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23 괴물 사냥 (9)
그것은 잠시 동안 큰 눈으로 이리저리 우리를 살폈다.
왠지, 먹잇감을 찾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것에 대한 관찰을 하고있던 찰나, 그것의 입가에는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도약했다.
그 잠깐의 찰나에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것은 얇고 긴 팔을 휘둘러 브란도의 몸통을 가격했다.
우리는 '협력'이라는 작전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터라, 일순간의 흔들림이 보였지만, 이내 다시 태세를 정비했다.
브란도는 그것의 공격에 휘청거렸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반격을 가했다.
그의 덩치에 맞게 만들어진 창은 그것을 향해 휘둘러졌지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부드럽게 피한 그 괴물은 자신이 하는 행동에 무의미란 없다는 듯이 바로 다음 타깃을 향해 다른 쪽의 팔을 내질렀다
근처에 서있던 포드가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칼을 칼집에서 뽑았다.
그대로 괴물을 향해 휘둘러진 칼날은 괴물의 한쪽 팔을 자르기에 충분한 속도로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키키기긱긱…."
괴물의 팔이 떨어져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 움직임에 따라, 붉은 물감이 흩뿌려졌다.
그런 장면을 바라보던 괴물은 웃을 뿐이었다.
이전 괴물들과는 다르게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자의식이 있으며, 지성 또한 존재함을 증명했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며,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 시점에서 그 괴물이 나타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협력해 무찌를 뿐이다.
"역시, 어떻게든 타개할 수 있는 속도군."
포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았다.
칼은 뽑아든 상태에서 휘두르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는 다른 방식 즉, 그 만의 방식으로 칼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좀 더 관찰을 해서 그의 방식을 훔쳐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정도였다.
검붉은 피를 뚝뚝흘리며 우리를 경계하던 괴물은 결심을 세웠다는 듯, 하늘을 쳐다보며 우리를 비웃었다.
비웃은건가…?
"키기긱… 키기기긱!"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팔을 집어들고는 던졌다.
의외의 공격에 모두 당황했지만, 토니는 침착하게 마리에게 날아가는 괴물의 팔을 자신의 방패로 쳐냈다.
그리고 쉴틈없이 돌진 해오던 괴물을 향해 소피가 낫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괴물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무기였던지, 그 괴물의 다리쪽으로 휘둘러진 공격은 그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이를 빠득 간 소피는 잔뜩 인상을 지푸렸다.
그 사이에 괴물은 공중에 띄워진 자신의 두 다리를 소피를 향해 뻗었다.
다행이 괴물의 움직임 못지않은 토니가 한번 더 그 괴물의 공격을 받아냈다.
토니는 자신의 체중을 전부 실어버린 괴물을 향해 모아두었던 충격을 되돌려 주려고 했다.
나는 서둘러 토니의 뒤로 다가가 이제부터 생길 충격에 대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괴물은 그대로 우리에게 달려왔지만, 이내 큰 충격을 받고 나가떨어졌다.
쾅—
상당히 쌓여있던 힘이 많았는지, 저 멀리 종잇장처럼 날아간 괴물은 곧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그대로 받아버린 충격 때문일까, 괴물이 좀처럼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틈을 탄 포드가 서둘러 달려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머리를 베어버렸다.
한쪽으로 데굴데굴 굴려지는 그 괴물의 머리는 섬뜩하게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과연, 이 괴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방금 포드가 베어낸 녀석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나?
"휴…. 정말, 굉장한 녀석이었네요."
안토리오가 멋쩍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아마 자신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을 신경쓰는 듯 했다.
그래서 선뜻 나서는 우리를 보고 박수를 치는 것 같았다.
…딱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엉성하게 일처리 할 바에야, 차라리 내가 나서는게 훨씬 낫다.
"…꽤나 빠른 녀석이었군."
자신의 탄환이 빗나간 순간, 평정심을 잃어버린 듯한 히터의 말에 선생들은 표정이 굳었다.
젊고 생기가 있는 우리에 비해 그들은 나이를 조금 더 먹었고, 신체 능력도 상승세에서 하락세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발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것 좀 봐라, 시간은 유한하다.
언제까지 내가 노력을 해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먹을 수록, 힘이 늘어날 수록, 지식이 쌓여갈 수록 책임이 생긴다.
책임이란 자고로, 누구나 가지게 되는 일종의 족쇄와도 같다.
자신의 의지대로 차는 족쇄는 없을 것이다.
물론, 특이한 사람들은 스스로 족쇄를 차서,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시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실제로도 그렇게 한 결과, 나 역시 단기간에 변화할 수 있었기도 하다.
우리는 시작하자 마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근히 전의를 상실한 듯 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나는 구태여 그들에게 위로나 용기를 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 계획에는 그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은 이 상황에서 나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꾸 그런 쪽으로 생각하다 보니, 내가 오만해 지는 것 같았다.
…다시, 다시 한번 더 마음을 다잡았다.
과신은 나를 좀먹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 것이다.
"후우… 가시죠. 아직 갈길이 멉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거 아닌가요?"
나의 재촉에, 줄리는 불안한 듯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모두에게 전달했다.
아마 그들의 마음을 건드려 나의 생각을 위축시키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 우리 둘의 상충되는 의견에 베피는 우리를 응시하며, 외마디의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우리의 생각을 들었다는 것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묻고 있는 것도 포함되는 의미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이전 몇달간 그녀의 성향에서 볼 수 있었던 특징이었다.
나는 일부러 뜸을 들여, 줄리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했다.
줄리는 우물쭈물 하더니, 테리스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도움을 청하는 듯한 느낌을 담고있었다.
어째서 이들은 이리도 쉽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단 말인가?
아직, 그들에 대한 정보가 터무니 없이 적기 때문에 내가 선뜻 나설 수는 없겠지만, 그들에 대한 인상을 굳혀나가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누가 마녀인가?
그런 원초적인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그 중에서는 실제로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베피의 눈은 명백히 나에게 쏠려있었다.
아마, 줄리가 온몸에서 드러내는 신호를 그녀가 알아채고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그들의 생각에 어울려 줄 것이다.
떠 보려는 건가?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산산조각 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자존심이 구겨진 사람들보다, 더 표정이 어둡지 않을 것이다.
"…기왕 온 김에 더 없애고 싶어서요."
"아직, 사용되지 않은 칼날이 8개나 있습니다."
포드도 내 옆에 다가와서,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얇고 튼튼한 칼날을 베피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포드를 흘낏 보자, 그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뭐야?
티가 나도 너무나는 그의 태도에 나는 길을 바꿨다.
"…확실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피곤하네요. …마음대로 하다간 아까 같은 위험한 상황이 생기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다. 라는 건가요?"
그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따를 것이다.
나의 상상은, 연기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더욱더 그들을 속일 것이다.
"…그렇다는데?"
베피는 선생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귀찮다, 알아서들 정해라."
아무도 선뜻 나서서 말하지 않자, 히터는 등을 돌려서 배 건너편을 망보기 위해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갔다.
"…글쎄."
멀어져가는 히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피는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들은 그들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들은 곧 우리들을 배 쪽으로 데려오고는 자신들끼리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먼 탓에 그들의 대화를 확실히 듣지는 못했지만, 의견이 분분함은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확실하게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우리 중에서 그들을 재촉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의 생각은 모르겠다만, 적어도 나는 그들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의 면전에 대고 불필요하고 불편하게 하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유용한 정보가 될 듯 하다.
갑작스러운 출정.
그리고 예상치 못한 습격.
조직되고, 계획된 듯한 공격.
누가 계획한거지?
그들의 얼굴과 몸짓을 주의깊이 살펴보자.
"돌아가서… 재정비를…?"
조이드가 조심스러우면서도 최대한 밝게 웃으려고 했다.
그의 입모양을 읽으며, 그가 가진 생각을 파악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몸은 요지부동 이었다.
우유부단한 그들의 모습에 하나 둘씩 답답함을 느낄 때 즈음, 브란도가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 너무 얕본 것 같군, 다시... ......해."
평소에 열기가 넘쳤던 그의 태도는 수그러들어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턱대고 일을 벌이기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려고 하는 듯 했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다음의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럼, 결정이네요?"
테리스는 무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나의 눈에는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말없이 그들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거렸고, 한층 더 강력해질 그들의 괴물을 상상하며, 나는 배에 탑승했다.
그러자, 다들 당황한 듯한 질문이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쪽잠을 잤다.
* * *
위이잉—
커다란 엔진이 소리를 내며 돌아갔고, 우리를 태운 배는 바닥에서 몸을 띄웠다.
점점 멀어져가는 땅과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감상에 젖었다.
저 멀리 보이는 검은 산은 왠지 모르게 불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그 불안함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훗날, 그렇게 하기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자신의 마음을 정갈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피로를 조금 이나마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내 팔을 꼬옥 붙잡고 있는 페퍼의 손에 나의 손을 얹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눈을 다시 감았다.
* * *
"페스틴, 언제 그렇게 빨라진거니?"
나를 다그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소피의 물음에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서둘러 식기를 정리하고, 어정쩡하게 일어섰다.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며 하는 것이 예의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 그야… 매일 단련을 하니까요?"
"…하긴, 너는 진짜 독하니까."
"…독해요? 제가요?"
"그래! 인석아! 너는 잘 모르겠지만, 밤마다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메이드 아주머니 분들이 힘들어 하신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라, 그들에게 배려를 하지 못했다.
내 자신을 갈고 닦는 일에만 신경을 썼지, 타인을 신경쓰지는 않았었다.
"아, 앗… 죄송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깔끔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 사과는 나한테 하는게 아니지!"
"아, 그렇겠네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등을 돌려서 메이드 아주머니들이 수고하고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소피의 중얼거림이 들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노, 농담인데….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냐…."
천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한숨을 쉬는 소피의 모습에 나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 *
"그래서~ 사과를 하러 왔다고~?"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물기를 자신의 앞치마에 닦으며 메이드 아주머니 한 분이 나에게 물었다.
"네, 네…. 제가 큰 소음을 내서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서요…."
"하하핫! 그랬구나~?"
그 사람은 기쁜 듯이 활짝 웃으며 자신의 동료들을 손짓으로 불렀다.
"왜, 그려?"
"무슨 일이여~"
다들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고, 포근한 말투를 가진 분들이었다.
저마다 제각기 할일을 하고 있었는지, 그들의 손에는 다양한 것들이 묻어있었다.
밀가루, 물, 기름, 거품 등 그들이 얼마나 남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그들에게 사과했다.
나의 진지한 사과에 그들은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나 자신의 실수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저나 페스틴, 이거 새로 만든 빵인데 함 먹어볼텨?"
"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먹어보고~ 어떤가 이야기해줘~?"
부드럽게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그들 중에서 한 사람이 까먹은게 있는 듯, 다시 돌아와 나에게 물었다.
"아, 맞다 맞어, 요새~ 엘리스랑 친하게 지내고 있어~?"
"엘리스요?"
개인적으로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고 생각이 들어서 긍적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어! 그 이야기는 우리끼리만 하자고 했잖여!"
주방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황급히 돌려서 달려온 다른 사람은 방금 나에게 말걸은 사람의 등을 내리쳤다.
"아유! 아파요!"
"페스틴 군~ 엘리스와 친하게 지내줘요~ 또래가 별로 없어서 많이 심심해 할거에요~"
또 다른 사람이 와서 그 둘을 이끌고 가며 나에게 말했다.
"그, 그럴게요."
이게 뭐람.
나는 조용해진 식당의 빈 자리에 앉아서 그들이 빵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점심 어땠나요?"
"으엇!"
갑자기 들리는 엘리스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해놓고 그 사람과 대면하는 것은 껄끄럽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녀는 우리가 하는 말을 들었을까?
딱히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이런 일은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어린애이고, 누구나 즐거운 일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