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16 습격. (3)
“이…자리 에서요?”
나는 지금 당장 회의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나의 반응이 의아 했는지 다들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지나치게 주의를 끌고 말았다.
“아… 크흠, 아직 조금 어지러워서요. 나중에 들을테니, 저를 빼고 해주시겠어요?”
나는 머리를 굴리며, 나에게 몰린 주의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자네는 중요한 참고인 인데?”
브란도가 한쪽 눈을 치켜 뜨며, 나를 수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 음….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저는 조금 휴식이 필요합니다.”
나는 소견대로 나의 상태를 설명했지만, 그들은 내말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아보였다.
“고작 그런것 가지고.”
“페스틴 군, 잠깐 하는거니 괜찮을 겁니다.”
“그래, 좀 하다 쉬렴.”
‘…’
딱히 위로는 필요없었다.
나는 그들의 동정심이 담긴 눈을 바라보기가 싫어졌다.
“…알겠습니다.”
나는 웃었다.
웃으며 그들을 향한 악감정을 숨겼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이번에도 역시 힐다가 주도하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이번에 주목해야 할점은 간단하다 하면 간단하다. 그것은 최근 왕궁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최근이라 함은 메이드 아주머니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범인의 정채를 알아챘나?
아니면 이미 처형까지 했나?
그것은 계속 들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잠자코 침대에 앉아 그들의 말에 귀기울였다.
“먼저, 상처는 괴물의 그것과도 같습니다.”
정리된 문서를 살피며 테리스가 말했다.
“문제는 괴물이 어떻게 왕궁 안으로 들어왔냐 하는 것입니다.”
조이드가 테리스 곁에서 그녀의 말을 보충해 주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조사 결과로 최근 실종된 라이브 씨의 개인 작업실에서 단서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테리스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오자 페퍼의 얼굴이 조금 그늘졌다.
조금 상냥하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방되어져 있는 자리라 나는 내 속마음을 감추었다.
나는 내 자신이외의 사람에게 나 자신을 들추어 내는 것은 꺼려한다.
다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럼 없이 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혹시, 마녀가 한 짓일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람을 짐승처럼 만드는 힘을 가진 마녀는 루이스의 손에 숨이 끊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마녀의 힘을 사용해서 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사람의 형태를 변화시켜 침입했다쳐도, 세밀한 움직임을 하게 할 수 있었던 그 마녀의 힘에 비해 너무 정밀도가 떨어졌다.
시체는 투박하게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함이라면, 타당한 결과이기는 하다만….
마지막으로 라이브, 그 마녀는 다수의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에 세뇌된 사람들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자기 제어가 되질 않는다.
내가 세뇌에 걸린 후에 정신을 차린 이유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분명 타개법이 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그것은 둘째 치고, 메이드 아주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결정적인 상처를 입힌 원인은 아마도 그 마녀의 힘에 세뇌 당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뇌 되었다고 해서 맨손으로 사람의 몸을 찢을 수 있나?
…역시, 성급히 결론 짓는 것은 좋지 않다.
“괴물의 손톱과 닮은 도구를 발견했습니다. 상황을 유추해 보건데, 이 도구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
또 다른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하는 가능성을 버린다는 것인가?
나는 그들의 성급한 결론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진범을 숨기려… 하는 것인가…?’
나는 마녀들이 왕궁과 지금까지 한패라고 생각해 왔다.
과거 문헌에 의하면 마녀에 관한 기록은 어느 시점에서 더이상 적혀있지 않았다.
사실, ‘마녀’ 라는 것을 인식 시킬만한 그 어떤 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히로의 책방에서 책을 자주 읽었기에 망정이지, 영원히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평소의 라이브 씨는 페퍼 양이 괴물 토벌반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조이드가 페퍼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라이브 씨의 남편 분도 좋지않은 결과를 겪었고요….”
그는 고개를 떨구며 가슴아파 했다.
‘…’
“그래서… 딸 같았던 페퍼양을 위해서 극단적인 결심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조이드는 고개를 들고 슬픈 눈으로 페퍼를 바라보았다.
“이 사건을 통해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다음은 페스틴 군 이겠구나…. 라고요.”
“…!”
나는 갑자기 불린 나의 이름을 듣고 경직되었다.
살며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페퍼를 바라보았던 표정 그대로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나를 걱정하는 것인가?’
“그래서 저는 페스틴 군에게 테리스를 붙이는 것을 찬성합니다. 귀중한 인재를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부드럽게 웃는 그는 정말 사람이 아닌 것인지 의심이 되었다.
애초에 코어가 이렇게까지 만능인가?
“…그렇게 말하니 꺼려했던 제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잖습니까?”
테리스가 미간을 매만지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무튼, 왕궁 측에서는 내부에서의 혼란이었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테리스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나에게는 그녀의 말이 또 다른 존재를 감추려는 듯한 말로 들렸다.
‘그러고 보니 그 미친사람은 어떻게 되었지?’
분명, 기절하기 전까지 그 마녀와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뒤늦게 나를 도와주러 온 토니와 소피가 마무리를 지었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 점에 대해서는 회의가 끝나고 넌지시 물어보는게 좋아보였다.
“그래서, 견습들은 외출을 자제하도록 했으면 좋겠군.”
힐다가 지팡이의 끝을 매만지며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가지고 다녔던 그 지팡이는, 단순히 그녀가 거동이 불편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것치고는 그녀의 허리는 너무나도 곧았고,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여전히 굳건했기 때문이다.
“…아쉽군요.”
안토리오가 조용히 아쉽다는 말을 내뱉었다.
아쉽다라….
어느 부면에서 아쉽다고 느끼는 것 일까.
나는 오히려 안심된다.
행동의 제약이 생기면, 나를 습격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의 말에 한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브란도가 적막을 깨며 웬일로 나긋하게 말했다.
“…어느정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되겠지만, 이것은 외부로 부터의 보호라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하네.”
‘…의심이 지나쳤을까?’
지나치게 감성적인 그들이 배후의 적이라고 생각하니, 앞뒤가 맞지가 않았다.
그렇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마쳐져 갔고, 내 머릿속은 더욱더 뒤죽박죽 해졌다.
* * *
“아, 토니. 나 얼마나 기절해 있던거야?”
“이번건 생각보다 짧았어. 한시간.”
“오호….”
저번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자꾸만 기절하니, 체력좀 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쁘게 훈련을 하고, 근력을 키우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체력을 기른다고 해서 기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몸을 키워두면 좀 더 버티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행이 체온을 이용한 덕분에,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타개를 했다.
…다음 번에는 얼마나 까다로운 힘을 가진 마녀를 만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목숨을 끊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루이스처럼 살인을 서슴지 않게 되어 인간성이 사라지는 것은 싫다.
아주 예전에 상상을 했던 것처럼,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그것이 그저 꿈이며, 허황된 것이라고 인지 하고는 있다.
…그저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너는 참 사건에 잘 휘말리는 구만?”
토니의 곁에 있던 소피가 어이 없다는 듯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그렇네요.”
“그런데, 뭐에 기절한 거냐?”
“네?”
“…설마 바닥에 있던 손?”
“아…. 그것도 포함 되지요.”
소피는 작은 가죽가방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장난치는 것은 아니지?”
나는 그 가죽가방을 열었다.
그곳에는 미동하지 않는 손이 있을 뿐이다.
‘…냉각수를 맞지 않았던 손이다.’
그런데 아무런 미동도 하지않는 것을 보니, 자신의 분리된 몸을 조종하는 마녀는 근처에 없는 듯 했다.
전에 모습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마녀도 거리에 따라 조종하는 힘이 달라지기는 했다.
그것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 소피가 다시 내 손에 들려있던 가죽가방을 가로채 갔다.
“어쩜 이리 정교한 손이니? 실험 재료로 써도 되지?”
그녀는 실제 사람의 손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하… 얼정도로 차갑게 해두는 것을 잊지 마요.”
“응? 그래, 그러마.”
“그럼… 왜 기절한거야?”
토니가 궁금해 하자 나는 조금 대답하기 꺼려졌다.
소피 스스로가 둘러댈 만한 소스를 제공해 주었기도 했기 때문에, 기껏 회피할 만한 상황을 다시 원상태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아… 말하기 좀 창피한데….”
그래서 나는 비행장에서 있었던 일을 솔직히 말할까 하려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비행장을 산책하다 헛것을 봤어.”
“음… 그렇구나….”
토니의 머릿속에는 내가 겁쟁이로 인식 될 것이다.
아마….
* * *
“하하….”
나는 천장을 보며 실없이 웃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강의가 일찍 끝났고,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갈까?’
나는 내 가슴깨에 올려진 두 종이를 생각하며 고민했다.
하나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있는 쪽지였다.
다른 하나는 무언가 더 적혀진 꾸깃꾸깃해진 초대장이다.
이상한 책을 읽다가 흘러나온 그 쪽지는 밤에 차 한 잔을 하고 싶다는 초대의 내용만 있었다.
그런데 누가 언제 썼는지는 몰라도 무언가 더 적혀있었다.
[큰 일을 겪었군요. 곧 만나게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그 쪽지의 주인은 아까 전의 마녀가 아니었단 말인가?
‘집착’이라는 강한 느낌이 들었던 마녀와는 다른 어투에, 성급하게 결정지은 내가 어리석었다고 생각했다.
“흠….”
‘밤이라 함은 해가 지고 달이 떠있는 때를 말하는 거겠지?’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지 않아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곧 저녁 시간이 될 텐데, 나는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지금 타이밍에 나가자고 생각하니, 내가 왕궁을 나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버리기 때문에 선뜻 그러지도 못하겠다.
무엇보다 문 밖에서는 테리스가 지키고 서있을 것이기도 하다.
한참을 머리를 굴리다가 천장이 빛나기 시작했다.
“응?”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