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16 습격. (4) (76/128)



〈 76화 〉#16 습격. (4)

“뭐야?”

나는 뜬금없이 빛나는 천장에 있는 불빛을 보며 머릿속이 정지되고 말았다.

“뭐지?”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눈 앞에 보이는 빛나는 구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무료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참 좋은 건덕지라고 생각한다.

‘저건 뭘까?’

나는 머릿속으로 의문을 품으며, 방문 너머에 있을 테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테리스? 아직 있어요?”
“…네.”

‘아직까지 있었다니…. 실로 대단한 사람이다.’

자유시간이 주어진 시각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내 방문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끈기에 나는 박수를 친다.
설령 적일 수도 있어도 말이다.

“음… 일단 죄송합니다.”
“뭘요, 안전을 위해서 인데요.”
“다른게 아니고….”
“화장실이요?”

화장실은 복도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급한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방과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화장실로 서둘러 가야 했다.

“아뇨 아뇨, 그런게 아니라, 이제… 저는 잘 거라서요.”
“잔다고요?”
“네, 조금… 지쳤거든요. 더 휴식이 필요할  같아서 잠을 좀 자려고요.”
“그래서요?”
“음… 이제 다른 볼일 보셔도 괜찮다고 전해주고 싶어서요.”
“흠… 그렇군요.”

그녀의 말이 끝나고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확실한 대답을 듣지 않았던 것도 있기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쉽사리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떠나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럼 푹 쉬어요.”

부드럽게 말한 그녀는 차분하게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를 내며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됐나?”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자, 등을 돌려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저건 뭘까?”

잠시 동안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나는 흥미로운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신나고 만다.
그래서 무언가의 정체를 알기 전의 두근거림은 나에게 즐거움이 되어준다.
인간의 호기심이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결과들은 인간의 호기심에 의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누가 성벽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을까?
단순히 무언가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마저도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금증은 사람을 조금 더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발전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는 우선 책상에 굴러다니는 연필을 집어들어 빛을 향해 던졌다.
내가 던진 연필은 천천히 빛속으로 빨려들어가 더는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라?”

분명, 단순한 빛이라면 연필은 내 침대로 떨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바닥을 향해 떨어지지 않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저것은  이외의 무언가의 다른 작용이 있다는 말이다.
연필은 어디로 사라진 것 일까.
천장 너머로 빨아들여진 것을 보아, 위층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드가 말하기를, 계단이라는 것을 넘어선  다른 이동 수단을 만들기 위해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빛이 시험 작동을 하고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감이 오지 않았지만, 분명, 흥미롭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일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문을 나서서 윗층으로 올라가 볼까…?
아.
왕궁 내부에서의 시선이 의외로 곳곳에 있다는 것을 나는 인지했다.
그래서  계획은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최근들어 나의 존재감이 강해진 듯 하다.

‘그나저나 뭐 어쩌라고 저렇게  놓았대?’

무책임하게 저렇게 일을 떠벌려 놓은 누군가를 속으로 비난하며 계속 빛나는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보시오?”

그러다가 갑자기 빛 안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렀다.

“음?”
“거 누구 없는겐가!”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그 목소리는 다급해져 나를 재차 부르기 시작했다.

“…네?”
“오…! 살아 있었구만! 난 또 해코지를 당한  알았네.”

나름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에 그가 나를 해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음을 느꼈다.
빛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이가 지긋하고 연로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 누구시죠?”

경계를 풀어도 될 정도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듯한  사람에게, 일단은 신분을 알고 싶다는 표시를 했다.

“아, 으흠!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네를  파티에 지금 초대하고 싶어서 접근했다네.”
“…예?”
“그리고 내 이름은 비밀이라네. …나는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어디에서나 지켜보고 있다네.”
“…네?”

천장에서 들려오는 늙은이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헛소리는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일단, 무슨 빛이 보이나?”
“네… 뭐, 일단은요.”

내가 마지못해 대답하자,  목소리는 잔뜩 흥분하며 외쳤다.

“오…! 오오! 보인다니! 그렇다면 뛰어들게!”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나는 조금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서! 어서 뛰게! 내 목소리가 새어나갈 수 있으니, 자네를 감시하는  사람이 오기 전에 빨리 들어오는 것이 좋을것이네.”
“…제가 당신을 신뢰할 수 있나요?”

나의 망설이는 듯한 물음에 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자네는 주변의 수상함을 느꼈네! 게다가 빛을 볼 수 있다니!”

그는 환희에 가득차 목소리가 떨리며, 자신이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여기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속는셈 치고? 그렇기엔 너무 미지수인데?’

브란도가 수업 중에 그런 말을 했었다.

“남자라면 화끈하게!” 라고.

남자?
남녀 구별없이 열정이 넘치고 화끈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아닌가?

‘그냥 들어가서 큰 일을 겪어보자.’

웬일로 나는 주저함 없이 그대로 책상 위로 올라갔다.

“지금 갑니다…!”

그 빛에 나의 머리가 닿았을 때 내 몸은 공중에 붕 떠서 그 빛속으로 천천히 빨려들어 갔다.

“오…? 오오…!”

덤으로 흥분에 가득찬 노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 * *

“…어떻게  겁니까?”
“하핫! 그건 일급 비밀이네.”

감탄이 섞인 나의 물음에 그는 크게 웃고는 한쪽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따라 들어온 곳은 어두컴컴하고 벽이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
처음에 눈에 들어온 것이 그다지 좋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방이라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졌지만, 인간미가 넘쳐보이는  남성을 보고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그는 매력이 넘쳤다.
처음 보는 얼굴이어도, 그는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상을 하고 있었다.

‘천상 착한 사람은 이런 느낌이려나?’

착한 사람이 되고픈 나쁜 사람인 나로서는 그저 대단한 사람 처럼 보일 뿐이었다.
가짜는 진짜를 흉내낼 수 있지만, 진짜가 될 수 없다는 것처럼….
눈 앞에 보이는 높은 현실적인 벽에 나는 잠시 아득해졌다.

“그나저나… 이런 세계에 유별난 녀석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네.”
“세계요…?”
“…자네에게는 아직 이른 말이네.”

그는 조용하지만 따끔한 눈초리로 나를 혼냈다.

“아하…. 그렇군요.”
“이해가 빨라서 내가 기분이 좋다네. 역시 젊음이 최고 아닌가? 하하핫!”

그 사람은 신나게 웃고는 하얗게 새어버린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언뜻 보기에 그 사람은 경험이 많아보였다.

“그보다 여기는 어딘가요?”
“여기 말인가? 여기는 내 왕국이라네.”
“왕국이요?”
“그렇다네.”

나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던 그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조금 당황스러울 걸세. 자네에게는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 일테지.”

그는 허름해 보이지만, 단정하게 입었다.
어딘가 싼티가 났지만, 그만한 분위기에 맞게 잘 차려입었다.
결코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신기하게도 모든게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적절한 스타일로 자신을 꾸민 모습이었다.

“여기는 다른 나라인가요?”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 었다네, 여긴  세상이네.”
“세상….”

나만의 세상이라니 정말 울림이 좋은 말인 것 같았다.

“자네도 자네만의 세상을 가지고 싶은 겐가?”
“음… 아니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 이겠죠?”
“아하하핫! 그렇다네! 누구나 로망은 가지고 있다네.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지.”
“아하하핫….”

나도 그를 따라 웃으며 어색함을 드러냈다.

“다만, 그것이 남에게 피해가 되어버린다면, 나는 자네의 로망에 동조할 수는 없을테지.”
“네?”

씁쓸하게 말하는 그는 마치 자신이 지금 겪고있는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핫…  늙은이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말이야. 갑작스럽지만, 내가 옛날 이야기 하나를 해볼까?”
“그, 그렇죠….”
“그 전에 차   마시게.”

그는 허공에서 찻주전자와 찻잔을 꺼내 따르기 시작했다.

‘으응…?’

나는 내 눈을 비비며 내가 본 것이 현실인지 재차 확인했다.
공중에서 손도 대지 않았는데 찻주전자가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이 신비로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 것인가?

“크흠… 이건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인데….”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러했다.

* * *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 나쁜 마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왕은 매우 탐욕적이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마왕은 아주아주 달콤한 말들로 사람들을 홀려 자신의 말에 따르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자, 그 마왕은 신이 났습니다. 더 많은 욕심을 가지고 주위로 눈을 돌리려는 찰나, 마왕을 저지하려고 온  남자와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마왕의 흔적을 따라 마왕이 살고 있는 성으로 점점 다가갔습니다. 끝끝내 그들이 마왕 앞에 도착하자, 마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의 힘은 아주 잘 알겠어. 내가 너희를 거두어 줄테니, 함께 새로운 세계의 지도자가 되지 않을래?" 하지만 두 사람은 마왕의 달콤한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대로 마왕을 무찔렀습니다. 그렇게 사악한 마왕을 무찌른 그들은 평화로워진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네?”

 사람이 말해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단순한 용사의 이야기인가 했었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호했다.

“그래서  마왕은 어떻게 되나요?”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살며시 웃는 그는, 텅 비어있는 나의 잔에 차를 따르고는 말했다.

“…어린아이야, 밤은  단다.”

왕에 비할데 없이,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따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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