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23 괴물 사냥 (7)
나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일정거리 내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나를 포함한 선생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은 나보다 한발자국 더 앞으로 서며, 나의 좌우로 늘어섰다.
그들의 옆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건, 그들의 굳건한 마음과 고요하게 울려퍼지는 그들의 감정이 느껴졌다.
개인에 따라 위기의 상황에 놓여졌을 때의 반응과 감정이 제각기 다른 법이다.
어떤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어떤 사람은 당황하기도 한다.
침착하게 대응책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며,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오히려 더욱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처럼 여기에 서있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결심을 내렸을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토씨도 달지 않으며, 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갑작스런 왕궁의 결정에 우리는 말없이 그대로 따른 것이다.
나도 그들의 흐름을 타고 같이 동행해 왔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나만 눈에 띌 수는 없다.
불필요한 노출은 나를 옭아맬 뿐이다.
그래서 그대로 순응하며 따라온 결과, 이게 무슨 상황인가?
마치, 오늘이 결전이라는 듯이, 괴물들은 한순간에 몰려왔다.
최대 전력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녕, 이게 다인가?
그것들은 많은 먼지를 일으키며,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나의 눈에는 그저 벽으로 돌진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였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인간의 머리보다 돌로 된 벽이 더 단단할 것이다.
그런 불보듯 뻔한 전개가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에 나는 태연하게 서있는 것이다.
“페퍼.”
나는 옆에서 잔뜩 긴장하며 서있는 페퍼를 불렀다.
“어, 어?”
갑작스럽게 불리는 자신의 이름에 페퍼는 당황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위험하면 나를 불러, 바로 달려갈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것이었다.
“응…! 고마워, 너도 꼭 그러기다?”
“…그래. 아,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내가 준 비상용…. 그거 있지?”
“이거?”
그녀는 ‘빵야.’를 들고는 방긋 웃었다.
“아니, 그거 말고.”
“아~ 이거?”
나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이자, 페퍼는 자신의 품속에서 내가 주었던 자그마한 기계를 살짝 꺼내 보였다.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페퍼의 동의 하에 다시 손을 봐주었다.
횟수는 총 3회.
이전보다 힘도 세지고, 축적되는 힘을 증가시켰다.
무엇을 숨기랴, 초소형 코어는 계속해서 주위의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그리고 버튼 하나로 그 에너지를 전방으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응, 맞아.”
“그래, 알겠어. 그런데 너, 너무 걱정하는거 아니야? 너도 조심하라고~”
“아, 음… 그래야 겠네.”
나는 그 말을 끝마치고는,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층 더 가까워진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차분히 걸어가던 나의 발자국 소리에, 선생들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냐, 페스틴. 얌전히 있어라.”
보다못한 히터가 한 소리를 했지만, 나는 그의 경고에 개의치 않다는 듯이 계속해서 걸어갔다.
분명, 방금 전에 눈에 띄기 꺼려진다는 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건 머리가 아니라 몸이 시키는 행동이니까.
그냥, 왠지 나 혼자서라도 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어이, 어이!”
브란도도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 나의 발걸음을 보았는지, 조금 다급해진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페, 페스틴…?”
등 뒤에서 살짝 떨려오는 페퍼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뒤돌아 보지도 않은채로, 기계를 작동시켰다.
천천히 걸어가던 나의 발걸음은 점차 보폭이 빨라지며, 이윽고 뛰기 시작했다.
내가 뛰는 박자에 맞추어 기계도 펌프질을 했다.
내 심장도 나의 팔다리에 적절한 혈액을 운반하기 위해서 쉴새없이 뛰었다.
나의 두 다리도, 나의 목표들을 향해 쉴새 없이 달려갔다.
부웅—
일정 거리에 도달하자, 나는 도약을 했다.
“키에에에엑!”
사방에서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짐승들의 거친 숨소리와 그것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등 뒤에 단 기계가 계속해서 유압을 집어 넣으며, 움직였다.
그 압력에 의해서 나의 주먹은 한층 더 파괴력이 강화될 것이다.
한마리의 괴물의 명치 부분에 주먹에 힘을 모아 내질렀다.
기계의 힘은 그것의 두꺼운 외피를 뚫어내기에 충분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피 비린내는, 내가 지금 심장이 뛰고 있으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코 끝을 시큰하게 감싸도는 그 향은 쇠냄새가 일부 섞여있어서,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힘없이 옆으로 쓰러져 가는 괴물의 머리를 짓밟아 버린 뒤에, 다른 대상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오늘은 특별히, 포드에게 주었던 칼날 일부를 또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나의 오른쪽 손 부분에 새로운 옵션을 달아서, 그 칼날도 달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것들의 칼날은 조금 두꺼운 편이었다.
일부러 두꺼운 것들로 만들었다.
나는 날붙이는 사람에게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관절 부분이나, 목이나, 두피같은 취약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튼튼하고 두꺼운 피부로 무장한 그 괴물들에게는 긁힘과 같은 상처만 남기게 되는 것 같았다.
칼.
나로서는 정말 부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들고온 이 특수한 칼날은 조금 일반적인 칼과 같은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내 팔을 타고 등 뒤에 달려있는 기계로 연결되어 있는 이 특수한 호스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유압이 이 호스에 들어가게 된다면, 밀어내는 힘에 의해서 열을 발생하는 코어가 작동하게 된다.
그 코어는 칼날 바깥쪽에 조립되어 있는 부분을 달구며, 그 온도는 철을 녹이기 까지 하는 온도까지 올라간다.
그것에 베어진 것은 절단된다기 보다, 열에 의해 녹아서 빈공간이 생긴다 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정도로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주춤거리는 약간의 지성이 존재하는 것들을 힐끗 보고는 그 칼날을 주저함 없이 달았다.
그리고 유압을 넣자, 기계는 공기 압력음이 들리며, 강한 압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밀어진, 힘은 그대로 나의 오른손으로 전달되어졌다.
칼날 끝이 빨갛게 달아 올랐고, 그것의 열기를 느끼며, 나는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여러개가 아니라 하나로도 충분한 이 상황에서 나는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만족감을 얻었다.
하지만 절대로 ‘방심’ 이라는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후우….”
나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본 뒤에, 나 자신을 에워싸며, 점점 다가오는 것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살폈다.
왼쪽 후방에 있는 녀석은 익숙한 녀석이다.
늘 흔히 볼 수 있고, 과거 멸종 위기 동물 목록에 들어있던, ‘늑대’와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림과 다르게 두 발로 서있었으며,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나를 보며 잔뜩 그것들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것들이 대략 13마리.
그들의 양 옆에는, 굵고 튼튼한 두 다리와 튼튼한 턱을 가졌던, 약간의 지성을 가지고 있던 그 괴물이 있었다.
대략 30마리.
그것들의 움직임을 봉하는 것은 주변에 없었다.
공중으로 올라가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얼굴들을 들여다 볼 차례이다.
전방에 밀집되어 있는 것들은, 체내에 많은 지방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그것으로 부터 많은 양의 고기와 식재료를 얻었다는 ‘돼지’의 머리를 가진 이족보행 괴물이 있었다.
그것은 단 한 마리 였다.
그것의 주위에는 근육질의 괴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어림잡아 100은 거뜬해 보였다.
그것은 마치 돼지라는 생물의 머리를 한 괴물의 강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집단의 우두머리처럼 어깨를 피고 있는 그 괴물의 모습에, 짐승이든, 사람이든, 비슷한 면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짐승은 짐승일 뿐, 그것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인간이다.
우측에는 조금 위험해 보이는 한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으로 꺾인 자신의 머리를 고쳐잡을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했다.
그리고 귀까지 찢어진 그 입은 소름이 돋게 하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다른 것들에 비해서 몸은 얇고 빈약해 보였다.
그리고 저 괴물의 특성은 빠른 속도인 것 같았다.
다리 부분 근육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으며, 중심을 잡기에 정말로 적합한 튼튼한 몸통 부분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발목은 완충역할을 하듯, 무언가 휘감아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다.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며, 적절한 힘과, 기능들을 그것에게 보여줄 것이다.
나는 상냥하게도 기다려 주는 것이다.
저것에게 상당한 지능이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잠시 동안 기다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것들이 움직이고 나서야 자신도 움직일 생각인듯,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나를 보며 웃고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마저 하던 것을 계속했다.
나의 과열된 칼날에 하나 둘씩 나뉘어져 갔고, 바닥에 육중한 몸을 던지고들 있었다.
쿵— 쿵— 소리나며 힘없이 내려앉은 그것들의 몸은 잇따라 꿈틀 대기도,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려 하기도 했다.
실로 대단한 생명력이다.
저런 생명력을 우리 인간들이 가졌더라면, 누군가를 해하거나,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빼앗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잃을 것도 없으며, 얻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런 상태를 ‘완전한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계획 중 일부에는 그런 것들도 포함된다.
인간은 아픔이 없어야 한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말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치 못한다면, 남들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기가 쉬울 것이다.
서로 배려하며,
써걱-
서로 양보하며,
부웅-
그렇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의 일부이다.
나의 꿈이 너무 크다고 느끼지 않는가?
그것이 나의 꿈이고 바람이고, 희망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답을 찾으라는 것인가?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당신에게 묻는다.
이 많은 시체들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가?
피비린내와 쇠냄새가 가득한 이 공간에서 당신은 자신의 코를 막아버릴 것인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여럿의 시선들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도망칠 것인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신의 동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주위의 괴물들이 다 쓰러졌음에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괴물을 보고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그건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어떤 것이 더 지혜롭고, 올바르고, 정확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무시해주기 바란다.
나는 차분하게 그것에게 걸어갔다.
그것은, 나와 자신과의 거리가 가까워 질 때쯤, 꺾어두었던? 자신의 머리를 반대쪽으로 옮겼다
뚜둑 뚝-
보는 사람이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고개를 젖히는 바람에, 정말 적임에도 괜찮은가 하고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흉측한 괴물을 빨리 처리하고 싶었다.
이 기분 나쁘게 생긴 괴물을 내 뒤편에 있는 페퍼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괴물은 나를 지나쳐갔다.
정확히 말하면, 제자리에서 도약을 해서 내 뒤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멀어져가는 그 괴물은 빠르게 페퍼의 앞으로 다가갔다.
당황한 선생들은 페퍼에게 다가갔지만, 그들 틈에서 여유롭게 승리를 만끽 하려는 듯한 마녀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표정은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을 터인 거리에서 그들의 눈빛을 보아버린 것이다.
이것은 설계인가?
아니면, 우연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일부만 함정이고 일부는 우연이라면 어떤가?
그만두자.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나는 빠르게 페퍼에게 달려가 괴물로 부터 뻗어지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내가 미처 가보지도 못한채로, 그 괴물의 얇고 긴 팔이 페퍼를 덮치려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