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23 괴물 사냥 (3)
“이봐, 페스틴. 다 완성 되었나?”
포드….
그의 질문에 나는 답하지 않은채, 토니에게 말했다.
“…그래서, 코어를 넣을 곳은 찾았어?”
“넣을 곳 이라니?”
“여기.”
“…이봐.”
“아하….”
내가 손가락으로 기계의 어떤 부분을 가리키자, 토니는 이제서 찾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계를 그가 다 했기 때문에 위치도 다 알고 있을 줄로만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떻게 여는거야?”
“음… 간단해, 여기 안전장치를 풀고, 이걸 누르면….”
딸깍-
“…간단하네.”
“어이.”
우리의 대화 사이로 간간히 포드가 끼어들었지만, 나는 아주 가볍게 그를 무시했다.
그가 나에게 다가와 옆에 서면서 경고했다.
“이봐 페스틴, 자꾸 그런식으로 하면 나도 얌전히 안 있을 거다.”
“…네가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스스로가 불청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나 몰라.”
“뭐…?”
“보시다시피 선객이 먼저 와있어서 말이야. 순서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도록 하지, 실례했다.”
그렇게 정중히 사과한 그는 밖으로 나갔다.
옳고 그름에 대한 그의 기준을 이해한 나는,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그를 내쫓았다.
심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와 친밀해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가 어떤 곳에 속해있어서 나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아니꼽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저렇게 보내도 돼?”
“응, 괜찮아.”
토니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나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저 녀석의 이익은 이익대로 챙겨주고 있어, 깊게 관여하지 않을 뿐이지, 우호적인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고?”
“…그래, 네 마음대로 해.”
그가 나를 존중하는 것인지, 나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고마워, 걱정해줘서.”
나는 그렇게 감사를 표하고는 코어가 삽입된 방패처럼 생긴 기계를 들었다.
‘흐음… 다른 재료가 나았으려나….’
은근히 무게가 있었다.
이것은 지극히 평범한 성인 남성의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거리가 되는 것으로, 방패라고 하기에는 부적합할지도 모른다.
방패의 역할은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그의 설계대로 만든 것은 몸을 막기는 커녕, 자신의 머리만 막을 정도의 크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그런 것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져서, 내가 이것저것 넣어보았다.
토니는 내가 손대는 것을 이미 알아챈 것인지, 그가 가져온 코어는 여러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능 중에는 소량의 에너지를 충전해 두었다가, 방출시키는 기능이 있었다.
그리고 자력과 비슷한 성질을 띄게 만들어 고정시키는 기능도 들어있었다.
…정말 토니는 대단하다.
그는 잠깐 보고, 기계의 구조에 대해 이해한 것이다.
“음… 여기서 최종 점검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네.”
“…그래?”
“응, 좁잖아.”
“흐음… 보기에는 작아보이는데?”
“아, 내가 잘못 말했네, 여기는 부서질 만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혹시라도 연결된 부분이 못 버티면 큰일 날 수 있잖아? 그러니까 비행장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알겠어, 만든사람 말을 따라야지.”
“만든 건 너다. 난 조립을 했을 뿐이고.”
나는 내가 들고 있던 기계를 토니에게 넘겼다.
“음… 살짝 무게감이 있는데?”
“휘두르는 용도가 아니야, 막고 적을 밀어서 거리를 벌리는 용이니, 조금 무게가 있을 수 밖에.”
“흠… 그렇구나….”
“그럼.”
나는 포드가 주문한 것도 챙겼다.
“응? 그건 또 언제 만든거야?”
“거듭 말하지만… 설계도가 다 있으니 만드는 건 쉽지.”
“대단하네.”
“뭐, 뭘….”
갑작스러운 칭찬은 다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비행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 앞에 서있던 포드를 데리고 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 * *
“그럼, 네것 먼저 보여줘도 상관 없지?”
나는 포드가 토니의 무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의 것을 먼저 살필 것을 권했다.
“그러지 뭐… 돌아가서 해야할 일도 있으니 말이야.”
“좋아, 자.”
나는 벨트 형 기계와 기계에 들어갈 부품을 건넸다.
“이게… 다 뭐냐.”
“뭐긴… 발로 그린 너의 설계도 대로 만든 거다.”
“바, 발로…?”
포드가 인상을 구긴다.
그는 정말 만능인이었다.
다만, 그림을 더럽게 못그린다는게 그의 약점이었다.
그가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자,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아무튼, 기계를 들어봐, 나머지는 내려놓고.”
“…알겠다.”
포드는 참았다.
그래서 나는 한번 더 찔렀다.
“그러는 김에 불필요한 자존심도 내려놓고.”
“뭐? 뭐라고 했나?”
“자~ 손잡이 부분에 걸쇠가 있죠?”
“…하아, 그런데?”
“그걸 풀어보세요.”
“이렇게… 인가?”
“잘했어요~”
“…그 말투 그만두면 안되나?”
“왜,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뭔가…. 나를 얕잡아 대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응, 기분 탓이야.”
그에게 정공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변화구를 섞어서 그를 놀렸다.
이게 다― 엘리스 덕이다.
“이제 어떻게 하나?”
“바닥에 놓여져 있는 것은 뭐처럼 보여?”
“손잡이가 없는 칼날 같이 보인다만….”
“정답, 칼날이 부러지는 걸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어서.”
“…무섭다니, 누굴 겁쟁이로 아나?”
“됐고, 이쪽 방향이 홀더쪽을 바라보게 끼운다음에, 다시 걸쇠를 잠궈.”
“번거롭네.”
“이건 수동으로 칼날을 갈아 끼우는 방법 이니까.”
“…보자 보자 하니까, 나를 놀리려는 생각이 가득한거 아닌가?”
“무슨 소리야, 갑자기 기계가 작동이 멈추면, 어떻게 할 건데?”
그는 흥분을 한 참이라 머리가 잘 안돌아 가는 듯 했다.
애써 침착해 하고 있지만, 그가 짜증이 났음을 나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자동으로 하는 방법은 뭐냐.”
“간단해, 걸쇠 위에 뭐가 보여?”
“버튼이 두개가 보이네.”
“검은색 칠이 되어진게, 칼날 배출, 하얀색이, 칼날 고정.”
“밤에는 어떻게 보나.”
“자그마한 전구가 달려있어.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거야. 자, 그럼 해봐.”
“…알겠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검정색 버튼을 눌렀다.
피슉-
칼날은 포드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약 1미터 정도 날아갔다.
챙그랑—!
“이거… 위험한거 아닌가?”
“여차하면 공격에 이용할 수 있지 않겠어?”
“듣고 보니 그렇군….”
그는 지식은 많지만 그것을 응용한 지혜는 부족한 듯 했다.
“자, 끼워봐.”
그는 칼날 하나를 집어들어 끼우고 버튼을 눌렀다.
철컥-
“…소리가 기분 좋은걸.”
누가 엔지니어 아니랄까봐, 토니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물론, 나도 엔지니어다.
…그렇다.
우리는 기계에 환장하는 사람들이다.
“휘둘러봐.”
나의 말에 포드는 자신의 손에 붙들려있는 기계를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어때?”
“흠… 괜찮군…. 진검보다 살짝 무게가 더 있긴 하지만… 뭐, 무게가 있는 편이 오히려 더 잘 베어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만족한다는 거야?”
나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덕분에 쓰레기들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군.”
“뭘, 서로 돕고 사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나는 가끔 그에게 의학에 대해 질문 했던적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군. 그럼, 수고해라.”
그는 나를 잠시동안 응시하고는 제 갈길을 떠났다.
“아, 그건 허리춤에 차는거야.”
“알겠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주머니 달린 벨트를 흔들었다.
“자, 그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기계…!”
나는 싱긋 웃으며 토니를 바라보았다.
“태도가 완전히 다른걸?”
“사람이 완전히 다르니까.”
“…그래, 그래서 내꺼는 어떻게 쓰는거야?”
“잠깐 줘볼래?”
나는 토니에게서 기계를 받아들고는 안쪽에 있는 안전장치를 풀고 버튼을 누르면서 외쳤다.
“물러서.”
나의 말에 그는 두어발자국을 뒤로 물러났고, 기계는 펼쳐졌다.
촤르륵- 철컥!
“…뭐, 뭐야…!”
그는 흥분에 차서, 상당히 보기 드문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다, 다시 보여줘 봐.”
“그래.”
나는 안쪽에 있는 고리를 당겨서 다시 방패를 수축시켰다.
“…와… 나는 이렇게 까지 만들어질 줄은 몰랐어.”
“하하하, 그래?”
나는 만족스럽다는 그의 표정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그럼, 다시!”
촤르륵- 철컥!
“오… 오오!”
토니는 박수를 치며 눈을 반짝였다.
기계가 작동되는 소음은 그의 마음을 더욱 흔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리고 숨겨진 또 다른 기능.”
“응?”
“숨겨졌다라고 하기에는… 그냥 네가 생각한 장치이기도 한데….”
나는 방패가 펴진 상태에서 품에 있던 작은 망치를 가지고, 있는 힘껏 내려쳤다.
땅—!
“충격을 흡수하고.”
나는 바닥에 방패를 내려쳤다.
쾅!
“배로 돌려주고.”
방패를 내쳐친 곳의 바닥은 산산히 부서져 먼지가 일었다.
짝- 짝- 짝- 짝-
토니의 만족스러운 박수 소리가 들려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주문한것 이상의 작품이야.”
“별말씀을~”
토니는 보기 드문 해맑은 미소로 나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방패를 받아들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후우… 이제야 시간이 나는구만….”
나는 토니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 한 후, 비행장 구석에 있는 창고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여기 어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저번에 창고에서 괜히 건드렸다가 폭발해 버린 그 기계의 잔해를, 나는 찾고 있었던 것이다.
툭-
“엇.”
그 기계의 표면처럼 보이는 것이 발에 채였다.
‘그럼…. 이 부근 근처에 널려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아….”
정리가 하나도 안되어 있으며, 먼지가 소복이 쌓인 것들이 이리저리 성벽을 세우고 있었다.
‘이래서야…. 찾을 수 있겠나….’
여기서 그것을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토니에게 부탁을 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그 기계에서 나온 뿌연 연기와도 같은 또 다른 도구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도주, 시야 방해, 은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될 연막기계는 될 수 있으면 자동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저번의 그 기계의 회로를 본다면 내가 따라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생각해 보니, 코어는 양이 매우 적었다.
유한한 코어를 가지고 얼마나 소비될지 모르는 도구를 만들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흠… 어쩔 수 없으려나….”
나는 그렇게 별다른 성과를 가지지 못한채로 포기할 수밖에 없을것만 같았다.
‘아니, 잠깐만….’
나는 어둠속에서 깜박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 뭐야…?”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며, 물건들을 마구 헤짚었다.
“콜록! 콜록!”
나는 뿌옇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들이마셔버리는 바람에 목이 텁텁해졌다.
먼지가 잔뜩 낀 매우 섬찟한 물건이 보였다.
먼지를 털어내고 그 기계를 들어보았다.
“이건… 인형의 머리 아니야?”
이제는 꼴도 보기 싫은 베피의 인형이다.
그 인형의 머리를 뒤집어 보니, 텅 비어있고, 자그마한 코어 하나만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투둑- 툭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빼내었고, 반짝거리는 코어의 틈 사이로 회로들이 복잡하게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굉장한 발견 아니야?”
인형을 제거하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그것을 이용해 볼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인형을 조우하게 된다면, 최대한 코어가 손상되지 않도록 제거해야 겠다.
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찰나, 문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무언가의 날갯짓 소리와 육중한 몸을 이끄는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밤이 아니다.
해가 떨어지려면 두어시간은 남았는데….
“…혼자가 되는 걸 노린건가.”
마른 침을 삼키며, 코어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