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겜블의 규칙 (7)
"돈이 필요해."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는 해무의 말에, 살수회주 주원형의 비서관인 융조가 얼굴을 찌푸렸다.
"무례한 놈! 감히 회주님께 무슨 망발인가. 살수회가 네놈에게 금전이나 내놓는 조직으로 보이는가?"
그렇게 소리치는 융조의 뒤로는 호위 살수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명령만 떨어진다면 당장이라도 해무를 향해 달려들 태세였다.
"조용."
회주가 손을 들어 융조를 멈춰세우며 말했다.
"이미 소식은 들었다. 어제 카지노에서 살수회의 공금으로 칩 오억원 어치를 샀다더군."
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원형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무가 사전에 보고도 없이 오억이라는 돈을 쓴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주 확실한 이유가.
"당신들이 실수했어. 한국에서 넘어온 놈들. 그들이 마약을 털 거라고? 완전히 틀렸잖아."
해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살수회가 암살을 지시하며 건내준 지령서에는 놈들의 목표가 마약생산시설이라는 보고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한 현실은 달랐다. 마약생산시설은 곁다리일 뿐, 놈들의 진짜 목표는 카지노의 돈을 싸그리 털어가는 것이었다.
"놈들의 목적이 마약 수출 때문에 호황인 구룡성채의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맞아. 하지만 방법은 전혀 다르다고. 네놈들의 엉터리 보고서 때문에 얼마나 헛짓거리를 했는줄 알아?"
그렇게 말하는 해무의 얼굴에는짜증과 분노가 가득 쌓여 있었다. 반면, 살수회주의 얼굴은 계속해서 무표정이었다. 그리고 마치가면같은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보고서를 탓하는가."
"......뭐?"
"보고서의 내용이야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당연한 일 아닌가?"
이어 해무의 얼굴을 황당함이 채웠다. 하지만 회주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그깟 보고서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모든 일은 현장에서 일어나지. 그리고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너희갑종 살수들을 운용하는게 아니더냐. 그런데도 보고서의 오류를 탓하며 핑계를 대다니, 한심한 일이군."
해무는 입을 꾹 다물었다.
회주의 말은 일견 살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자신이 누리는 금전적, 사회적 특권은 전부 성채에서 가장 더럽고 어두운 일을 처리하는 살수라는 직업에서 비롯한다. 사람을 죽이는걸 업으로 삼는 직업 말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한순간의 실수만으로 살수 또한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자기 자신의 판단과 직감을 최선으로 믿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살수에게 있어 타인의 시선과 판단을 백퍼센트 신뢰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해무는 회주에게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
"그나저나ㅡ 놈들의 계획이라는게 참으로 흥미롭군. 구룡성채의 카지노에서 돈을 따서 내빼겠다고?"
회주의 말에 융조가 웃음을 흘렸다.
"어리석은 놈들입니다. 열심히 즐기다 가라는 전언을 보내도 무방할 것입니다. 오히려 놈들이 돈을 잃고 알거지가 되어서 돌아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군요."
놈들의 계획을 들은 융조의 모습에 심각함이라고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황당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제 하루에만 수십억을 따갔어."
해무의 말에 융조의 웃음이 멈췄다.
"오늘 내가 오후까지만해도 벌써 큰 돈을 추가로 따냈더군. 분명 오늘 밤까지 계속해서 게임을 할테지. 과연 얼마나 될까? 백억? 이백억?"
"말도 안 되는......! 카지노의 게임은 제대로 설계되어 있다. 누구나 결국에는 돈을 잃게 되어 있어."
"그런건 내 알바 아니지. 내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건 놈들이 돈을 엄청 땄다는 사실 뿐. 카지노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결국 구룡방으로 들어갈 돈이야. 이대로 놈들을 내버려 둔다면, 구룡방의 돈 천억원이 남한 놈들에게 뜯기는 셈이지. 이걸 과연 구룡방이 감내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회주의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 미세하게 파들거리는 뺨과 수염. 분노의 감정이었다.
그래, 당연히 화를 내 줘야지.
해무는 생각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원하는걸 얻어내려면회주를 움직여야 했다.
만약 살수회가 담당해야 할 남한의 요원들이 정말로 구룡방을 털어먹는데 성공한다면? 그것도 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반출해 버린다면?
구룡방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살수회주 또한 구룡방의 심판을 벗어나지 못할 테고 말이다.
"과장된 추측으로우리 살수회를 흔들어대려 하는군."
이내 분노를 가라앉힌 회주가 말했다.
"허나 상황에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지. 갑종살수 해무, 네놈에게는 계획이 있는가?"
"말 했잖아. 돈을 줘."
해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돈을 주면 놈들과 싸울 수 있어. 완전히 승리하진 못하더라도, 놈들의 수익을 백억 수준으로 줄일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에 대한 회주의 의견은 긍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설마 놈들과 주사위 놀음을 계속할 생각인가? 참으로 의아하군.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어째서 네놈은 계속해서 그걸 외면하는가."
그렇게 말하는 회주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물론 해무도 회주가 말하는 '간단한해결책'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가장 거친 방법.동시에 구룡성채에서 가장 정석적인 방법.
"본노에게는 네놈을 포함하여 일곱 명의 갑종 살수가 있다. 거기에 을종 살수가 쉰 명. 허드렛일을 하는 병종까지 합치면 전부 백 명을 훌쩍 넘기지."
한 조직의 장으로서 백 명을 다룬다는건 어찌보면 적은 숫자로 보일 수 있다. 공안청의 총장이 천 명이 넘는 공안들을 휘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하지만 그 백명이 살수회 소속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어둠을 틈타 사람들의 목줄기를 끊을 수 있는 살수가 적어도 오십 명이라는 소리였으니.
갑종살수 일곱 명을 포함한, 총 백 명이 넘는 비대칭 전력 집단의 수장이라 함은 능히 이 성채를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위치였다. 공안청은 물론이고 구룡방의 입장에서도 전혀 적은 전력이 아니었다.
"본노가 지금 당장 소환령을 띄우더라도, 적어도 스무 명을 모을 수 있다. 갑종 살수를 포함해서 말이지. 그럼 어디 한번 말해보게."
회주가 지긋이 해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놈들을 숫자로 쓸어버리는 간단한 해결책 말고, 왜 굳이 네놈에게 돈을 줘서 도박으로 싸우게 해야하지? 그것도 한참 승산이 낮은 싸움을."
해무는 입술을 깨물었다. 회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회주가 제안한 해결 방식은 해무가 가장 원치 않는 일이었다.
강제적인 무력 진압. 이는 곧 다른 살수들을 동원한다는 뜻이었다. 살수회와 공안청은 경쟁 관계에 있으니 공안까지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 휘하의 다른 살수들은 분명 동원할 것이다.
회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병력을 동원해서 압도적인 무력으로 쓰러뜨리는 것이 실패할 확률도 적고, 확실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해무가 원하는 가장 중요한걸 얻을 수 없었다.
자기증명.
해무는 자기증명이 필요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여자라는 몸뚱아리.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자신은 제대로 된 갑종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실은 살수회합에서 이미 충분히 체감했다.
그런 평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맡은 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고 완수해서, 살수로서의 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비록 몸뚱아리는 여자가 됐다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회주의 뜻대로 다른 살수들을 동원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조롱만 받게 될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는 역시 한계가 있다. 해무는 더이상 갑종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런 얘기가 돌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그 결말은, 갑종살수 계약연장 실패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딱딱하게 굳은 해무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회주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음습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생각해보니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군. 네놈 말대로 이번 건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우리 성채는 큰 타격을 입게 되겠지."
"그래서?"
"네놈 말고다른 살수들도 투입하도록 하지. 책임 살수도 교체를 해 주겠네."
해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책임 살수 교체는 어째서지?"
"자네 일은 이미 끝나지 않았나. 마약생산시설을 노리는 침입자의 제거 말이다. 카지노를 이용해서 구룡방의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세력과의 싸움은 애초에 네놈에게 주어진 지령과는 별개의 일. 그러니 재배정하도록 하겠네."
"말도 안되는 소리. 내 임무와 연속선상에 있는 일이야. 당연히 책임자를 나로 유지해야 해."
해무가 핏발 선 눈으로 회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이미 절망감이 스멀스멀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와서 다른 살수보고 인수인계를 하라고? 이건 심각한 일이라는데 동의했잖아. 지금 시점에서 책임 살수를 변경하면 분명 문제가 생길거야."
"걱정 말게. 우리 갑종들이 그렇게 물렁한 놈들은 아니니까."
회주가 이죽거렸다. 해무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흥분한 감정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ㅡ"
하지만 한번 흥분한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여자라서ㅡ 아니. 내 몸에 생긴 문제 때문인가?"
대답은 없었다.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였다.
대화가 끊겼다. 이미 이 논쟁에는 결론이 나 있었다. 책임살수 교체를 천명하는 회주와, 그에 반발하는 해무. 그 결과는 명백했다. 아무리 갑종살수라 하더라도 회주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해무는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순간 침묵을 깨며 해무가 팔을 휘둘렀다. 탁자 위에 놓여진 다기가 바닥에 쏟아지며 산산히 부서졌다.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회주를 호위하는 살수들이 우르르 나와 앞을 막아섰다. 을종 살수들. 하지만 그중에도 최고를 달리는 수준의 살수들이었다. 일대일로는 해무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회주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해무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경멸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너는......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없어."
속에서 분노가 일렁였다.
"갑종으로 승급하고부터 지난 삼년간, 나는 네 더러운 짓거리들을 전부 뒷처리 해왔어. 그런데 이제와서 이런식으로 나를 쳐내려고 해? 이건 부당해."
"설령 내가 부당하게 네놈을 대한다 하더라도, 네가 뭘 할수 있지?"
"내가 뭘 할 수 있냐고?"
해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말했다.
"내가 가장 잘 하는걸 보여주지."
그리고 그 누구도 의식하지 못한 짧은 순간, 해무의 주먹이 가장 가까운 살수의 가슴팍을 찔렀다. 첫 호위가 컥 하는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어느새 총을 뺏아들고, 한 무리의 호위들을 향해 몸을 날려 안으로 파고들었다.
단단한 총은 총알이 없어도 그 자체로 흉기였다. 해무가 총을 휘두를 때마다, 총열과 그립이호위 살수들의 팔을 부러뜨리고 머리통을 깨뜨렸다.
하지만 호위들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해무를 향해 총구를 겨누면, 어느새 그는 사라져있고 다른 호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차례차례 호위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남은 것은 고작 셋. 하지만 해무도 멀쩡하진 못했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심장은 터질듯이 피를 펌프질했다. 근육도 욱씬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저 놈들을 모두 쓰러뜨린다. 그리고 대답을 들을 것이다. 저 회주 놈으로부터, 자신이 이 업을 끝까지 책임지게 하겠다는 대답 말이다.
그리고 해무가 남은 세 명의 호위를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
"그마아아안!!!"
회주의 쩌렁쩌렁한 호통이 방 안을 메웠다.
모두가 그대로 굳어섰다. 비서관 융조과 호위 살수들, 그리고 해무까지도.
회주의 호통은 싸움을 멈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회주께 보고를 올립니다."
어느새 나타난 해무의 전담관리, 텐린이 회주를 향해 부복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폭력과 고함으로 가득 차 있던 방, 그곳이 지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회주는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휙휙 하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내용을 확인한 회주의 얼굴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바스러질 정도로 꽉 깨문 어금니. 뺨은 파들파들 떨렸다. 손 안에서는 보고서가 꾸깃꾸깃 구겨지고 있었다.
"줘."
해무가 말했다.
"니들이 내게 업을 맡겼지. 그러니 난 볼 권한이 있어."
해무를 죽일 듯이쏘아본 회주는 보고서를 내던졌다. 그것을 땅에서 주워든 해무는 내용을 확인했다.
첫 페이지에는 사진이 있었다. 중국계 남자의 사진이.
그가 누구인지는 생생히 기억속에 남아있었다. 당연한 것이, 바로 어제 만난 상대였으니까.
[제리 창]
[나이 :31세]
[출신지 : 미국, 랭글리]
"랭글리."
해무가 보고서의 내용을 되내었다.
제리 창. 수호, 재이와 함께 움직이던 정체불명의 남자. 그의 출신지는 랭글리.
미합중국 중앙정보국의 본부가 위치한 곳이었다.
"중국놈도 한국놈도 아닌 것 같더니, 자유와 정의의 나라에서오셨군. 이곳 성채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설파자라도 되려는 생각이려나?"
해무의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겠군. 놈돌의 목적은 돈이었으니. 한국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돈을 따고, 미 중앙정보국 소속 요원이 운반한다. 깔끔한 계획이야. 역시 이곳 구룡성채에 아무런 준비없이 맨몸으로 들어왔을리가 없지."
회주가홱 하고 고개를 돌려 해무를 노려보았다. 확실히, 해무는 즐거웠다.
"회주, 아까 뭐라고 했지? 살수들을소환해서 놈들을 무력으로 찍어누르겠다고 했나? 안타깝지만 그 방법은 더이상 불가능하게 됐군. 그랬다가는 머리위로 핵폭탄이 떨어지게 생겼으니."
"닥쳐라!"
회주가 노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해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로군. CIA 측 요원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당신 기분대로 책임 살수를 바꿀 수는 없겠지. '정말로'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으니 말야.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책임살수를 변경하면서 생기는 위험을 떠안는건 바보 짓이야."
보고서를 내던진 해무는 회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엉망이 된 살수회 접견실을 떠나며 말했다.
"돈은 오십억 만 줘. 좀 부족할 것 같지만, 그 정도로 봐 주지."
그리고 해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주원형은 해무의 등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ㅇ ㅇ ㅇ
해무가 떠나고나서도 살수회주 주원형은 계속해서 방 한가운데를 노려보았다. 마치 여전히 해무가 그곳에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따금 쓰러진호위살수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놈들.
주원형은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방 안에는 다섯 명의 호위가 쓰러져 있었다. 전부 해무 한 명에게 기습당해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들 중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해무가 손속에 사정을 둔 덕이겠지.
"암컷이 되고 이빨이 부러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강하군."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회주가 말했다. 그리고 융조를 향해 지시했다
"만약의 사태를 위해, 저 녀석을 대체할만한 갑종살수를 대기시키도록."
위험에 대비하는건 아무리 철저해도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원형이생각하는 위험은 외부에서 오는 적들이 아니었다.
명백히 해무를 뜻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