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19 짐승은 곧 숨통을 조여댄다. (5) (92/128)



〈 92화 〉#19 짐승은 곧 숨통을 조여댄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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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소리가 가득한 복도에는 사람 수가 적었음에도 소란스러움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나 소란스러웠나…?’

늘 같은 매일이 반복 되어가고 있는 사이에,  항상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
나는 이런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도 변함없는 움직임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 부자연스러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나의 방문에 달려있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그들은 과연 방에서 무슨 일을 할까?
그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그들은…? 뭔가… 기계적이라고 해야 하나….
늘상 일정한 행동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터무니 없는 심증.
나는 그것을 가볍게 여기며 문을 마저 열었다.

‘그야… 자기 개발을 하고 있겠지….’

요즘 들어 조용해졌지만, 우리는 이제 벽 밖의 괴물들을 제거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왜 이리 진전이 없는 거지….’

생각해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 왕궁의 태도가 느껴졌다.
나는 그런 나태가 나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갑자기 마음속에 가득해진 불편함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당장,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먼저 괴물들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괴물은 그렇다 쳐도, 시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진정시킨다는 거냐….’

그렇다.
현재의 국가의 상황은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 나가면서 빌에게 물어볼 사항이다.
그리고 내가 하루 빨리 바꾸고 싶은 것은 인식의 차이이다.
물론, 가난과 파괴적인 성향이 가득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고, 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한 첫 단추라는 것이 바로 인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것은 잭과 비슷한 생각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워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을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이 성공을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가 뜬금없이 말한 이야기가 그것에 해당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연성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억지로 끼워맞춘 꼴이긴 하다.
잭의 생각에 반해 내가 가진 계획은 세상을 바꿀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옳다.’ 혹은 ‘그렇지 않다.’ 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쉽게 해할 수 있는가?
자신의 당장의 끼니와 같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본능만이 남을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것인가?
나라면 방법을 개척할 것이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볼 때, 나는 그곳의 다른 부면을 보기 위해 몸을 틀고 고개를 내뺄 것이다.
나와 동일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그것이 내가 가진 주된 목적이다.

확실히 말해, 나는 평범한 생각을 해서 평범한 결과를 원한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다 보니, 나는 집단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속해 있다.' 라고 할  있겠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집단에 속해 있지 않다고 해서 그들과 대적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모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오해가 없으려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 줄리가 말한 것처럼 ‘양보’라는 것을 할  있게 한다는 말이다.
나는  흐르듯이 흐르는 나의 생각을 잠시 멈추고 문을 마저 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체감상으로는 몇분이 흐른 것 같았다.
나는 최근에 만들어  소형 시계를 내려다 보았다.

‘제 4시 30… 아, 34분.’

대충 만들어  것이라 정확한 시간을 알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휴대성이 좋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는 너무 컸고, 시간을 보기 위해서는 특정 장소로 가야만 했다.
나는 사소한 것도 귀찮아 하는 성격이라서, 이렇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을 쓴 것이다.

‘개량을  해야 겠다….’

생각보다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다.
끽해 보았자 1분이었다.
강의실에서 여기까지 온 거리를 제외하면, 그 정도 시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음… 상당히 멍때리고 있었네….’

나는 조금 서두르며 돈이 들은 주먹만 한 자루를 집어 들고는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도둑질.
불현듯 떠올렸다.
나는 언제나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지만, 과거의 내가 결코 사라질리가 없었다.
과거의 나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서슴지 않았었다.
아까 내가 떠올렸던 모든 생각들에 반대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것참… 갑자기 떠오르네.’

역시, 사람의 감정이란 걷잡을 수가 없다.
이성은 감정에게 너무나도 나약하다.
감정이 색을 바꾸면, 그것에 따라 생각도 바뀐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감정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생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성격이 다 다르며, 그러기 때문에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떠올렸다.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봐야겠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저 정신이 덜 성숙해서 저지른 잘못들은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
생존에 필요한 본능이었기 때문에 용인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하는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어쩌면 그 피해로 인해서 인생이 역전 되어버릴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금의 내가 아니면, 미래의 내가 무언가를 해서 속죄라는 것을 할  있지 않을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딛고 일어서서 달려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나는 이기적이다.

“하아….”

나의 깊은 한숨은 방안에 울려퍼졌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내  귀에 꽂혔다.
나는 밖으로 나가 방문을 다시 닫았다.
천천히 닫혀지는 방문 틈 사이로, 나의 흔적이 남아있는 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곳은 나의 잔재라도 남아있듯, 고요하게 진동했다.

* * *

‘아, 없네.’

내가 늦은 줄로만 알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나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저 안토리오가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있을 뿐이었다.
단순히 눈만 감고 있는 것이 아닌것이 아니라, 완전히 잠에 빠져든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녀석이 코를 골지 않고 있겠지.
나는 평소대로 조용히 걸어가, 어느 밴치에 앉았다.
페퍼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멍하니 있었다.
가끔은 생각을 멈추어 쉬어주는 것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었어도, 눈으로, 귀로, 피부로, 코로 들어오는 정보들은 나의 정신을 갉아 먹기만 하고 있었다.
멈출  없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반응하는 연쇄적인 생각들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중, 멀리서 부터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렀다.

탁- 탁- 탁- 탁-

짧은 간격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렀다.
마치, 그 사람의 다급함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던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나는 그냥 고개를 숙인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마녀가 나를 저지하기 위한 기습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들은 내가 홀로 있을 때만 노려 나에게 위해를 가했다.
나는 시야에 들어오는 널부러진 안토리오를 흘깃 보고는 나의 생각을 굳혔다.

“헉, 헉, 헉—.”

멀리서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는 어느새  가까이에 와서 멈추어 섰다.
시퍼렇게 날이 선 말 대신 지친듯한 가쁜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헉— 헉— 기다렸지?”

나는 고개를 들어 숨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페퍼가 자신의 무릎에 손을 짚은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것보다 꽤나 신경을 썼는지, 옷차림이 상당히 어울렸다.
나풀나풀 하면서도 프릴로 장식된 탓에, 여성의 성숙함이 느껴진다.
페퍼는 뛰어온 탓에 상기된 얼굴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본다.

‘…’

갑자기 심장이 조여왔다.

‘그건 그렇고, 천천히 와도 괜찮은데….’

힘들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괜스레 내가 미안해 졌다.

“천천히 와도 되는데… 괜찮아…?”
“어… 어? 어 괜찮 허억… 괜찮아….”

‘전혀 안괜찮아 보이는데….’

그렇게 말한 페퍼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다시 내뱉기를 반복했다.
나는 페퍼가 진정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됐어?”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자, 나는 페퍼에게 물었다.

“응! 됐어!”

‘참 회복이 빠르시네.’

“그러면… 느긋하게 가보자고.”

페퍼를 마주하며 느끼게 된 알 수 없는 경직됨.
그것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남아 있다는게 신경쓰였다.
…그렇게 나와 그녀는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왜 그리 급하게 온거야?”

나는 딱히 다그치거나, 캐물으려는 의도는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 응, 창문 밖을 보니까 네가 나와있어서 왠지 모르게 다급해지는 바람에….”
“…그렇구나.”

‘나는 기다려 준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하며, 페퍼의 복장을  아래로 훑었다.
단순히 내가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평소의 페퍼가 입던 옷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로 샀어? 잘 어울리네.”

나는 솔직히 말해 잘 어울려 보였고, 보기 좋았기에 그렇게 말했다.

“어? 어, 어… 고고고고마워.”

‘단순한 칭찬인데 보통 이렇게 동요를 하나?’

나는 그녀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내가 말이 없는 것이 신경이 쓰였는지,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 이 옷 멋지지? 세티랑 산건데~ 내가 산 곳에서 너도 한 벌 샀으면 좋겠다~”

나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거리에는 아직 땅 깊숙이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그들에게 동정심이라는 것이 있거나 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듯이 겉만 번지르르 하게 꾸미려는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완성은 겉이 아니라 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건강은 먹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모처럼의 호의에 그런 매정한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나도 외출용으로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그래? 그럼  됐네.”

그녀는 밝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성문 밖으로 향했다.
나는  뒤를 흘깃 보며, 안토리오가 사실은 잠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가, 나른한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 *

“와~! 저거 너한테 어울리겠다!”

페퍼는 요상한 장식이 달려있는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것참, 나를 놀리는 건가?’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페퍼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등 뒤에서 우리를 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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