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창관의 성모 (27)
"이 정도면 성당이 아니라 테러 조직이라고 해도 믿겠군."
"성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당연하지."
격발용 도폭선을 연결하며 카밀라가 해무의 말에 답했다.
이른 저녁의 예배당에 있는 것은 해무와 카밀라 뿐이었다. 수녀복 차림의 둘이 하고 있는 것은, 성당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 부비트랩 설치였다.
어제, 해연이 성당을 찾아왔었다. 드문 일이었다. 고해성사를 위해 주기적으로 성당에 방문하던 해무와 달리 해연은 이곳을 거의 찾지 않았다. 갑작스런 방문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성당의 계획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을 전하자 테레사는 해무와 카밀라를 납골당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한쪽 벽을 허물자 드러난 광경은 해무가 봐도 놀랄 만한 것이었다. 무너진 벽 안쪽의 공간에는 고폭탄과 클레이모어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수십년 전의 한-중 전쟁에서 유실된 물건들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시중에 풀린 물자는 대부분 구룡방이 회수했다. 적대 세력들이 손에 넣어 위협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미로같은 성채에서 모든 물자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구룡방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 물자들을 조금씩 모아둔 결과물이 눈앞의 광경이었다.
해무와 카밀라는 그것들을 전부 예배당으로 옮겼다. 상당한 양이었기에 옮기는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쇳덩어리인 탓에 무거운 무게도 한몫 했다.
그렇게 옮긴 물건들을 둘은 하나하나 설치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폭탄을 연결하는 것은 섬세하면서도 지루한 작업이었다. 뇌관에 선을 일일이 연결하고, 최종적으로 격발 장치에 체결했다. 충격으로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작업을 묵묵히 계속하며카밀라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뭐가?"
"생각을 바꿔 우릴 돕기로 한 것."
그렇게 말하는 카밀라의 시선은 폭약을 연결하는 자신의 손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지만, 목소리에서는 해무를 신경쓰고 있다는 기색이 느껴지고 있었다.
"완전히 돕겠다는건 아니야. 내 일부터 해결하고 시간이 남으면 도와주겠다는 거지."
"어쨌든. 도와주긴 하겠다는 거니까."
해무는 더이상 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결정은 어찌보면 이기적인 것이었다.
성당의 계획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동시에 치료제를 얻는 것도 포기할 수 없다. 그 상반된 방향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 지금의 선택이었다. 때문에 카밀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게 입을 다문 채로 한참 동안 폭탄을 설치하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온 테레사가 물었다.
"설치는 끝났니?"
"거의."
해무는 그렇게 답하며 예배당을 둘러보았다.
가지런히 늘어서있던 의자들은 전부 정문 앞에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 구룡방의 병력들이 성당으로 들이쳤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모퉁이 구석구석에 숨겨진 탓에 한눈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숫자는 꽤 많았다. 만약 이게 폭발한다면 예배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이번 작전은 성당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일이 끝나면 당분간 테레사와 카밀라는 성채 어딘가에 몸을숨긴 채 조용히 지내야 할 것이다.
"잠시 이 쪽으로 와 보렴."
그렇게 말한 테레사는 해무와 카밀라를 고해성사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작은 캐비넷을 열었다. 안에는 낡은 모스 통신기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본 해무가 말했다.
"고해성사실이 부서졌다고 핑계를 댄건 이런걸 숨겨뒀기 때문이었군."
"핑계댄건 아니란다. 부서진건 사실이잖니?"
그렇게 답하며 테레사는 모스 통신기를 꺼내들었다.
"조금 전, 마지막 통신을 끝낸 참이야. 시간은 예정대로 새벽 세시. 여의도 북쪽의 한강공원에서 중국측 조력자들과 접선하기로 했지."
"탈출 방법은?"
"보트에 태워서 보낼 거란다."
해무의 질문에 테레사가 답했다.
구룡방은 남한과 중국으로부터 독립해 있었지만, 중국쪽과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때문에 생필품과 같은 물자도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들여오고 있었다.
반면 남한과의 관계는 냉랭했다. 한-중 전쟁 당시 개입한 미국과 일본의 영향 탓이었다. 때문에 구룡성채도 남한 쪽과 접한 경계의 경비가 더욱 삼엄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아이들을 내보낼 나라로 중국을 고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국가 뿐만이 아니었다. 탈출 루트 또한 선택해야 했다.
아무리 대규모 무역으로 인하여 경비가 느슨해졌다 하더라도, 성채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었다.
해무가 치료제를 받으러 가야 할 5호선 하저터널은 밀수업자들이 관리들에게 뇌물을 찔러주고 물건을 들여오는 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패한 관리라 하더라도 아이들을 내보내는걸 허락할 리는 없었다.
그들은 부패했을지언정 멍청하지는 않았다. 뇌물을 받는 것과 아이들을 성채 밖으로 내보내는데 협조하는 것. 둘 중 어느 죄의 경중이 더 큰지는 명백했다. 그리고 구룡방은 자신의 관리들이 아이들을 성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5호선 지하철역을 통해 아이들을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었다.
물론 다리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마포대교. 여의도를 연결하는 가장 큰 다리.
하지만 마포대교는 물자를 들여오는 관문이었다. 작전이 이루어질 새벽 두세시 쯤이라면 한참 통관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당연히 루트에서 제외다.
원효대교는 마포대교와 달리 감시가 삼엄하지 않았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쟁 당시의 폭격 탓에 한가운데가 끊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무나 카밀라라면 가능하겠지만, 아이들까지 데리고건너는건 불가능했다.
결국 소거법을 통해 남은 유일한 루트는 보트를 이용하는 것 뿐이었다. 설령 구룡방이 한강변을 주시한다 하더라도, 다리나 지하통로와 달리 배를 정박할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조용히 움직이는 무동력 보트라면 구룡방의 감시망을 피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원효대교 남단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조력자들과 접선하고 보트에 아이들을 태울 거란다. 보트는 다리 아래를 따라 조용히 움직여서 이촌동에 도착할 거야."
"지난 번에도 같은 루트를 이용했나."
"아니."
테레사가 고개를 저었다.
"루트는 매번 달랐어. 작년에는 섬의 동쪽 끝에서 아이들을 태워서 노들섬 쪽으로 이동했지."
그 말에 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레사가 취한 조치는 전부 구룡방의 추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계획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셈이었다.
무엇보다 다행인 점은, 자신의 목적지인 여의나루 역과 크게 멀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원효대교 남단에서 여의나루역 까지라면 걸어서 십 분 남짓한 거리였다. 발소리를 죽이더라도 달리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해. 놈들은 이미 이 작전을 눈치챘을 테니까."
해무의 말대로였다. 지금까지 놈들이 보여준 모습. 그걸 고려한다면 놈들은 이미 성당을 목표로 확정한 것이 확실했다.
해연도, 누쿠로도. 그리고...... 단하도.
자신의 파트너를 머릿속에 떠올리자 입맛이 썼다. 그런 기분을 지워내며 해무는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 우리도 놈들이 습격할 것을 상정하고 움직여야 해. 예배당에 설치한 트랩은 백 퍼센트 사용하게 될 거라고 봐도 좋겠지."
"누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몰라."
카밀라의 질문에 해무가 고개를 저었다.
"공안들일 수도 있고, 을종이나 병종 살수일 수도 있지. 물론 아무리놈들이라 해도 아무런 물증 없이 이 안으로 들이닥치지는 못 할거야. 하지만 원효대교 남단에서 아이들을 탈출시키려는 움직임을 확인하게 된다면, 그 순간 일제히 돌입시킬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 마렴."
뒷말을 흐리는 해무에게 테레사가 말했다.
"내가 여기를 지키고 있을 테니. 늙었지만 그래도 격발 장치를 작동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단다."
어찌보면 이 계획에서 가장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테레사였다. 아이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는게 주 임무인 해무와 카밀라와는 달리, 테레사는 적들이 습격할 것이 확실한 성당에서 대기해야 했다. 심지어 노쇠한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정말로 걱정되는건 아이들이란다. 몇몇은 이곳에 남아야 하니까."
"알고 있어. 저 부비트랩이라면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을거야. 놈들이 재돌입하기 전 까지는 나와 카밀라가 돌아와서 당신과 아이들을 챙길 테니까."
"그래, 고맙구나."
그렇게 말한 테레사는 깊은 숨을 토했다.
"오랜 시간이었어."
테레사가 성당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그동안 너무 잘 해주었지. 이제 이걸로 마지막이야."
그리고 셋은 텅 빈 성당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밤이 될 성당을.
ㅇ ㅇ ㅇ
식사 준비가 끝나자, 테레사는 품 안에서 종을 꺼내 흔들었다. 조용한 성당 안에서 맑은 종소리는 아이들의 숙소 끝까지 퍼질 정도였다.
"그거, 오래 쓰는군."
해무가 낡은 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 테레사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너와 해연이 있을 때부터 쓰던 거란다."
"그랬지. 기억하고 있어."
아이들의 주목이 필요할 때마다 테레사는 종을 흔들었다. 미사를 볼 때도, 나들이를 나갔을 때도, 그리고 지금처럼 식사를 할 때도.
때문에 성당의 아이들에게 청명한 종소리는귀에 익어서, 희미한 소리만 들려와도 저절로 몸이 움직이게 되었다. 심지어 지금의 해무도 그러했다.
대부분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종소리 하나에도 되살아나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이 와아ㅡ 하는 소리를 지르며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무리 속에는 셴도 함께였다. 원래 셴은 달리는 법이 없었다. 평소에는 언제나 터벅터벅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통에, 반 강제로 달리고 있는 채였다.
커다란 식탁에 아이들이 차례차례 둘러앉았다. 식탁 위에는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래봐야 평소에 흔히 먹던 국수나 볶음밥에, 고기와 만두같은 것들이 더해져 있는 정도였다.
"주여, 우리와 주의 은혜로 주신 바 이 음식에 축복하소서."
테레사가 식전 기도를 시작했다.
"또한 악으로부터 우리들을 구원하소서. 주님의 어린 양이 이 무간지옥에서 벗어나 당신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소서."
"이 모든 것은 우리 주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테레사는 아이들의 접시에 구운 돼지고기를 한덩이씩 덜어주었다. 양 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기다리던 아이들이 일제히 식사를 시작했다.
"아."
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포크가 식탁 위를 굴렀다. 식기에 익숙하지 못한 셴이 떨어뜨린 것이었다. 해무는 주워주려 했으나,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한발 먼저 포크를 들어 셴의 접시 위에 놓인 고기를 익숙하게 잘라주었다.
"오......"
쓱싹쓱싹 움직이는 포크를 셴이 감탄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접시에 놓여있던 고기는 금세 잘게 잘라져 있었다. 셴이 한입에 먹기에 딱 좋은 크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무가 입을 열었다.
"셴과 친한가보군."
"네."
소년이 겸연쩍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저 뿐만 아니에요. 다른 아이들도 전부 셴을 좋아해요."
"왜지?"
"셴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달라요."
소년이 냠냠 하고 고기를 먹는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나조용하고 침착하거든요. 그런 모습이 믿음직스러워요. 저보다 키는 작지만요."
그렇게 대답한 소년은 자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겉으로는 웃음을 띄우고 있었지만, 얼굴 한켠에는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표정을 해무가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 소년이 조용히 말했다.
"알고 있어요. 저는 나가지 못한다는걸."
소년의 말에 해무는 움직이던 포크를 멈추었다.
"저 뿐만 아니에요. 다른 애들도 전부 알고 있어요. 우리들 중 몇몇은 여기에 남아야 한다는 것을"
소년의 말대로였다. 오늘 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게 될 것이다. 원치않게 헤어지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이름이?"
"여준, 이에요."
해무의 질문에 소년이 답했다.
그리고 뭔가를 말하려던 해무는 다시 입을 담기고 그저 고개만 몇 번 끄덕였다.
헤어짐은 괴로운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뻔한 위로를 하고싶지도 않았다. 거칠고 삭막한 환경 속에서 도움되지 않는 위로만큼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 사실을 해무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준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테레사 수녀님이 말씀하셨어요. 다음에는 우리들을 내보내 주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다행이군."
"네."
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셴? 우린 나가서 다시 만날 거지?"
"오!"
여준의 말에 셴이답했다. 뜻을 알 수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소년은 다시 웃음을 지었다.
식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이들은 포크를 달그락거리며 떠들썩하게 고기를 먹었고, 테레사는 그러는 아이들을 미소를 띤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긴장해 있는 것은 해무와 카밀라 뿐이었다.
결국 다른 모두가 식사를 마칠 때 까지도, 둘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ㅇ ㅇ ㅇ
저녁식사를 마치고 테레사와 카밀라는 아이들을 일찍 잠자리에 들게 했다.
해무는 식탁을 정리했다. 설거지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릇들을 주방으로 대충 옮겨두었다. 전부 오래된 것들이었지만 앞으로 다시 쓸 일은 없을 것이다.
정리를 마치고 홀로 성당 안을 거닐었다. 예배당과 회랑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리고 안뜰로 나오자 저녁의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해무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의 불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고, 몇 번이나 부싯돌을 찰칵인 후에야 담배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담배를 피우며 해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뜰을 둘러싼 성당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이 내일이면 사라질 것이다.
예배당 의자에 앉아 테레사와 마리아가 미사를 진행하는걸 구경하던 것도, 회랑을 뛰어다니거나 첨탑에 올라 종을 울리던 것도, 납골당 통로를 지나 몰래 성당을 빠져나갔던 것도, 모두 희미하게나마 해무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그런 어린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오늘이 지나고 나면 전부 사라지는 것이다.
대신 테레사와 카밀라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에이시스 치료제를 얻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해무는 한참동안 성당의 풍경을 눈에 새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낡은 성모상을 올려다보았다.
"마리아."
하지만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딱히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늘 밤의 계획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온전히 자신과 카밀라의 손에 달려있었다. 그렇기에 기도 또한 필요치 않았다.
담배를 전부 태우고 방에 돌아와서도 해무는 잠들지 않았다. 대신 지금까지 입고있던 수녀복을 벗어 옷장에 걸어놓고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총기를 점검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노크와 함께 카밀라가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됐어."
해무는 손목을 확인했다. 손목시계의 바늘은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깨끗하게 손질한 리볼버를 품 안에 넣고 말했다.
"가자."
계획의 시작이었다.