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창관의 성모 (19)
몽롱함 속에서 해무는 반쯤 의식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는 희미한 안개가 낀 듯 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정신 뿐만이 아니었다. 몸 또한 마찬가지였다.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제대로 움직이는 것 조차도 힘들었다.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던 해무는, 자신의 손이 묶여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옷이 전부 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서는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유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조합하여 상황을 파악한 해무가 입을 열었다.
"미친놈, 죽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약에 취해 풀린 혀 탓에 잔뜩 억눌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해무의 기세는 전혀 죽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유안은 생각했다.
아직도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군.
앙칼진 기세를 꺾어주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주먹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대신에 유안은 해무의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검지가 클리토리스를 쓸어내리자, 소녀의 몸이 크게 튀며 움찔거렸다. 해무 자신은 몰랐지만, 방금 전 한 차례 절정한 몸은 잔뜩 민감해져 있는 상태였다.
유안은 충혈될 정도로 터질 듯이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계속해서 자극했다. 그것만으로도 소녀의 몸은 순식간에 두 번째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절정의 쾌감 중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자극에, 해무의 입에서 보기 드물게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약의 효과가 어때? 끝내주지?"
손가락을 떼며 유안이 말했다. 팽팽하게 젖혀졌던 해무의 몸이 털썩 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고개를 떨군 입에서는 흐으, 흐으으, 하는 신음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유안을 죽일 듯한 눈으로 쏘아보며, 해무는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거 풀어....... 당장!"
"내가 왜? 이렇게 재밌는데."
히죽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유안의 모습은 마치 장난감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 해무는 상기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너를 죽일거다. 나는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쓰레기들을 많이 죽여왔고, 네놈도 죽일거야. 아주고통스럽게."
"거 참 무섭네."
하지만 그렇게 대꾸하는 유안의 얼굴에 공포감이라고는 배어있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해무는 이제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한낱 노리개에 불과했다.
"뭐, 상관없어. 지금부터 나는 널 기쁘게 해 줄 생각이거든. 미칠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킨 유안은 해무의 가슴팍 위에 걸터앉았다.
싸움 실력은 을종 살수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유안이었으나, 성채의 길바닥에서 구르던 양아치답게 그의 몸은 탄탄했다. 어깨는 단단하게 각이 져 있었고, 가슴과 배에는 근육이 선명하게 잡혀있었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 매달린 남성기는 터질듯이 발기해 있었다.
"꽤 훌륭하지?"
유안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성기를 해무의 얼굴 앞에 가져갔다. 그것을 올려다보는 해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커다란 성기를 보여주는 것은 협박이나 물리적인 폭력 보다도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딱딱하게 굳은 해무의 얼굴에 잠시 창백한 기운이스쳐지나갔다. 커다랗게 발기한 성기는 해무의 코에 닿을 듯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다른 남자의 성기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세 탓인지, 보여지는 성기의 모습은 실제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였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열기와 냄새는 막대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코 끝으로 전해져오고 있었다.
"이걸로 네년을 범해주마. 반응을 보니 꽤 오랫동안 못 한거 같은데, 약까지 먹었으니 미칠듯한 기분이겠지."
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대한 감정을 숨긴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엿본 유안은 만족했다.
그래, 긴장감. 지금은 그 정도로 충분하다. 하지만 곧 있으면 그 긴장감은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마침내는 복종으로 뒤바뀔 것이다. 싸움에는 약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여자를 다루는 방법에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해무의 몸에서 내려온 유안은 침대 위에 힘없이 널부러진 발목을 거머쥐었다. 해무는 격렬히 몸부림치며 저항했지만, 미약에 취한 탓에 아직 자신의 육체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대를 다루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무의미한 저항을 무시하며 유안은 해무의 다리를 벌어젖혔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는 매력적인 여성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옅은 은빛의 음모 아래에는 매끈한 음순이 수줍게 닫혀있었고, 스스로가 흘린 애액에 흥건히 젖어서 남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유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크고 자랑스럽게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소녀의 틈에 갖다댔다. 부드러운 음순이 귀두 끝에 닿아 뭉그러지는 감각이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심장이 흥분과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거의 일주일 만에 하는 섹스였다. 불알이 초조함에 맥동했다. 그리고 눈앞의 소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두근거리고 있는 것이 전해져왔다.
"하지 말라고 애원해 보는건 어때? 그럼 봐줄 수도 있잖아?"
"좆 까."
좋은 대답이었다. 점점 더 이 여자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한 유안은 히죽 하고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그리고 이어진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한차례 미끌, 하는 느낌과 함께 닫혀있던 음순이 벌어졌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성기는 소녀의 몸 안쪽을 벌려가며 조금씩 깊숙한 곳을 향해 침입해오고 있었다.
각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무의 입술 사이로 억누른 신음이 터져나왔다.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것과 함께, 마치 내장을 헤집는듯한 압박감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삽입은 단숨에 끝나지 않았다. 유안은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며 해무의 반응을 즐겼다.
무표정을 유지하던 해무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틈을 강제로 열어젖히며 침입해오는 남성기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느긋한 삽입은 마치 한없이 긴 물체가 몸 안으로 끝없이 들어오는 듯 했다.
크다.
너무 크다.
견딜수 없을 정도의 압박감이 아랫배를 엄습했다. 뱃속에서 느껴지는 체감상의 크기는 팔뚝이 들어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괴로워 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겨우 이 정도로 우는 소리야? 아직 반도 다 안 들어갔는데."
그렇게 말하는 유안의 어투에는 조롱과 여유가 배어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해무의 머릿속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아직도 끝이 아니라고?
거짓말이다. 남자들의 흔한 허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해무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유안은 몸으로 직접 증명했다. 유안이 허리를밀어넣자, 이미몸 안을 가득 채운 성기가 점점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충격과 경악이 엄습했다.
더 이상 들어오면 안된다. 더 들어오면 아랫배 뿐만이 아니라, 명치를 지나 가슴 깊이까지 닿을 것이다.
과한 생각이었지만 약에 취한 해무의 머릿속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부족했다. 게다가 몸에 느껴지는 이물감은 그런 상상을 하도록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때문에 해무는 이물이 자신의 아랫배를 더이상 파고드는걸 저지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겁먹지 말라고. 안 죽어."
유안이 말했지만 해무는 동의할 수 없었다. 칼에 찔린 적도 있었다. 총에도 맞아봤다. 그리고 그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물질이 살을 벌리고 몸을 파고드는 감각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당장 빼내지 않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계속 그러면 부서진다? 힘 빼. 앞으로 영영 못 하는 몸이 되고싶지 않으면. "
그렇게 말하며 유안은 자신의 물건을 받아들인 소녀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확실히, 작은 체구였다. 고작 반 밖에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귀두에 자궁구가 닿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중단할 생각은 없었다.상대가 저항을 계속하더라도, 그러다가 설령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다.
그런 유안의 생각은 해무에게도 똑똑히 전해져왔다.
몸부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무는 이를 악문채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긴장한 몸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었지만, 하반신에 한층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그렇지."
그렇게 해무를 달래며, 유안은 계속해서 자신의 성기를 밀어넣었다. 몸에 힘을 뺀 덕에 삽입은 한결 쉬워졌다. 자신의 성기에 눌린 자궁이 천천히 위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거의 다 됐다.
그리고 마침내 자지의 뿌리 끝까지 삽입이 끝나며 남녀의 치골이 맞닿았다. 그 사실에 달성감을 느끼며 유안이 말했다.
"생각보다 할 만하지?"
남성기를 전부 받아들인 해무의 몸이 축 늘어졌다. 마치 전력 질주를 한 듯한 피로감이 덮쳐왔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채였다. 동시에, 적어도 더 이상 깊이 들어오진 않을 거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스쳤다.
그리고 유안은 뒤늦게 눈치챘다. 자신의 성기를 받아들여서 벌어진 틈. 그 사이로 처녀혈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확인한 유안이 놀라서 물었다.
"처음이었나? 믿을 수 없군."
구룡성채의 많은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것은 창관의 여자들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때문에 아주 어린 여자아이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여자들은 처녀성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유안에게 있어서도 여자의 처녀성을 취하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유안은 상대의 반응을 이해했다. 미약을 주사하고 충분히 애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워 하던 상대의 모습은 의아했었다. 하지만 확실히 처녀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커다란 성기를 끝까지 받아들이는 일은.
"처음으로 남자의 자지를 받아들인 소감은 어때?"
유안이 히죽거리는 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물었다.
하지만 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지가 너무 큰 탓에 숨이 끊어질 것 같다거나, 몸 안의 감각이 무서울 정도로 오싹거린다는 이야기를 해 봐야 상대를 기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그런 대답을 해서 상대의 만족감을 채워줄 생각은 없었다. 대신 정 반대의 대답을 내뱉었다.
"나한테 뭘 했나? 몰랐군. 어지간히 실좆인가봐?"
해무가 떨리는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하지만 창백한 얼굴과 후들거리는 턱은 명백한 허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 사실이 뻔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들은 유안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성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한 차례 사그라들었던 가학심이 유안의 마음속에서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