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창관의 성모 (18) (59/82)



〈 59화 〉창관의 성모 (18)

해무는 다시 창관을 향해 달렸다. 어느새 매듭이 풀린 팔뚝은 피로 푹 젖어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현기증이 몰려왔고,  번이고 바닥에 뒹굴 것처럼 몸이 휘청였다. 하지만 쉴 틈은 물론이고 잠시 지혈을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품고있던 의문이 이제서야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셴을 납치하려 했던 살수들. 누쿠로의 경고. 그리고 몰래 자신을 뒤쫓던 단하.

그것들은 모두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동시에 인과 관계에 놓여있었다. 호두는 셴을 보호하고 있었고, 때문에 누쿠로는 그녀를 주시했다. 호두는 셴을 여의도 밖으로 탈출시키려 했고, 때문에 단하는 호두의 곁에 있던 자신을 미행했다.

물론 아직 모든 비밀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호두가 혼자서 지금까지 모든 여자들을 탈출시켜 왔을리는 없었다. 분명 숨어있는 조력자, 혹은 조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확인해야 한다. 지금 당장. 호두를 보호하고, 셴을 보호하고, 그녀들의 조력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있었다. 아주 확실한 이유가.

호두는 에이시스에 대해뭔가 알고있었다.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호두는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자신이 에이시스 환자라는 사실을.


물론 그것은 이상할 것 없었다. 창관 야화의 여자들은 자신이 남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녀 또한 소문을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호두가 알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뿐만이 아니었다.

셴의 일로 사이가 틀어지기 전 까지, 그녀와는 비교적 자주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호두는 에이시스와 관련이 있는 듯한 말을 몇 차례 은근히 흘렸다. 성채 밖에서는 에이시스의 치료제도 구할 수 있을텐데, 하는 말을 포함해서.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동정하는 탓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동정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자신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자들이 있었다. 호두도 그들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두가 여자들을 성채 밖으로 구출하는 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알게된 지금은 달랐다. 여자들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호두는 분명 성채 밖의 사람들과 접촉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내보낸 환자들 중에는 분명 에이시스 환자도 섞여있었을 것이다.

성채의 여자들을 구원하는게 목적인 그녀들이 치료제를 구하려고 시도했을거란 사실을 추측하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밖에서는 에이시스 치료제를 구할수 있을텐데, 라고 하는 호두의 말은 단순한 바램이 아닌 사실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 실재하는 가능성이 호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의 자신을 이끌고 있었다.


해무는 계속해서 달렸다. 눈 앞에서는 거대한 창관동이 점점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불야성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직까지도 환하게 밝혀져 있는 채였다. 그 안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남자들이 돈을 내고 여자들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입구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건물 안으로들어온 해무는 곧바로 창관 홍련으로 향했다. 몇몇 사람들이 놀라 길을 비켰다. 하지만 해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홍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가득한 손님들을 맞아들이느라 정신없는 여자들에게 해무를 막아설 여유는 없었다.


아무런 방해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 해무는 거칠게 호두의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곳에 호두의 모습은 없었다. 텅  방은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만을 남긴 채, 엉망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현기증을 억누르며 해무는 생각했다. 설마 늦었나? 고작 그 사이에?

초조함과 불안감이 점점 마음속에서 커져가는 가운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등의 문이 닫혔다. 부상과 출혈로 감각이 둔해진 해무는 그제서야 뒤쪽의 인기척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상대가 한박자 더 빨랐다.

문 뒤쪽에서 튀어나온 유안이 해무를 향해 달려들었다. 몸통을 들이받힌 해무가 충격에 비틀거리며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상대는 유안. 좋게 봐줘도 길거리의 양아치에 불과한 놈이었다. 그런 그가 해무와 싸워 이길리가 없었다.

해무가 휘두른 주먹이 유안의 얼굴에 꽂혔다. 고작 그것 만으로도 유안의 몸뚱이는 날려져 문에 처박혔다. 비틀린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해무는 자신의 어깨에 주사기가 박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눈치챘다.

곧바로 주사기를 뽑아 내던진 해무가 물었다.


"호두는 어딨어."

하지만 유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핏발선 눈으로 해무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해무는 유안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일으켰다. 목이 졸린 유안이 컥컥 하고 기침했다.

"말해. 당장."

하지만 유안은 해무에게 들린 채 몸부림을 치면서도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해무는 생각했다.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면, 그것대로 좋다. 원하는 대답을 들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불알을 하나 으깨주는 것 만으로도  쓰레기는 울며불며 이야기를 토해낼 것이다.

그렇게 결정한 해무가 움직이려는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머릿속을 채우며 시야가 암전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에 해무는 비틀거렸다. 간신히 벽을 짚고 섰지만 현기증은 잦아들 기색이 없었다. 아니,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해져왔다. 이전까지 느껴지던, 출혈로 인한 현기증과는 달랐다.


해무는 떨리는 시선으로 바닥에 구르는 주사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사기 안에 남아있는 약물은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약을ㅡ"

하지만 해무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비틀거리는 그의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눈 앞에서는 유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체온이 올라간다. 심박수가 점점 빨라지고 숨이 가빠왔다. 온몸이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랫배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격렬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희미한 의식의 끈을 간신히 잡은  버티던 해무는, 결국 현기증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으며 쓰러졌다.





ㅇ  ㅇ   







유안은 숨을 헐떡이며 해무를 내려다 보았다.


미약을 주사당한 해무는 마치 실이 끊긴 인형처럼 털썩 쓰러진 채였다.


조금이라도 일이 틀어지면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던 유안은, 상대가 뒤늦게 약에 반응을 보인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움직였다. 준비해 두었던 끈을 주머니에서 꺼내 해무의 양손을 묶었다. 한 번으로는 불안한 듯, 몇 번이나 칭칭 휘감아서.

그리고 그제서야 상대가 완전한 행동 불능 상태라는 것을 확인한 유안의 입에서 들뜬 웃음이 터져나왔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을 두들겨패고 멸시하던 여자는 이제 자신 앞에 무방비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완전히 역전된 관계를 보여주는 그 광경에, 짜릿한 흥분이 유안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웃어제끼던 유안은 잠시 후, 흥분으로 들뜬 숨을 가라앉히며 침착하게 방 문을 잠갔다. 호두의 방에는 유난히 잠금쇠가 많았고, 덕분에 지금의 방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호두가 어디갔는지는 몰랐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유안은 해무를 들어 침대 위에 눕혔다. 의식을 잃은 해무의 눈은 만취한 사람처럼 초점이 완전히 풀려있었다. 흐느적거리는 팔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실려있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증거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과, 그럴 때마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가슴 뿐이었다.

잠시  모습을 내려다보던 유안의 눈에 희번득거리며 광기가 스쳤다.


"이 씨발년!"


고함과 함께 유안이 주먹으로 해무의 아랫배를 내리쳤다. 그러자 해무는  하는 신음을 흘리며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마치 무력한 갓난아기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즐거운 기분으로 내려다보던 유안은 잠시 후 손을 거두었다. 물론 고작 이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당한 굴욕을 생각하면 주먹질  번으로는 턱도 없었다.


하지만 복수를 위한 방법으로 폭력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기절시켜 놓고 두들겨 패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미약을 구한 것이 아니다. 밋밋한 주먹질 따위보다 훨씬 즐거운 방법으로, 오늘 밤 내내 이 년을 정복해줄 계획이었다.


그렇게 달콤한 상상에 빠져있던 유안은 해무의 자켓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계집 주제에 양복이라니, 처음 볼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느껴지는 촉감만 봐도 자신의 싸구려 양복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상황에서,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유안은 양 손으로 해무의 자켓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차게 당기자 자켓이 부욱 하고 찢어졌다. 갈갈이 찢어지는 그 모습에 상쾌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해무의 발에서 구두와 양말도 벗겨 내던진 유안은 하의마저도 찢어냈다. 그리고  아래에서 드러난 색기 없는 브리프에 쯧, 하고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런 불만은 잠시 뿐이었다.

남은 셔츠와 속옷을 마저 벗겨내자 드러난 모습에 유안은 숨을 삼켰다.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괜찮은 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소녀의 나신은 기대 이상이었다. 새하얀 피부는 미약으로 인해 달아올라 연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군데군데 새겨진 흉터에는 시선조차 가지 않았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듯한 유방은 눈으로만 봐도 싱싱한 탄력이 느껴졌다. 잘록한 허리를 지나는 곡선은 엉덩이까지 우아하게 이어졌으며, 다리 사이의 옅은 음모는 머리카락과 같이 은빛이었다.

유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허벅지로 손을 가져가 쓸어내렸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여체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유안의 입가에 만족스런 웃음이 피어올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운 시간이 것 같았다.

유안은 옷을 벗었다. 다급함과 흥분으로 떨리는 손끝이 단추 위에서 몇 번이고 미끄러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애지중지하던 단벌 양복을 벗어 한쪽에 아무렇게나 내던진 유안은 알몸이 된 채 소녀 위에 올라탔다.

살과 살이 닿는 감촉이 온몸을 휘감았다. 부드러운 소녀의 몸이 유안의 단단한 육체에 닿아 탄력있게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삽입해서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싶은 욕구를 참아넘기며, 유안은 먼저 천천히 입을 맞췄다. 작은 입술 사이로 밀어넣은 혀가  안쪽 구석구석을 훑었다.


이윽고 유안의 입은 소녀의 입술에서 목덜미로, 어깨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조심스레 소녀의 유방을 움켜쥐었다. 크지는 안았지만 한손에 가득차는 부드러움과 탄력이 황홀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어서 단단하게 선 핑크빛 유두를 입술로 물고 혀 끝으로 괴롭히자, 그것 만으로도 소녀의 숨소리는 눈에 띄게 가빠졌다.

한층  단단해진 유두를 앞니로 살짝 깨물자, 자그마한 여체가 깜짝 놀란듯이 움찔하다. 미약을 주사당한걸 고려하더라도 훌륭한 감도였다.


그렇게 소녀의 유방을 마음껏 맛본 유안은 이제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옅은 음모 사이의 균열. 그 위쪽 끝에 자리한 클리토리스는 터질듯이 발기해 있었다. 어찌나 부풀어 올랐는지 검붉은 색으로 충혈되어 있을 정도였다.

유안은 그곳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마치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만지작거리고, 비틀고, 튕기기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자극했다.

해무의 입술 사이로 기쁨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금세 손이 흥건하게 젖었다. 균열 사이로 흘러나온 끈적한 애액은 소녀의 허벅지와 엉덩이까지도 전부 적실 정도였다.


그 모습에 유안은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넘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방지게 거들먹거리던 년은, 이제는 완전히 한낱 암컷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의식을 잃은 소녀의 입술 사이에서는 이제 애타는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통이 아닌, 더 강한 쾌락을 갈구하는 신음이었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때마다조금씩 높아지는  소리를 마치 감미로운 음악처럼 감상하며 유안은 점점 더 페이스를 높였다.

그리고 그 자극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 더이상의 쾌감을 견디지 못한 해무의 몸이 마치 감전을 당한 것처럼 크게 튀었다. 한껏 젖힌 허리가 이리저리 비틀리며 부들부들 떨렸다. 높아지던 신음은 어느새 내지르는 듯한 교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찌르는듯한 절정의 쾌감에 의식을 차린 해무가 그제서야 눈을 떴다. 하지만 약에 취해 풀린 얼굴은 아직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유안은 씨익 하고 웃으며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즐거운 시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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