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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23 괴물 사냥 (10) (114/128)



〈 114화 〉#23 괴물 사냥 (10)

굳이 방금 전의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 나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네, 좋았어요. 보온 기술 덕분에 말이죠.”
“그 말은 즉, 보온 기술이 없었다면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빈틈을 놓칠 세라 나에게 따가운 눈초리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한가지 다짐을 더 했다.
앞으로 불필요한 말을 해서 일을 복잡하게 하지 말자.

“아하하… 한층  맛있어 졌다는 거죠….”

조금 위축이 들었지만, 내가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녀는 납득한 것 같았다.
말끝이 살짝 들떠있는 듯한 느낌이 뭍어나왔다.
그녀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짓고는 손을 살짝 흔들며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
 이상 복잡하게 일이 흘러가지 않았음에 나는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시식.”

다시 앉았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  했다.
약속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니까.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면에서.


* * *

나는 입맛을 다셨다.
상당히 괜찮은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빵에 원재료는 알 수 없지만, 달콤하고 끈적거리는 소스가 한데 어우러진 조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역시, 요리란 가슴을 뛰게 한다.
요리는 나중에 취미로 배워두기로 하고, 일단은 나의 장비들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리 시운전을 해보았다고는 하나 갑작스럽게 가동시켜서 부하가 생겼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공방 한가운데에 앉아서 분해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금이 갔는지, 그리고 헐거워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일을 위해 대비하기 위해서는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모든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까다롭구만.”

애초에 나에게 문제라는 숙제가 없었으면 이런 고생도 하지않고 편안한 일상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문제란 것은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살아간다면 어쩔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앙숙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똑- 똑-

“네?”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던 나는 하던 것을 멈추고 몸을 틀어 뒤를 돌아보았다.

덜컥-

좁게 열린 문틈 사이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페스틴, 바빠?”
“음…. 아니 괜찮아. 무슨 일인데?”
“음~ 별일은 아니고…. 상담?”

나는 기름이 잔뜩 묻어있었던 목장갑을 벗었다.
목에 둘러메어져 있는 수건으로 나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살짝 긴장된다.
큰 실수를 범했던 기억이 아직 선명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니, 마음은 풀어진  보였다.
아마, 식당에서 마주할 때마다 맛있는 빵을 양보하며, 연신 고개를 숙여댄 덕분일 것이다.

“…그래? 여기서?”
“아니~ 잠깐 내 공방으로 와 줄래?”

마리는 자신의 가냘픈 손으로 손짓을 하며 고개를 서서히 뺐다.

“뭐… 그래, 그러지 뭐.”

딱히 급한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잠깐 숨을 돌려보기로 한다.

“지금이….”

휴대용 시계를 보니, 시간이 벌써 네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너무 집중했나.”

창밖을 보니,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이 보였다.
아무래도, 소피의 말이 맞는 말인  하다.


* *

“그래서?”

나는 마리가 앉으라고 손짓한 공간에 나의 몸을 안정시키며 물었다.

“너, 엄청 빠르더라!”
“그, 그래…?”

마리가 자신의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들이대는 바람에, 나는 허리를 뒤로 젖힐  밖에 없었다.

“그, 그래서…?”

그녀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은 일종의 실례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말이야~ 나도 빨라지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해서.”
“빨라지는 방법?”
“응!”

나의 물음에 마리는 볼을 붉히며 베시시 웃었다.
앙증맞은 두 주먹도 함께였다.

“조건이 있지.”

나는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모았다.
모아진 두 손은 나의 입가로 다가와 한층 더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리 역시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조, 조건…?”
“당연한거 아냐?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지.”
“뭐, 뭐, 뭐, 뭘… 조건으로 걸 건데?”
“일단, 지금 중요한 거는 아니니까 잠시 접어두고,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보자고.”

마리는 자신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몸을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로 나를 쳐다보았다.

“일단 말이야.”
“어, 어?”
“너는 얼마나 빨리 움직, 아니 달릴 수 있어?”
“음~ 나는… 아! 잠깐만 봐봐! 네 공방까지 빠르게 갔다 올게!”
“뭐? 자, 잠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리는 후다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여기서 내 공방까지의 거리라….
아마,  공방을 향해 느긋하게 걷는다면 약 1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
아주 빠르게 전력을 다해서 뛴다면, 아마 20초 이내로 들어오지 않을까?
정확한 거리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보면 마리의 속도를 계산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건 아니었다.
말로써 그녀를 설득하려 했었지만….
생각보다 행동력이 좋았던 모양이다.

“음….”

나는 말없이 손목에 깜빡이는 시간을 내려다 보았다.
10초, 20초가 넘어서도 마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음…?”

 멀리서 무언가 무너지고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나는 무시하기로 한다.
첫째, 귀찮으니까.
둘째도 귀찮으니까다.
잠시 뒤에 돌아온 마리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나에게 엄지를 지켜들었다.

“어, 흐윽… 어, 어때…!”

조금 안쓰러운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건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냉정한 판단이 좋을거라 생각했다.

“음… 그렇네, 잘 알겠어.”

하지만 이리도 열정적인 사람의 마음을 꺾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돌려서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마리,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응?”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 마리는 순진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발빠를 필요는 없어.”
“에엥…? 그래~?”
“각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법이야.”

나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리의 부드러운 곡선형의 기계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몸집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진 그녀의 작품은 '아름답다.' 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다.
무언가를 살육할 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것은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왜,  그래?”
“마리, 넌 지금처럼 해도 충분하다 생각해. 부족하다 느껴지는 건 경험일 뿐이야.”
“그, 그래~? 그렇담 다행이구~”
“그리고… 이건 별개로 하나 말해주고 싶은게 있는데….”

나는 마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할 수 없는게 있어, 그것은 너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너를 위험하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던 거야.”
“아…? 아~ 저번에 그거?”
“어,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는 말이야…. 좀  주위를 자세히 관찰하고 판단하기를 바란다는 말이야.”
“주위를…?”
“네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몸 조심 하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고마워.”

내가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색해져 버리고 말았다.

“…아! 그것보다! 요새 왜 줄리를 쌀쌀 맞게 대하는거야~”
“…어?”

한껏 오버를 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그녀의 노력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뻗어진 그녀의 검지는  가슴팍을 콕콕 찔러댔다.

“계속 그러면~ 이 누나가 혼내줄 거에요~”
“것참, 동갑이면서 누나는 무슨 누나야….”

나는 고개를 돌리며, 부디 마리가 아무것에도 연관되지 않고, 어디에서도 위협을 받지 않기를 바랐다.

* * *

“아.”
“어.”
“이야~ 이거 페스틴 아니야?”
“어, 어… 틀림없는 나야.”

안토리오다.
그것보다, 어째 자꾸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받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영락없이 그들과 같은 인간임에도 말이다.

“그나저나… 아까는 굉장했어.”
“아, 고마워.”
“그것도 기계의 힘이야?”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는 배고팠기 때문에 조금 서두르고 있었다.
과한 집중으로 인해, 남들보다 늦게 식사하러 가는 길이었다.

“아, 식당에 가는거야?”

어째서 주위에는 눈치 빠른 사람이 많은 것인지, 나로서는 걱정거리가  뿐이다.

“응, 배가 고파서.”

솔직해서 나쁠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구나~ 나는 좀 더 자료를 찾아보고 먹으러 가려고.”

전보다 서글서글해진 그의 모습에, 잠시 그를 관찰했다.
방향은 왕궁의 도서관을 향하는 듯 했다.

“괴물의 모습을 조사하는 거야?”
“괴물의 모습?”
“아… 약점이라든지….  문서를 찾아보면 발견할  있지 않을까해서?”

그가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 않지만, 그의 생각을 움직여 괴물을 제거하는데 일조하게 된다면 나의 입장에서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아~ 하하,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네, …괴물의 약점을 찾고 있던거 맞아.”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 말에 긍정했다.
그리고 조금 곰곰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말한 방법도 괜찮은걸? 나중에 한번 해 볼게, 지금… 도서관은 열지 않았으니까?”

그는 벽에 달려있는 창을 향해 몸을 돌려 어두워진 바깥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응, 그럼.”

나는 발걸음을 돌려 식당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하하하, 그래~ 맛있게 먹어.”

우리는 서로에게 등을 보인뒤에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나갔다.

“정말이지, 무서운 녀석이라니까….”

늦저녁의 서늘한 공기를 타고, 그의 중얼거림이 들렀다.

* * *


“여.”

자기 멋대로 나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포드가 내가 앉아있는 자리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의 몸짓에 눈길을 한번 주고는 다시  앞에 놓여진 식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귀찮은 기분이 드는 지금, 그를 상대할 여유, 아니 그에게 사용할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다.
지금 얼른 식사를 마치고, 밤에 활동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 수면을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귀찮게도 나에게 들러붙었다.

“꽤나 괜찮은 호흡이었지 않나?”
“응.”

나는 한껏 들떠있는 그에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얼빠진 얼굴을 봤나?”
“아, 응.”

아마도 베피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줄리?
그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냐.”

그는 한껏 진지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포드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역시, 그는 덜 성숙하다.
…어리다는 것이다.

“이봐, 이런 말을 알아?”
“…? 무슨 말을?”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 부터 속여라… 라는?”
“…그런 말이 있다고?”
“어쨌든, 지금 너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임은 틀림없다.”
“…알겠다.”

그는 거절의사가 담긴 나의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혔다.
아마 삐진 것이겠지.
그는 뒤끝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토리오에게로 갔다.

“것참… 어린애 같으니….”

이것은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 * *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일정 시간이 되면 소리가 울리는 기능을 넣어두기를 잘한  같았다.
현재 시각은  3시 20분.
오후가 아닌 오전이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천천히 기어 나왔다.
…그런데.

“으앗…!”

누군가 놀라는 소리가 들렀다.

“응?”

나는 덜깬 정신을 겨우 붙들며, 목소리를 내었던 사람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뭐야.”

토니가 잔뜩 움츠러든채로 서있었다.

“어… 좋은 아침.”
“어, 어… 그러네. 근데 어쩐일이야 이런 이른 시간에.”
“…따, 딱히 너의 기술을 훔치려한 거는 아니야.”

웬일로 허둥대며 시선을 피하는 토니가 낯설었다.

“기술?”
“아, 아니… 아무것도….”

어둠 속에서 그는 분명히 뺨을 붉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당당하게 말해, 딱히 너에게 숨기려는 것도 아니고….”
“…그래?”

다시 평소의 그로 돌아온 뒤에 이제는 대놓고 내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적나라한 것 아니냐고….
주인 앞에서 기술 도둑질이라니.

“토니.”
“…응?”
“그 대가로 빈민가의 정보를 알려주었으면 해.”
“…난 너와 같은 마음이야.”
“응?”
“…딱히…. 묻는거에 대답하지 않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야.”
“좋네, 좋아…. 친구라는 것은.”
“…그래?”

그는 의문을 표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후두둑-

“응?”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생활 리듬을 깨고 일찍 일어난 탓이려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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