닥에 착지했다.

“끄아아아아아! 너! 너! 너! 이자식!”
“…”

나는 고통스럽게 굴러다니는 그 사람의 신체 부위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쩌겠는가?
내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면 나는 필시 죽었을 것이다.

휘이잉ㅡㅡ

 등 뒤로 몇걸음이면 낭떨어지다.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정당방위였다.' 라고 생각하며 납득하려고 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 아우성을 쳐대었다.

‘그래…. 앞으로 이런건 자제하자.’

나는 내가 실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여야 한다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끼며,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 틈을 타 도망쳤다.
[해]는 떠오르고 있었으며,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 * *


“허억… 허억….”

나는 계단 난간을 붙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나는 가슴을 부여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즈음이면… 되겠지…?”

통- 통- 통- 통-

저 멀리 위쪽에서 무언가 튀는 듯한 소리가 들렀다.

“…!”

아마도 그 사람일 것이 분명했다.
생명력이 끈질기다.
집착이 강해보이는 그 눈빛을 기억하며 나는 몸서리쳤다.
좀 더 멀리 도망쳐야 한다.
아직 새벽이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한명도 없다.

탁-!

 눈 앞으로 그 사람의 손이 떨어졌다.

“이 XXX, 죽여버릴 거다!”

쩌렁쩌렁한 그 사람의 분노에 뒤섞인 목소리가 비행장으로 향하는 나선 계단을 타고 울려 퍼졌다.

“빠르다….”

나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끼이이익!

등 뒤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렀다.
그 찰나에 주의를 빼앗겨, 나의 목으로 향하는  손의 움직임을 캐치해내지 못했다.
재빨리 몸을 틀어 방어해 보려고 했지만, 나의 행동은 그 사람보다 느렸다.
목에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고,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크흑!”

챙그랑!

어찌나 매서운 힘인지, 나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들고 있던 칼도 놓쳐버렸다.

‘이런…!’

나는 내 목에 둘러져 있는 차가운 손을 벗겨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괴력.
여성들은 다들 그런건가?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해버리고 만다.

‘…페퍼는 이런 고통을 느꼈다는 것인가?’

나는 마음 한쪽에서 쓰라림을 느꼈다.

“뭐야?”
“…! 페스틴!”

내 시야는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게도 알고있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렀다.
소피.
소피가 나에게 황급히 달려와 목에 있는 그 사람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안되겠어요!”

토니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코끝에 쇠냄새가 풍겼다.
그리고 내 목에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와 사정없이 쑤셔대었다.

‘이거 칼 아냐…?’

나는 쇄골 부근에서 따끔함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 *


“…”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리 반갑지 않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또 기절한 거냐….”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응? 아… 반, 반갑습니다…?”
“당신은 정말… 뭐랄까…. 사건에  휘말린다고 해야 하나요?”

조이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다독였다.

“몸은 괜찮습니까?”

테리스가 차갑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아… 몸은… 괜찮네요?”

나는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이 나의 치료가 없었다면 온 몸이 쑤시고 있겠지.”

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윽…. 기분 나빠.’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상황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고, 페퍼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걱정 끼쳐서 미안합니다. 저는 이제 괜찮아요.”
“…페스틴 군…. 아무래도 사건에 자주 휘말리는 체질인가 보네요….”

왕이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어쩌다 보니 그렇네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근처에 있어야 겠군.”

힐다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주인님?”

조이드가 베피의 눈치를 살살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닥쳐.”

하지만 베피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했다.

“음…. 테리스, 당신이 하도록 하세요.”

왕이 좀처럼 아무도 나서지 않자, 한명을 임의로 지명했다.

“아… 음…. 네….”

조금 떨떠름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나는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요~ 그럼, 이렇게 모인 김에 오랜만에 회의를  해볼까요?”

왕은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응?”

나는 어정쩡하게 서서 왕의 눈치를 살폈다.
갑작스러운 흐름에 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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