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19 짐승은 곧 숨통을 조여댄다. (7) (94/128)



〈 94화 〉#19 짐승은 곧 숨통을 조여댄다. (7)

“이쪽입니다!”

빌은 나에게 크게 외쳤다.
나는 골목길 사이사이를 두리번 거리는 것을 그만두고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빌의 뒤를 뒤쫓아 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다시 했다.
그 이유는 길을 외우는 것도 포함이 되었지만, 우리가 달리고 있는 곳은 바로, 빈민가이다.
얼마전 발을 들여보았지만, 그것은 입구 근처에만 서성거렸을 뿐인 것이라 ‘들어갔다.’ 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킁킁….’

어쩜 이리도 악취가 난단말인가.
평균적인 도시의 거리에서 나는 냄새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독했다.
이곳은 기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땅을 가득 적시고 있었다.
미세하게 알코올 향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헝겊더미를 뒤집어 쓴채로 자신들의 피폐해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늘 사이로 보이는 그들의 얼굴은 검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초점이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대충 훑어본 것이지만, 눈에 띄는 그들의 행색에 나는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음…?’

사실, 조금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세하게 파악해버린 내 자신의 시각에 갑작스러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뭐지….’

갑자기 쌔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의 망을 걷었다.
앞서가는 빌이 이리저리 골목길을 뛰어가자, 나는 이래서는 늦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저함없이 무너져가려는 건물들 위로 올라갔다.

텁—

요즘 꽤 열심히 단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정도는 가뿐히 올라갈 정도로  힘이 넘처 흘렀다.
사실은, 이런 특별한 상황을 위해서 힘을 비축해 두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쭉쭉 올라가서 고개를 들어보니, 눈 앞에 펼쳐진 빈민가의 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기는… 무슨 구역이야…?’

생각해보니 제 5구역 치고는 컸다.
일단, 그것도 뒤로 넘겼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타이르고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방향을 향해 지붕 위를 건너고 건넜다.

‘꽤나 복잡 하구만…?’

누군가로부터 도주하기 위해서는 정말 좋은 루트라고 생각할 정도로 복잡했다.

‘미로…?’

과거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미로’ 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했다.
미로는 벽을 넘어서 안되며, 꼭 길을 따라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귀찮은 놀잇감을 왜 만들었는지 나는 이해할  없지만, 그런식으로 출구를 찾기 위해서 좁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분명 무언가로의 방법으로 자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
연기에 다다렀을 때 즈음에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꽤나  소음, 그리고 눈에 띄는 자욱한 연기.’

내가 그런 상황을 일으켰던 범인이라면, 분명 도주했을 것이다.
나는 눈에 띄는 것을 주저한다.
나의 적이 되는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게 되버린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 상황을 벌인  사람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 저런  소란을 피울  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자신의 역량 이상의 무언가라던지, 아니면 자신의 방식이 저런 것 밖에 없다던지 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것이 틀렸다면, 그 사람이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상대하는 무언가가 경비대나 다른 사람들로 부터의 시선을 신경쓰는 것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면 시선이 집중되어 그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까 본  사람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유인.
그렇다, 그 후드를 썼던 사람은 명백하게 유인하는 것 같았다.

‘누구를? 누구로 부터?’

사실 현재로써는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매우 안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도주 경로라고 생각 되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누군가를 뒤쫓는 나를,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며 쫓아 오지는 않을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그것은 나에게도 있으며, 나의 적들에게도 있는 아주 효과적인 무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계획을 세우며 모두가 가능성을 따지며 앞날을 내다 보려고 한다.
나혼자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과신이며, 오만이다.
오만은 판단을 흐리게 하며, 최대의 결과를 얻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 도주하는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확실히 따돌렸다고 생각하고 본거지로 돌아갈까?
아니면 신중한 성격 때문에 좀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 어디 숨을 만한 곳에 자신의 몸을 감추었을까?
그것은 그 사람 본인만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 이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 것을 말이다.

‘잠깐만….’

그는  또는 빌을 꾀내어 하려거나, 아니면 경비대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
경비대들은 평소에 이런저런 범죄로 바삐 움직이지만, 그들의 공권력이 얼마나 강한지  드러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자면, 왕궁 다음으로 말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경비대를 욕하는 사람은 없다.
왕궁에게 불만을 표하거나, 불안함을 드러내고는 하지만, 그 누구도 경비대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경비대를 유인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담한 성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단순한 사람의 이목을 끄는 멍청이일 뿐이겠다.
그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뒤, 시야에 경비대가 들어왔고, 자신을 쫓아오는 듯하니 그대로 도망가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다.

‘하아… 쉽지 않구만….’

이래서 내가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가능성이라는 것은 나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지만, 정보가 턱없이 적을 때,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아져 갈피를 못잡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것참….’

일단 우리를 유인하는 대범한 인물로 각을 잡고 그의 생각을 뒤쫓아야 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렇게 계속 고민만 하고 있으면, 절대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리가 없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발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그저 불확실한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아… 이래선 안되는데….’

전에도 느낀 것처럼, 안일한 생각은 어느새  주위를 멤돌고 있는 것이었다.

* * *


실패다.
 어디에도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과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라, 수가 적었음에도 사람들이 하나같이 헝겊을 뒤집어 쓰고 있으니 알 턱이있나?
실책이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경고를 했음에도 나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린 것이다.

‘대체… 정답은 뭐냐….’

나는 실패를 했다고 해서, 주저앉지 않았다.
포기해버리면 무언가를 얻지 못한다는 것즈음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삶의 방식을 나는 스스로 터득해온 것이다.

“…어디지.”

나는 옷깃을 치켜 세우고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살폈다.
나와 그들은 확연하게도 복장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의 시선에서 내가 상당히 눈에 띄는 존재일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것을 원한다.
분명,  사람은 도망치면서 나와 빌을 보았을 것이다.
평범한 경비대원들 보다,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 두 사람은 쉽게 눈에 띄었을 것이다.
과민반응.
그것은 사람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는 상태라면, 그것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긴장이라는 것을 하고, 경계라는 것을 하다보면 자신이 주의를 하고 있는 특정 대상이 나타나면 자기도 모르게 반응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고 해도, 눈썹이 올라가거나, 다리를 떤 다거나, 동공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침착한 사람이라 해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평정심을 되찾기까지 아주 소량의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점을 이해하고 나는 내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이리저리 눈을 옮기고 옮겼다.
노을이 지는 햇빛이 눈부셨기도 해서 실눈을 뜨고 다녔다.
아무리 시력이 좋아도, 바삐 움직이는 눈동자를 알아채지는 못할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헝겊에 덮여진 그들의 얼굴을 살피려고 유심히 들여다 보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아까와 같은 거리임에도 나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아까와 다른 나의 시력 상태에 나는 더욱더 의문을 가지게 될 뿐이었다.

스륵-

한참을 찾아다닌 결과 무언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를 본 사람들은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거두지만, 저것처럼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을 보아 정답인 것 같았다.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이 빈민가의 지리에 익숙해 져버렸다.
고로, 나는 그를 앞지르기로 결정했다.
좁은 틈을 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의 등장에 헝겊을 뒤집어쓴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사람은 생각보다 몸집이 작았다.

“…”

굉장히 동요할 만한 상황임에도,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죄송하지만,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존중심 있는 말투였지만,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나의 질문에 그는 다물고만 있었던 입을 열었다.

“…거절합니다.”

짧게 말한 그는 등을 돌려 좁은 골목길로 달려갔다.

“앗….”

빈민가는 생각하는 방식이 전혀 다름을 뼈저리게 느껴버렸다.
나는 뒤늦게 따라가며, 그의 뒤를 밟아보았지만, 그가 들어간 골목길은 막혀있었다.
그리고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 아래로 아주 작은 구멍이 보였다.
내가 그 구멍으로 따라 들어갈 것을 잠시 주저하자, 건너편에서 아까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무르군요.”

그의 짧은 한마디는, 몇번 돌아다녔다고 이곳의 지리를 다 알았다고 생각한 나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말이었다.

“…아쉽군요.”

여러의미로 아쉬운 순간이었다.
나는 행여나 그 사람이 아직 가지 않고 앞에 서있기를 바라며 말했다.

“저는 딱히 당신을 잡으려고 온것도 아닙니다. 단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죠.”

역시나 아무도 없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도 들려오지 않았다.

“…당신이 들고 있던 그것… 자세히 알고 싶었건만….”

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부족함에 한탄하며 포기하려 할  즈음, 건너편에서 조용히 말했다.

“…아직입니다.”

‘…아직?’

그러면 언젠가는 알려주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럼.”

또 기회가 있다면 다음으로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는 등을 돌려서 빈민가의 입구로 향하며 생각했다.

‘… 역시 토니다.’

괜히 내가 친해지려고 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를 했어도, 그 사람만의 말투와 톤이 있다.
나는 그의 습관을 알고 있었고, 그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은 무언가 다름을 나는 진작에 눈치챘다.
마녀를 마주했을 때, 그는  갑자기 나에게 집요하게 질문 했을까?
그때의 그는 평소와 달랐다.
그때는 내가  자신을 너무나 많이 드러내던 시기라서, 주위의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제 알아내야  것은 그가 어느 편에 서 있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입구를 빠져나갈 때 즈음, 누군가 등 뒤에서 달려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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