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창관의 성모 (20) (61/82)



〈 61화 〉창관의 성모 (20)

"그래? 그렇다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사나운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답한 유안은, 허리를 움직여 해무의 몸을 꾸우욱 하고 짓눌렀다. 그러자 한계까지 삽입되었다고 생각했던 성기가  안을 헤집으며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궁이 찌부러드는 그 느낌에 해무의 눈이 크게 벌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이제 좀 느낌이 와?"

핏발선 눈으로 자신의 밑에 깔린 여자를 내려다보며 유안이 말했다. 이를 악문 해무의 턱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느낌이 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쇼크가  정도로 강한 충격이 몸을 수직으로 꿰뚫고 있었다. 전해져오는 압박감은 자궁을 넘어서 위장까지 짓누르고 있는 듯 했다.

"아직도 내 말이 안들려? 대답해 보라고."


흐윽거리는 해무를 다그치며 유안은 계속해서 허리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이를 악문채 버티고 있었다.

지독한 년.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유안은 허리를 밀어붙이던 것을 그만 두었다. 이미 상대는 고통으로 하반신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다. 더이상 깊이 찔러대면 정말로 부서져 버린다. 그건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유안이 힘을 빼고 나서야 압박감에서 풀려난 해무는 심호흡을 하며 고통을 다스렸다. 온몸은 진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안도 마찬가지였다. 흥건한 땀방울 탓에  몸의 경계가 흐릿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록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은 실패했지만, 고문에 가까운 괴롭힘은 의미가 있었다. 처음부터 깊숙한 곳까지 강하게 꿰뚫은 덕분에, 처음으로 남성기를 받아들이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자궁구까지 이어지는 길은 완전히 열려있었다.

이제야 섹스를 하기 위한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유안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난폭한 모습과는 달리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상대가 뻣뻣하게 구는 탓에 순간 화가 나서 그랬을 뿐, 육체를 물리적으로 망가뜨리는 것은 애초부터 유안의 의도가 아니었다. 이렇게 건방진 년은 폭력보다는 오히려 쾌감으로 굴복시키는게 더 쉽다는 사실을 유안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런훌륭한 장난감을 섣불리 거칠게 다뤄서 일회용으로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안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받아내며 해무는 속으로 칼을 갈았다.

당장 저항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손을 결박하고 있는 끈은 필요 이상으로 튼튼했고, 약에 취한 지금으로서는 풀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견디면, 그리고 이 개자식이 이 짓거리를 끝내고 나면 분명 틈이 생길 것이다.

구룡성채 안에서, 강간당하는 것은 남자들에게 있어서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온갖 욕망이 휘몰아치는 성채에는 제각각의 변태성욕을 지닌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때문에 미색이 뛰어난 소년들은 흔히 강간당하고는 했고, 아예 남창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아왔기에 해무는 당장의 치욕을 참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때가 오면  개자식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 줄 것이다. 아주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하지만 그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남성으로서의 자아를 유지한 상태에서 여자의 몸으로 강간당한다는 사실은 해무에게 정신적인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쾌감은 혼란스러움 이상이었다.


미약의 효과는 확실했다. 십 년을 살수로 살아온 해무도 미약이 뇌에 가하는 화학 작용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삽입의 순간에 느꼈던 고통은 어느새 사라지고, 몸을 꿰뚫는 듯한 압박감은 쾌감으로 변모했다. 커다란 성기가 자신의 좁은 몸을 벌리고 자궁을 눌러대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황홀감이 되어 머릿속을 녹였다.

그리고 쾌감 앞에서, 자신의 자아를 유지하기 위한 그러한 노력은 의미를 갖지 못했다. 차가운 증오와 살의로 꾹 다문 해무의 입에서는 어느새 달뜬 숨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때, 아까보다 낫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며 유안이 말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처음과 달리 상대의 몸은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유안이 허리를 뒤로 뺄 때면 좁아들었던 안쪽이, 다시 들어올 때에는 탄력있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 끝이 자궁구를 꾸욱 찌를 때마다 해무의 허리가 크게 튀었다.


비록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유안은 그 반응으로 충분히 상대가 느끼고 있는 쾌감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안은 내심 감탄했다. 첫 경험을 치르는  소녀의 몸은 굉장했다. 미색이 출중한 것은 물론이었고, 몸 안쪽 까지도 극상의 상태였다. 처음인 탓에 기술은 형편없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육체가 만들어내는 자극은 웬만한 고급 창녀들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이런 몸을 갖고있는 주제에 살수라고? 길을 잘못 택했다. 진작 창관에서 일했다면 최고로 인기있는 창녀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유안은 상대의 가슴을 움켜쥐고 목덜미를 입으로 빨았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허리를 멈추지 않은 채.

그러자 해무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단단한 남자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는 느낌, 그리고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촉촉한 입술과 혀의 감촉 탓에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역겨움 탓이 아니었다. 황홀할 정도의 쾌감 탓이었다. 몸 안쪽 깊숙한 곳에서만 느껴지던 쾌감은 점점 이곳저곳으로 걷잡을  없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이제 해무는 더이상 무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잔뜩 풀어진 얼굴은 한창 정사에 빠져있는 소녀의 것 그대로였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이 점점 가빠져왔다. 더이상 고통은 없었다. 오직 완전한 쾌감 뿐이었다. 그리고 그 쾌감은 남자였을 때 느꼈던것과는 비교할  조차 없었다. 조금씩 깨어나던 의식이 다시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헐떡임에 교성이 섞여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해무는 자각하지 못했다. 흘러나오는 교성의 달콤함은 창관의 여느 여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심지어 유안은 해무가 자신을 유혹하기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정도였다.


그렇게 몸을 섞는 남녀의 움직임은 점점 합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누군가 목격했더라면 강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손이 묶인 채 누워 상기된 얼굴로 가쁜 호흡을 헐떡이는 여자와, 그 위에서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는 남자의 모습은 강간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나누는  쌍의 모습에 가까웠다.


유안의 페이스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해무의 몸도 본능적으로 응해오며 허리를 움직였다.

얼마나 그렇게 오싹한 쾌감에 빠져있었을까.


무아지경에 빠져 있으면서도 해무는 감지했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이 여성의 몸으로 섹스하며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안된다. 이걸 느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미약으로 성욕을 한껏 자극당한 몸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절정을 기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묶여있는 손목과 달리 자유로운 다리가 어느새유안의 허리에 엉켜들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던 교성은 어느새 탄성이 되어있었다.


그 반응을  유안도 눈치챘다. 여자가 절정하기 직전의 반응. 지금까지 수백 번은 봐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한층  흥분하며, 유안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해무의 입에서 기쁨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팽팽하게 허리가 젖혀진 해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성을 잃은 머릿속은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고, 아무것도 구분할  없었다. 강렬한 절정의 기쁨만이 몸 안에 휘몰아치며 뇌내 마약을 뿜어냈다.


절정의 기쁨에 달한 여체의 펄떡임은 유안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했다.


하지만 유안은 상대방의 쾌감을 채찍질하는 고삐를 놓지 않고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첫 경험, 그리고 처음으로 섹스를 통한 오르가즘을 경험하는 여자에게최고로 황홀한 기분을 선사해 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좋아? 응? 좋아?"

하지만 유안의 말은 해무의 귀에 닿지 않았다. 허용치를 넘어선 쾌감은 머릿속을 태울 정도로 강렬했고, 계속해서 강제로 오르가즘을 이어가는 소녀의 정신은 이제 절정의 기쁨을 넘어서, 의식이 희미해져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대의 상태를 신경쓰지 않은 채, 유안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며 해무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찰싹 찰싹 때렸다. 그럴 때마다 소녀의 살갗에 붉은 손자국이 남았고, 몸은 움찔거리며 쾌감을 느끼는 증거를 내비쳤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황홀한 고문과 같은 절정을 한껏 받아들인 해무의 몸이 이내 축 늘어졌다. 더이상의 쾌감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뇌가 의식을 차단한 탓이었다. 고개를 떨군 입술 사이로는 끊어질 듯 가는 숨소리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체온은 처음보다도 더 뜨거웠으며, 피부 또한 더더욱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유안은 희열에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앞에서 엉망진창이 된 소녀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여전히 몸에 남아있는 오르가즘의 잔향으로 인해, 소녀의 몸은 이따금 움찔거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이 사정의 기쁨을 맛볼 차례였다. 지쳐 쓰러진 소녀의 몸은 더이상의 쾌감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달해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유안은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해무의 허리를 양 손으로 잡았다. 더이상 망설일 것은 없었다. 상대방을 위해 지금까지 천천히 움직였던 것과는 달리, 이제 유안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난폭하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사정이 머지않아 터질듯이 발기한 성기가 소녀의 뱃속을 푹푹 찌르는 소리가 좁은  안을 가득 채웠다. 그유안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이완되어 있던 소녀의 몸은 반사적으로 긴장했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더이상 민감해질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진 성감대가 또다시 자극당한 탓에, 의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무의 입에서는 으극, 으그극 하는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때마다 뿜어져나온 맑은 애액이 몸과 얼굴에 튀었지만 유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유안은 직감했다.


온다. 한계까지 자극당한 자신의 성기가 일주일 동안 쌓아둔 정액을 힘차게 뿜어낼 순간이.


끓는듯한 사정감이 치밀어올랐다. 뒤이어 마치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쾌감과 함께, 자신의 불알이 움찔거리며 진득한 정액을 퍼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절정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뜯겨져 나갔다. 유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침입자의 모습을 확인 확인할 새도 없이, 상대는 유안의 머리채를 콱 하고 움켜쥐었다.

머리가 당겨지며 여자의 몸에서 뽑혀나간 유안의 성기가 허공에 힘차게 정액을 분출했다. 절정 직전 성기에 가해하던 자극이 멈추며, 머릿속에서 터지던 쾌감의폭죽이 이내 뚝 끊겼다. 불완전 연소한 오르가즘으로 인해 퍼올려지던 정액이 중간에 멈추며, 정관이 꼬여드는 듯한 불편감이 불알을 엄습했다.


낭패다. 유안의 머릿속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한다는 위험 신호보다, 성대해야할 오르가즘이 망가뜨려졌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난폭한 힘에 끌려간 유안의 머리가 벽에 처박혔다. 한번, 두번, 세번. 그때마다 이마가 점점 더 검붉게 물들어갔다. 머리를 휘둘러대는 힘은 마치 중장비가 움직이는  했다.

"그만, 살려ㅡ"

유안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유안의 머리를 연신 벽에 찧어대던 우악스런 힘은, 이제 머리를 벽에 대고 꾸욱 찍어누르고 있었다.

찌그러진 유안의 얼굴과 입술 사이에서 게겍, 하는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몸이 발작을 일으키며 팔다리가 사방으로 마구 경련했다.

터진다, 머리가 터진다.

그것이 유안의 머릿속을 마지막으로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었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눈두덩이가 움푹 꺼져들었다. 이어 두개골이 깨지며 날카로운 뼛조각이 피부를 뚫고나오고, 그 사이로회백색의 뇌수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펄떡거리던 팔다리가  늘어지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완전히 생명을 잃은 육체가 최후의 사정을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껏 발기되어 있던 성기는 이제 축 늘어진 채, 불알에 마저 남아있던 정액을 전부 맨 바닥에 힘없이 주르륵 흘려냈다.

으깨어진 유안의 머리통을 바닥에 내던진 단하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돌렸다. 침대 위에서는 방금 전까지 강간당하던 해무가 의식을 잃은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저 여자가 자신이 알고있던 그 해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입술을 깨물고 잠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단하는, 옷장 안에서 담요를 꺼내 해무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무의식중에도 여전히 신음을 흘리는 해무를 조심스레 안아든 채 창관을 나섰다.






ㅇ  ㅇ 



창관 홍련을 나선 단하는 생각했다. 해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까. 다른 창관?

해무가 창관 야화의 마담과 친밀한 관계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해무를 다른 창관으로 옮기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성당? 하지만 그 또한 내키지 않았다. 이렇게 무방비하고 망가진 모습의 해무를 수녀들에게 내보일 수는 없다. 해무도 그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단하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고급 거주 구역의 30층짜리 건물. 구룡방의 고위 관료들과 무역상들이 사는 오피스텔이 단하의 집이었다. 로비로 들어가자 늦은 시간이었음에도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관리인이 그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단하는 무시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으로 올라갔다.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 한 마리가 조르르 달려와 주인을 맞았다.


단하는 해무를 자신의 침대에 뉘이고, 어깨에 걸쳐매고 있던 드라구노프를 풀러 벽에 걸쳐두었다.


발치에서는 강아지가 불안한듯 낑낑대며 웅크리고 있었다.


단하는 해무의 상태를 확인했다. 해무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고, 호흡은 가늘고 불안정했다. 미약을 주사당한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고열로 쇼크를 일으킬 것이다.

단하는 냉동고에서 얼음팩을 꺼냈다. 그리고 해무의 몸에 묻은 더러운 액체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겨드랑이 사이에 팩을 끼웠다.


성채의 미약은 지독한 효과로 악명이 높았지만, 한 번 주사당한 정도로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치솟은 열만 내린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렇게 단하가 열을 떨어뜨리기 위한 임시 방편을 취했을 때, 해무의 손길이 예상치 못하게 목을 휘감았다. 그 손길에 끌려든 단하는 해무의 위로 풀썩 쓰러졌다.

아직 의식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해무의 몸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의 몸이 된 이후로 쌓여왔던 성욕, 그리고 그것이 미약에 의해 증폭된 지금은 두세번의 절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무는 단하에게 매달린 채 목덜미에 필사적으로 입을 맞췄다. 입술 사이로는 쾌락을 갈구하는 헐떡임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하는 곧바로 해무의 팔을 풀러냈다. 하지만 해무는 떨리는 손으로 계속해서 단하의 몸을 더듬었다. 이어서 단하의 손을 쥐고 자신의 다리 사이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허리가 움직이며스스로의 성감을 자극했다.

단하는 매몰차게 자신의 손을 뽑아냈다. 그리고 침대위로 털썩 내던져진 해무의 입에서 잠시후 안타까운 흐느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아. 곧 끝날 거야."


하지만 해무의 귓가에 그 말은 닿지 않았다.


단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끓어오르는 욕구를 억눌렀다. 옆에서는 강아지가 계속해서 불안한시선으로 단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누구를 향한지 알 수 없는 말을 되내이며 단하는 강아지의 목을 긁어주었다.

끈적하게 젖어드는 흐느낌과, 강아지의 낑낑거림과, 무거운 침묵이 어두운 방 안을 채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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